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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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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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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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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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DUMMY

“전에는 냄새가 지독했거든요. 그런데 원장님께 치료 받고나서 이틀 정도는 더 지독하더라고요. 변은 잘 나오는데요.”

“오랫동안 장에 정체되어있던 변독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는 그 다음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았다.


그만 들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말리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


“그런데 그저께 부턴가? 냄새가 거의 안 나요. 이상할 정도로요. 원장님도 그러세요?”

“제 사생활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마시고요. 자, 우리 똥 얘기는 차고 넘칠 정도로 했으니 이젠 다른 얘기를 해보죠.”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로 열이 올라오곤 했었거든요. 그러면 땀이 삐질 삐질 나곤 했는데 그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정도도 심하지 않고요.”

“그리고요?”

“머리가 맑아요. 눈이 자주 충혈되고 뻑뻑했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요. 그리고 화가 훨씬 덜 나요.”

“화가 덜 난다고요? 좀더 자세히 말씀해 보시죠.”

“그 전 같으면 화가 날만한 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던데요, 또 화가 나도 금방 진정이 되고요.”

“음.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의외였다.


그는 치료에 들어가면서 점차 자신감이 생겼고, 길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커지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좋아질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점이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다.


“지난번에 그 약은 오래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소량만 지어드렸는데, 오늘은 처방을 바꿔 지어드리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주세요.”


그는 기존의 의서가 제시한 처방을 쓰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에게 딱 맞는 처방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처방을 구성하기로 결심했다.


시호 향부자 백복신 지실

죽여 원지 치자 연자육

황금 황련 박하 백복령

반하 진피 택사 감초


그리고 이 약은 1제를 처방했다.


자신이 조금 전 만든 처방이니 처방명도 없다.


하긴 처방명이 없어도 무슨 상관인가?


나중에 필요하다면 그 때 작명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


미니시리즈 < 바람의 나라>가 첫 방영이 있는 날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현이 문자를 보내왔다.


그가 출근해서 다섯 명의 환자를 연거푸 진료하고 나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오늘 미니시리즈 첫 회 나가는 거 알죠? 꼭 봐야해요.-

-그럼요. 내 주변 사람들한테도 꼭 보라고 다 얘기해놨어요. 안 보면 원수 된다고 협박도 했고요.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날은 선민경을 치료한 지 20일 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녀는 새로 지어준 한약도 잘 챙겨먹었고, 침 치료도 열심히 받았다.


그는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미간의 세로 주름은 못 본 지 일주일 쯤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진맥도 했다.


홍대(洪大)하면서 긴삭(緊數)하던 맥이 정상맥인 완맥(緩脈)에 가깝게 돌아왔다.


“정말 많이 좋아졌네요.”

“그렇죠? 이게 다 원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민경씨가 치료에 적극 협조해줘서 빨리 좋아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오늘로 치료는 끝나는 건가요? 저는 계속 치료 받고 싶거든요.”

“아닙니다. 치료가 오늘로 끝나는 건 아니에요. 제 생각에는 80%정도는 좋아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20%도 치료해야죠. 어쩌면 남은 20%의 치료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왜요?”

“이런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70점 맞던 학생이 90점이 되는 건 어렵지 않지만, 90점에서 100점 맞기는 훨씬 더 힘들지 않을까요?”

“아 예.”

“비유가 적절하지 않았네요. 취소할게요.”

“저는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들었는데요.”

“그러면 다행이고요. 그리고 당연하지만,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민경 씨가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거에요.”

“예. 알겠습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빤히 보며 물었다.


“저, 민경씨.”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그녀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신가요?”

“아, 아뇨.”

“그럼 저하고 데이트 하실 생각 없으세요?”

“원장님하고요?”

“왜? 싫으세요?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좋습니다.”

“아, 아니에요. 싫은 게 아니라요. 저어, 그런데······.”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 한지석씨 생일이라 서요?”

“어머! 그걸 어떻게 아세요?”

“초대 받았거든요. 뭐! 거창한 생일파티 같은 건 안 하나 보던데요. 그냥 자기 집에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던데요.”


그녀는 약간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지석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 예. 그런데 왜 저한테 데이트 하자고 하세요. 선약이 있으시면서요?”

“민경씨하고 같이 오라던데요. 꼭 같이요.”

“저한테는 아무 말 없었는데요?”

“민경씰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나보죠. 왜? 싫으세요? 싫으면 저 혼자 가고요.”

“아, 아니에요. 저도 가고 싶어요. 그러면 가만, 오빠 생일 선물이라도 사야겠네!”

“아직 시간 있으니까 선물사고 저하고 다시 만나서 같이 가면 되겠네요.”

“예. 그래요. 원장님.”


그녀는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 저녁에 다시 만나죠.”


#


조촐해도 너무 심하게 조촐하다.


성의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짜장면에 단무지가 당연히 따라붙듯이, 생일상에 당연히 올라와야할 미역국도 보이지 않았다.


치킨에 피자 한 판. 그리고 선민경이 사온 케이크와 샴페인 한 병이 전부다.


지석이 자기 손에 물 묻혀가며 만든 음식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혼자사는 남자 생일상이 그렇지, 뭐.’


그는 그렇게 위로를 삼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생일 음식 얻어먹으려 온 건 아니니까.’


세 사람이 저녁을 먹고 난 후 할 일이 정말 없었다.


서먹서먹하기 짝이 없다.


“몇 시부터 하죠? <바람의 나라>요?”


그는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한 후 지석에게 물었다.


“아, 이제 한 삼십분 정도 더 있으면 합니다. 지루하시죠, 원장님?”

“아, 아뇨. 얼마나 재미있을지 너무 궁금한데요.”


드라마가 시작하나 보다!


지현과 지석의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차례로 떠오르더니 이어 <바람의 나라> 라는 자막이 떴다.


“시작하네요.”


그는 민경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별 다른 변화는 없었다.


드라마는 꽤 재미있게 전개되었다.


지현의 연기는 탁월했다.


드라마가 시작한 지 20분쯤 지났을 때였다.


화면은 아파트 실내인 것 같았고, 카메라는 현관문을 비추고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지현과 지석이 함께 들어왔다.


딸깍!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더니 이어 뜨겁게 키스했다.


키스씬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안방에 방영되는 드라마치고는 키스씬 수위가 너무 높은 거 아냐?’


이상했다.


평소라면 약간의 관음본능이 작동될 뻔한테 마음이 불편했다.


한편으로는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이 정도 수위면 선민경이 날카로워질 법한테?’


그는 재빨리 민경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양손을 꼬무락거렸다.


깊은 숨을 쉬는지 어깨가 약간 들썩거렸다.


‘괜찮을까? 내가 너무 무모한 짓을 한 건 아닌가?’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은 치워두라고 한지석에게 미리 일러뒀긴 했는데!’


다행히 흉기가 될 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아! 칼?’


케이크를 자를 때 썼던 플라스틱 칼!


그는 선민경이 눈치 채지 못하게 커팅용 플라스틱 칼을 몰래 숨겼다.


그런 다음 그는 다시 민경의 동태를 살폈다.


민경의 침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 같았다.


그도 침을 한 번 삼킨 다음 지석을 바라보았다.


지석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석은 차마 민경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텔레비전 화면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석의 시선은 둘 곳을 찾지 못하고 텔레비전 위 어디쯤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준영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키스씬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다만 장소가 방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는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다.


‘뭔 놈의 키스를 저렇게 오래해? 드라마 정말 더럽게 만들었네.’


질투심은 아니다.


‘아아! 저 키스 씬이 좋은 드라마 다 망쳐 놨네. 저런 씬은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그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또 민경의 안색을 살폈다.


조금 전과 큰 변화는 없었다.


그는 새삼 놀랐다.


한지석의 말에 따르면 지금쯤 난리가 났어야 하는데 말이다.


‘소리 지르고, 발악하고,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고, 부수고 했어야 하는데?’


그런데 얼굴만 불그스레하고 숨소리가 약간 거칠어졌을 뿐 큰 문제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지석은 더 놀란 것 같았다.


그녀가 얌전히 드라마에 빠져있자, 자신감을 얻은 지석은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더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석은 이어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바뀌더니 그와 눈을 맞추었다.


존경심을 담뿍 담은 눈빛으로.


그러나 그는 지석이 꼴 보기 싫어 고개를 홱 돌렸다.


드라마는 점입가경이었다.


지현과 지석은 서로의 윗옷을 벗긴 다음 다시 뜨겁게 키스를 했다.


준영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입을 앙다물자 턱 근육이 불끈 솟아올랐다가 잦아들었다.


미간에 세로로 주름이 생겼다.


민경은 조용했다.


지석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졌다.


속옷만 입은 지현이 침대위에 드러누웠다.


지석이 자신의 몸을 지현의 몸 위에 포갰다.


그는 지석을 째려보았다.


조금 전에 숨겨두었던 플라스틱 칼을 눈으로 찾았다.


“에이 씨이! 드라마 정말 더럽게 만들었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민경과 지석이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지석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 뭘 봐요? 씨이! 칫!”


#


민경이 운전하는 차가 지석의 집 골목길을 빠져나가다가 갑자기 급정거했다.


조수석에 앉는 준영이 민경의 휴대폰으로 보내준 동영상 때문이었다.


조금 전 지석의 집에서 <바람의 나라>를 시청하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거의 대부분 민경에게 초점이 맞춰진 영상이었다.


“죄송합니다. 이 영상은 선 회장님께 보여드릴 목적으로 찍은 겁니다. 민경씨에게 미리 허락을 받고 찍었어야 되는 줄 알지만, 그러면 아무 의미가 없어서요. 민경씨가 사전에 알면 카메라를 의식하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민경씨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아빠가 보시면 좋아하실 테니 보여 드리려고 그러는 거죠?”

“그렇습니다. 민경씨가 싫다면 폐기하겠습니다. 이건 명백한 불법이니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빠한테 보여 드리세요.”

“그러면 허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의 눈치를 살폈다.


“왜요?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세요.”

“원장님. 윤지현씨 좋아하시죠?”


그녀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예? ??? 아 예. 저, 윤지현씨 팬이에요. 연기 잘 하잖아요.”

“그냥 팬으로서요? 그것뿐인가요?”

“그렇죠.”

“다른 건 아니고요?”

“다른 거 뭐요?”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아, 아니에요.”


그녀는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


다음날, 준영은 퇴근 후 선 회장의 자택으로 갔다.


선 회장은 그를 기다리면서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바람의 나라>를 시청하면서 보인 민경의 반응이 담긴 바로 그 동영상이었다.


선 회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들어서자 선 회장은 두 팔을 벌리며 환영했다.


“어서 오시게. 하하하! 기다렸네.”

“안녕하셨습니까? 회장님?”


선 회장은 그를 끌어안으며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허원장 덕분에 나야 잘 지내고 있지. 우하하하.”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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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4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2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8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2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3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3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9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4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1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7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9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6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7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5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50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40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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