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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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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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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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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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5화 스토커

DUMMY

손영선이 침구실에서 침을 맞고 있는 동안, 그는 진료실에서 지현과 마주 앉았다.


“마동자씨한테 들으니 광고 촬영하러 유럽 갔었다면서요?”

“예. 광고 촬영하고 유럽에 열흘 동안 있었어요.”

“광고 촬영을 몇 개나 했기에 열흘이나 있었어요? 광고를 혼자 다 해먹을 생각이에요?”

“준영씨. 나, 지금 농담 받아줄 상황이 아니에요.”


잘 받아주던 농담을 안 받아주고 정색을 하자, 그는 조금 머쓱해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왼쪽 위 눈까풀이 축 쳐져 있었다.


당연히 짝눈처럼 보였다.


“이런! 안검하수(眼瞼下垂)가 발병했네요.”

“저 어떡해요. 준영씨?”


그녀는 울상이 되었다.


“낙담하지 말고 어떻게 된 일인지 찬찬히 말해 봐요.”


그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유럽행 비행기 안에서부터 왼쪽 눈 주위가 이상하더라고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그리고 그 다음날 10시간 정도 광고촬영을 했죠.”

“그 때까지는 별 이상이 없었나요?”

“촬영 끝나고 나니 너무 피곤해서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씻고 잤는데, 그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왼쪽 위 눈꺼풀이 말을 안 듣는 거예요. 잘 떠지지도 않고요.”


안검하수가 오면 눈꺼풀이 잘 떠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게 된다.


그녀 역시 그랬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요?”

“처음이에요. 오랜만에 유럽 가는 거라서 며칠 여행이나 하고 오려고 했는데, 여행은 다 취소하고 유명하다는 그 곳 병원만 몇 군데 돌아다니다가 왔어요.”

“병원에서 치료는 받았나요?”

“아뇨. 별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수술을 하자고 하는데, 수술은 싫거든요.”

“······.”

“안검하수 수술한 사람 여러 명 봤는데, 눈매가 이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알아보니까 수술한다고 이게 완치가 되는 게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 말이 맞나요?”

“저는 수술은 잘 몰라요.”


정말 몰라서 모른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양방치료에 대해서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여행은커녕 병원만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서울로 돌아왔어요.”

“그랬구나! 다음 달부터 미니시리즈 촬영 들어간다면서요?”

“맞아요. 다음 달 이래봐야 며칠 안 남았잖아요?”

“그러게요.”

“준영씨. 저, 어떡해요? 이 상태로 촬영 들어갈 수도 없고요.”

“그것 참. 큰일은 큰일이네.”

“아아. 안 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준영씨가 그런 말하면 어떡해요?”

“왜요?”

“왜는 왜에요? 나 준영씨만 믿고 있는데 그런 말하면 어떡해요? 고쳐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줘요. 빨리요.”

“아니, 그거야 치료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지 나라고 무슨······.”

“안돼요. 말이라도 한 방에 고쳐 주겠다고 해요.”

“아니 그게 윽박지른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요. 유럽의 내로라하는 의사들도 못 하는 걸 나보고 한 방에 고치라고 하면?”


그녀는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 알았어요. 알았어. 한 방에는 아니라도, 한방(韓方)으로 치료해 봅시다.


그는 그녀의 맥을 짚었다.


세삭맥(細數脈)에다 허약맥(虛弱)脈)이다.


“요즘 다이어트 했어요?”

“다이어트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체중조절을 한다고 식사를 적게 하긴 했어요.”

“왜요? 아니, 뚱뚱한 것도 아닌데 왜 체중조절을 해요?”

“곧 드라마 들어가잖아요. 전에도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는 체중조절하고 그랬어요. 안 그러면 화면에 얼굴이 달덩이처럼 나와서 안돼요.”

“아아. 그 얘기 나도 들었어요. 아니, 나는 이해가 안 되는 게, 요즘 별의 별 기술이 다 나오잖아요. 그런데 화면 조정하는 기술은 왜 안 나와요?”

“그런 기술은 잘 난 준영씨가 개발해 보시고요. 이 눈꺼풀 왜 이래요? 고칠 수는 있는 거예요?”

“체중 줄인다고 무리해서 비위가 약해졌네요. 그런데다가 먼 길 여행 했지, 10시간 넘게 촬영 강행했지.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풍사(風邪)의 침범을 받아서 안검하수가 온 거에요.”

“풍사요? 중풍이요?”

“뭐, 말하자면 그 비슷한 거!”

“세상에! 나 그럼 중풍 오는 거예요. 수족 마비되는 그 중풍이요?”

“너무 호들갑 떨 필요는 없어요. 안검하수왔다고 꼭 중풍이 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한약을 복용하는 게 좋겠어요.”

“한약 먹으면 살 안 쪄요? 나 살 찌면 안 되는데!”

“에헤이! 촌스럽게. 한약 먹으면 살찐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아아. 그래요!”

“약해진 기를 도와주는 처방에다 풍사를 물리치는 약을 추가로 넣어 쓰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 침 맞고요.”

“준영씨 하라는 대로 다 할 테니 고쳐만 줘요. 한 방에요.”

“에헤이. 또 떼를 쓴다.”

“그러면 두 방에 라도요. 나 급하단 말이에요.”

“애기도 아니고 떼를 쓰고 있어요. 애기라면 귀엽기라도 하지. 자꾸 이러면 치료 안 해줄 거예요?”


그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에 백강잠, 모과, 두충, 천마, 조구등을 추가해서 쓸 생각이다.


“침구실로 들어가요. 아! 선글라스 쓰고요.”


그는 침대에 누워있는 지현의 옆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았다.


한 방에 고쳐주지는 못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치료해주고 싶었다.


그는 먼저 어요혈(魚腰穴)에 자침했다.


그런 다음 양백혈(陽白穴))로 투자(透刺) 했다.


어요혈은 눈썹의 중앙인데, 투자를 하려면 양백혈 방향으로 횡자(橫刺))를 해야 한다.


얼굴면과 거의 수평으로 자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침을 계속 밀어 넣어 침 끝이 양백혈을 뚫고 나오게 하는 침법이 투자이다.


양백혈은 어요혈의 조금 위이다.


그는 이어 눈썹 안쪽의 오목한 부위인 찬죽혈(攢竹穴)과 어요혈도 투자했다.


그는 자침을 끝냈지만 침대를 떠나지 않고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꽂혀있는 침이 조금씩 움직였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말했다.


“준영씨. 지금 옆에 있어요?”

“예. 발침할 겁니다. 15분 뒤에요.”

“그러면 그 때오면 되잖아요?”

“그렇긴 하죠.”

“저리 가요. 창피하단 말이에요.”

“알았어요. 갔다가 발침하러 다시 올게요.”


다음날 그는 출근해서 진료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문자가 왔다.


지현이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내 눈꺼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완전 정상. 크크큭!-

-내가 뭐랬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준영씨는 한 방에 고칠 거라고 했잖아요. 고마워요.-

-하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 남자 남 주기는 아깝단 말이야!-


그는 답 문자를 보냈다.


-정상으로 돌아와 다행이네요. 살 뺀다고 끼니 거르지 말아요. 재발할 수 있으니까요.-

-남 주기 아깝더라도 웬만하면 남 주시구랴.-


그녀가 다시 답 문자를 보냈다.


-치이!-


#


매니저가 운전하는 지석의 차가 자신의 집 앞에 도착했다.


지석의 집 앞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 또 기다리고 있는데요. 찰거머리같이. 정말 끈질기다 끈질겨.”


매니저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뒷좌석의 지석을 바라보았다.


“어떡할까요? 내쫓아버릴까요?”


지석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보는 사람 없었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뒤따라오는 차도 없었고?”

“예. 없었습니다.”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매니저가 리모컨으로 주차장 문을 열었다.


매니저는 차를 몰아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여자를 향해 들어오라고 고갯짓을 했다.


여자는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주차장 문이 닫혔다.


선민경.


그녀는 한지석의 광팬이다.


지석에게 그녀는 쾌락의 도구일 뿐이었지만, 그녀에게 지석은 오직 하나뿐인 사랑이었다.


그는 처음엔 그녀가 성가시긴 했어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매달렸던 여자가 지금까지 한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자 사자 매달리던 여자들도 그가 차갑게 대하자 몇 달이 안 돼 제풀에 지쳐 다 나가떨어졌다.


사실은 뒤탈이 없을만한 여자만 골라 상대했다.


민경도 머지않아 제풀에 떨어져나갈 거라 여겼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진실인 모양이다.


민경은 예외였다.


뒤탈이 없을 거란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가 민경을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쯤이었다.


6개월 정도 만났을 때 다른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민경에게 싫증을 느꼈다.


“우리 이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그는 민경의 의향을 물었지만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저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너 설마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전 평생 오빠만 사랑할 거예요. 다른 남자는 생각도 해본 적 없어요.”

“민경아. 제발 이러지 마라. 내 마음은 이미 떠났어. 마음 떠난 사람 붙잡아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 넌 얼마든지 좋은 남자 만나 다시 사랑할 수 있어. 그러니 우리 이 정도에서 정리하자.”


이런 식의 설득을 남미 가기 전까지 여러 번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남미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민경은 또 그를 찾아온 것이다.


넓은 거실에 두 사람만 마주 앉아 있었다.


그녀는 핸드백 속에서 뭔가를 꺼내 지석 앞에 내밀었다.


“뭐니?”


그의 목소리에는 권태가 잔뜩 묻어 있었다.


“영양제에요, 오빠 곧 새 미니시리즈 들어가잖아요.”


그는 테이블위의 포장된 영양제를 무심한 눈으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오빠. 이번 미니시리즈 끝나고 나서 우리 결혼해요.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요.”


그는 숨이 막혀 미쳐버릴 것 같았다.


#


단 한 방에 안검하수가 깨끗이 나은 이후로도, 그녀는 며칠을 계속 왔다.


-좀 어때요?-

-깨끗해요. 완전히 깨끗해요. 어느 분이 놓으셨는데요.-

-띄우지 말아요. 언제 메다꽂을지 불안해 죽겠으니까요.-

-크큭. 그나저나 한지석씨는 몇 시에 예약되어 있어요?-

-왜요?-

-그 시간 피해서 가려고요. 아무래도 좀 불편하거든요.-



준영에게 치료 받은 지 닷새째 되던 날이었다.


그는 지현의 치료를 마치고 진료실에서 마주 앉았다.


“당분간은 못 올 것 같아요.”

“드라마 때문에요?”

“예. 촬영은 일주일 후부터 시작인데, 이것저것 준비해야할 것도 있고요.”

“지현씨가 불안해하니까 닷새 동안 치료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이렇게 오래 치료 안 해도 되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아서요.”

“준영씨 덕분에 한시름 놨어요. 고마워요.”

“안 어울리게 그런 말을 다 하고 그래요. 차라리 욕을 해요. 그게 편하니까요.”

“크큭. 준영씨 혹시 해외여행 갈 일 없죠?”

“왜요?”

“왜는 왜에요. 준영씨 해외 나가 있는 동안 나 재발하면 어떡해요?”

“아아. 그렇구나. 어떡해요? 나 해외여행 가는데!”

“언제요? 누구하고요?”

“누구는 누구겠어요? 사랑하는 여자하고지.”

“어휴! 깜짝이야. 난 진짠 줄 알았네.”

“어! 진짠데!”

“시끄럽고요. 여자 없는 거 내가 다 아는데, 무슨. 아무튼 내가 언제든지 찾으면 한 시간 내에 달려올 수 있는 데 있어요. 알았죠?”

“내가 왜요? 내 몸 내 마음대로지. 지현씨가 왜 이래라 저래라 해요?”

“아아, 정말 어디 묶어 놓을 수도 없고. 아무튼 내 말 허투루 들었다가는 피바람이 몰아칠 테니까 경거망동 하지 말아요.”

“경거망동 할 건데!”

“하나도 안 귀여우니까 재롱은 그만 떨고, 나 그만 가요. 오늘 치료 잘 받았수.”


그녀가 진료실을 나가자, 그는 배웅하러 따라 나갔다.


선민경이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 있다가 지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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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4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2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8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2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3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3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9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4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1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7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9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6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7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5 23 12쪽
» 95화 스토커 +1 23.07.21 1,350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40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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