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60,073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8.01 09:10
조회
1,291
추천
23
글자
12쪽

106화 X또 1등 당첨

DUMMY

그가 침을 놓고 대기실로 나오니, 선 회장이 막 가려는 참이었다.


“회장님. 가시려고요?”

“가지, 뭐. 한의원이 코딱지만 해서 볼 것도 없는데, 뭐.”


선 회장은 자신을 정중하게 대접하지 않자 삐져서 그렇게 툭 뱉고는 한의원을 나가려했다.


그런데 선 회장의 운전기사가 오른쪽 다리를 절었다.


“잠깐만요. 기사님. 발을 다치셨나요?”

“예. 조금 전에 오른 쪽 발목을 약간 삐끗했습니다.”

“아! 지금 그 상태로는 운전하기 힘드실 텐데요? 오른쪽 발이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야 하잖아요?“

“괜찮아. 보니까 심한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예. 참을 만 합니다.”

“아. 위험해서 안 됩니다. 회장님 모시는 기사 분이 그러시면 큰일 나죠. 제가 침 놔 드릴 테니 치료받고 가세요.”

“그래. 그렇게 하지 뭐. 이삼십 분이면 되겠지 뭐.”

“아유, 아닙니다. 회장님. 저 때문에 회장님이 기다리시다니요. 그건 안 될 입니다.”

“그러다 사고 나면?”


선 회장이 나무라자 기사도 할 말이 없다.


“여기 앉아서 기다리시죠. 두 시간 만요.”


그는 환자 예약 스케줄을 확인한 뒤 그렇게 말했다.


“뭐? 두 시간을 여기서 기다리라고? 정 기사 치료 끝날 때까지?”

“기사님은 두 시간 기다렸다가 치료 받고, 회장님은 세 시간 기다리셔야 되겠는데요? 진찰하고 치료하고, 그러면 대충 한 시간 정도는 걸리거든요.”

“나보고 여기서 세 시간을 기다리라고?”

“원래는 예약해야되는데, 그래도 회장님 기사 분이라서 편의를 봐드리는 겁니다.”

“헐!”

“싫으시면 택시타고 먼저 가시던가요? 요 앞에 한 오 분만 걸어서 나가시면 지금 시간에는 택시 잡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내가 내 차 놔두고 택시를 왜 타?”


두 시간 후.


그는 정 기사와 마주 앉았다.


정규동. 30세, 남자.


그는 정기사의 오른쪽 발목은 대충 살펴보고 이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런 다음 진맥도 했다.


진맥하면서 양 손바닥도 살펴보았다.


손금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차트에 입력된 정 기사의 주민등록번호도 몇 번이나 보았다.


“발목 상태는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네요. 오늘 하루만 치료해도 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기사님 태어난 난 시(時)를 아시나요?”

“예. 인시(寅時“03시∼05시까지)라고 들었습니다.”

“인시요? 새벽에 나셨네요?”

“예. 돌아가신 어머니 말씀이 ‘너 낳고 나니까 날이 훤하게 밝아오더라’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거든요.”

“어머님께서 돌아가셨으면 아버님은 건강하시고요?”

“아뇨. 아버님은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기억도 가물가물 한 걸요.”

“그러면 어머님 혼자 기사님 키우셨네요.”

“예. 고생만 하시다가 재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기사님은 지금 어디 사십니까?”

“저는 신림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뇨. 제 말은 아파트나 빌라나. 뭐 그런 걸 여쭤보는 겁니다.”

“아 예. 원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기사님. 복권 사 보신 적 있으세요?”

“예? 복권이요?”

“예. X또 복권이나 스포츠 복권이나, 뭐, 그런 거요?”

“아 예. 예전에는 자주 샀죠. 몇 년 동안은 매주 샀었습니다. 그런데 안 되는 놈은 복권도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많이 샀는데도 500 원짜리 서너 번 당첨 됐나? 하도 안 되니까 재미없어서 안 산지 몇 년 됐네요. 그런데 갑자기 복권은 왜?”

“오랜만에 복권 사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이번 주만요. 아니면 다음 주 한 번 정도 더 사보시던가요. 매주 사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예? 원장님. 저 복권 당첨될 운인가요?”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냥 심심풀이삼아 한 번 사 보시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원장님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기사는 마치 이미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이런 말씀 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직업을 바꾸시는 건 어떨까요?”

“왜요?”

“운전은 기사님께 잘 맞는 일이 아닙니다. 웬만하면 다른 일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대중교통 이용하시고요. 만일 나중에 돈을 많이 버셔서 차를 살 정도가 되더라도 가급적이면 기사를 두십시오. 본인이 운전은 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 올해는요.”

“원장님. 혹시 제 사주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신가요? 아까 태어난 시도 물으시는 것 보니까.”

“저는 그런 거 볼 줄 모릅니다. 아무튼 제 말 허투루 듣지 마시고요.”

“아예. 알겠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기사는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 침을 놔 드릴 테니 침구실로 들어가시죠.”


정 기사에게 침을 놓은 후, 그는 선 회장과 진료실에서 마주 앉았다.


“회장님. 오래 기다리셔서 힘드시죠?”

“힘들긴!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막 쑤시는 게, 이런 기분 오래 만에 느껴보니까 신선한 게 아주 좋은데!”

“다행입니다. 회장님. 머지않아 정 기사님이 그만 두겠다고 할지 모릅니다.”

“왜? 그게 무슨 말인가?”

“그게 회장님한테도 좋고, 정 기사님한테도 좋습니다. 그러니 혹시 그만 두겠다면 잡지 마시라고요.”

“아니, 무슨 소리야? 저, 친구 운전 잘해. 난 마음에 들어서 몇 년 더 시킬까 생각 중이었는데.”

“회장님하고 안 맞습니다.”

“궁합이 안 맞나? 아! 남자끼리는 궁합 그런 거 안 따지나?”

“자세한 건 말씀 드리기 그렇고, 정 기사가 그만 두겠다면 그냥 ‘그동안 수고 많았네,’ 라는 말씀만 하시고 잡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선 회장은 여전히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


며칠 후 선 회장의 전화가 왔다.


-이보시게. 허 원장. 한 가지 물어봄세.-

-말씀 하십시오. 회장님.-

-혹시 자네가 정 기사한테 복권 사라고 한 적 있나?-

-예. 며칠 전에 회장님하고 같이 한의원에 오셨을 때요.-

-맞네. 소문이 맞구먼. 아니, 그 친구가 X또 복권 1등에 당첨 됐다는 소문이 있더니 오늘 기사를 그만 두겠다는 거야.-

-그래서? 그러라고 하셨어요? 안 잡으셨죠?-

-안 잡았지. 잡지 마라며?-

-아! 잘 하셨네요. 정말 잘 하셨습니다. 회장님.-

-아니. 정 기사한테는 복권사라고 귀띔해주면서 나한테는 왜 안 해줘?-

-아아! 회장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이러니까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말이 있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농담일세. 아니 그나저나 정 기사가 복권에 당첨될 줄은 어떻게 알았어?-

-그건 그냥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격으로 안 거지, 별 거 아닙니다.-

-에이! 아니면서. 알았으면서. 이보시게, 허 원장. 그러지 말고.-

-회장님. 저 진료해야합니다. 지금 대기실에서 환자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알았어. 그러면 정 기사가 그만 둘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회장니∼이임. 저, 지금 바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아아∼.-

-끊지 마. 끊지 마. 그것만 말해달라고. 궁금해 죽겠단 말이야.-


그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싶었다.


그러나 어른의 전화를 끊을 수는 없었다.


-허 원장. 내 말 듣고 있나? 전화 끊은 거야?-

-듣고 있습니다, 회장님.-

-좋아. 그러면 며칠 내로 우리 만나자. 만나서 얘기하자. 알았지?-

-회장님. 안 바쁘세요?-

-응. 안 바빠. 사람들은 내가 무지하게 바쁜 줄 아는데, 우리 회사에서 내가 제일 안 바빠. 자네, 시간 비워 놔.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


며칠 후.


선 회장이 한의원으로 오더니 그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말이 데리고 간 거지 거의 납치나 다름없었다.


바뀐 기사가 운전하는 차는 고급 갈비집 앞에 섰다.


두 사람은 갈빗집 특실로 안내되었다.


불판 위의 갈비가 자글자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난 이 집 갈비 좋아하는데, 자넨 어떤가 모르겠네. 자, 많이 드시게.”


선 회장은 잘 익은 고기 몇 점을 그의 앞에 내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오! 맛있네요. 정말.”

“이 집 잘해. 맛있어. 비싸서 그렇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맛만 조금 보겠습니다.”

“에헤이! 그런 뜻 아니란 게 알면서 왜 투정을 부리고 그러나?”


선 회장은 아주 우호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고기 드시고 내가 묻는 말에 다 대답해야 하네. 만일 안 하면 이 갈비 값 자네가 다 내게. 난 한 푼도 안 낼 거야!”

“아! 치사합니다, 정말. 이까짓 거 얼마나 된다고요!”

“그만큼 궁금하다는 말 아닌가? 궁금해서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야. 다 말하게.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 기사. 오늘 교통사고 났어. 지금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대. 목숨이 오락가락하고 있나 봐.”

“아아! 어떡해? 내가 웬만하면 운전하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그래서 회장님 운전기사도 그만두라고 했던 거거든요. 말 안 듣고 기어코 일을 저질렀네요.”

“자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정 기사가 교통사고 날 줄 어떻게 알았냐고?”

“회장님께 그 말씀 드리기 전에 분명하게 해 둘 게 하나 있습니다.”

“뭔데?”

“저는 관상가도 아니고, 사주를 보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한의사일 뿐입니다. 다만 관상이나 사주를 보는 게 병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될 때가 있기 때문에 공부를 조금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런 얘기는 나도 들은 적이 있어 알지. 계속하시게.”

“처음엔 발목을 치료하려고 제 진료실에서 정 기사와 마주 앉았는데, 그의 관상과 손금과 정 기사의 현실이 잘 맞지 않는 겁니다.”

“어떻게 안 맞던가?”

“관상에서는 얼굴을 세 부분으로 나눕니다. 눈썹위에서부터 머리카락 아래까지를 상정(上停)이라하여, 주로 초년 운을 봅니다. 그런데 정 기사의 초년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마가 넓고 반듯한데다 윤기가 있고요.”

“그래? 난 그렇게 자주 봐도 무심결에 봐서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그래서?”


선 회장은 귀를 쫑긋 세웠다.


“관상학적으로 보면 그는 지금쯤 청년 사업가나, 스포츠 스타, 아니면 연예인으로 꽤 큰 부를 얻어야 하거든요. 그게 아니면 부모로부터 큰 유산을 물려 받거 나요. 물론 관상이라는 게 100% 맞는 건 아니지만요.”

“그렇겠지.”

“그런데 정기사는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잖아요. 나이 서른이면 초년의 끝물인데, 부모님은 두 분 다 이미 돌아가셨다고 하고, 원룸에 살고 있다면 말이죠.”

“음. 그렇군.”

“그런데 손금을 보니 생명선과 감정선 사이에 별 모양의 손금이 나 있었습니다. 양 손에 다요.”

“양 손 다?”

“예. 양 손에 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그렇다면 적중률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겠구먼?”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 갑자기 큰 행운이 찾아온다고 보는 거거든요. 특히 금전적으로요.”

“아! 알겠네. 그래서 X또 복권을 사라고 한 거구먼?”

“뿐만 아니라 사주에도 올해 재물 운이 크게 들어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회장님의 운전기사 하는 사람이 큰 재물 운이 들어올 일이 뭐가 있을까요? 회장님이 월급을 열배쯤 올려주시면 모를까요?”

“음, 그렇군. 자네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


선 회장은 물 한 컵을 단숨에 비우더니 말했다.


“그래서 복권을 사라고 한 건 이해가 되네. 그런데 내가 정말 궁금한 거는 바로 이건데 말이야. 정 기사가 그만 두겠다면 말리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은 왜 한 건가?”

“아, 그거요? 그건 아주 특이한 경웁니다.”


그는 남은 갈비 한 점을 맛있게 먹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랑의 한의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4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2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8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2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3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3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9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4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2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7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9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6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7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5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51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40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