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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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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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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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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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어나더 레벨(3)

DUMMY

괴생명체의 울부짖음에 부지런히 비탈길을 올라 언덕 너머를 바라본 제니스의 눈이 똥그래졌다.


그녀의 뒤를 따라 올라온 오웬과 다른 헌터들도 모두 경악스러운 표정이었다.


몸집이 배로 커져 거대해진 아르수스 두 마리가 옆으로 쓰러진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놈들의 미간에 박혀있는 은빛 단검.


목이 반쯤 베어진 채 검은 피를 쏟아내고 있는 거대한 놈들.


허공에 창을 휘리릭 돌려 창날에 묻은 검은 피를 털어낸 댄이 겸연쩍은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헌터들을 올려다보았다.


“...각성하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한다길래...”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이 헛웃음을 지으며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각성을 끝낸 놈들인데.’


놈들의 미간에 박혀있는 단검을 뽑아낸 댄이 제니스를 보며 기쁜 웃음을 흘렸다.


“역시 네가 준 단검 최고다. 놈들이 그냥 죽어버리네?‘


그렇게 말하는 댄을 바라보며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가에 웃음을 흘렸다.




“미션 완료다.”


허공에 뜬 글에 시선을 둔 오웬이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5분 남았으니 주위에 남아있는 마석이 있는지 확인해라. 아공간 균열 부분도 찾아보고! 맷과 어셔는 부지런히 다니면서 아공간에 익숙해지도록.”


그의 말에도 그 주위에 서 있는 헌터들은 턱을 떨구고 마치 귀신이라도 만난 표정으로 댄과 방금 숨이 끊어진 몬스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뭐하나? 모두 정신 차리고 움직여!!”


오웬의 불호령이 떨어진 후에야 하나둘씩 헌터들이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헌터들이 오웬의 주위에서 모두 흩어지자 댄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 오웬님?”


“그냥 오웬이라고 불러. 그래 뭐지?”


그가 고개를 쳐들고 댄을 올려다 보았다.


“혹시....”


어려운 부탁이라도 하듯 희미한 미소를 띠며 댄이 말을 이었다.


“마석 구슬이라는 게 있나요? 마석 성분이 50퍼센트 함유된 걸로요.”


천천히 간을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미 잠시 후엔 좋든 싫든 원래 세계로 강제 소환될 것이 뻔한 상황.

부지런히 정보를 얻고 요구해야 했다.


“그건.... 어디에 쓰려고?”


오웬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최소한 마석 구슬의 존재를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온, 이 낯선 놈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하는 그런 얼굴이었다.


“자네.. 혹시 무슨 다른 재주도 부릴 수 있는 건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오웬의 파란 눈동자가 밝은 광채를 띠었다.


“그게... 좀 필요한 데가 있어서....”


그렇게 얼버무리는 댄을 그는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다.


“알겠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오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보도록 하지.”


싱긋 웃는 표정으로 오웬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창을 가리켰다.


“담당자에게 부탁해서 네 창도 바꿔야겠다. 또...”


댄이 전투 중에 사용했던 무기를 생각해 내는 오웬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석 함유량을 높인 수리검 한 세트와 단검 여섯 자루, 장검 두 자루.... 그리고 대검 한 자루면 되겠지?”


“고맙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오웬의 호의에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너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거다. 이제 너도 우리와 한 팀이 됐으니까.”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웃으며 그가 댄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렸다.

몸을 돌리기 전 오웬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 자네 교관이 누구지?”


“이안 교관님하고 도노반 교관님입니다.”


“이안이라면 LA 훈련소에?”


“예.”


그의 대답을 들은 오웬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오웬이 댄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 수고 많았네.”


댄이 그의 손을 잡았다.


“고맙습니다....저 그리고...”


잡았던 그의 손을 놓으며 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번에 이곳에 오면 저 엄청난 가시들은 여전히 남아있나요?”


주변을 돌아보는 댄을 보며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때가 되면 모두 녹아 없어지지.”


강철봉과 같은 가시들이 녹아 없어진다는 말에 똥그래진 눈으로 그가 오웬을 바라보았다.


“여기, 이걸 보게.”


오웬이 그들 발치의 지면을 가리켰다.


거대가시가 박혀있는 주변의 흙이 뒤틀리며 끓어오르는 물처럼 거품이 일고 있다.


“이 아공간 내부의 환경은 겉보기에는 지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상당히 달라.”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오웬이 말을 이었다.


“이 아공간 내부에서는 마나가 없는 평범한 인간은 견디지 못해. 수 분 이내에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호흡 곤란을 겪게 돼. 그리고 곧 온몸이 시커멓게 되어 녹아버리지.”


어두운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뜬 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처음엔, 협회도 잘 몰라서 몇 번 실수했지. 몸 안에 마나 효용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도 괴력의 소유자라면 괴생명체와 싸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


“하지만 소환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몸에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지. 내가 말한 그대로....”


말을 멈춘 그가 ‘휴우’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협회가 밝힌 그들의 숫자만 해도 스물이 넘어. 그들 중 두 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댄의 말에 오웬이 다시 참혹한 표정을 지었다.


”병원에서 극비리에 치료받고 있지만 좀비의 형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알겠습니다.“


미간을 좁히는 오웬을 보며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대답으로 댄이 세운 가설이 조금씩 확신으로 바뀌어 가는 순간이었다.


다시 씁쓸한 웃음을 보인 그가 시선을 다른 헌터들에게 돌렸다.


“티모시! 엘렌! 부상자들 상태는 어떻지?”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오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가 다시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 세계로 흩어져서 인간의 신체를 강탈하고 숨어있는 외계 영혼 조각들의 목표는 지구상의 환경을 바로 이 아공간과 유사하게 만들어 가려는 것.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있던 그의 귀에 인기척이 들려왔다.


“....댄,”


양쪽 입꼬리가 귀에 닿을 정도로 환한 웃음을 담은 표정으로 제니스가 다가왔다.


“정식으로 인사할게. 난 제니스야. 헌터 생활 8년째지.”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그가 부지런히 인벤토리에 넣었다.


낡은 가죽옷에 손바닥을 한번 문지른 그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댄. 나도....뭐....그 정도...”


그렇게 그가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이 몸에 빙의해서 헌터된 지 이삼 개월 됐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앞으로 잘 부탁해.”


그의 손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준 그녀가 아래위로 힘차게 흔들어 보였다.

서글서글한 눈매로 웃고 있는 그녀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듯 느껴졌다.


“나야말로... 팀으로 일한 적이 없어서 부족하더라도 이해해줘.”


입꼬리를 올리고 싱긋 웃는 그녀의 모습이 한순간 어둠에 싸였다.

완전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 언뜻 그녀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열, 아홉, 여덟...”


자신도 모르게 카운트다운을 세던 그의 눈앞이 밝아지기 시작한 것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린 후였다.


현실적으로 서울과 거리가 있는 곳은 아공간도 마찬가지로 이동 시간이 더 걸리는 듯.


물컹한 훈련소의 벽을 통과한 댄이 바닥 위에 부드럽게 몸을 한 바퀴 굴렸다.


“....훌륭했다. 댄!”


그의 귀에 들려오는 호탕한 도노반의 목소리에 댄이 몸을 돌렸다.


“에? 저가 어떻게 싸운 진 아시고..”


“살아 돌아왔으면 승리한 거 아닌가. 그걸로 충분한 거야.”


소리 내어 크게 웃은 도노반이 손을 들어 허공에 생긴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삼십 분 주겠다. 아침 식사도 다 못하고 소환됐다면서? 어서 가서 마저 식사하고 존에게 가 보도록.”


“고맙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댄의 말에 허공의 화면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무엇인가 조작하던 도노반이 손의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뭔데...?”


“미국의 헌터들이 아공간에서 총을 사용하지 않아서요. 기관총이나 소총은 아니라 해도 권총도 사용하지 않길래...”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던 거였지만 아공간에서 전투 중이라 그런 질문을 할 틈도 없었다.

또, 막상 전투가 끝난 후에는 다른 것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어 오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두 가지 있지.”


진지한 표정으로 도노반이 그를 바라보았다.


“첫째는, 온몸에 비늘을 덮고 있는 놈들이 많은데, 그놈들은 총알이 정확히 꿰뚫지 못하면 사방으로 굴절시켜버린다는 거야. 그래서 오히려 헌터가 쏜 총에 아군이 맞은 적이 있었어. 그것도 재수없이 심장에....”


“.....아..”


예상치 못한 말에 당혹한 표정으로 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는, 총알에 마석 함유량을 높여야 놈들에게 데미지를 주는 확률이 높아지는데 그렇게 하면 마석 소모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거다. 검이나 창을 사용하는 헌터들 말고도 활을 쓰는 요원들도 나중에 화살을 모두 수거한다.”


그의 말에 죽은 놈들의 시체에 박혀 있던 화살을 뽑아 검은 피를 닦아내던 제니스의 모습이 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사용을 해야 하기 때문이군요.”


“맞아. 몬스터를 잡고 놈들의 몸속에서 회수하는 마석 전체가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서 그래. 여러 가지 공정을 통해서 나온 결과물은 극히 소량이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댄을 보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 같아서는 바주카포 같은 거 들고 가서 쏴대고 싶지. 폭탄도 사용하고 싶고. 그런데 말야. 아공간이란 데가 굉장히 미묘한 곳이란 말이지. 금속 물질이 폭발하면 균열이 갈 수 있고 깨져 버릴 수가 있어. 그러면 아주 골치 아프게 된단 말야.”


“깨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더 큰 몬스터가 그 균열을 통해서 들어오게 되는 거지. 네가 기억을 잃어서 그렇지, 너도 균열을 봉합하는 훈련을 이미 받았을 거거든. 아공간으로 들어가서 몬스터를 처치하고 밖으로 소환되기 전에 몬스터가 들어온 균열을 봉하는 훈련 말야.”


“...아!”


우주의 일기에도 써 있었다.

또한, 인벤토리 1번 슬롯에 있는 디바이스는 균열을 봉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란 설명을 하던 이안의 모습도 떠올랐다.


괴생명체가 통해 들어오는 균열이 그들의 세계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도노반의 설명에 따르면 아공간은 놈들의 세계에 둘러싸인 곳.


즉, 아공간의 어느 곳이라도 새로운 균열이 생긴다면 감당할 수 없는 수의 놈들이 들어오게 된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댄을 보던 도노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시카고 근처 아공간이 미국에서 가장 큰 아공간이기도 하지만 중형종 이상이 들어오는 아주 살벌한 곳이지. 거기도 처음엔 제일 큰 몬스터가 일반 중형종 이었어. 그런데 화력을 높인다고 지구에서 사용하는 무기를 들고 들어갔다가 아공간에 균열이 생겨 버린 거야.”


그렇게 말하는 도노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지금은 미국에서 날고 긴다는 헌터들은 다 거기에 매달려 있다. 한 번에 소환되는 헌터의 수가 칠십여 명이 넘어가는데, 그 중 70프로 이상이 S급 이상이지.”


그의 말에 따른다면 방금 다녀온 LA 근교의 아공간은 그저 새 발의 피.


“거기가 뚫리게 된다면 미국은....아!”


그가 마치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 저었다.


“한 번의 경험 부족에서 나온 잘못된 판단이 얼마나 큰 불행을 초래하는지 모두 확실히 경험하고 있는 중이야. 그러니 너도 추측보다는 확실한 사실에 근거한 행동을 아공간에서 행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머리를 주억거린 그가 훈련실 밖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잊지 말고 존에게 가봐라. 선물이 있을 거야!”


등 뒤에서 마치 격려라도 해주는 듯한 도노반의 외침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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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2) +4 23.06.01 272 15 12쪽
32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2 23.05.31 272 10 11쪽
31 30화 그림자 소환(2) +3 23.05.30 274 10 17쪽
30 29화 그림자 소환(1) +3 23.05.29 274 10 15쪽
» 28화 어나더 레벨(3) +4 23.05.28 262 10 12쪽
28 27화 어나더 레벨(2) +1 23.05.27 271 9 14쪽
27 26화 어나더 레벨(1) +3 23.05.26 279 11 12쪽
26 25화 태평양을 뛰어넘다. +2 23.05.25 269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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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아웃사이더(2) +5 23.05.20 29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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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어려진 건 몸 뿐만이 아니네? +5 23.05.18 334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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