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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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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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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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49화

DUMMY

◐ 지연의 일기 ◑




환수 선배.서연 언니. 봉구 선배. 그리고 나..

이렇게 네명은..

화창한 주말 오전에..

환수 선배의 차를 타고..

서연 언니 소유의 별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지연아.. 그렇게 좋아?"


창밖을 보며 감탄을 내지르는 나를 보며 언니가 묻는다..


"네.. 아~ 이게 얼마만의 여행이야.. 힝.."

"하하.. 지연아 창밖으로 얼굴 너무 내밀지 마라. 위험하다."

"네.. 그나저나 우리 휴게소에 내려서 밥 먹고 가요. 제가 도시락 준비했어요."


어머.. 진짜?"


"네. 김밥 좀 쌌어요. 다음 휴게소 때 먹고 가요 우리.."

"하하.. 그래? 캬.. 울 지연이가 아침부터 고생했구나."

"홍홍.. 뭐 이 정도 가지구 그러세용.. 아휴.. 아침부터 무리를 했더니.. 어깨가 다 아프네.. 홍홍.."

"..............."


봉구 선배가 이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히힛.. 미안해요 봉구 선배..

제가 칭찬 좀 받아 먹을께요.

열씸히 재료 준비하고 김밥 싸신 노력..

제가 다 인정하고 감사해 하는거.. 아시죠? 홍홍..


"그래.. 우리 지연이 고생 많았어.. 에구구.."


언니가 나의 등을 토닥여 준다.





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화려한 풍경들이 펼쳐지더니..

아..

이건 완전 한 폭에 그림이잖아.. 흑..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단말야?


별장 앞쪽으론 탁 트인 전경이..

뒷쪽으론 산들이 둘러 쌓여있다.

조금만 걸어나가면 냇가가 있었고..

냇가 뒷편으론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세상에..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데가 많은데..

왜 다들 해외 여행 갈려고 그 난리를 치는거야 대체?





"자.. 얼른 짐부터 풀자."

"네~"


차에서 내려 각자 짐들을 짊어진다.


"어? 선배님 그건 뭐에요?


봉구 선배가.. 뭔가 큰 박스를 짊어지고 있다.


"아.. 별거 아냐. 하하.."


..........

뭐길래 그래..

술이라도 짊어지고 온 거 아냐? 훗..




별장앞 테이블에 앉아..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아..

나중에 돈 벌면..

이런 별장 꼭 하나 사야지.

너무 좋잖아 이거..


넓게 트인 경치에 취한 채..

여유로운 오전을 보내는 나였다.




"뭐해?"


아.. 봉구 선배..


"선배님도 이리 와봐요."

"왜?"

"와서.. 평화로움 좀 느껴 보세요."

"평화로움은 무슨.. 맨날 와서 지겨워 이제.."


...........


"에휴.. 김낭만이라는 사람이 어째.. "

"..........."

"근데 영상은 언제부터 찍어요?"

"어.. 점심 먹고.. 근데 왜?"

"아뇨 뭐.. 저도 도와줘야 되니까 궁금해서요.."

"너? 넌 안 도와줘도 되는데.."


..............


"에이.. 선배님 혼자 힘들어서 어찌 찍어요.. 걱정 마요. 도와드릴 테니까.."

"힘들긴 뭘.. 괜찮아. 넌 모처럼 놀러 온 거니까 맘껏 놀아.."


이씨..


"홍홍.. 도와 드릴께요."

"괜찮테두 그러네. 너 신나게 논다며? 갑자기 왜 그래.."

"이씨.. 진짜.. 도와줄 때 받아요. 괜히 나중에 딴소리 말고.."

"..........."





"자.. 두분 이쪽에서 자리 잡으시고.."


냇가 근처에서 첫 촬영이 시작된다.


"환수형.. 형이 누님 뒤에서 가볍게 안아주세요."


...........

뭐야..

누가 보면 웨딩 촬영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낯 뜨겁게 시리.. 홍홍..


"선배님 전 뭐할까요?"


아무일 없이 서있으려니 뻘쭘해서..

선배에게 묻는다.


"글쎄다. 뭐 딱히 할 건 없는데.."

"..........."

"그냥 저기 냇가 가서 발 담그고 놀고 있어라. 오래 안 걸려.."


이씨.. 증말..


"흥!! 열심히 찍으세요 그럼.. 어휴 증말.."

"............"


괜시리 선배가 얄미워진다.

뭐야..

나보곤 뭐 이번 여행의 목적이 커플 영상 찍는 거라서..

그거에만 집중 하자더니..

이제 와서 아무 필요 없다고

헌신짝 버리듯 던져 버려?


흥!!!

도와 달라기만 해봐라..

아는 척도 안할테니까..

..........


홀로..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냇가에 앉아..

물고기들을 찾으며 놀고 있는 나였다.




"지연아 가자. 들판 촬영이야.."


..........


"안가요."


어차피 거기서도 할 일 없이 빈둥빈둥 거리게 할 거면서..

뭐하러 데려간데? 흥!!


"어이 왜 이래?"

"됐어요. 전 그냥 물고기들하고 놀래요.."

"하하.. 언능 와. 거기에선 너도 좀 도와줘야 돼."


잉?

진짜?


"그래요?"


........

앗차..

살짝 삐진 척 좀 해야 했는데..

너무 바로 티를 내버렸네.

에궁..


"자.. 가요 빨리.. 지연이 너도 언능 오고.."


............

허둥지둥.. 선배 뒤를 쫓는다.




"야.. 이건 좀 그렇지 않냐?"


환수 선배가..

이번 장면의 컨셉을 놓고 불만을 제기한다.


"이거 서연 누님이 하자고 한 거에요. 저한테 따지지 마세요.."

"왜요? 뭐길래 그래요?"

"어.. 나 잡아 봐라.. 알지? 그거 하자네..하하.."


훗..

서연 언니..

너무 귀여운거 아냐?

이 드넓은 벌판에서..

환수 선배랑 술래잡기 하자는 거잖아.. 홍홍..


"잔말 말고 해 오빠.."


언니가 환수 선배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다..


"어휴.. 알았다."

"자.. 그럼 자리들 잡으시고.."

"선배 전 뭐해요?"

"어.. 잠깐만 기다려. 이거만 찍고 알려줄께.."

"네.."


선배에게서 좀 떨어진 채..

촬영을 구경하기 시작한다.


"스탠바이.. 큐.."


봉구 선배의 싸인이 떨어지자..

코믹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민망하고 유치한 장면들을 선보이는 서연 언니와 환수 선배..


크큭..

뭐야..

두분 너무 귀엽잖아.. 홍홍..


"캇.."


잉?

왜?

잘하고 있는거 같은데..


"다시요.."

"야 왜?"

"좀 재밌게 해주세요. 너무 평범해요."

"아.. 그래?"

"자.. 그럼.. 스탠바이.. 큐.."


또 한번 언니와 환수형의 술래잡기가 시작되고..


"캇.."


.........

뭐야..

왜 이래 이 선배..


"야.. 왜 또?"

"아.. 영 맘에 안 드네. 야.. 이지연 이리 와봐."


잉?

나?


"왜.. 왜요?"

"이리 와바 언능.. 형님.. 누님.. 잘 봐요. 지연이랑 제가 어떻게 하는지.."


엥?

미.. 미쳤어?

이런 민망한 걸 하라고?


"서..선배님 왜 이래요? 저 안해요.."

"야.. 보여주자. 우리가 재대로 해서 보여줘야 빨리 끝나지.."

"이씨.. 그래도 그렇지 이런 민망한 걸 어떻게 해요?"

"왜 이래.. 연기파 이지연이가.."


아무리 그래도..


"뭐.. 그건 그렇지만.. 그..그래도.."

"자.. 형님.. 누님 잘 봐요.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아.. 그리고 환수형.. 저 캠코더 좀 가서 꺼줘요."


캠코더 쪽으로 다가가는 환수 선배..


"자.. 어떻게 시작한다?"

"나 잡아봐라.. 하고 도망친다."

"그럼.. 어떻게 뛴다?"

"최대한 활짝 웃으며.. 귀엽고 깜찍하게.."

"오.. 잘 아네. 너 이거 해 본 적 있냐?"

"아뇨.. 그냥 영화에서 몇 번 봤어요.."

"그래? 잘 됐네. 자.. 그럼.. 시작한다.. 레디 액션~"


.........

나..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뭐해.. 빨리.."


헛..

선배의 불호령에..

나도 모르게..

달려나가 버린다.


"홍홍.. 저 잡아 봐요~"


...........

설마.. 선배가 말한 도움이란게..

이건 아니겠지?

억지 웃음을 띈 채..

최대한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뛰기 시작한다.


아.. 이거 뭐야..

민망해 죽겠네..


"하하하.. 너 잡히기만 해봐.."


..........

윽.. 봉구 선배 뭐야.

느끼하게..


"홍홍.. 잡아봐요 빨리.. "

"우씨.. 너 잡히면 죽을 줄 알어.."


가까이 다가와 나의 옷 자락을 잡으려 할 쯤..

슬쩍 앞으로 도망쳐준다.

물론 선배 역시도.. 잡을 생각은 없다.

이게 컨셉일테니.. 훗..


"어머 선배님.. 잡아보세요.. 뭐해요?"

"너.. 너 잡히기만 해봐.."


또다시 다가 오지만..

역시나 멀어지는 나..

훗.. 이거 은근히 재밌네..

환수 선배와 서연 언니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습 이라는 것도 잊은 채..

봉구 선배와의 술래잡기에 빠져 버리는 나였다..


"홍홍.. 뭐야.. 왜케 느려요.."

"하하.. 너 정도야.. 에잇~"


헛..

선배가 나의 팔목을 낚아채버린다..

그리곤..

강하게 나를 선배의 몸 쪽으로 끌어당긴다.

...........


"드디어 잡았군.."

"..........."


뭐야?

왜케 두근거리지?

선배의 거친 호흡 소리가..

내 귓전을 맴돈다.


아..

정신 차려 이지연..

지금은 안돼!


"야.. 니들 영화 찍냐?"


헉..

환수 선배의 목소리..

너무 술래잡기에 심취했던 나머지..

언니랑 환수 선배가 보고 있단 걸..

잊고 있었다.

아.. 쪽팔려..


"어머.. 이거 우리가 아니라 얘들을 찍어야 되는 거 아냐? 호호홍"


..........


"자자.. 암튼 잘 봤죠? 이렇게 하는 거에요. 아셨어요?"

"..........."


그나저나 뭐야 이 선배..

왜 이렇게 태연해?

지금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았단 거야?

난 이렇게 가슴이 콩닥거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이씨..


"자.. 그럼.. 레디.. 액션.."





"수고했어요."

"하하.. 그래.. 수고했다."

"뽕구 수고했어."

"네.. 뭐.."

"잘 찍은 거에요? 어디 저도 좀 봐요."

"에이 뭘 봐. 나중에 보여줄께.."

"왜요? 함 봐요.."

".........."

"어머.. 지연아.. 너 나랑 별장에 좀 다녀오자."

"별장요? 왜요?"

"어.. 커피나 한 잔 타오게.. 언능 와."

"아.. 그래요? 가요 그럼.. 홍홍"




"다 찍은 거에요?"

"어.."


............


"꼴랑 그거 찍은 거에요?"

"어.. 왜?"


뭐야.. 커플 영상이라길래 엄청난 거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겨우 그 두 장면 찍은 거였어?


"아니.. 뭐 커플 영상인데.. 그렇게 조금밖에 안 찍어요?"

"하하.. 이제부턴 그냥 별장 안에서 이런 저런 것들 찍는 거야. 밖에서 찍을 건 다했어."

"아.. 그래요? 근데 저 찍은 거 좀 보면 안돼요?"

"안돼.. 이거 딱 맞춰 놓은 거라 건들면 큰일나.."


............

뭐야.. 어차피 편집 할 거면서..


"에이.. 그러지 말고 줘 봐요.. 한번만 보게.."

"안돼.. 이 영상 잘못되면 난리나.. 절대 건들지 마."


이씨.. 진짜..


"뭐에요.. 지금 저 못 믿는다는 거에요?"

"아냐 그런 거.. 그냥 조심 하자는 거지.. 하하"


...........

아..

선배님..

섭섭하게 왜 이래요.

그동안 저와 함께 해온 일들이 얼만데..

아직도 절 못 믿으시는 거냐구요

저 그렇게 흐리 멍텅한 애 아니란 거

선배님도 잘 아시잖아요.

제가 그거 좀 본다고..

영상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 손에 꼭 쥐고 안 보여 주시냔 말이에요..

...............


"야.. 삐졌냐?"

"됐어요."

"에이.. 왜 이래.."

"됐다구요.."

"야.. 심심한데.. 너도 찍어줄께.."

"싫어요. 찍지 마요.."

"어 그래?"

"..........."

"그럼 할 수 없지.."

"............."


뭐야.. 갑자기 표정이 왜 저렇게 시무룩 해져?

내가 삐진 척 해서.. 선배도 삐졌나?

..........

이씨.. 삐질 건 난데..

왜 선배가 삐지냐고 대체...

아.. 증말..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아무 말 없이 별장으로 향한다.




"야... 이제 너 찍을 차례.."


커피 한잔 하려는 데.. 봉구 선배가 다가오며 말을 한다.


"네?"

"어.. 우리 인터뷰도 있거든."

"저희두요? 뭔데요 그게?"

"어.. 뭐 그냥.. 두분 사랑 영원해라 어쩌구 하면서.. 간단하게 찍는 거지 뭐.."

"어머.. 그래요? 오~ 좋은 생각이네요.."

"그치? 자.. 그럼 한 번 해보자."


그러면서 캠코더를 내 쪽으로 향하는 선배..


"어? 지금요?"

"왜?"

"화장 좀 하고 찍으면 안돼요?"

"............"

"기다려 봐요. 금방 해요."

"야.. 됐어. 웬만하면 그냥 하자. 시간 없어."

"에이.. 얼마 안 걸려요. 그리고 이런 중요한 영상에 이쁘게 나와줘야죠."

"야... 잠깐.."

"왜요?"

"너.. 솔직히.. 화장 안 한게.. 더 낫던데.."


.............


"에이.. 노.. 농담은.. 홍홍.."

"농담 아냐.."

"............."

"그냥.. 쌩얼로 하자. 넌 쌩얼이 훨씬 나아.."

"............."





"지연양은 지금 기분이 어때요?"

"아..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꿈이 있다면?"

"꿈? 그런 건 왜 물어봐요?"

"아 그냥 뭐.. 물어볼 것도 없고 하니까.. 하하"

"아.. 전 현모양처가 꿈이랍니다.. 홍홍.."

"이상형은 있어요?"


............


"당연하죠. 근데 요즘 들어 바뀐 거 같아요. 홍홍.."

"오.. 그래요? 뭔데요?"


갑자기 눈빛이 초롱초롱 해진 선배..

지금 내 마음 떠보는 거야? 홍홍..


"글쎄요.. 비밀이겠죠?"

"비밀? 에이.. 그런게 어딨어. 말해봐."


제가 쉽게 말해줄 거 같아요?

절대 안돼지..


"홍홍.. 비밀이에요.."

"어이.. 이런 영상에 비밀 얘기를 하면 어떡하냐. 괜찮아. 슬쩍 얘기해봐. 아.. 그냥 녹화 버튼 끌까?"

"됐어요. 저~얼대 비밀이에요."

".............."


선배도 포기했는지 카메라를 내려버린다.





"지연이는.. 집이 어디라고 했지?"


서연 언니와 평화로운 들판을 거닐며 데이트를 하는 중이다.


"대구요. 원래는 서울 살았는데 올해 초에 이사 했어요."

"아.. 집 멀어서 힘들겠네."

"그러게요.."

"부모님 안보고 싶어?"

"보고 싶어요. 안그래도 이번 주에 엄마 보러 내려 갈려구 했는데.. 여기 이렇게 와 버리는 바람에.. 홍홍"

"아.. 그렇구나.."

"언니는요? 언니는 집 어디에요?"

"응.. 난 서울이야. 서울 토박이.."

"아.. 그래요? 저랑 거의 비슷하네요..홍홍.."


언니와 한가로이.. 들판을 거닐며..

저녁 시간 전까지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언니.. 라면 다 뜯었는데.."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하고 나와 서연 언니가 주방에서 한참 준비 중이다.


"어.. 이리 가져와."

"네.."

"자.. 여기들 잠깐 보세요."


봉구 선배가 저녁을 준비하는 서연 언니를 찍기 위해 캠코더를 들고 들어온다.


"어머.. 이런 것도 찍는 거야?"

"언니.. 웃어요. 홍홍.. 이쁘게 나와야죠."

"자.. 지연이도.. 스마일"

"어머 저두요? 홍홍.."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어주는 나였다.





저녁을 먹고.. 치우고 하니 어느덧 8시가 다되어간다.

선배들은 씻고 있고..

언니는.. 설거지를 하는 중이다.

할일이 없던 나는.. 잠시 나와 바람을 쐬는 중이었다..


에고..

심심한데 별장이나 둘러봐야겠네..

터벅터벅 밤바람을 쐬며..

발걸음을 옮긴다.




어라?

뭐야 이거?

캠코더가 왜 여깄어?

잉?

이건 스크린이네?

뭐지?

혹시 커플 영상 감상하라고 셋팅해 놓은 건가?

아..

그렇구나.

와.. 별걸 다하네..

너무 로맨틱하잖아 이거..

아.. 서연 언니 넘 좋겠다.


...........

슬쩍 한 번 볼까?

뭐..

괜찮겠지?

캠코더 앞으로 다가가 재생 버튼을 누른다.


그리곤..

시작부터 등장하는 나의 얼굴에..

잠시 놀라긴 했지만..

이내 커플들이 나올 거란 생각에..

기대감을 가지고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는 나였다.




어라?

뭐지?

왜..

언니는 안 나오고..

나만

계속..

나오고 있는 거야?






◐ 봉구의 일기 ◑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창밖을 보며 한껏 들떠 있는 지연이와는 달리..

내 머리 속은..

프로포즈 계획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치의 실수도 용납 될 수 없는 계획이었기에..

차를 타고 가는 내내..

형.누님과 준비했던 시나리오를 복습 또 복습 하던 나였다.


"그나저나 우리.. 휴게소에 내려서 밥 먹구 가요. 제가 도시락 준비했어요.."

"어머.. 진짜?"

"네.. 김밥 좀 쌌어요. 다음 휴게소 때 먹고 가요 우리.."

"하하.. 그래? 캬.. 울 지연이가 아침부터 고생했구나."

"홍홍.. 뭐 이 정도 가지구 그러세용. 아휴.. 아침부터 무리를 했더니 어깨가 다 아프네..홍홍"


아..

어쩜 저렇게 사랑스럽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특허 내도 되겠어. 훗..




오랜만에 다시 찾은 누님의 별장..

나 힘들 때마다.. 환수 형과도 종종 오고..

셋이서도 함께 놀러와..

돈독한 관계를 쌓고 갔던 곳이다.


역시..

여긴 언제 와도 좋구만.


"자.. 언능 짐부터 풀자.."

"네~"


차에서 내려.. 각자 짐들을 짊어진다.




"어? 선배님 그건 뭐에요?"


헛..

지연이가 프로젝트 빔 셋트가 들어있는 박스를 보며 묻는다.


"아.. 별거 아냐. 하하.."


널 위해 준비한 거니까..

좀 있다가 보여줄게..

조금만 참으렴..




"뭐해?"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지연이..

여신이 따로 없군.

멋진 풍경과 어우러져 그녀의 자태는 더욱더 빛이 나고 있었다.


"선배님도 이리 와봐요.."

"왜?"

"와서 평화로움 좀 느껴보세요.."


평화롭단다 지연아.

너랑 이렇게 멋진 별장에 와서 앉아있는데..

어찌 안 평화로울수가 있겠니..

그냥..

여기서 너랑 평생 살면 좋겠어.


"평화로움은 무슨.. 맨날 와서 지겨워 이제.."

"에휴.. 김낭만이라는 사람이 어째.. "

"..........."

"근데 영상은 언제부터 찍어요?"

"어.. 점심 먹고.. 근데 왜?"

"아뇨 뭐.. 저도 도와줘야 되니까 궁금해서요."


..............


"너? 넌 안 도와줘도 되는데.."

"에이.. 선배님 혼자 힘들어서 어찌 찍어요.. 걱정마요.. 도와 드릴테니까.."


..................

아냐.. 넌 절대 안 도와 주는게 돕는거야 지연아.


"힘들긴 뭘.. 괜찮아. 넌 모처럼 놀러 온 거니까 맘껏 놀아.."

"홍홍.. 도와 드릴께요.."


아.. 이거 왠지 계획에 차질 생길 거 같은데?


"괜찮데두 그러네. 너 신나게 논다며? 갑자기 왜 그래~"

"이씨.. 진짜.. 도와줄 때 받아요.. 괜히 나중에 딴소리 말고.."


............

이거 이러다 자기가 커플 영상 찍는다고 난리 치는 건 아니겠지?

아.. 안되는데..




"봉구야.. 준비는 됐냐?"


별장 뒷편에서 담배를 피는데..

환수형과 서연 누님이 다가온다.


"네.. 잊지 않으셨죠? 냇가씬은 대충 하면 되는데.. 들판씬은 신경 좀 써주세요.."

"어.. 나 잡아 봐라. 그거?"

"네.."

"하하.. 지연이 걔가 하겠냐? 왠지 안 할 거 같은데.."

"뭐 안 하면 할 수 없죠.. 근데 하라면 할 거 같기도 하고.. 하하.."

"호호홍.. 지연이 걔도 좀 엉뚱한 데가 있어서 하라면 재밌게 잘 할 거 같애..호홍.."

"그러게요. 하하.. 자.. 암튼 화이팅.."

"화이팅~"


형.누님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다가올 이벤트 준비에 굳은 결의를 다진다.




냇가 근처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다.


"환수형.. 형이 누님 뒤에서 가볍게 안아 주세요."


형과 누님에게 지시를 내린다.


"선배님 전 뭐할까요?"


.............

에공.. 지연아. 넌 가서 찍힐 준비 해야잖니..

여기 있으면 안돼.


"글쎄다.. 뭐 딱히 할 건 없는데.."

".........."


말이 없는 그녀..

뭔가 도와주고 싶어서 물어본 거 같은데..

마음이 아프다.

지연아.. 이거 다 널 위한 거니까..

섭섭해도 조금만 참아.

알았지?


"그냥 저기 냇가 가서 발 담구고 놀고 있어라.. 오래 안 걸려."

"흥!! 열심히 찍으세요 그럼.. 어휴 증말.."


............

어이쿠..

이거.. 단단히 삐졌나보네.

아..

프로포즈 때까지..

잘 참아낼 수 있을까.. 흑..


"야.. 지연이 삐진 거 아니냐?"


환수형이 다가와 묻는다.


"그러게요.. 에휴.."

"야.. 언능 찍고 다음씬 가자."

"그래요.."


조용히..

냇가에 앉아있는 그녀에게로

캠코더를 돌린 후

녹화 버튼을 누른다.




"야.. 이건 좀 그렇지 않냐?"


헐.. 환수형 연기 제법이네요..


"이거 서연 누님이 하자고 한 거에요.. 저한테 따지지 마세요."


물론 나 역시 어제밤에 정성스레 작성한 대본대로 연기를 한다.


"왜요? 어떤거길래요?"


예상대로 지연이가 묻고..


"어.. 나 잡아 봐라. 알지? 그거 하자네..하하.."


준비해 놨던 대로 대답을 한다.


"잔말 말고 해. 오빠.."


서연 누님의 연기까지 끝난 후..


"어휴.. 알았다.."


어렵지 않게 나 잡아 봐라의 장면을 찍게 되었다.

아.. 과연 지연이가 하려고 할까..

궁금하네..훗..


"자.. 그럼.. 자리들 잡으시고.."

"선배님 전 뭐해요?"

"어.. 잠깐만 기다려.. 이거만 찍고 알려줄께."


응.. 넌.. 나 잡아 봐라.. 해야 돼.

좀만 기다려..


"네.."





"스탠바이.. 큐.."


나의 싸인에.. 어설픈 형과 누님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캇.."


예정대로 끊고..


"다시요.."

"야 왜?"

"좀 재밌게 해주세요. 너무 평범해요."


준비했던 대사들을 진행한다.


"아.. 그래?"

"자.. 그럼.. 스탠바이.. 큐.."


또 한 번..

누님과와 환수형의 술래 잡기가 시작되고..


"캇.."


또다시 끊어 버린다.

흠.. 이제 시작이군..

잘해라 지연아.

나도 화이팅.


"야.. 왜 또?"

"아.. 영 맘에 안 드네. 야.. 이지연 이리 와봐."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그녀를 부른다.


"왜.. 왜요?"


예상했던 대로 당황스러워 하는 그녀..


"이리 와 바 언능.. 형님.. 누님.. 잘 봐요. 지연이랑 제가 어떻게 하는지.."


아.. 해야 될텐데..


"서.. 선배님 왜 이래요? 저 안해요.."


.............

역시.. 튕기는군..

그래.. 쉽게 할 거라고 생각은 안했어.


"야.. 보여주자. 우리가 재대로 해서 보여줘야 빨리 끝나지.."


꼬득이기 시작한다.


"이씨.. 그래도 그렇지 이런 민망한 걸 어떻게 해요?"


............

아.. 이거 쉽지 않네.


"왜 이래.. 연기파 이지연이가.."


어쩔수 없이 아부까지 해주고 만다.


"뭐.. 그건 그렇지만.. 그.. 그래도.."


헐.. 말끝을 흐리는 걸 보니..

하긴 할 모양이군.. 역시.. 후훗..

좋아..


"자.. 형님.. 누님 잘 봐요. 저희가 어떻게 하는지.. 아.. 그리고 환수형.. 저 캠코더 좀 가서 꺼줘요."


계획대로..

환수형이 우리의 장면을 찍어주기 위해 캠코더로 향한다.


"자.. 어떻게 시작한다?"

"나 잡아 봐라 하고 도망친다.."

"그럼.. 어떻게 뛴다?"

"최대한 활짝 웃으며 귀엽고 깜찍하게.."


아우.. 지연아..

넌 어쩜 말도 이렇게 귀엽게 하니..

이러니 내가 정신을 차릴수가 없잖아.

안아 버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는 나였다..


"오.. 잘 아네.. 너 이거 해본적 있냐?"

"아뇨.. 그냥 영화에서 몇 번 봤어요."

"그래? 잘됬네. 자.. 그럼 시작한다.. 레디 액션~"


.............

당황했는지 멀뚱히 서있는 그녀..


"뭐해.. 빨리.."


다급한 맘에 소리를 쳐버린다.


"홍홍.. 저 잡아 봐요~"


헐...

앙증맞은 자세로 뛰어가는 그녀..

하하.. 이거 너무 귀엽잖아..


"하하하.. 너 잡히기만 해봐.."


..............

흠.. 그나저나 이거 못할짓이군..

왜케 쪽팔리냐 이거..


슬쩍 서연 누님을 보니..

웃겨 죽겠단 표정이다.

..............


"홍홍.. 잡아 봐요 빨리.. 홍홍.."


.............

뭐야 쟤..

첨엔 안 한다고 난리더니..

왜 이렇게 잘 뛰어 다녀?


"우씨.. 너 잡히면 죽을 줄 알어.."


괜히 잡아 버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잡을쯤 해서는..

정신을 차리고 살짝 놓아주는 척 한다.


"어머 선배님.. 잡아보세요. 뭐해요?"

"너.. 너 잡히기만 해봐.."

"홍홍.. 뭐야.. 왜케 느려요.."

"하하.. 너 정도야.. 에잇~"


결국 그녀를 잡아 버린다.

사실.. 예상했던 것 보다 좀 많이 찍어버린 상황이었다.

에고..

녹화만 아니면..

이 재밌는 술래잡기 놀이나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흑..


"야.. 니들 영화찍냐?"


..............

역시.. 형 눈에도 좀 오버스럽게 보였나보군..

하하.. 이거 참 민망하네..


"어머.. 이거 우리가 아니라 얘들을 찍어야 되는 거 아냐? 호호홍"


..............

아이고 누님..

지연이 듣겠어요.


"자자.. 암튼 잘 봤죠? 이렇게 하는 거에요.. 아셨어요?"


다시 평정심을 찾고..

촬영을 시작한다.

아니.. 촬영하는 척을 한다.


"자.. 그럼.. 레디.. 액션.."






"근데 저 찍은거 좀 보면 안돼요?"


................

아까부터 자꾸 커플 영상 찍은 걸 보여 달라며 보채는 그녀..

아.. 안돼 지연아.

이거 널 위한 건데..

미리 보여줄 순 없잖니..


"안돼.. 이거 딱 맞춰 놓은 거라 건들면 큰일나.."


안타깝지만.. 핑계를 대야 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줘봐요. 한번만 보게.."


하지만.. 집요하게 매달리는 그녀..


"안돼.. 이 영상 잘못되면 난리나.. 절대 건들지 마.."


에휴.. 꼭 이렇게 까지 변명해야 되나..흑..


"뭐에요.. 지금 저 못 믿는다는 거에요?"


...............

이거 왠지 기분 많이 상한 거 같은데 어쩐담?


"아냐 그런 거.. 그냥 조심 하자는 거지.. 하하"


이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을 거라곤 미쳐 생각을 못했다.

.............

말이 없는 그녀..

이미 입은 한 발 이나 나와 있었다.

에효.. 선배가 지금은 할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단다 지연아.

오늘은 웬만하면 삐지지 말아주려무나..흑..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삐짐은 오래 가지 않았고..

그녀의 인터뷰도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었다.





"형.. 거기 좀 잡아당겨 봐요."

"오케이.."


서연 누님이 지연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동안..

환수형과 나는

별장 뒷편에다가 스크린을 대신할 대형 흰 천을 설치하고 있다.

1.2 학년 때 야외 상영을 밥 먹듯이 준비한 나로선..

이 정도야 식은죽 먹기였다.

테이블 위에 프로젝트를 올려 놓고..

선들을 연결해 캠코더의 플레이 버튼을 눌러본다.

프로젝트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흰 천을 비추면서..

지연이의 얼굴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한다.


"오~ 나온다 나와.."


환수형이 감탄하기 시작한다.


"오케이.. 잘 되는군."


플레이 버튼을 꺼버린다.


"야.. 감상 좀 더 하지 왜 벌써 끄냐.."

"에이.. 지연이 갑자기 오면 어쩌려구요. 후딱 마무리 짓고 언능 가요."

"아.. 그렇지. 캬.. 그나저나 지연인 좋겠다. 이렇게 멋진 프로포즈도 다 받고.."

"하하 뭐 이 정도 가지고.."

"야.. 근데 진짜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넘어 오면 어쩌냐?"


..............


"우씨.. 무슨 그런 재수 없는 말을 하고 그래요.."


찜찜하게시리..


"하하 농담이다 농담.. 암튼 너 진짜 대단해. 이런 멋진 이벤트도 준비하고.. 야 너 그냥 이번 기회에 이벤트 회사 하나 차려라. 대박 나겠다.."

"그럴까요? 하하.."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신나게 웃어버린다.


지연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기다려..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로포즈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게 해 줄 테니까..




저녁을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을 찍고..

엔딩씬인.. 나의 멋진 고백 멘트를 넣기 위해. .

지연이 몰래

환수형과 밖으로 나와..

비밀 촬영을 시작한다.





.............


"아.. 프로포즈고 뭐고 다 포기할까요 그냥?"

"야.. 뭔 소리야. 이제까지 이렇게 힘들게 찍어 놨는데.."

"그래도.. 이렇게 어설퍼서.. 아우 지연이가 보고 비웃으면 어떡해요.."

"야.. 이런 거 보고 비웃을 정도면.. 너한테 관심이 없는거지 임마.. 걱정마. 감동할꺼야.."

"그럴까요? 아.. 형 말대로 그냥 메모 적어서 그거 보고 할걸.. 에휴.."

"짜식 별 걱정 다하네. 걱정마. 잘될거야."


환수형이 애써 위로해 준다.

이렇게 형과 나는 겨우겨우 최종 고백 멘트를 찍은 후..

다시 캠코더를 연결하러 별장 뒤로 향했다.





그래..

멘트 부분은 좀 아쉽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어.

이제..

지연이의 마음만..

기다리면 되는 거야.

지연이의 단 한마디 만을 들으면 되는 거라고..

아자..

떨지 말자.

힘내라.. 김봉구!!




고백의 순간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

aa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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