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환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16
연재수 :
364 회
조회수 :
1,818,955
추천수 :
36,000
글자수 :
2,695,046

작성
24.08.17 18:10
조회
1,180
추천
39
글자
12쪽

임전(2)

DUMMY

※※※



햇살이 기둥을 타고 흘러내렸다.


청해 곤륜산.


탁 트인 하늘이 좌중의 머리 위로 청명한 공기를 안고 있었다. 사방장군이 날뛰어 반파된 상청각(上淸閣)이었다. 기둥만이 남아 전각의 크기와 위치를 설명해주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모이기 전에 수리할 시간은 없었다.


철야방주의 주장이다. 시간 내에 충분히 웅장한 건물을 재건할 수 없다면, 그냥 하늘을 지붕 삼자고.


받아들여졌다.


철야방주가 임시로 빠르게 만들어 박아낸 석좌만이 기둥 사이로 원을 그리며 수십여개 박혀있는 모습.


그 중 한자리에 앉은 운결은 생각했다.


강호 무림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다고.


속속 모여든 사람들이 양옆으로 줄지어 앉는다. 시야 사방을 가로막은 이들의 면면은 하나같이 천하에 위명이 자자한 이들 뿐이다.


운결의 오른편으로는 하오문과 무림맹 등 집단의 이름으로 참석한 무인들. 왼편으로는 천하 구파의 수장들.


무지막지한 압박감이다. 자리에 앉은 이들 중 누구 하나도 운결보다 약한 사람이 없다. 아니, 애초에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천하에서 가장 고강한 이들을 꼽으면 손가락에 나올 이들이다.


와중에 비어있는 자리도 많다. 처음부터 전원이 아닌 까닭이다.


반절 넘게 비워져 있는 구파의 자리.


당금의 난세에서 모두가 곤륜산으로 향하지는 못했다.


무당파의 전력은 절반 이상이 무림맹과 행동을 함께하고 있으나, 작금의 무림맹주(武林盟主)이자 무당파 장문인인 선극은 여전히 중원에 남아있었다. 천하를 어지럽히는 사도 무문의 강자들을 압제하기 위해서다. 홀로 신주흑림의 두 초월자 흑림대제(黑林大帝)와 용왕(龍王)의 거동을 억제시키고, 하남부터 강서까지의 사도무문을 견제하는 실정.


종남파의 장문인 진령선자도 오지 않았기는 마찬가지로, 홀로 섬서를 수호하기 위해 남았다. 그의 자리에 대신 걸터앉은 것은 투검 홍유각이다.


와중에 점창파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남방의 새외 무림이 거동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고.


더불어 모산파의 자리도 비워져 있는데, 그 이유는 이제 여기 앉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단지 지금의 상황에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에 입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


때문에.


구파의 자리에 앉은 것은 투검 홍유각을 비롯하여 여섯이다.


화산 장문 운하검신(雲霞劍神) 서일화부터, 아미파의 금정신니(金頂神尼), 청성파 청운진인(靑雲眞人), 그리고 공동파의 현천검제(玄天劍帝)와 마지막으로 소림의 신승(神僧) 혜종 대사까지.


한편으론 운결의 맞은편에 자리한 좌석들은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다섯에 달하는 자리 중 채워진 것은 창을 비스듬히 걸친 채 무표정한 얼굴로 무언가를 생각하듯 앉아있는 악예린 혼자 뿐이었으니까.


오대세가의 지원은 오래 걸린다.


그리 들었다. 섬뢰신창을 비롯한 악가의 세력은 북경에 있었고, 팽가, 당가, 남궁세가는 전부 가주를 잃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새로운 가주들이 가문의 중진들을 끌고 합류한다 해도 꽤나 오래 걸릴 일.


제갈세가만이 힘을 온존하고 있는데, 그들은 맹의 후발대와 함께 온다고 들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은.


이곳에 있는 이들이 전부다.


구파중 여섯. 그리고 무림맹의 선발대를 이끌고 합류한 무당검선과 하오문 칠방중 넷.


그럼에도.


가히 천하의 축소판이라 부를만한 면면들이다. 본래라면 중원을 따라 넓게 퍼져 영향력을 흩뿌릴 이들. 지금만큼은 곤륜산의 꼭대기에 천하가 내려앉았다.


운결은 생각했다.


어찌 여기까지 왔는가. 그리고, 지금 저들은 어찌하여 운결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가.


마교 발호라는 중대한 사건을 듣고 합류한 이들. 교를 막아내기 위해 걸음한 무인들의 눈길이 각각 움직인다. 가늠하듯 굴러가는 시선도, 무감하게 허공을 담아내고 있는 눈길도 있다. 허나 그 모두가 운결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고 있음은 분명했다.


한낱 변방 약소 문파의 장문인에 불과한 그를.


그때였다.


“이제 다 모인 듯 하니,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는고? 자세한 사정은 오면서 전부 들었을 테니 생략하고.”


운결의 왼편 가장 가까이 앉은 노검객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거침없는 어조로 뱉으면서 시선은 운결을 향한다.


현천검제.


자연스레 운결을 향해 발언권을 이어낸다. 원형으로 앉아있음에도, 마치 상석에 앉은 이를 쳐다보듯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한번에 그에게 집중되는 눈길들.


석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던 신승마저도 운결을 바라본다.


그 시선들 속에서 운결은 천천히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마교(魔敎) 발호의 소식을 듣고 이곳에 온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겠소이다. 허나 문제가 시급하니,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하오.”


천하가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였다.


운결이 천라방주를 대신해 앉은 선화에게 눈짓했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선화의 품에서 촤락-하고 펼쳐져 나온 커다란 지도가 석좌들의 한중간에 내려앉았고.


“지금부터 정마대전(正魔大戰)의 승리를 위한, 책략을 엮어내고자 하니.”


내공 한점 실리지 않은 늙수레한 음성에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그 가운데 앉은 운결이 나직히 말했다.


“우선은 마교의 진군 속도에 대한 것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소.”



※※※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느려요. 저희 천라방에서 수시로 정탐을 하며 확인하고 있는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천산을 막 벗어나 신강에서 세력을 모으며 진을 구축하고 있더군요.”


선화의 말.


동시에 그녀의 손을 따라 무언가 훅 던져졌다. 섬세한 진기 파문이 물결처럼 번져나가며 지도 위에 검붉은 색의 돌들을 떨구었다. 천산의 근처에 내려앉은 돌무리.


“여기까지 도착하려면 앞으로도 열아흐레 이상은 걸린다고 봐도 좋습니다. 길게 잡으면 한달 넘게도.”


짤막한 설명에 이어 수염을 쓸어내리고 있던 무당검선이 질문했다.


“천라방의 정보력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네만, 어찌 이를 알아낸 것인가? 명확한 정보가 아니라면 해가 될 뿐이라네. 개방도 몇몇을 보내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일이 없었는데.”

“그게 답입니다.”

“......연락이 끊긴것을 정보로?”


검선이 미간을 좁힌다. 사람의 목숨을 정보로 쓴다는 말에 불호를 가감없이 드러냈는데, 그럼에도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는 않는다.


다만 한숨 섞인 어조로 중얼거릴 뿐.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는 소리로군.”

“예. 파악할 수 있는것은 군세의 동태 정도에요.”


선화가 말했고, 운결이 입을 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본문의 정보가 조금 있소.”


동시에 모두의 시선에 놀람이 깃든다. 운결을 바라보는 이들의 면면에 의문이 피어올랐는데, 가장 먼저 물음으로 옮긴 것은 역시나 현천검제였다.


“어찌 그 연유를 알고 있단 말인고? 곤륜파의 힘이 강한 것은 내 의심하지 않으나, 천하에 가장 뛰어난 두 정보 조직도 알아내지 못한 것을.”

“명확한 것은 아니고 추론에 불과하오. 본문의 제자가 전해온 정보로, 혈귀궁의 뇌옥에 갇혀있던 무인이 풀려났다 했소.”


곤륜파의 제자. 별다른 호명이 없음에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백연의 이름은 이미 이들에게도 신뢰할만한 것이 된 까닭이다. 특히 근래에 혈귀궁에서 벌어진 일을 겪었을 사람이라면 한명 뿐이니까.


“그와 마교의 상관관계가......?”

“백여년 전, 마교주의 위에 앉아있던 노괴라 들었소만, 그가 얼마 전 신강에 이르러 마교주와 일전을 펼쳤을거라고 추측했소이다.”


그에 곧장 선화의 눈이 빛난다. 한편으론 검제와 신승의 눈썹도 꿈틀 움직인다.


“암혼제(暗混帝) 천린.”


검제가 뇌까린다. 익숙한 이름을 뱉는 어조였는데, 뒤이은 말이 그것을 확신으로 바꾸어준다.


“기백년 전의 괴물이 살아있었단 말인고?”

“이제는 아닐 것이오. 혈교의 뇌옥에서 풀려난 뒤, 마교주를 죽이고자 신강으로 향했다고. 마교에서 별다른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암혼제가 패배했다 보는 것이 옳지 않겠소이까.”

“아미타불.”


늙수레한 음성으로 나직히 외는 불호가 귓가에 스며든다. 암혼제의 이름을 들은 신승이었다. 그의 어조에도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감각이 깃들어 있었다.


“그만한 괴물과 붙었다면 마교주의 힘이 어느 정도는 소진되었다고 봐도 타당하겠구려.”

“허나 그렇다고 해도 명확한 정보는 아니지요. 우리 측에서도 단순히 진군 속도만을 추측하지 말고 저들의 상황을 직접 알아내는 것이 좋을텐데요.”


운하검신이 말했다.


맨발로 석좌에 웅크리고 앉은 채였는데, 어느새 그녀의 자리를 따라서는 푸른 새싹이 만발하고 있었다. 팔걸이에 피어난 자그마한 꽃잎을 손으로 슥 훑으며 중얼거리는 어조가 가벼웠다.


“정찰대를 보내는건 어떻겠습니까? 소수 정예로.”

“위험하지 않겠나?”

“위험해도 몸을 뺄 수 있는 이들로 구성하면 되니까요.”

“마교주가 직접 움직이면 어찌하려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지 않겠나.”


검선의 물음에 서일화가 어깨를 으쓱였다.


“교주가 쉬이 움직이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나타난다 해도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걸음하면 되겠지요. 본문의 보신경으로는 천산에도 드나들 수 있다 확신하는데.”


그리고는 덧붙인다.


“제가 가도록 하지요.”


스스로를 정찰대 삼겠다는 말. 이 순간 좌중의 공기가 미미하게 무거워지는데, 반박하려 입을 연 사람은 없었다.


다만 운결이 조용히 되물었을 따름이었다.


“그대는 큰 전력이오. 혹여나 일이 잘못되어 몸을 빼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소. 그리되면 큰 손실이고.”


천하오대검수의 일익.


그 목숨의 가치가 너무 높다. 허나 동시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도 있었다. 저만한 이가 아니라면 진군하는 마교의 군세를 쉬이 살피고 오기가 어렵다는 사실.


아무나 보내면 그냥 목숨을 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검신같은 인물은 다르다.


“죽거나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소?”

“물론이지요.”

“그렇다면 금일부로 별동대를 꾸리도록 하겠소. 인선은 전적으로 검신 그대에게 맡기겠소이다.”


자연스레 말하는 운결. 그러나 좌중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왜인지 알기는 어려웠으나, 모두가 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다.


운결은 그 상황에 대해서 별다른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다만 주어진 역할을 담담히 받아들였을 뿐.


“좋아요. 그렇다면 혹 미리 양해를 구해도 될까요? 백의(白衣).”

“무엇을 말이오?”

“별동대에 곤륜파의 제자 한명을 빌려가고 싶은데.”


운결의 미간이 좁혀졌다. 동시에 사람들의 사이에서 나직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이 순간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곤륜파에서 가장 명성이 드높은 무인.


백연.


애초에 곤륜산을 기점으로 마교를 막아내자는 의견도, 그리고 모두를 이곳에 모으려 한것도 백연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운하검신이 요구할 사람의 이름 또한 다른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운결마저도 그리 여기며 되물었다.


“백연에게 물어보겠소. 지금 불러도......”

“아니요. 백연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허나 검신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다른 이름이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이름에 눈을 깜빡일 정도로.


“곤륜파의 삼대 제자들 중 소홍이라는 아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 아이를 별동대에 데려가고 싶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참대전 참여 공지-주 6회 연재 +2 23.12.04 917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및 향후 작품 계획에 관한 공지 +8 23.07.31 2,510 0 -
공지 후원인명록(後援人名錄) 23.07.06 1,653 0 -
공지 연재주기 공지-주 6일 오후 18시 10분(12/04자로 변경)입니다 +1 23.05.11 28,428 0 -
364 일신(一身)(3) NEW +3 8시간 전 266 12 13쪽
363 일신(一身)(2) +5 24.09.18 537 27 12쪽
362 일신(一身) +6 24.09.16 746 29 15쪽
361 서녕공방전(8) +5 24.09.14 831 30 14쪽
360 서녕공방전(7) +5 24.09.13 782 29 14쪽
359 서녕공방전(6) +6 24.09.12 840 31 13쪽
358 서녕공방전(5) +5 24.09.11 833 36 15쪽
357 서녕공방전(4) +6 24.09.10 840 38 14쪽
356 서녕공방전(3) +7 24.09.09 873 36 14쪽
355 서녕공방전(2) +5 24.09.07 901 38 13쪽
354 서녕공방전 +5 24.09.06 917 34 13쪽
353 뇌광(雷光)(3) +5 24.09.05 964 34 13쪽
352 뇌광(雷光)(2) +5 24.09.04 950 32 15쪽
351 뇌광(雷光) +5 24.09.03 1,015 33 13쪽
350 묵령(墨靈)(2) +5 24.09.02 988 37 13쪽
349 묵령(墨靈) +6 24.08.31 1,040 37 13쪽
348 대국(對局)(3) +5 24.08.30 998 35 13쪽
347 대국(對局)(2) +5 24.08.27 1,135 40 13쪽
346 대국(對局) +4 24.08.26 1,105 31 13쪽
345 정탐(4) +6 24.08.24 1,117 31 15쪽
344 정탐(3) +5 24.08.23 1,091 34 15쪽
343 정탐(2) +5 24.08.22 1,057 39 14쪽
342 정탐 +6 24.08.21 1,070 38 17쪽
341 임전(4) +5 24.08.20 1,093 34 16쪽
340 임전(3) +5 24.08.19 1,134 40 12쪽
» 임전(2) +5 24.08.17 1,181 3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