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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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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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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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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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1화 미니 콘서트

DUMMY

“한의원을 확장하라고요?”

“환자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시는 거 같아서요.”


사실 민경이 말한 이 문제가 은근히 고민이 되긴 했다.


얼마 전부터 성원그룹 환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은우의 자살 해프닝으로 한 번 신뢰를 잃어 좀처럼 늘지 않았던 환자수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더니 얼마 전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마침내 토요일은 일반 환자 수보다 성원 가족 환자 수가 더 많아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평일에도 성원그룹 가족들이 예약하는 일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증가한다면 머지않아 하루 예약환자를 70명으로 늘려야 할 수도 있고, 100명으로 늘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그로서는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우선 환자 한 명을 진료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그로서는 하루 7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쉴 새 없이 진료해도 예약된 환자를 다 진료한다는 것이 벅찼다.


그렇다면 민경의 말대로 한의원을 이전 확장해야 한다.


최소한 지금의 3배는 되어야한다.


부원장도 채용해야하고, 직원도 충원해야한다.


이런 일은 좀 성가시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확장자금 마련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가 이전확장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늘어나는 환자를 다 진료하려면 한 환자에게 할애하는 시간을 지금보다 반 이상 줄여야한다.


다른 건 다 가능하더라도 이 점은 내키지 않았고, 자신도 없었다.


‘에휴! 어쩌겠어! 이게 내 팔잔데. 생긴 대로 살자.’


그는 확장이전은 큰 고민 없이 던지고 지금에 만족하기로 했다.


#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도 지현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드라마 시청률은 계속 하락했고, 한지석의 일부 광팬들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지석이 원래의 연기력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였던 마지막 2회분이 방영되어야 시청률이 회복할 것이고, 그래야 위협이 사라질 거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지현은 그때까지 매니저와 함께 미국여행을 갔다.


그런 예상은 적중했다.


13.2%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은 마지막 2회 분이 방영되자 17%대로 회복한 후 마감했다.


20%대를 훨씬 넘던 최고 시청률에 비하면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절반의 성공은 한 셈이다.


그리고 지현은 미국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호텔을 전전하던 것까지 합치면 한 달 만에야 집으로 돌아 온 것이었다.


#


지현은 자기 집으로 들어간 다음날 그에게 전화했다.


-준영씨. 지금 어디에요?-

-나, 지금 일층 백반집이에서 점심 먹고 있어요.-


그는 김치 한 조각을 집어 입안에 넣고 씹었다.


-아우 더러워 죽겠네.-

-뭐가 더러워요?-

-음식 씹는 소리가 내 귀에 다 들린단 말이에요.-

-허어 참! 아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지금 누가 누구한테 화내는 거예요? 점심시간에 전화한 사람이 잘못이지, 밥 먹고 있다고 화내는 건 무슨 경우야? 차암!-


그는 김치 한 조각을 또 입에 넣더니 입을 휴대폰에 더 가까이 갖다 대고 더 크게 소리 내어 씹어 먹었다.


-아아! 소름 끼쳐. 그마안! 좋게 말할 때 그만해요.-


그는 씹던 걸 딱 멈췄다.


-그나저나 준영 씨 새 집에 입주했어요?-

-아니 아직이요. 인테리어는 다 끝났는데 새집 냄새가 심해서 좀 빠져 나가면 들어가려고요.-

-그렇구나. 집들이 안 해요?-

-에이. 집들이는 무슨. 지금 사는 데에서 몇 층만 내려가면 되니까 도무지 실감도 안 나고 그래요. 나중에 봐서 입주하면 집들이는 그때 가서 생각해 보려고요.-

-작곡공부는 열심히 해요?-

-그럼요. 새 집에 입주하면 시스템 갖춰놓고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이에요.-

-이 참에 나도 그거 배울까?-

-왜? 작곡에 관심 있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준영 씨도 한다니까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건가보다 싶어서요.-

-우이 씨이.-

-크크큭. 그나저나 준영 씨 이번 주 토요일 오후 시간은 비워둬야 할 것 같은데? 선약 없죠?-

-이번 토요일? 아뇨. 아직 없는데요. 왜?-

-<키즈 인 타운> 미니 콘서트가 있거든요.-

-그래요? 난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그래서 내가 지금 말하는 거잖아요. 콘서트가 갑자기 잡혔어요. 노래도 많이 부르는 것도 아니고 <키즈 인 타운> 노래 5곡하고, 팝 음악 두 곡, 그리고 팬들과의 대화, 기념촬영, 싸인회. 게임. 뭐, 그런 식으로 진행되나 봐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왜 지현 씨가 해요?-

-왜? 싫어요? 전화 끊어요?-

-에헤이. 그런 뜻이 아니라 마 대표님은 뭐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 배우님께 이런 일을 시키느냐 이 말이지, 내 말은.-

-오. 그런 아부 마음에 드는데! 킥킥!-

-몇 시부터죠? 장소는요?-

-나하고 같이 가요. 토요일 오후에 나 예약 좀 잡아줘요. 오랜만에 치료 좀 받게요.-

-왜? 왜? 안검하수가 재발한 거예요?-

-아니. 재발한 거는 아니고, 혹시 재발할까봐 예방차원에서요.-

-아, 난 또. 깜짝 놀랐네. 알았어요. 제일 마지막 타임에 잡아 놓을게요.-

-그럼 토요일 날 봐요.-


#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지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선민경이었다.


‘치료 받으러 온 모양이네.’


지현은 본능적으로 멈칫했다.


민경도 그녀를 알아보고 일어나 다가왔다.


민경은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윤지현 씨. 저, 아시겠어요?”


지현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민경이 머리채를 잡고 흔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내 두 손을 내렸다.


민경의 표정에서 자신에 대한 적개심이 없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럼요. 아, 안녕하세요?”

“지난번에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정식으로 사과 말씀 드려야 되는데 그러지도 못했네요.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민경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환자들이 쳐다보고 있는 걸 알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사과했다.


지현은 그녀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죽일 듯이 대들던 바로 그 선민경이 맞나, 싶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민경을 이 정도로 회복시킨 준영의 실력에 감탄했다.


그리고 당시 민경의 심정도 어느 정도는 이해되었다.


‘어쨌든 아픈 사람이었는데!’


그녀는 민경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그런 의미로 미소도 지어보였다.


준영이 진료실에서 대기실을 지나 침구실로 향할 때, 그리고 다시 대기실을 지나 진료실로 향하면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처럼 보였다.


쉴 새 없이 말을 주고받았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깔깔깔 웃을 때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참! 여자들은 신기해.’


불과 몇 달 전 머리채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던 바로 그 여자들이 맞나 싶었다.


다행한 일이기는 했다.


환자들 보는 앞에서 머리채잡고 너 죽고 나 살자, 며 싸우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나!


#


500석 규모이니 큰 공연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규모에 비해 팬들은 꽤 많이 몰려들었다.


“우와. 입장도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 봐요. <키즈 인 타운> 인기가 대단하네요?”


준영은 인파를 헤집고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러네요. 에휴! 난 이제 한물갔네. 한물갔어.”


지현은 그를 힐끔 쳐다봤다.


아니라고. 아직도 최정상이라고, 지현은 그가 한 마디 해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동안 많이 해먹었잖아요. 한물 갈 때도 됐지, 뭐.”


지현은 그의 턱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지만 보는 눈이 하도 많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현은 지정석을 찾아 앉았고, 준영은 출연자 대기실로 향했다.


“아유. 오셨어요? 원장님?”

“예. 왔습니다.”


마 대표가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공연일정이 갑자기 잡혀서요. 혹시 중요한 선약이 있으셨던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선약은 없었습니다.”

“아, 다행입니다. 지현이는요? 같이 오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지현 씨는 객석으로 가고, 저는 <키즈 인 타운> 멤버들 진료하러 이쪽으로 왔습니다.”

“하하하. 우리 애들 잘 봐주십시오. 애들아! 원장님 오셨다.”


<키즈 인 타운> 멤버들이 춤과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가 그를 보더니 일제히 인사했다.


“우와! 너희들 오랜만이다. 슈퍼스타 되더니 얼굴 보기도 힘드네.”


그가 <키즈 인 타운> 멤버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데 은우가 들어왔다.


“원장님. 저도 오늘 공연에서 두 곡 부르기도 했어요.”

“그렇구나! 잘 됐네. 은우야. 조금만 기다릴래? 얘들 체크하고 너도 봐줄 테니.”


<키즈 인 타운> 멤버들은 별 문제 없었다.


그는 은우를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여기서 노래 한 번 불러볼래? 목 상태 어떤가 한 번 보게.”


은우가 노래를 부르자, 그는 귀를 쫑긋 세우고는 점검했다.


마음에 들었다.


소리가 갈라지거나 끊어지지 않았다.


호흡도 충분히 길었고, 가성도 불안하지 않았다.


“음, 좋아. 아주 좋아. 입 좀 벌려 볼래.”


그는 은우의 목안도 들여다보았다.


“됐어. 이 정도면 문제없겠는데. 목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나보네?”

“예. 제 나름대로는 많이 씁니다.”


그는 은우의 어깨를 다독였다.


같이 피땀 흘리면서 연습하던 <키즈 인 타운> 멤버들이 대성공을 거두는 걸 먼발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녀석이 웃음을 잃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공연은 7시 30분에 시작됐다.


첫 곡은< Sky High>


<키즈 인 타운>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Fever>와 함께 크게 히트한 곡이다.


BPM 125정도 되는 꽤 빠른 곡이다.


중간 중간에 랩도 있고 혜민의 난이도 높은 솔로 안무가 12초 정도 펼쳐지는 노래이다.


이 곡을 오프닝 곡으로 선곡한 걸 보니 처음부터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조명이 하나 둘 꺼지자, 관객들이 술렁거렸다.


“시작한다!”


객석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대기실에 있던 준영에게도 들릴 정도였다.


<키즈 인 타운> 멤버들이 하나 둘 무대로 나가더니 대열을 갖추었다.


<Sky High>의 인트로가 울렸다.


까악!


관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혜민 오빠! 사랑해요, 오빠!”


오빠? 오빠라고?


목소리만 들어도 애 둘은 낳았을 것 같은 삼십 대 중반의 여성이 그렇게 절규했다.


와아아아!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준영은 속으로 기도했다.


‘스물도 안 된 핏덩어리한테 오빠라니! 저 여자 설마 지현은 아니겠지?’


조명 하나가 커졌다.


리더인 에디의 몸 위로 빛이 쏟아졌다.


조명이 하나 더 커졌다.


그걸 신호로 멤버들이 일제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


드럼 비트가 귀에 팍팍 꽂혔다.


그가 들어도 이 곡은 정말 잘 만든 곡이다.


‘아! 나도 언젠가는 저런 곡 하나만 만들면 좋을 텐데.’


음악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마침내 혜민의 기가 막힌 솔로 춤이 시작되었다.


까악! 까아악!


객석에서 괴성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혜민 오빠. 사랑해요, 혜민 오빠. 너무 멋있어요.”


어라!


‘지현의 목소리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는 대기실에서 목을 길게 빼고 객석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광기에 휩싸인 객석에서 지현을 찾기는 어려웠다.


마침내 오프님 곡 <Sky High>가 끝났다.


노래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객석에서 비명이 들렸다.


느낌이 싸했다.


환호하는 소리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객석이 술렁거렸다.


답답했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는 객석의 일부만 보였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사람이 쓰러졌다. 사람이 쓰러졌어!”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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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대화 그룹의 회장 딸 +2 23.08.17 1,083 23 12쪽
» 121화 미니 콘서트 +1 23.08.16 1,085 24 12쪽
120 120화 안달 난 선 회장 +1 23.08.15 1,106 24 12쪽
119 119화 살아야겠다 +1 23.08.14 1,122 24 12쪽
118 118화 우리 쭈우욱 같이 가는 거야! +2 23.08.13 1,116 26 12쪽
117 117화 헛돈 +1 23.08.12 1,118 24 12쪽
116 116화 경영 컨설턴트 허준영 +1 23.08.11 1,122 25 12쪽
115 115화 화장품 대박조짐 +1 23.08.10 1,143 23 12쪽
114 114화 여장하는 준영 +1 23.08.09 1,133 27 12쪽
113 113화 선민경의 관상과 사주 +1 23.08.08 1,153 25 12쪽
112 112화 후계자 +1 23.08.07 1,183 23 12쪽
111 111화 침 꽂고 노래하는 은우 +1 23.08.06 1,169 23 12쪽
110 110화 의사는 환자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2 23.08.05 1,204 25 12쪽
109 109화 돈보다 주식으로 +2 23.08.04 1,201 27 12쪽
108 108화 연축성 발성장애 +2 23.08.03 1,244 26 12쪽
107 107화 내 집 마련에 성공하다 +1 23.08.02 1,289 28 12쪽
106 106화 X또 1등 당첨 +1 23.08.01 1,292 23 12쪽
105 105화 투자 실패 +1 23.07.31 1,290 24 12쪽
104 104화 선 회장의 사윗감 허준영 +1 23.07.30 1,315 20 12쪽
103 103화 질투의 화신 허준영 +1 23.07.29 1,307 24 12쪽
102 102화 자전거 같은 여자 +1 23.07.28 1,339 25 12쪽
101 101화 선 회장과 담판을 짓다 +1 23.07.27 1,317 21 12쪽
100 100화 자기 몸에 침을 놓다 +1 23.07.26 1,276 25 12쪽
99 99화 선 회장 +1 23.07.25 1,356 24 12쪽
98 98화 피습 +1 23.07.24 1,314 23 12쪽
97 97화 가스라이팅 +1 23.07.23 1,337 22 12쪽
96 96화 마동자 비만 치료 종료 +1 23.07.22 1,315 23 12쪽
95 95화 스토커 +1 23.07.21 1,351 22 12쪽
94 94화 바람둥이 +1 23.07.20 1,340 22 12쪽
93 93화 방구냄새 +1 23.07.19 1,339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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