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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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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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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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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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DUMMY

건영은 다시 선 회장 앞에 서서 보고했다.


“자네도 이젠 맛이 갔나보네. 예전의 박건영이 아니야. 치과라도 한 번 가보던가?”

“???”

“이빨이 다 빠졌으면 틀니를 하던가, 임플란트를 하던가 해야지.”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 사람이름이 허 뭐라고?”

“허준영입니다.”

“허준영! 내가 들어도 변호사인 자네보다 그 한의사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데!”


건영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반면 선 회장은 준영에게 묘한 호기심을 느꼈다.


“허준영! 그 사람 사진 찍어둔 것 있나?”

“예? 아, 아뇨. 없습니다. 그런데 사진은 왜?”

“궁금해서. 궁금해서 그래. 다음엔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와.”

“알겠습니다.”


#


다음날 새벽 4시.


지현은 입원실에 왔다.


드라마 촬영현장으로 가기 전에 그를 보러 온 것이다.


그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짠한 표정으로 잠든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핸드백을 열어 물티슈를 꺼냈다


그녀는 물티슈로 그의 얼굴을 정성껏 닦아주었다.


“으음!”


그가 꿈틀거리자 손길을 멈췄다.


그가 다시 잠잠해지자,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


담당의사가 입원실로 왔다.


“허준영씨.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푹 자고났더니 어제보다 훨씬 좋습니다.”


의사는 기억력이 얼마나 회복 됐는지를 체크했다.


“음. 좋군요. 기억이 많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 저 오늘 퇴원했으면 합니다. 제가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지금 제 상황이 많이 곤란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예. 그러시죠. 하지만 퇴원하시더라도 4주 정도는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는 그 길로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 우리 한의원 전화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한의원 전화 번호 기억이 안 나니?”


아버지는 어두운 표정으로 물으셨다.


“제가 한의원으로 전화할 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리고 휴대폰이 없어서요.”

“아! 네 휴대폰 한의원에 있어. 차 선생이 보관해 두고 있다더라.”

“아 예.”

“너 한의원 이름은 기억나니?”

“그럼요. 허준영한의원 맞죠? 그리고 차 선생, 조 선생 맞잖아요?”

“한의원이 몇 층에 있어?”

“이층이요. 그리고 일층에 백반집 있고요.”

“그래. 맞다.”


아버지는 당신의 핸드폰을 빌려주었다.


그는 한의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예. 아버님.”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어머! 원장님? 원장님 맞죠?”

“예. 그런가 봅니다.”

“원장님. 저, 차 선생이에요. 으흐흑. 아아앙!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우리요. 원장님 안 계시는 동안에도 매일 한의원에 나와서 근무 했어요. 어∼엉엉. 예약환자 분들께 일일이 전화 드렸고요. 원장님 빨리 회복해서 돌아오시라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도도하고, 그랬어요. 엉엉!”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나 내일부터 한의원에 출근할거니까 예약 스케줄 다시 잡아 환자분들께 연락해주세요.”

“이젠 많이 좋아지신 거죠?”

“그럼요.”

“예. 알겠습니다. 한의원은 우리 둘이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마시고요.”

“그럼. 내일 봅시다.”


그는 엄마가 차려준 이른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병원 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아버지 엄마. 지금부터 제 방에서 저 혼자할 일이 있으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그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제부터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10년 넘게 공부했던 그 많은 한의학적 지식도 되살려 놓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한의원에 출근해봤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의료사고나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는 수납장에서 침통을 꺼냈다.


그리고 침을 꺼냈다.


윗옷을 벗었다.


침대모서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눈을 감았다.


시야를 차단하고 손끝의 감각을 예민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른손에 침을 들었다.


그리고 왼손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정수리주변을 더듬었다.


모든 정신을 손가락 끝에 모았다.


오목한 부위를 찾았다.


그는 그 자리에 자침했다.


백회혈이다.


그리고 새 침을 집어든 다음 왼손으로 뒷머리 쪽을 더듬었다.


풍지혈을 찾았다.


그는 풍지혈에 자침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침을 놓았다.


예풍혈, 풍부혈, 청궁혈, 태양혈.


그런 다음 그는 꽂혀있는 침에 하나씩 염전법을 구사했다.


자침했던 역순으로.


태양혈에서 청궁혈로 침향을 보냈다.


쩌릿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태양혈에서 시작된 기운이 청궁혈로 가더니 풍부혈로 뻗쳤다.


그가 수기(手技)를 계속하자, 침향은 풍부혈에서 예풍혈로, 풍지혈로 전해졌다.


침향은 백회혈로 전해졌다.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백회혈이 살아 숨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마치 천문(天門)이 닫히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 것처럼 살아 숨 쉬는 것이었다.


발침 후, 그는 숙면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일어났을 때 자신의 기억력이 정상상태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사고를 당하기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그는 며칠 만에 한의원으로 복귀해 정상 진료했지만 힘든 건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점심시간에는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어제처럼 자신의 몸에 침을 놓았다.


어제와는 다른 침법을 썼다.


사암침법의 심정격(心正格)을 선택했다.


소충(少衝)과 대돈(大敦)을 보하고, 음곡(陰谷)과 음소해(陰少海)를 사했다.


#


박건영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한의원으로.


“퇴원을 축하드립니다. 회복이 이렇게 빠르다니, 의사선생님도 놀라시더군요.”

“감사합니다. 선민경씨하고는 연락이 닿았습니까?”

“아뇨. 아직은요.”

“이상하군요. 병원에 누워만 있던 저도 아는데 변호사님이 못 찾으시다니, 이해하기 힘드네요.”

“원장님이 아신다고요?”

“남양주에 있는 모 호텔에 숨어 있다가 어제 서울의 한 호텔로 옮겼습니다.”


그는 마 대표가 일러준 대로 말했다.


“아시면서 모르는 척 하시는 건가요?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인가요?”

“그, 그렇지는 않습니다. 찾고 있는 중입니다.”

“누군지 궁금하군요? 이렇게 무능한 사람에게 일을 해결하라고 시킨 사람이 누군지요?”

“말씀이 좀 지나치십니다. 그래도 명색이 변호산데요.”

“선민경도 못 찾으시고 몇 번이나 찾아와서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끄응!


“누군지 말씀하시기 곤란하시면 제가 말씀 드릴까요? 선 회장님. 성원홀딩스의 선 회장님이 시키신 거죠? 외동딸인 선민경이 싸지른 똥 치우라고요.”


건영은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전 변호사님하고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당사자인 선민경을 내 앞으로 데려오던가, 아니면 선 회장님을 만나게 해주시던가요.”


건영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만요.”


그는 한구석으로 가더니 어디론가 전화했다.


그는 다시 오더니 말했다.


“안 그래도 회장님께서도 원장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회장님이요?”

“지금 회장님을 뵈러 가시겠습니까?”


#


그는 건영과 함께 선 회장을 만나러갔다.


건영은 나가고 두 사람만 마주 앉았다.


그가 뉴스를 통해 몇 번 봤던 선 회장, 바로 그 사람이었다.


“반갑소. 내가 우리 허 원장님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 대단하신 분이시더군요. 지난 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송현민 선수도 치료해주시고, 또 대통령 후보셨던 박호진 의원님도 치료해주셨고.”

“과찬이십니다.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우리 애때문에 다쳤다던데 미안하게 됐소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다행입니다.”


선 회장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우리 좀 솔직해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원장님 생각은 어떠신가?”

“좋습니다.”

“원하시는 걸 말씀하시면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해보지요. 아! 물론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시면 그건? 하하! 많이 배우신 분이니까 그럴 리는 없겠죠?”

“선민경씨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선 회장은 조금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에 솔직해지자고 말씀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여쭤보는 것입니다. 회장님.”

“피해보상은?”

“피해보상은 당연히 받아야죠. 우선 병원비. 아, 병원에서 받은 영수증을 못 가져왔네요.”

“괜찮소. 계속 말씀하시게.”

“병원비. 저와 제 부모님이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한 배상금. 그리고 며칠 동안 한의원 진료를 못해서 발생한 피해금액. 전부 합쳐서 75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 회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잠깐 지었다가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갔다.


‘이거 뭐야? 겨우 750만원! 아직 정신이 덜 돌아왔군!’


그는 건영의 전화보고 내용을 떠올렸다.


“허준영이 이미 다 알고 있던데요. 민경아가씨가 회장님 외동딸이라는 사실을요.”


그렇다면 이번 일을 트집 잡아 팔자 고칠 셈으로 만나고 싶다고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750만원이라니!


선 회장은 맥이 빠지는 걸 느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박 변호사를 상대하는 솜씨가 보통은 넘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릇이 이것 밖에 안 되는 놈인가?’


이것 밖에 안 되는 놈한테 박 변호사가 끌려다녔단 말인가.


‘한 십억 달라고 하면 어쩌나? 그러면 밀고 당겨서 일 이억 선에서 합의 보면 되겠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750만원이라니!


‘박 변호사 이 놈 정말 한물 같구먼.’


선 회장은 목을 가다듬은 후 말했다.


“허원장님. 아무리 그래도 750 만원은 좀 과한 거 같지 않소?”


선 회장은 손으로 자신의 턱을 쓰윽 쓰다듬은 후 준영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절대로 과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단 한 푼이라도 깎으실 생각이면 합의 기대하지 마십시오.”


선 회장은 비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좋소이다. 당장 드릴 테니 그 걸로 합의 봅시다. 하지만 원장님도 한 가지 약속해주셔야겠습니다.”

“말씀 하시죠.”

“합의한 이후로는 이 일에 대해 평생 입에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무슨 자랑거리라고 떠들고 다니겠습니까? 회장님께서 소문 내달라고 부탁을 하셔도 제가 싫습니다.”

“좋습니다. 박 변호사를 불러야겠구먼.”

“제 질문에 아직 답을 안 하셨는데요?”


선 회장이 그를 바라보았다.


“선민경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냐고 여쭸습니다.”

“아아, 민경이! 어떻게 하면 좋겠소?”

“선민경씨는 위험한 인물입니다. 언제 어떤 행동을 할 지 예측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내 딸이오. 내 딸은 내가 더 잘 알지 않겠소? 걔, 이번이 처음이오. 한 번도 사고 친 적이 없는 애요.”

“사고 칠 때마다 회장님이 막아주셨겠죠.”


선 회장은 찌를 듯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요?”

“선민경씨가 다른 사람한테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법을 제시해달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허원장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내 솔직하게 털어놓겠소.”

“······.”

“나 지금까지 살면서 원하는 거 다 가졌소. 맨손으로 시작해서 성원 그룹도 일궜고. 그런데 단 한 가지. 자식만은 마음대로 안 됩디다. 내가 민경이 때문에 쓴 돈을 모으면 강남에 빌딩 한 채는 살 수 있을 거고, 속 썩은 거 생각하면! 어휴!”


선 회장은 협탁위의 물 컵을 들어 단숨에 다 마셨다.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살릴 수도 없고. 나 정말 민경이 때문에 미칠 것 같소이다.”

“······.”

“허원장. 어떡하면 좋겠소?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시게.”

“저한테 맡겨 주십시오.”

“응? 뭐라고?”


선 회장은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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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5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2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8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2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3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4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9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4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2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7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9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7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7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5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51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40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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