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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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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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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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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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DUMMY

아무래도 성원가족의 진료 첫날, 한의원을 뛰쳐나간 일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환자는 꾸준히 오는데, 성원 그룹 가족들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선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진료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허 원장. 나 여기 골프장인데 조금 전 스윙하다가 허리를 삐끗했어. 그 후론 영 꼼짝을 못 하겠네. 여기서 차로 가면 두 시간은 걸릴 것 같은데 지금가도 치료 받을 수 있을까?-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였다.


-염려 마시고 천천히 오십시오, 회장님. 기다리겠습니다.-


두 시간 걸릴 것 같다더니 정말 두 시간 후에 내원했다.


그는 선 회장의 허리를 치료해드린 후 진료실에서 마주 앉았다.


두 선생은 퇴근한 후였다.


그래서 두 사람만이 진료실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쌍화차를 선 회장에게 대접했다.


“우선 회장님께 사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첫 날부터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거! 그 일 민경이한테 들었네. 누구라더라? 가수를 구하려다가 그렇게 됐다며?”

“그렇습니다. 서은우라고, 곧 데뷔할 가숩니다.”

“안 그래도 치료 받으러 온 김에 한 소리할 생각이었는데, 자진 신고하니까 한 번은 눈 감아 주지. 다른 일도 아니고 사람 구하려다가 벌어진 일이니까.”

“감사합니다. 회장님.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신 나한테도 뭔가를 선물해야 하지 않겠나?”

“선물이요? 말씀하십시오. 너무 무리한 선물만 아니라면 드리겠습니다.”

“자네 성원생명과학에 대해 어떻게 알았나?”

“아, 그거요. 사업보고서보고 알았습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 사업보고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볼 수 있잖습니까?”

“내 말은 사업보고서에도 안 나와 있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제가 아는 건 사업보고서에 나와 있는 게 전붑니다. 실적, 재무상태, 현금흐름, 또 지금 추진 중에 있는 신제품에 관련된 내용들. 뭐, 그런 거요.”

“내가 갖고 있던 주식은 이미 자네 손에 넘어갔고, 한 번 준 거 다시 돌려달라고 안 할 테니 말해 보시게. 사실 그거 자네한테는 큰돈이지만 나한테는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 없다는 거 알지?”

“예.”

“내가 알고 싶은 건 허 원장의 혜안. 그 혜안의 비법이 궁금한 걸세. 자네를 추궁하려는 게 아니란 말일세. 자! 그러니 부담 갖지 마시고 말씀해보시게. 사업보고서에는 안 나와 있는 거 말이야.”


그는 말하기 싫은 티를 팍팍 냈다.


“난 자네를 한 번 봐주겠다고 했는데, 자넨 받기만하고 줄 생각이 없는 거군. 이건 공정한 거래가 아니지 않나?”

“회장님. 그 전에 한 가지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가 누굽니까?”

“허준영!”

“그게 아니라 제 직업이요.”

“한의사.”

“저는 사주나 관상 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부터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 물론. 사주가를 무시해서 드리는 말씀은 절대 아닙니다. 만일 그런 생각이었다면 제가 그 쪽을 공부했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다 자르고 본론만 말해.”

“민경 씨가 성원생명과학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말 들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 듣는 회사였거든요. 성원 그룹 계열사 중에 이름만대면 다 아는 회사도 많은데 왜 하필 거길까?”

“맞아. 누구나 그런 생각 했을 거야. 회사 내에서도 그런 말하는 사람들 많아.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 내가 그 쪽으로 가라고 한 거 아니니까.”

“그래서 성원생명과학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겁니다. 회장님이 보냈다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건 무슨 뜻인가?”

“회장님이 가라고 하셨다면 이미 충분히 좋은 기업일 테니까요. 이미 충분히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주식투자에서는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돈을 아주 잘 벌던 회사가 이익이 10%만 줄어들어도 주가는 20%, 30%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거든요. 하지만 오랫동안 적자가 나던 회사가 적자 폭이 크게 줄면 주가는 크게 오릅니다. 적자가 흑자로 돌아서면 주가는 3배도 오르고, 4배도 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적자가 나는 회사가 무조건 흑자로 돌아선다는 보장은 없잖아? 적자가 지속 될 수도 있고, 적자폭이 더 커질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일세?”

“민경 씨의 관상과 사주가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


선 회장은 관심을 보였다.


“관상학에서는 아랫입술의 양쪽 옆을 지고(地庫)라 합니다. 이 부분이 실하고 반듯하면 평생 재물 운이 따른다고 봅니다.”

“지고?”


선 회장은 자신의 아래턱을 손으로 쓰윽 쓰다듬었다.


“민경 씨가 바로 그런 얼굴입니다.”

“그래! 하하.”


선 회장은 입이 째져라 좋아했다.


“가만! 난 어떤가?”


선 회장은 실내를 두리번거렸다.


“거울이? 아? 저기 있네.”


선 회장은 거울 앞으로 가더니 아랫입술 주변을 비쳐보았다.


“이 정도면 나도 괜찮지?”

“괜찮은 정도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 자리까지 오르신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내가 우리 민경이를 쏙 빼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

“???”


선 회장은 의자에 앉더니 눈으로 말을 재촉했다.


“게다가 얼마 전 민경 씨의 그 부위에 노르스름한 빛이 도는 걸 봤습니다.”

“노르스름한 빛? 조명발 아니고?”

“조명발 아닙니다. 그건 머지않아 큰 재물 운이 들어온다고 봅니다.”

“아아, 그래!”

“그것뿐이 아니라 민경 씨 올해 사주에도 큰 재물 운이 들어와 있고요.”

“사주와 관상이 딱 들어맞은 거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거야 민경 씨 복이지, 저하고는 별 상관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회장님께서 촉탁의를 제안하시는 순간 그 생각이 났습니다.”

“아아. 그렇게 됐군.”


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민경 씨가 성원생명과학에 입사를 하면 머지않아 회사에 아주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었던 거죠.”

“사실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성원생명과학이 하도 속을 썩여서 몇 년 동안 보고도 안 받았는데, 요 얼마 전 민경이한테 들으니 회사에 뭔가가 터질 건덕지가 있는가 보더라고. 그래서 회사 대표를 불러 몇 년 만에 보고를 받았는데, 우와. 이건.”

“큰 호재가 있나요?”

“그걸 다 가르쳐주면 자네하고 나하고 똑 같아지는데? 난 회장이고 자넨 원장이야.”

“궁금하지만 말씀하기 싫으시다면 굳이 더 여쭙지는 않겠습니다.”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겠나?”

“말씀 하십시오.”

“내가 미국의 큰 기업 하나를 인수할까 고민 중이거든. 돈이 워낙 많이 들어서 이거 잘못하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지도 몰라.”


그는 눈만 끔뻑이면서 선 회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자네 생각에는 어떤가? 인수할까말까?”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어떡합니까?”

“그러면 누구한테 물어? 자네가 제일 잘 아는데.”

“저는 그냥 한의사일 뿐입니다. 그런 중대한 일은 회사 임원들하고 의논을 하시던가, 아니면 회장님께서 고독한 결정을 내리시던가 하셔야지요.”

“아니 그러지 말고. 내 오늘 갈비 살게. 자네 그 갈비 맛있다고 쪽쪽 빨지 않았나. 한 10분 사줄게. 그러니까 저기······.”

“전 모릅니다.”

“자네 이러긴가?”


그는 입을 꾹 다물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정말! 더럽게 잘난 척하네.”

“침 맞으시고 허리는 좀 어떠십니까?”

“내가 여기 침 맞으러 온 줄 아나?”


선 회장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침 맞으러 오신 거 아닙니까? 조금 전에 맞으셨잖아요?”

“??? 아! 허리!”


선 회장은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허리를 돌려보았다.


“어라! 안 아프네. 하나도.”


선 회장은 몇 번 스윙하는 시늉을 냈다.


“좋은데! 아, 좋아. 너무 좋아.”


#


며칠 후 선민경이 내원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어디 불편하신 데가 있으셨나요?”

“아뇨. 그동안 바빠서 못 왔어요. 얼마 전에 새로 나온 화장품이라면서 드렸었죠? 그 제품 홈쇼핑에 런칭한다고 바빴어요.”

“그랬군요. 런칭에는 성공하셨나요?”

“두 군데요. 지금도 다른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에 런칭 계약을 진행 중이에요.”

그는 얼마 전까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던 성원생명과학에 대해 깊은 관심이 갔다.


“그런데 첫날부터 완판 됐어요. 판매 시작한 지 나흘 됐는데, 매일 완판이에요.”

“그렇습니까?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게 다 원장님 덕분이에요.”

“제가 한 게 뭐 있다고요?”

“절 치료해 주셨잖아요. 원장님 아니었으면 전 지금도 한심하게 살았을 거예요. 취직도 안 하고요.”

“그런 가요? 회사 일은 재미있으세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윗분들 모시고 따라 다니면서 일 배우기 바쁜 걸요.”

“처음엔 다 그렇죠.”

“아빠한테 얘기 들었어요? 제 관상, 사주 얘기요.”


그렇겠지. 말씀 안 했을 리가 없지.


“저 남자 복은 어때요? 좋은 남자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요?”

“그런 건 잘 모릅니다.”

“피이! 거짓말.”

“건강과 관련된 질문을 하시면 성실하게 말씀 드릴게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요.”


며칠 뒤 성원생명과학의 주가가 하루 동안 25% 올랐다.


이렇게 많이 오르면 그 다음날 오름폭의 1/3이나 반, 혹은 그 이상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성원생명과학처럼 시가총액이 적은 소형주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회사는 대개 개인투자자들이 주가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그 다음날 성원생명과학의 주가는 1% 하락 마감에 그쳤고, 그 다음날은 2% 상승 마감했다.


아직은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주가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성원생명과학이 출시한 신제품의 판매가 호조세임을 감지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 같았다.


외국인이 며칠 째 매수에 나선 것이 포착되었다.


이런 소형주의 경우, 외국인은 소위 <검은머리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인. 이들도 외국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성원생명과학을 매수하는 외국인은 검은 머리 외국인이 아닌 것 같았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


주가의 오름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준영은 선 회장으로부터 성원생명과학 주식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40%가 넘은 수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주도 팔지 않았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선 회장에게 주식으로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길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


인터폰이 울렸다.


-원장님. 신환입니다.-


그는 차트를 확인했다.


김재철 65세. 남


김재철 님은 제대로 걷지 못했다.


여성 보호자분과 차 선생의 부축을 받고서야 진료실로 들어왔다.


그도 거들어 환자 분을 의자에 앉혔다.


네 사람 모두 숨을 크게 내쉬고 나서야 진찰을 시작할 수 있었다.


“댁이 수원이시네요?”


수원에서만 환자가 오는 것은 아니었다.


강원도에서도 오고, 대구, 부산, 전주, 대전에서도 온다.


서울이 아닌 먼 곳에서 오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인사차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아이고, 선생님 말씀 마십시오. 이 양반 부축해서 전철타고 버스타고 오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예? 승용차로 오신 게 아니라 전철을 타고 오셨다고요?”


믿을 수 없었다.


조금 전 여러 명이 달려들어 환자를 진료의자에 앉혔는데, 여성 보호자분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기까지 오다니!


‘농담이시죠?’


그는 하마터면 그렇게 말할 뻔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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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121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5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2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8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2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3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4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4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9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4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2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7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9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7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7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5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51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40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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