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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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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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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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56화

DUMMY

◐ 지연의 일기 ◑




"선배님.. 저 집에 좀 다녀올게요.."

"어.. 언제 올 건데?"

"뭐.. 바로 올거에요."

"그래 알았어. 아.. 올 때 내 방에 들려서 금붕어들 밥 좀 주고 와라.."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응.."


병원을 나와.. 핸드폰을 꺼내 든다.


"여보세요? 열쇠 집이죠? 집 문이 잠겨서 그런데 오셔서 좀 따주세요."


열쇠 집에 전화를 한 후..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틀 만에 들어오는 집..

흠.. 이거 어쩌다 내가 이틀이나 외박을 한 거야..

이렇게 문란하게 생활하면 안되는데..

반성하자 이지연.


씻고 난 후..

병원에서 써야 할 레포트 자료를 챙겨 집을 나섰다.

그리곤.. 봉돌이와 여니의 밥을 주기 위해 봉구 선배 집으로 향한다.




...........

뭐야 얘들 왜 이래?

먹이를 주려고 어항을 들여다보니..

봉돌이와 여니가 서로 멀찌감치 떨어진 채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볼 때만 해도..

비록 여니가 쫓아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같이 놀고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싸우기라도 한 듯..

서로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만 하고 있다.

금붕어들도 사랑싸움 하나?

훗..




띠리리리리링~~♬

은혁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 어.. 나 은혁인데.. 병문안 왔다가 지금 가는 길이다. *

* 아 그래요? 좀 기다리시징.. 저 이제 병원으로 가는 길인데.. *

* 하하.. 아냐.. 지금 상민형하고 민수랑 같이 있어서 가봐야 될 거 같아. *

* 에공.. 그래요 그럼.. *


뭐야..

봉구 선배 심심하게시리 왜 그렇게들 일찍 가?

언능 가서 놀아줘야겠넹..

급한 마음에 눈 앞으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탄다.




...............

병실 문 앞에 도착하니..


"호호홍.. 걱정 마시라니까요."

"하하.. 그럼 다행이긴 한데.."


안쪽에서 뭔가 화기애애한 웃음 소리들이 흘러 나온다.

이씨..

뭐야..

저 간호사랑 말 섞지 말라니까..

그 새를 못 참고 저렇게 활짝 웃으며 얘기하고 있는 거야?


"뭔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고 있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며 봉구 선배에게 묻는다.

.............


"아.. 아냐.."

"그럼 좀 있다 다시 올게요. 그때 얘기해요."


나를 보더니 허겁지겁 나가는 간호사..

이건 뭔 시츄에이션?


"뭐에요? 지금 저 간호사랑 히히덕 거린 거에요?"

"아냐.. 그냥 아까 은혁이랑 민수. 상민형이 병문안 왔는데 저 간호사가 은혁이한테 관심이 있는 거 같아서.. 그 얘기 하던 중이었어.."


잉? 은혁 선배?


"은혁 선배요? 오.. 진짜?"


뭐야..

그럼 봉구 선배는 아니란 거네?

잠시 뾰루퉁 했던 기분이 다시 상쾌해진다.


"어.. 거 잘생긴 상민형하고 민수 놔두고 도대체 은혁이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원.."

"에이.. 선배님이 몰라서 그렇지.. 은혁 선배가 뭔가 묘하게 여자들을 끄는 매력이 있어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이상하게 은혁 선배는..

강렬한 모성 본능을 일으키는 뭔가 가 있단 말이야..

그리고 분위기도 나머지 두 명에 비해서 좀 있어 보이고..

............

물론 오타쿠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 얘기지만..


"그러냐? 너두 그래?"

"그럼요. 저도 첨 봤을 때.. 선배의 그 우수에 찬 눈빛에 막 설레고 그랬는데.."

"............"

"왜요? 질투 나요?"

"아니 별루.."

"질투 맞는데요 뭘.. 홍홍.."

"질투는 무슨.."


............

흠... 너무 심했나?




"제가 가서 자리 좀 마련해 주고 올까요?"


갑자기 은혁 선배와 그 간호사를 연결해 주고 싶은 충동이 물밀듯 불어 닥쳤다.


"오.. 어떻게?"

"어떻게는 무슨.. 그냥 그 간호사랑 나가서.. 은혁 선배만 불러내면 되는 거죠. 함께 술 먹는 척 하면서 전 빠지고.. 홍홍.."

"은혁이가 다시 오려구 할까?"

"글쎄요.. 전화 함 해봐야겠당."


그리곤 폰을 꺼내 은혁 선배에게 전화를 건다.


* 어.. 지연아 왜? *

* 선배님 뭐해요? *

* 지금 병원 앞 당구장에서 당구치는 중이야.. *

* 그래요? 아.. 그럼 안되겠네. *

* 왜? 무슨 일인데? *

* 아뇨 그냥 뭐.. 친구랑 술 한잔 하는데 선배도 같이 마실까 해서요. *

* 그래? 그럼 가야지. 당구 끝나면 전화할게.. *

* 넹.. 그래요 *


딸깍~


"온데냐?"

"당연하죠.. 제가 술 마시자는데 설마 튕기겠어요?"

"............"

"그럼 간호사 언니한테 가서 얘기를 해야겠네요.. 홍홍.."


흠.. 별로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은혁 선배의 여친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이 정도는 감수해 줘야지..


"그래.. 하하.. 지연이가 수고가 많구나.."

"홍홍.. 뭘 이 정도 가지구.. 그럼 잠깐 다녀올게요."


문을 열고 간호사에게 향한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아.. 네.."

"봉구 선배한테 얘기 들었어요.. 홍홍.."

"무슨 얘기요?"

"은혁 선배님한테 관심 있다면서요?"

"네?"


갑자기 얼굴이 달아 오른 것처럼 붉어지는 간호사..


"괜찮으시다면.. 제가 두 분 소개해 드릴까 해서요.."

"............."

"혹시 부담되세요?"

"아..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닌데.."

"근데요?"

"그냥 고마워서요. 첨 뵙는 건데 이렇게 신경 써주시니까.. 낯설기두 하구요.."

"에이..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홍홍.. 다 외로운 은혁 선배 잘 되라고 그런 거니까요.."

"............."

"퇴근 몇 시에 해요?"

"4시요.. 왜요?"

"오늘 말 나온 김에 바로 해드리려구요. 은혁 선배 안 그래도 이 근처에 있다구 그래서.."

"아.."

"그럼 좀 있다 퇴근 하시면 봉구 선배 병실로 오세요. 같이 가게요."

"네.. 고마워요.."


대화를 마친 후 봉구 선배 병실로 향한다.

흠.. 잠깐 얘기해 보니 꽤나 좋은 여자처럼 보인다.

너무 섣부르게 판단 했었나?

왠지.. 은혁 선배하고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이거 잘되면..

나중에 크게 한 턱 얻어먹어야겠어.. 훗..




"선배님.."

"어.."

"은혁 선배랑 저 간호사랑 잘 어울릴 거 같지 않아요?"

"글쎄다."

"에이.. 딱 봐도.. 뭔가 그림이 나오잖아요."

"그런가? 하하.. 잘 모르겠는데.."

"치.. 아.. 암튼 둘이 잘되면 좋겠다."

"............."




"선배님.. 저 금방 끝내고 올게요. 심심해도 좀만 기다려요.."


퇴근을 마치고 온 간호사와..

병실 문을 나서며 선배에게 인사를 전한다.


"하하.. 아냐. 천천히 놀다 와. 난 괜찮으니까. 그리고 수진씨도 화이팅이요.."

"네.. 고마워요. 낼 뵈요 그럼.."


수진씨도 봉구 선배와 인사를 마친다.




"지연씨는 성격이 참 밝으신 거 같아요."

"그래요?"

"네.. 인기 많으시겠어요. 안 그래도 이쁘신데 성격도 그렇게 좋으셔서.."

"그러게요.."

"............"

"농담이에요.. 홍홍.. 그나저나 말 편하게 하세요. 어차피 저보다 언니 같은데.."

"그.. 그래도 될까?"

"그래요.. 저도 그게 편해요. 저도 언니라고 부를게요."

"그래.. 고마워.."

"언니 오늘 우리 잘 해봐요."

"응.."


언니의 팔짱을 끼고...

병원 앞 호프 집으로 들어가는 나였다.




* 지연아 어디야? *


은혁 선배에게 문자가 온다.


* 여기 병원 맞은편 XX 호프 에요 *

* 어.. 그래 금방 갈게. *




문을 열고 은혁 선배가 들어온다.

...........

근데 뭐야?

상민 선배랑 민수 선배도 온 거야?

............


"야.. 지연아.. 어라? 이분은.."


상민 선배가 우릴 보더니 먼저 말문을 연다.


"아.. 언니동생 하기로 했어요. 홍홍.. 앉으세요 다들.."


차마..

상민 선배와 민수 선배에게 왜 왔냐고 물어볼 순 없었기에..

그냥 함께 놀기로 했다.

뭐..

중간에 슬쩍 이 선배들 데리고 빠져주면 되겠지..




"은혁 선배랑 수진 언니.. 둘이 그렇게 앉아있으니까.. 그림 좀 나오네요.. 와.."


슬슬 바람을 넣는다.


"그래? 난 민수랑 더 어울리는 거 같은데?"


.............

상민 선배가 옆에서 태클을 건다.


"선배님.. 지금 은혁 선배랑 수진 언니 연결해 줄려고 이러는 거니까 협조해 주세요."


슬쩍 상민 선배 옆구리를 찌르곤..

귀에 속삭인다.


"............"

"하하.. 지금 보니까 뭐 둘이 그림 좀 나오는 거 같긴 하네.. 잘 어울려 캬.."

".............."

".............."


다들 뜬금 없는 상민 선배의 오버 액션에..

할 말을 잃는다.




"하하.. 수진씨 저도 간호사 좀 한 명만 소개 시켜 달라니까요.."

"호홍.. 알았어요. 민수씨랑 상민씨 같이 해드리면 되겠네요."

"진짜죠? 하하.. 민수야 잘해보자 우리.."

"네.. 형님.. 하하.. 이제 우리도 간호사 여친이 생기는군요."

"수진씨.. 저는요?"


은혁 선배가 눈치 없게 수진 언니에게 묻는다.


"에이.. 선배님 왜 이래요. 선배님한텐 수진 언니가 있잖아요.."

"아.. 그런가? 하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웃음꽃도 끊이질 않는다.

은혁 선배도 수진 언니랑 엮이는 게 싫진 않은지..

내내 즐거워하는 표정..

홍홍.. 이거 느낌 너무 좋잖아..




* 잘 되고 있냐? *


봉구 선배에게 문자가 온다.


* 넹.. 분위기 좋아요. 홍홍 *

* 그래? 아.. 재밌겠다. *

* 선배님도 잠깐 놀러 오실래요? *

* 지금? 나 가도 돼? *

* 네.. 술은 마시지 말고 그냥 같이 놀면 되죠 뭐.. 외출증 끊고 잠깐 나와요.. *

* 그럴까? *

* 넹.. 홍홍.. 여기 길 건너편 XX호프에요. 언능 오세요 *




.............

그나저나 봉구 선배는 왜 안오는거야..

30분이 넘도록 안 오기에..

전화를 걸었다.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


...........

배터리가 다 닳았는지.. 핸드폰이 꺼져 있다.

피곤해서 그냥 안 오기로 한 건가?

괜시리 궁금해지네..





"2차로.. 노래방 어때?"


.............

은혁 선배가 간만에 술이 좀 들어갔는지..

신이 난 모양이다.


"하하.. 좋지.. 수진씨는 어때요?"

"전 좋아요.."


..............


"지연이도 갈 거지?"


은혁 선배가 나의 의향을 묻는다.


"아.. 그..글쎄요. 전 잠깐 병원에 좀 다녀 와야 될 거 같은데.."

"왜?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봉구 선배가 연락이 안 돼서요. 가서 확인 좀 하고.. 내키면 같이 나올게요.."

"그래? 하하.. 그래 그럼.. 봉구도 오라고 해.."

"네.. 먼저 가 계세요. 언니 그럼 좀 있다 봐요."

"응.. 지연아.. 언능 다녀와.."


일행들과 헤어진 후.. 병원으로 향했다.



에휴.. 선배님 심심할텐데 너무 오래 놀았어.

삐진 건 아니겠지?

...........

그나저나 온다고 해 놓고 대체 왜 안 온거야?

서..설마 정말 뭔 일 있는 거 아냐?

걱정스러움에.. 발걸음이 빨라지는 나였다.




어디 갔지?

선배 병실엔 불이 꺼져있다.

..............

이상하네..

호프집에 온 것도 아니고..

어딜 간 거야?

선배의 행방을 묻고자 간호사에게 다가간다.


"저.. 혹시 김봉구씨 외출했나요?"

"아뇨.. 아까 들어오셨는데.."

"그래요?"


뭐야.. 그럼 병원에 있단 얘긴데..

불 꺼 놓고 어딜 간 거야 대체..


선배의 병실에 다시 들어와 불을 켠 후.. 침대에 걸터 앉는다.

그리고.. 선배가 올 때까지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

30분이 지나도 안 오는 선배..

전화를 꺼내 다시 연락을 취해 본다.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갑니다 *


역시나 꺼져 있는 핸드폰..

..............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갔나?

병실을 나와..

병원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휴게실에도 없고..

1층 벤치들과 흡연 구역에도 없다.

옥상에 있나?

발걸음을 그 곳으로 향해 본다.




옥상으로 연결되는 문을 열자..

눈에 띄는 거라곤

다정해 보이는 한 커플의 뒷모습 뿐이다.

다시 둘러 보지만...

봉구 선배는 보이질 않는다.

..............

문을 닫고는 다른 곳을 다시 찾아 보고자 계단을 내려온다.



...........

불현듯..

방금 전 커플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뭔가 낯익던 뒷 모습..

............

서.. 설마..

아니겠지?

하지만.. 불길한 마음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확인을 해보기 위해..

옥상으로 달려가 조용히 그들의 뒤로 다가갔다.



마.. 말도 안돼.

..........

내 눈을 의심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다시 눈을 비비고 재 확인을 해보지만..

..........

역시나 분명하다.


지금..

내 눈앞엔..

선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윤아와..

그런 윤아의 어깨를 토닥여 주는..

봉구 선배가 있었다.


고요한 달빛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듯 보이는..

너무나 다정해 보이는 한 커플이 앉아있는 것이다.

................







◐ 봉구의 일기 ◑




지연이가 잠시 집을 다녀온다고 나갔다.

아.. 심심해..

어째 이놈의 병원은 환자들도 이렇게 없냐..

어제부터 6인실을 홀로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


티비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 보지만...

지연이가 없는 허전함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어이 봉구..."


지루함에 미쳐가기 직전..

은혁이와 상민이형.. 그리고 민수가 병문안을 왔다..

..........

어쩐 일들이야?


"어서 와요."

"몸은 괜찮냐?"


상민형이 묻는다.


"네.. 뭐 별거 아니었어요 하하.."

"너 기절 했다며? 하하 뭐냐 쪽팔리게.."


은혁이 녀석이 재밌다는 듯 웃는다.


"시끄러 임마.. 요즘 잠을 좀 설쳐서 그래.."

"하하.. 몸조심 해야지. 그나저나 지연이는?"


...........


"집에 갔어요."

"뭐?"


뭘 그렇게 놀래?


"아.. 거봐. 내가 전화하고 오자니까.."

"에이.. 괜히 왔잖아."


..........

뭐야..

지금 다들.. 내가 아니라 지연이 보러 온 거야?

우씨..


"언제 온다냐?"

"지연이요?"

"어.."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전화 함 해봐.. 오래 걸리면 그냥 우리도 가게.."


.............


"하하.. 상민형 그만해요. 봉구형 섭섭하실라.."


이미 섭섭하다 이놈아!

...............





"김봉구씨 약 드실 시간이에요."


간호사가 약을 들고 들어온다.


"네.."


그리곤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약을 건네고 나간다..


"오.. 간호사 이쁘다."


민수가 먼저 감탄사를 내지른다.


"그러게.. 오.. 심은하 닮았다."


............


"봉구 이놈이 여자 복을 좀 타고 났나 봐요. 하하"

"시끄러.."





"야.. 그럼 몸조리 잘해라. 우린 이만 가보마."


10여분 정도 앉아서 자기들끼리만 얘기 하더니..

자리를 일어선다.

...........

이럴 거면 뭐 하러 온 거야..

그냥 전화나 한 통 해주고 말지..




"아.. 지연이 좀 간만에 볼까 했더니 아쉽네.."

"그러게요.."

"너.. 별로 안 아퍼 보이는데 웬만하면 그냥 퇴원하지 그러냐?"


...............


"언능 꺼져라 임마.."

"하하.. 삐지긴.."





"아까 오신 분들은 친구분들이에요?"


주사를 놓으러 들어온 간호사가 묻는다.


"네.."

"여자 친구들은 있어요?"

"누구요? 아까 온 사람들요?"

"네.."


뭐야..

관심 있나 보네?

훗..


"아뇨.. 아마 다 없을 거에요."

"어머.. 그래요?"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는 간호사..

........

이 여자.. 뭔가 엄청 단순해 보인다.


"왜요? 소개 시켜 줄까요?"

"그럴래요?"


뭐야.. 대놓고 오케이네?


"..........."

"아.. 그런데 누구로 하지? 다 멋있던데.."

"한명씩 설명해 드려요?"

"그래 주실래요?"


...........

갑자기 급 친한 척을 해오는 그녀였다.


"우선 키 크고 안경 쓴 줄무니 티셔츠 입고 온 친구가 은혁이란 놈이구요. 조인성 닮아 가지고 완전 잘생긴 놈 있었죠? 걔가 민수.. 그리고 정장 입고 왔던 게 상민이형 이에요.."

"아.. 그렇구나.."

"누구 관심 있어요?"

"음.. 전 그 은혁이란 사람 분위기가 맘에 들던데.."


............


"걔는 여자 별로 관심 없는앤데.."

"에이.. 그건 모르는 거죠. 관심 생기게 만들 자신 있어요. 성격은 어때요?"

"누구요? 은혁이?"

"네.."

"별론데.."

"그래요?"

"네.. 성격은 나머지 두 명이 좋죠."

"그래도 그냥 은혁인가 그 사람으로 할게요.."

"............"




"뭔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고 있어요?"


때마침 지연이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

에궁.. 지연이가 간호사랑 말도 섞지 말라고 했는데..

하필 딱 한 번 히히덕 거리던 지금 상황에 들어올게 뭐람..

설마 화내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아.. 아냐.."

"그럼 좀 있다 다시 올게요. 그때 얘기해요."


그러더니 후다닥 차트를 챙겨 나가는 간호사였다.


"............."

"뭐에요? 지금 저 간호사랑 히히덕 거린 거에요?"


..........

역시나.. 뾰루퉁 해 하는 그녀였다.


"아냐.. 그냥 아까 은혁이랑 민수. 상민형이 병문안 왔는데 저 간호사가 은혁이한테 관심이 있는 거 같아서.. 그 얘기 하던 중이었어.."

"은혁 선배요? 오.. 진짜?"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지연이였다..

흠... 다행히 삐지진 않았군.


"어.. 거 잘생긴 상민형하고 민수 놔두고 도대체 은혁이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원.."

"에이.. 선배님이 몰라서 그렇지.. 은혁 선배가 뭔가 묘하게 여자들을 끄는 매력이 있어요.."

"그러냐? 너두 그래?"

"그럼요.. 저도 첨 봤을 때.. 선배의 그 우수에 찬 눈빛에 막 설레고 그랬는데.."

"............"

"왜요? 질투나요?"

"아니 별루.."


뭐야..

나 이외의 남자에게는 관심조차 없어 보였던 지연이가

저런 오타쿠 같은 놈한테 설랬다고?

상민형도.. 민수도 아닌.. 저 은혁이 놈한테?

...........

기분 나쁘네 이거..


"질투 맞는데요 뭘.. 홍홍.."

"질투는 무슨.."




그나저나.. 수진씨에게 은혁이를 소개해주겠다는 지연이..

성격도 어찌나 급한지..

오늘 당장 소개를 시켜줘야겠다며 은혁이에게 전화를 거는 그녀였다.


* 선배님 뭐해요? *

* 그래요? 아.. 그럼 안되겠네.. *

* 아뇨 그냥 뭐.. 친구랑 술 한잔 하는데 선배도 같이 마실까 해서요.. *

* 넹.. 그래요 *


딸깍~


"온 데냐?"

"당연하죠.. 제가 술 마시자는 데 설마 튕기겠어요?"

"............"


은혁이 이놈은..

엄연히 남친이 있는 지연이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아직도 미련 남은 거 아냐?

암튼 맘에 안 들어.


"그럼 간호사 언니한테 가서 얘기를 해야겠네요.. 홍홍.."

"그래.. 하하.. 지연이가 수고가 많구나."


지연아..

부디 얘들 꼭 이어줘라.

은혁이 그 놈 너한테 관심 좀 끊게..

꼭~ 둘이 이어줘야 돼.. 꼭!


"홍홍.. 뭘 이 정도 가지구.. 그럼 잠깐 다녀올게요."





"지연씨.. 저 퇴근했어요.."


문을 열고 수진씨가 들어온다.

간호사복을 벗어 던지고 외출복으로 갈아 입은 그녀..

헐.. 꽤 이쁘네?

............

하긴 뭐 지연이에 비하면야.. 훗..

슬쩍 지연이를 본다.


............

아닌데..

지금은 지연이 만큼 이쁜 거 같은데?

이상하네..

요 몇일 지연이가 좀 피곤해서 그런가?

천하의 미모 지연이가..

어떻게 수진씨에게 위협을 당할 정도가 된 거야?

내 눈이 미쳤나?


............

지연아.. 분발 해야겠어.

집에 가서 꽃단장 좀 다시 해보자꾸나..




"선배님.. 저 금방 끝내고 올게요. 심심해도 좀만 기다려요."

"하하.. 아냐.. 천천히 놀다 와. 난 괜찮으니까.. 그리고 수진씨도 화이팅이요.."

"네.. 고마워요.. 낼 뵈요 그럼.."


환하게 웃으며 나가는 그녀였다.




..............

그나저나 심심해 죽겠다.

도대체 지연이는 왜 안 오는 거야..

문자 한 번 보내볼까?


* 잘 되고 있냐? *

* 넹.. 분위기 좋네요.. 홍홍 *

* 그래? 아.. 재밌겠다.. *

* 선배님도 잠깐 놀러오실래요? *

* 지금? 나 가도 돼? *

* 네.. 술은 마시지 말고 그냥 같이 놀면 되죠 뭐.. 외출증 끊고 잠깐 나와요.. *

* 그럴까? *

* 넹.. 홍홍.. 여기 길 건너편 XX호프에요. 언능 오세요 *


그래..

뭐 잠깐 가서 구경이나 하다 오지 뭐..

접수대에 가서 외출증을 끊은 후 XX호프로 향한다.





2층에 위치한 호프집 문 앞에 다가와..

투명한 문으로 안을 살짝 들여다 본다.


어라?

지연이가 저쪽에 있긴한데..

은혁이와 수진씨만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상민형. 민수가 다 앉아 있다.


.............

분위기가 너.. 너무 좋은 거 같은데?

다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얼굴에 웃음들이 끊이질 않는다.


............

잠시...

멍하니..

그들의 그런 화기애애함을 지켜보고 만다.




문을 열고 들어가야 되는데..

차마 문고리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진 않은데..

...........

왠지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거 같다.

누가 봐도 어울리는

선남 선녀들..

그런 곳에 나 같은 놈이 앉는다면?

..............


아..

왜 이러는 거냐 봉구야..

당당해지기로..

절대 꿇려 하지 않기로 했었잖아.

갑자기 왜 또 소심해지는 거냐고..

..............


애써 내 자신에 대한 질책을 해 보지만..

눈 앞으로 펼쳐진

또 다른 세상에 대한 높은 장벽 앞에선..

그 어떤 것도 무용지물이었다.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

병원 쪽으로 향해버리는 나였다.

.........





사귀기만 하면 마냥 행복하기만 할 거 같았다.

서로 사랑하기만 하면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무인도 에서나 가능했던 일이었나 보다.

이런 사소한 일에도..

심란해 하는 나를 보니..

앞으로 닥쳐올 시련들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해지기 시작한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사랑으로 극복할 생각이었다.

지연이도 내가 그러길 바랬고..

나도 분명 그럴 수 있다고 자신 있어 했다.


근데..

생각만큼 쉽질 않다.

아니..

너무 어려워 감당하기조차 버겁다.


지연이에게..

너무 안 어울리는 남자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면..

초라함에 몸서리를 쳐야 했고..

주변 사람들의 조롱과 비웃음을 직접 보게 될 때면..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를 가장 괴롭혀 온 건..

이런 고민을..

어디 가서 내색조차 못하고 혼자 끙끙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빠 어디에요?"


윤아다.

웬일이지?

찹찹함이 극에 달해갈 무렵..

윤아에게 전화가 온다.


"어.. 나 지금 잠깐 밖인데 웬일이야?"

"그래요? 저 병문안 왔는데.. 외출 하셨다고 하길래요"


.........


"아.. 그래? 나 지금 들어갈건데.. 좀만 기다릴래?"


조용히 바람이나 쐬고 싶었지만..

홀로 날 보러 병문안을 와준 윤아를 그냥 보낼 수 없었기에..

후다닥 병원으로 향했다.




"외출도 하시는 거 보니까 괜찮으신가 봐요?"

"어.. 하하.. 근데 혼자 온 거야?"


그나저나 윤아가 왜 이렇게 반가운 건지 모르겠다.


"네.. 다들 집에 내려가서요. 근데 지연이는 어디 갔어요?"

"어.. 상민형.은혁이.민수랑 술 마시러 갔어.."

"그래요? 이그.. 오빠 놔두고 혼자 간 거에요?"

"아.. 아냐 좀 그럴 일이 있어서.. 너도 좀 있다 가 보던가.."


윤아까지 끼면 3:3 딱 맞겠군.

.........

한숨이 더해져 간다.


"아뇨.. 귀찮아요. 모처럼 오빠랑 얘기나 하다 가죠 뭐.."


...........


"그럴래?"


고마운 윤아..

괜히.. 뭉클해진다.




병실에서 얘기 할까 하다가..

담배도 필 겸.. 밤바람도 쐴 겸..

윤아를 데리고 옥상에 올라와 있다.


"연애 하는 기분이 어때요?"


나에게 음료수를 건내며 묻는 윤아..


"좋지 뭐.."

"부럽네요."

"너도 하면 되지.."

"안생기잖아요.."

"너 좋다는 남자 많지 않냐? 한 명 골라서 사귀면 되지 걱정은.."

"그렇지도 않아요.. 에휴.."

"민수랑은 잘 안되냐?"

"..........."

"난 민수가 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축제 때 기억 안나요?"

"축제?"

"지연이 좋다고 고백하던 거요.."

"그때야 그랬을지 몰라도 뭐.. 그 후론.. 너 좋아한 거 아니었어?"

"그렇지도 않아요. 제가 여자처럼 안 보이나 봐요.."

".............."

"기집애.. 얄미워 죽겠어. 내가 좋아하는 남자들 다 뺏어가고.."

"응?"

"아.. 아니에요..."


..........




"야.. 니가 보기엔.."

"네.."

"니가 보기엔.. 나랑 지연이.. 어떠냐?"


왜 일까..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이었는데...

분위기에 취해서 인지..

나도 모르게 윤아에게 이런 질문을 해버리고 만다.


"뭐가요?"

"어울리는 거 같냐?"

"뭔 소리에요?"

"아니 뭐.. 그냥.. 왠지 자꾸 내가 지연이 남자 친구로서.. 자격이 되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자신 없어요?"

"어.. 좀 그렇네.."

"하긴 뭐.. 그럴 만도 하겠네. 왠지 이해할 거 같아요.."

"응? 뭘 이해해?"

"저도.. 민수 오빠 여자 친구가 되면.. 오빠처럼 맨날 그런 생각 하고 살 거 같아요."

"............."




"오빠.."

"어.."

"잠깐만 어깨에 좀 기대도 돼요?"

"어?"


그러더니.. 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무작정 어깨에 얼굴을 기대오는 윤아였다.


"............."

"미안해요. 외로워서 그러니까.. 하루만 봐줘요."


...........

얘는..

왜 이러고 있을까..

늘 밝고 명랑한 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이런 힘 없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측은해진다.


"아냐.. 뭐.. 오늘은 나도 기분이 좀 찹찹한데.. 그냥 잠깐 이러고 있자.."

"고마워요."




오랜만에 느끼는 고요함..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서로에게 기대고 있긴 하지만..

난 알 수 있다.

나나 윤아나..

서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냥 단지..

더 외롭지 않기 위해..

잠시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임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지연아..

어떡하냐?

나..

갈수록..

자신이 없어져.




(다음편에 계속)

aa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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