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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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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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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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34화

DUMMY

◐ 지연의 일기 ◑




"여기 파전 나왔다."

"네.. 지금 가요."


정신이 없다.

나와 태희까지 써빙팀으로 합류해야 할 정도로..

축제 마지막의 주막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선배님도 할 거 없으면 써빙이나 해요. 앉아서 놀지만 말고.."


바빠 죽겠는데 카운터에 앉아서..

윤아랑 장난만 치고 있는 봉구 선배가

영 거슬리고 있었다.


"노는 거 아냐. 카운터 보는 거지."

"이씨.. 카운터는 윤아가 보잖아요."

"어? 아 그런가? 윤아야.. 가서 써빙 좀 해라. 카운터는 내가 볼 테니까.."


............

암튼 게을러 터져가지구..

으이그..




"어머 안녕하세요.."


민수 선배도 방문을 했다.


"아.. 안녕. 고생이 많네.."

"네.. 놀러 오신 거에요?"

"어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렸어. 장사는 잘돼?"

"네.. 정신 없어요."

"하하.. 이거 나라도 좀 도와줘야겠네. 기다려."

"어머..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냐. 괜찮아.."


어쩜 이렇게 매너까지 좋은지..

이러니 여자들이 안 넘어가냐고..


"어머 오빠..."


............

윤아 저 기집애는 아무나 다 오빠래..

뭐야.. 민수 선배랑은 또 언제 이렇게 친해졌어?


"아.. 윤아도 있었구나."

"네.."

"힘들지?"

"아니에요. 이 정도야 가뿐하죠."


............

둘이 뭐 사귀기라도 한 거야?

분위기 왜 이래?




"선배님은 민수 선배 보고 뭐 느껴지는 거 없어요?"

"뭐가?"

"봐요.. 저 팔 걷어 부치고 열심히 일 하는 거.."

"짜식.. 한참 팔팔할 때지.. 나도 저 나이 때는 열심히 했어."

"한 살 차이 아니에요?"

"............."




그나저나 오늘 밤에 가수들 공연 온다는데..

아.. 보러 가고 싶다.


"윤아야.. 오늘 가수 누구 온데?"

"응.. 크라잉넛 하고.. 버즈 온다는 거 같던데.."

"뭐? 버즈? 진짜?"


뭐야.. 왜 난 몰랐지?

몇일 전에 애들 얘기하는 거 들었을 땐

분명 버즈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갑자기 섭외 한 건가?

............


"왜? 버즈 좋아해?"

"당연하지. 고딩때부터 버즈 짱팬 이었는데.. 힝.."

"어머.. 그래?"


아.. 그나저나 버즈가 온다면

무조건 공연하는 거 보러 가야 되는데..

써빙이 이렇게 바쁘면 눈치 보여서

말도 못 꺼낼 거 같고..

어떡하지?


때마침 눈 앞으로 보이는 봉구 선배..

아.. 선배한테 부탁해 볼까?

봉구 선배가 승철 선배한테 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래.. 한 번 부탁해 보자.


슬쩍 봉구 선배에게 다가간다.


"선배님 그거 알아요?"

"뭐?"

"오늘.. 가수 크라잉넛하고 버즈 온데요.."

"누구?"

"크라잉넛하고 버즈요.."

"유명한 애들이냐?"


.............

아니 이 선배는 어디 동굴에서 살다 왔나..

그 유명한 크라잉넛하고 버즈를 모른단 말야?


"으이그.. 웬만하면 세상 돌아가는 것 좀 확인하고 살아요. 그 유명한 가수들을 몰라요?"

"나 원래 대중가요 별로 안 들어서 잘 몰라. 근데 걔들이 오는 게 왜?"

"에휴.. 그냥요. 저 버즈 팬이었는데.."

"아.. 그래?"

"네.. 이 주막만 아니면 가서 공연하는 거 눈앞에서 볼 수 있을텐데.. 아.. 아까워 진짜.."


슬쩍 선배에게 뉘앙스를 풍긴다.


"보고싶냐?"


오..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는 건가요?


"그럼 뭐해요.. 어차피 못 보는데.."


최대한 아쉬워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선배에게 하소연을 한다.


"그건 그렇지.."


뭐야..

끝이야?

............

난 또 볼 수 있게나 해주는 줄 알았잖아..


"선배님이 승철 선배한테 얘기 좀 해주면 안돼요?"


그냥.. 대놓고 청탁을 해버리는 나였다.


"뭘?"

"지연이랑 가서 공연 구경 좀 한다고.. 슬쩍 저 좀 빼줘요."

"에이.. 딴 애들 저렇게 고생하는데 너만 어찌 빼줘.."

"이씨.. 어차피 써빙 4명이면 충분해요. 저하나 빠진다고 티도 안나요.."

"하하.. 너 왜 이렇게 치사해졌냐? 딴 애들 고생하는 거 봐라.. 쟤들도 지금 공연 보고 싶어 난리구만.."


이씨.. 언제부터 애들 생각했다고 이래?

흥!!




"지연아.. 수고좀 해. 나 먼저 간다."


잉? 윤아 쟤는 어디가?

민수 선배랑 함께 나가려는 윤아의 모습에 잠시 당황을 한다.


"윤아 너 어디가? 써빙 해야지.."

"아.. 공연 보러 가. 민수 오빠가 승철 선배한테 얘기해 줬어."


...........

뭐야.. 치사하게..

다들 고생하면서 써빙 하는데..

혼자만 가겠다고?


"민수 선배님.. 저는요?"


.............

써빙하는 친구들에겐 좀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에겐 버즈가 먼저야.

미안해 얘들아..


"아.. 지연이도 가고 싶어? 어.. 잠깐 기다려 봐."

"윤아.. 너 치사하게 혼자 가려고 했단말야? 홍홍.."

"치.. 기집애. 자기도 가고 싶었으면서 뭘.. 호홍.."

"니들.. 지금 일 안하고 도망 가면서 뭐가 좋다고들 난리야?"

"됐어요. 흥!!"


잠시 후 민수 선배가 나온다.


"야.. 지연이도 가자. 내가 얘기해 놨어. 다른 애들이 와서 도와준데.."


진짜? 우왕..


"오.. 진짜요? 우와.. 민수 선배님 짱!"

"야 니들 가면.. 여긴 어떻게 하라고?"

"민성이하고 영철이가 와서 도와 준 데요. 바로 올 거에요. 형도 심심하면 가요."

"어? 그.. 그럴까?"


..............

뭐야.. 치사하다고 할 땐 언제고 좋다고 따라붙네.




무대에는 축하 공연에 앞서

노래 자랑. 장기자랑. 댄스 경연대회 등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은 잠깐 쉬어가는 타임이었고..

사회자가 학생들을 한 명씩 무대로 불러내어

자기소개나 학과. 동아리 등의 홍보 시간을 갖게 해주고 있었다.


"자.. 이번에는 어떤 분을 모실까요. 어디 보자.. 아.. 저기 아주 훤칠하게 잘생긴 학생.. 한번 나와 보세요."


그러면서 우리 쪽을 가리키는 사회자..

민수 선밴가?


"어머.. 민수 선배님인가 봐요. 빨리 나오래요."


옆에서 윤아가 부추긴다.


"나? 나 맞아?"

"네.. 거기 학생 맞습니다. 이쪽으로 나와주세요.."


어이쿠.. 민수 선배 창피하겠당.

어리둥절해 하며 나가는 민수 선배..


"오오오~~~"


선배가 무대에 오르자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온다.


"와.. 뭐야.. 너무 잘생겼다."

"어머.. 짱이다.."


...............

옆에 여자애들도 난리가 났다.


"지연아.. 민수 오빠가 확실히 잘생기긴 했어. 그치?"

"어.. 뭐.. 생긴 건 그렇지."


슬쩍 봉구 선배를 본다.


"뭐야.. 왜?"

"아니에요. 그냥 함 봤어요."


............

어쩜.. 이렇게 평범하실까..

아무리 봐도..

뭐하나 잘난 데가 없어.


"자.. 자기 소개 좀 부탁합니다."

"아.. 네.. 전 영문과 00학번 정민수라고 합니다."

"오오오~~"

"꺄아아악~~~"


............

뭔 비명 소리까지 들리고 난리야..


"정민수 군은 애인 있습니까?"

"아.. 아직 없습니다."

"꺄아아아악~~~"


.................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는 있습니다."

"오오오오~~~~"


여자들의 비명 소리는 줄어들고..

남자들의 함성만 커진다.

훗.. 팬클럽 다 떨어져 나가겠네..


그나저나 지금 사람들 이렇게 많은 앞에서

공개 프로포즈라도 하겠단 거야?

훗.. 민수 선배도 은근히 낭만적이구나..


"선배님도 좀 배워 봐요."


옆에 봉구 선배에게 슬쩍 말을 꺼낸다.


"뭘?"

"저렇게 용기 있게 남들 앞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면.. 어떤 여자가 안 넘어 가겠어요? 나 같아도 넘어 가겠네."

"하하.. 뭐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야 저런 걸 하든 말든 하지.."

"하긴 뭐.. 으이그.."


다시 무대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 그럼 혹시 이 자리에서 좋아하는 여자를 공개 하실 수 있으십니까?"

"네.. 하겠습니다."

"오오오오~~~~"


엄청난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

그나저나 누구길래 저래?

우리과 사람 중에 하난가?

아니면.. 윤아?

하긴.. 아까 보니까 둘이 엄청 다정해 보이던데..


슬쩍 윤아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두 손 꽉 쥐고..

민수 선배만을 응시하고 있다.

어머.. 진짠가 보네..


"누구입니까.. 정민수군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은?"


두구두구두구둥...

분위기에 맞춰 드럼 소리가 울려 퍼지고..

긴장감이 맴도는 순간 이었다.


"네.. 영문과 1학년 이지연양 입니다."


헉..

뭐.. 뭐야..

나라고?


"오오오오오~~~~"


함성이 더 커져 버렸다.


"자.. 영문과 1학년 이지연양 이랍니다. 혹시 여기에 와 있습니까?"

"네.. 저기에 함께 왔었습니다."


그러면서 손으로 나를 가리키는 민수 선배..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향하고..

무대를 비추던 조명도 나에게 집중 되어 버렸다.

...............


"자.. 이지연양도 무대로 좀 올라와 주세요."


..............

미쳤어?

지금 이 많은 사람들 앞으로 올라 오라는 거야?


사회자를 향해

싫다고.. 팔을 흔든다.


"하하.. 지연양이 좀 부끄러운 모양입니다."

"올라가~ 올라가~ 올라가~"


갑자기 관중석에서 수 십 명의 사람들이 외치기 시작한다.

으앙.. 어뜩해..


"선배님.. 저 어떡해요?"

"어? 글쎄다. 귀찮으면 올라 가지마."


...............

선배 말대로.. 그냥 버티기로 했다.

아.. 쪽팔려 진짜..


"오오오오오~~~~"


잉?

또 뭐야?

갑자기 민수 선배가 무대를 내려온다..

그러더니..

나의 손을 붙잡곤..

헉..


"서.. 선배님 뭐하세요?"

"올라가자 지연아."

"아.. 안돼요.. 서.. 선배님.."

"그냥 와. 나도 창피해.."

"그.. 그래도 안돼요. 저 못해요!!"


완강하게 저항해 보지만..

민수 선배의 팔 힘이 너무 세서..

끌려 갈 수 밖에 없었다.


당황한 나머지 봉구 선배에게..

잡아 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었지만..

이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말없이.. 그냥 쳐다만 볼 뿐이었다.

................




결국 민수선배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올라오게 되었다.

...............


"자.. 지연양.. 너무 창피해 하지 마세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관중들이 얼어 붙은 나를 위로라도 해주듯

다같이 외쳐 주고 있다.


"와.. 그나저나 엄청난 미인분이 올라 오셨네요 하하하.. 민수군이 반할 만 하겠어요."

"................."

"자.. 그럼 자기 소개 좀 부탁해도 될까요?"


그러면서 마이크를 건넨다.


"저.. 저는 영문과.. 01학번.. 이..지연 이라고 합니다."

"오오오오~~~~"


눈앞이 캄캄하다.

관중들의 소리는 들려 오는데..

정작 관중이 보이질 않는다.


눈에 띄는 거라 곤..

윤아랑 나란히 서있는 봉구 선배 뿐이다.


"자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자리에서 공개 프로포즈를 갖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더니..

무대 밖에서 스텝이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나온다.


...............

이거 맨날 티비에서 보던 거잖아.

선택의 시간.. 어쩌구 하면서..


"자.. 이제 정민수 군은 이 꽃을 들고 이지연양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를 합니다. 지연양은 이런 민수군의 마음을 받아주고 싶으면 꽃을 받아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뒤돌아 무대를 내려 가시면 됩니다."


"오오오오~~~"


...............

어쩌지?

나 아직 마음에 준비도 안됐는데?

아니.. 마음의 준비고 뭐고

민수 선배를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그래도.. 여기서 거절해 버리면..

민수 선배는 창피해서 얼굴 어떻게 들고 다녀..

어떡해..

정말 어떡해..


"자.. 그럼.. 민수군은 프로포즈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민수 선배가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아..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왜 나 같은 애한테 이러고 있는 거야..

나보다 더 좋은 여자도 분명 많을텐데

왜 하필 나냐고..


"지연아.. 내 마음을 받아줄래?"


.............


"받아줘~~~ 받아줘~~~ 받아줘~~~"


관중들도..

내가 민수 선배의 마음을 받아주길 기대하는 듯..

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해 버린다.

............




떨리는 마음으로 관중석을 바라 보았다.

빼곡히 들어찬 수십.. 아니 백 명도 훨씬 넘어 보이는 관중들..

하지만 그런 관중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희미해 보였다.

그나마 선명하게 보이는 거라곤

무대만을 응시하며 미동조차 하고 있지 않은 봉구 선배 뿐이었다.




선배님

저 어떡해요?

분위기에 휩쓸릴 거 같아요.

내 마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장미꽃을 들어 버릴 거 같다구요.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을 하니까..

민수 선배도 이렇게 애절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니까..

저도 지금 흔들리고 있다구요.


선배님..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아니 뭐라고 표정이라도 좀 지어 보란 말이에요.

나.. 정말 민수 선배랑 사귀어도 되는 거에요?

그런 거에요?


...........

하지만..

선배의 표정은..

결코.. 변하질 않는다.




선배님..

괜찮은 거에요?

이젠 맨날 밥 혼자 드셔야 되고..

집에도 혼자 가셔야 할텐데 어쩌실 거에요?

할 일 없어서 오락실이나 다니셔야 할 거고..

시도 때도 없이 오던 문자들이 뚝 끊기실텐데 어쩌실 거냐구요..

민수 선배의 마음을 받아주지 말라고..

너 없으면 심심해서 못 산다고..

고개 한번만 흔들어 준다면..

바로 거절하고 내려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제가 지금..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건가요?

왜 아무런 반응이 없으신 거에요?

정말로 그동안 제가 그렇게 귀찮았던 거에요?



다시 한 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쳐다 보지만..

선배의 얼굴에선..

그 어떤 아쉬움이나 서운함의 표정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선배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




"오오오오오오오~~~~~~"


결국..

장미꽃을 들어 버렸다.


"축하합니다. 이지연양이 정민수 군의 마음을 받아 주었습니다."

"고마워 지연아.."


그러더니..

일어나서 나를 확 껴안아 버리는 민수 선배였다.

...............


"오오오오오오오오~~~~~~"


당황스러움도 잠시..

그냥 모든 걸 체념해 버린다.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


민수 선배의 품에 안긴 채..

저 멀리 관중들 사이를 빠져 나가는

봉구 선배만을..

멍하니 바라 보기만 할 뿐이었다.







◐ 봉구의 일기 ◑




축제 마지막 날.

이젠 대놓고 주막에 죽치고 앉아있었다.

뭐.. 지연이가 주막에서 하루 종일 보내고 있기에..

나로서도 별 수 없는 선택이었다.


"형.. 할 일도 없는데 여기서 뭐 하러 이렇게 죽치고 계세요?"


............

승철이 녀석도 빈둥빈둥 앉아 있는 게 걸리적 거렸는지

한마디 휙 던지고 간다.




"오빠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거라니까요.."


윤아가 옆에서 수하를 가르쳐 주고 있다.

뭐.. 배우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딱히 뭐라도 하고 있지 않으면 할 일 없어 보일 거 같아서..

애써 같이 놀아주는 척 하는 중이다.


에공..

카운터를 지연이가 보면 더 흐뭇한 시간일텐데..

아쉽네.


"선배님도 할 거 없으면 써빙이나 해요. 앉아서 놀지만 말고.."


나랑 윤아가 너무 재밌게 놀고 있는 게 부러웠는지..

와서 투정을 부리고 있는 지연이..

훗.. 귀여워..


"노는 거 아냐.. 카운터 보는 거지."

"이씨.. 카운터는 윤아가 보잖아요.."

"아 그런가? 윤아야 가서 써빙 좀 해라. 카운터는 내가 볼 테니까.."


미안해 윤아야..

내가.. 써빙 볼 나이는 지났잖니..




"어머 안녕하세요.."


지연이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 건..

다름 아닌 민수였다.

.............


뭐야.. 저놈 또 왜 온거야..

신경 쓰이게..


"아.. 안녕.. 고생이 많네.."

"네.. 놀러 오신 거에요?"

"어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렸어. 장사는 잘 돼?"

"네.. 정신 없어요."


다정하게 얘기 하지 마.. 쫌..


"하하.. 이거 나라도 좀 도와줘야겠네.. 기다려.."


............

저 자식 저거...

예전에 남자들끼리만 있을 땐 생전 일도 안 하던 놈이..

여자 앞이라고.. 쯔쯧..


"어머..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냐.. 괜찮아.."




그나저나 오늘 축하 공연으로 꽤나 유명한 가수들이 오나 보다.

나야 그런 거에 별 관심이 없어서 상관이 없는데..

왠지 지연이 표정은 그게 아닌 거 같다.


"이 주막만 아니면 가서 공연하는 거 눈앞에서 볼 수 있을텐데.. 아.. 아까워 진짜.."


역시.. 그런 거였군.


"보고싶냐?"

"그럼 뭐해요.. 어차피 못 보는데.."

"그건 그렇지.."


지연이에게 미안 했지만..

사실.. 난 그냥 이 주막에서

끝나면 술이나 한 잔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도 싫었고..


"선배님이 승철 선배한테 얘기 좀 해주면 안돼요?"


..............


"뭘?"

"지연이랑 가서 공연 구경 좀 한다고.. 슬쩍 저 좀 빼줘요.."


그냥.. 얌전히 여기 있다가 술이나 마시자꾸나..


"에이.. 딴 애들 저렇게 고생하는데 너만 어찌 빼줘.."

"이씨.. 어차피 써빙 4명이면 충분해요. 저하나 빠진다고 티도 안나요.."


...........


"하하.. 너 왜 이렇게 치사해졌냐? 딴 애들 고생 하는 거 봐라. 쟤들도 지금 공연 보고 싶어 난리구만.."


미안해 지연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여기서 술이나 마시는 게 더 좋을 거 같구나.. 훗..




"지연아.. 수고 좀 해.. 나 먼저 간다."


쟤 갑자기 어디가?

윤아가 민수랑 어디를 갈 모양이다.


"윤아 너 어디가? 써빙 해야지.."

"아.. 축하 공연 보러 가. 민수 오빠가 승철 선배한테 얘기 해줬어."


오 그래?

우리 윤아가 큰 일 한 건 했구나.

안 그래도 저 민수 녀석 신경 쓰였는데..

잘했다.


민수 데리고 나가서..

오늘 둘이 불타는 밤을 보내도록 하렴..

지연이 눈에 안 띄는..

어디 먼 곳으로..


"민수 선배님.. 저는요?"


...............


"아.. 지연이도 가고 싶어? 어.. 잠깐 기다려봐."


뭐야.. 이거..

민수 녀석 왜 저렇게 오버해?

설마 승철이가 승낙해 주는 건 아니겠지?


"윤아.. 너 치사하게 혼자 가려고 했단 말야? 홍홍.."

"치.. 기집애. 자기도 가고 싶었으면서 뭘.. 호홍.."


시끄러 죽겠네.. 이것들..


"니들.. 지금 일 안하고 도망가면서 뭐가 좋다고들 난리야?"

"됐어요.. 흥!!"


............


"야.. 지연이도 가자. 내가 얘기해 놨어. 다른 애들이 와서 도와준데."


................

뭐야.. 주막은 어쩌고 애들을 다 보네?


"오.. 진짜요? 우와.. 민수 선배님 짱!"

"야.. 니들 가면 여긴 어떻게 하라고?"

"민성이하고 영철이가 와서 도와준데요. 바로 올 거에요. 형도 심심하면 가요."


.............

이런 젠장..

이러면.. 나도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잖아..


"어? 그.. 그럴까?"


승철이에게 카운터를 맞긴 후..

따라 나선다.




아.. 사람 너무 많잖아..

이런 바글바글한 인파들 사이를 지나 다니는 거만큼 짜증 나는 일도 없다.

지연이만 아니면 이런 시시하고 재미 없는 행사 따윈 관심도 없을텐데..


으이그..

저 사회자는 뭐 저렇게 재미가 없냐..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하겠네.


"자.. 이번에는 어떤 분을 모실까요. 어디 보자.. 아.. 저기 아주 훤칠하게 잘생긴 학생.. 한번 나와보세요.."


헐.. 우리 쪽을 가리키는 사회자..

설마 나 부르는 거야?


"어머.. 민수 선배님 인가봐요. 빨리 나오래요."


...............

하긴.. 나 일리가 없지.


"나? 나 맞아?"


민수도 당황을 했는지.. 머뭇거린다.


"네.. 거기 학생 맞습니다. 이쪽으로 나와주세요."

"와.. 뭐야.. 너무 잘생겼다.."

"어머.. 짱이다.."


...............

암튼 이놈의 외모 지상주의.. 쯔쯧..




"자.. 자기 소개 좀 부탁합니다."

"아.. 네.. 전 영문과 00학번 정민수라고 합니다"

"오오오~~"

"꺄아아악~~~"


아.. 시끄러워 죽겠네..

뭐 저리 좋다고 난리야..

티비만 켜도 저런 애들 한 트럭씩 나오는 구만..

암튼 저 놈 맘에 안 들어.


"정민수 군은 애인 있습니까?"

"아.. 아직 없습니다."


저 녀석 뻥치는 거 봐라.

너 엊그제도 여자랑 팔짱 끼고 있는 거 봤다 임마..

암튼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는 있습니다."


.............

윤아인가 보네..

아까도 윤아만 슬쩍 데리고 나가더만.. 훗..


"선배님도 좀 배워봐요."


뜬금없이 옆에 있던 지연이가 말을 해온다.


"뭘?"

"저렇게 용기 있게 남들 앞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면.. 어떤 여자가 안 넘어 가겠어요? 나 같아도 넘어가겠네.."


그래?

저렇게 하면 진짜로 넘어가는 거냐?

나.. 민수 끝나고 올라가서 고백하면..

넘어 올거야? 진짜?


하지만.. 나에게 그런 용기 따윈 없다.

..............


"하하.. 뭐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야 저런 걸 하든 말든 하지.."

"하긴 뭐.. 으이그.."

"아.. 그럼 혹시 이 자리에서 좋아하는 여자를 공개 하실 수 있으십니까?"

"네.. 하겠습니다."


슬쩍 윤아를 본다.

어휴.. 저 기대에 찬 표정 봐라.

윤아야..

이 오빠가 제일 먼저 축하해 주마.

너의 행복이 곧 오빠의 행복이잖니..




"누구입니까.. 정민수 군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은?"

"네.. 영문과 1학년 이지연양 입니다.."


응?

잘못 말한 거 아냐?

야.. 민수야..

니가 좋아하는 건..

정윤아야..

이지연이 아니라..


...........

하지만..

그 순간..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여러가지 민수의 모습들..


* 형 쟤 어때요? 쟤 한번 꼬셔볼까요? 지연이 얼굴이나 보고 가려구요 *


..............

아 이런 젠장 할..

갑자기 심란해져 버린다..


"자.. 영문과 1학년 이지연양 이랍니다. 혹시 여기에 와 있습니까?"

"네.. 저기에 함께 왔었습니다."


민수가 우리 쪽.. 아니 지연이를 가리킨다.


"자.. 이지연양도 무대로 좀 올라와 주세요."


..............

아.. 안돼..


옆에 지연이를 보니..

역시나 당황을 했는지 안절부절 못한다.


"하하.. 지연양이 좀 부끄러운 모양입니다."

"올라가~ 올라가~ 올라가~"


갑자기 관중석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외치기 시작한다..

우씨...


"선배님.. 저 어떡해요?"


그녀가 나에게 묻는다..


"어? 글쎄다. 귀찮으면 올라가지마."


지연아..

지금 이 말은 절대로 올라가지 말라는 뜻인 거 알지?

그동안 선배랑 지내면서 선배의 말투.. 익숙해 졌잖아.

올라가지마..

절대..


나의 바램이 전해지기라도 한 건지..

그녀도 머뭇 머뭇 하기만 할 뿐

올라가려 하진 않는다.


그래 지연아.. 버텨.

너 여기서 올라가면 끝이야.

이런 거 몇 번 봐와서 아는데..

저런 무대 올라가 버리면..

니 의지와는 상관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버리는 거야.

너도 후회할 일을 해 버리는 거라고..

그러니..

꼭 버텨야 돼!


그 순간..

엄청난 환호 소리가 들리더니..

민수가 무대에서 내려와 우리들 앞으로 다가왔다.


"서.. 선배님 뭐하세요?"

"그냥 와.. 나도 창피해.."


뭐야 이 녀석.. 왜 이래?

그리곤.. 갑자기 지연이의 손을 잡아 무대로 끌고 가려한다.

아.. 안돼!

가지마..


"아.. 안돼요.. 서.. 선배님.."

"그냥 와. 나도 창피해.."

"그.. 그래도 안돼요. 저 못해요!!"


무슨 도살장이라도 끌려가는 것 마냥..

가기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이는 지연이..

잡아주고 싶은데..

아니.. 잡아줘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지연이를 잡는다는 건..

결국..

내 마음을 들켜 버리는 거고..

그게..

지연이를 보내는 것 보다 더 싫다는..

아주 엄청난 판단 미스를 해 버린 것이었다.




무대에서 얼굴이 창백해진 채 벌벌 떠는 지연이..

겨우 겨우 자기 소개는 끝마쳤다.


"자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자리에서 공개 프로포즈를 갖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무대 뒤에서 바로 장미꽃을 들고 나오는 스텝..

결국 하는구나.. 젠장..




지연아..

넌 남자 얼굴만 보고 사귀는 애 아니지? 그치?

민수랑 겨우 두 번 본거잖니..

두 번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사겨버리는 그런 애 아니짆아.

그래.. 그럴꺼야..

내가 본 지연이 너는..

잘생긴 남자만 보면 홀랑 넘어가는 그런 애 아니었어.

이상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넌 항상 남자보다도..

다른 캠퍼스의 생활들에 관심이 더 많아 보였었거든.

이런 선배의 믿음이..

헛되지 않도록..

부디 거절하고 내려와 줘 지연아..


"자.. 이제.. 정민수 군은 이 꽃을 들고 이지연양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로포즈를 합니다. 지연양은 이런 민수군의 마음을 받아주고 싶으면 꽃을 받아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뒤돌아 무대를 내려 가시면 됩니다."

"오오오오~~~"


.............

이 관중석을 폭파 시켜 버리고 싶다.


"자.. 그럼.. 민수군은 프로포즈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수가 무릎을 꿇고..

드디어 지연이의 결정 시간이 되었다.

내 심장박동수는 이미 한계치를 넘은 거 같았고..

다리도 거의 반은 풀려 있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침도 거의 마른 상태였다.


"지연아.. 나의 마음을 받아줄래?"

"오오오오오오~~~~~~"


제발 시끄러우니까 함성들 좀 그만 질러..


"받아줘~~~ 받아줘~~~ 받아줘~~~"


아.. 이 나쁜 인간들아..

당신들 때문에..

지연이가 휩쓸려 버리잖아..

당신들이 뭔데

한 여자의 마음을 결정 지으려 하는 거야.

무슨 권리로.. 어?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제발..




선택을 하기 직전인..

고민의 순간.

침묵이 흐르고..

지연이는 고개를 돌려 관중석을 한 바퀴 둘러 보더니..

결국 나에게 눈빛을 고정 시켜 버린다.



..............

잘못 본 걸까?

그녀의 표정에서

미안함이 전해져 온다.


그동안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고..

난 이제 이 남자와 함께 할 테니..

선배님도 부디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표정으로 전하고 있는 그녀였던 것이다.

.................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게 되어서였는지..

이젠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그냥.. 그동안 지연이와 함께 했던 행복한 시간들이

슬라이드처럼 눈 앞으로 지나갈 뿐이다.

동아리방에서 나를 밟았던 첫 만남부터..

좀 전에 주막에서 나에게 투정 부리던 그 순간까지..

뭔가.. 추억의 영사기라도 돌아가는 것 마냥..

하나 둘씩.. 내 눈앞을 아른거리며 지나가고 있다.


그리곤..

흐뭇했던 기억들에 취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린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에..

정신이 든다.


결국 장미꽃을 집어 들어버린 그녀.

...............

모든게 끝났다.


이제 그녀는 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여자다.

집에 데려다 줘야 할 이유도 없고..

밥을 같이 먹어야 할 이유도 없다.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할 이유도 없고..

같이 할 일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할 이유도 없다.


난 언제나처럼 다시 외톨이가 된 거고

그녀는 언제나처럼 사랑 받는 여자가 되버린 거다.

결국 나와 그녀의 인생은..

우리가 만나기 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 뿐이다.




"오오오오오오오~~~~~~"


민수 녀석이 지연이를 껴안아 버리고

지연이 역시도.. 거부하지 않는다.

.................


다른 남자 품에 안겨있는 지연이를

차마 볼 수가 없었기에..

난 성급히 몸을 돌려

군중들 사이를 빠져 나와야만 했다.





* 커플 된 거 축하한다. 잘 지내라. *

* 고마워요..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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