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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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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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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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9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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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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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추천
10
글자
17쪽

30화 그림자 소환(2)

DUMMY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아침햇살이 얼굴에 내리쬘 때 비로소 댄이 눈을 떴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린 그가 기지개를 크게 켠 후, 침대 옆 나이트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다.


【08:45】


“아! 젠장. 늦었다!”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킨 그가 휴대폰 액정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여 전화번호를 찾아 손끝으로 꾹 눌렀다.


“....알로?”


“씰비!”

귓가에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댄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미안, 내가 또 늦잠을 잤네. 가서 잘 좀 얘기해 줘. 10분 아니, 5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아! 만만치 않을 건데. 시간 늦는 거 무지 싫어하는 거 댄도 잘 알면서.”


“제발. 이렇게 부탁 좀 할게.”


마치 그녀가 눈앞에라도 있는 것처럼 댄이 두 손을 모으고 싹싹 비는 시늉을 했다.


“어떻게, 씰비가 미인계라도 써보면 안 될까?”


“같은 여자한테 그게 먹힐 거 같아?”


“그래도 씰비가 어떻게 좀 해봐. 내가 나중에 한 턱 크게 쏠게.”


“.....글쎄.”


묘한 말투로 그녀가 말을 잇기 전 뜸을 들였다.


“뭐, 전에 갔던 강남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쏘겠다면...”


“내 사촌 누나가 하는데 말하는 거지? 알았어.”


“오케이!”


그의 말에 씰비가 큰 소리로 흔쾌히 말했다.


“그러면 내가 가서 잘 말해 볼게. 오는 길에 커피!”


“알았어. 고마워. 씰비.”



통화를 끝낸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다행이다!”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져 놓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그가 수돗물을 틀었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던 그가 그냥 수돗물을 잠가버렸다.


“...에라, 세수는 해서 뭐하고, 머리는 감아 뭐하냐. 가서 훈련 십 분하면 도로 땀으로 샤워하는데.”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온 그가 몸을 돌려 드레스 룸으로 걸어갔다.


행거에 걸려있는 겉옷 중에서 그가 움켜쥔 것은 흔한 회색 후드 티.


거울 앞에 서서 순식간에 몸에 걸친 그가 후드를 당겨 떡진 머리를 덮었다.


“감쪽같구만!”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린 그가 다시 급하게 몸을 돌렸다.


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잡아채듯 지갑과 휴대폰을 집어든 댄이 현관으로 향했다.




사직공원 옆길을 따라 걷던 그가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냈다.


미세먼지 매우 나쁨으로 마스크 착용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세수도 하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는 것.


자주 가는 프랜차이즈 동네 카페.


씰비가 특히 좋아하는 브랜드의 카페라떼를 살 생각으로 그가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주문받는 카운터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주문 카운터 앞에 서 있는 험상궂게 생긴 떡대 둘.


“왜?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카운터 뒤에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있는 여직원은 마치 무슨 죽을죄라도 지은 양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아, 빨리 가서 아침 먹어야 하는데...”


오늘 아침은 특급 스테이크라고 했다.

횡성에 있는 거래처에서 직접 공수해 온 최상 품질 한우에 최고 셰프의 콜라보레이션.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


9시면 정확하게 아침 식사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조금만 기다려주십사고 셰프에게 부탁해달라고 씰비에게 전화까지 했건만.


그냥 먼저 아침을 먹은 후, 잠시 외출해서 커피를 사올까 하고 그가 생각할 때였다.


“어디서 못 배워 먹은 게 안된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이 돈은 돈 아니냐?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젊은 사내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동전을 한 줌 꺼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있는 카운터 위에 쥐고 있던 동전을 내던졌다.


놀란 여직원이 비명을 지르고 쪼그리고 앉자 한쪽에서 음료를 제조 중이던 다른 여직원이 부지런히 다가왔다.


“손님, 죄송한데요. 이러시면 안 되죠. 현금 없는 카페가 직원 탓도 아니고요.”


“그래, 너 잘났다. 개 같은 x아.”


진상 남자를 보던 댄의 입꼬리에 어이없다는 웃음이 번졌다.


늙은 사내와 아들인 듯한 젊은 남자.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늙은 사내가 어딘가 낮이 익다고 했더니...

얼마 전 친구 셋과 함께 라면으로 꼬장부리던 진상 중에 진상?


“나 같으면 노인이 고객으로 오시면 돈 내지 마시라고, 그냥 서비스로 한 잔 드리겠다고 하겠다. 이 x들아.”


‘그 아비에 그 자식.’


아니 진상 레벨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개망나니 후손.


-띵똥


“.....아, 씨!”


하필 또 이럴 때 아공간 소환 글자가 허공에 떠오른다.


“아침은 어차피 글렀군.”


이래저래 재수도 없는 날이다.


얼굴에 홍조를 띠고 두 사내를 깡다구 있게 맞서던 여직원의 양 볼을 따라 눈에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급해진 댄이 슬며시 손을 뻗어 그녀 앞 카운터 위에 있는 검은 플라스틱 트레이를 집어들었다.


“이건 또 뭐야?”


일그러진 표정으로 노인네가 그를 보고 눈을 부라렸다.


큰 키에 후드로 머리를 덮고 검은 마스크까지 끼고 있던 그가 머리 위로 트레이를 치켜들자, 직원들과 두 사내뿐 아니라 멀찌감치 서 있던 사람들도 놀란 눈으로 댄에게 시선을 주었다.


“적당히 좀 해라. 이 개 진상들아!”


그렇게 점잖게 충고를 한 후,

손에 쥔 트레이를 그가 아래에서 위로 슬며시, 부드럽게 허공을 가로질러 사선으로 치켜올렸다.


“...뻐어억!!”


“....허억!”


그냥 스쳐 지나간 것일 뿐이건만.

젊은 남자가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남자 옆에 댄이 쪼그리고 앉았다.


“한 번만 내 눈에 더 띄면 알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글거리는 댄의 눈과 그의 손가락 끝에서 번쩍이는 푸른 마나의 불꽃을 본 젊은 남자의 눈은 순간 초점을 잃고 멍해져 있었다.


“...소란 피워서 미안해요.”


몸을 일으켜 다시 트레이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은 그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직원에게 슬쩍 윙크했다.


나이 든 노인도 진상 놀이를 한 대가를 돌려줘야 하건만.

그에게까지 참교육 시전을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다음에 기회가 또 오겠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으니까.


“아니. 야 괜찮냐? 저 새끼는 뭐야?”


바닥에 쓰러져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는 아들과 멀어지는 댄을 번갈아보며 노인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계단을 부지런히 올라온 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카페의 2층에 있는 뒷문을 향했다.

목표는 카페 후문 밖 좌측에 있는 화장실.


대변기 큐비클 안으로 들어오자 허공의 숫자가 0이 되며 어둠이 그의 시야를 감쌌다.


“이것도 못 해먹을 짓이군. 센터 밖에 있을 때는 화장실만 찾아다녀야 하니.”





시야는 밝아졌다 해도 여전히 어둑어둑한 동굴 안.


꿉꿉한 느낌이 그에게 제일 먼저 찾아왔다.

발아래 철벅거리는 얕은 물웅덩이.


동굴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의 끝에서 웅덩이로 떨어지는 물방울들의 리듬이 이제는 어쩐지 정겨울 지경.


팔을 들어 올린 그가 가죽옷 소매를 코에 대고 킁킁거렸다.


‘...역시 새 옷이라 냄새도 좋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린 그가 양쪽으로 고개를 꺾고 스트레칭을 했다.


“인벤토리.”


허공에 촤르르 물결치듯 생겨나는 슬롯들.


“....헐!”


각 슬롯 밖으로 스며 나오고 있는 은은한 은빛.

하나씩 무기를 꺼내 손에 쥐어보는 그의 입꼬리에 웃음이 흘렀다.


“짱이다. 진짜.”


마석 함유량이 높은 무기들로 바꾸어 준다더니...

흠 하나 없이 매끈한 창을 손에 쥔 댄이 마치 새 가방을 산 아이처럼 요기조기 둘러보았다.



“...크르르르르”


한순간 뒤에 나타난 두꺼비 얼굴의 갈리니쿠스가 그를 향해 혀를 길게 뽑았다.


“시끄럽다. 이놈아!”


귀찮다는 듯 그가 놈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창을 내던졌다.


얕은 파공음을 울리며 허공을 뚫고 날아간 창이 놈의 미간에 박혔다.


-츠팟!


마치 전깃불이 튀듯 시퍼런 불꽃이 놈의 미간 속에 박힌 창끝에서 터져 나왔다.


“...끄으으윽!”


다른 슬롯에서 꺼낸 단검을 들고 몸이 축 늘어진 놈을 향해 발을 옮긴 댄이 다리를 파르르 떨고 있는 놈의 배를 무심하게 한 번에 갈랐다.


“...역시 손에 잡히는 그립감도 최고네!”


허공에 칼을 휘둘러 칼날에 붙어있던 검은 피를 떨군 그가 놈의 뱃속에 찔러넣은 손을 헤집어 푸른빛을 내는 마석을 꺼냈다.


“혹시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뛰어가면 기다려주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어둑한 빛 속에서도 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물웅덩이에 넣고 헹구어 낸 마석을 13번 슬롯에 넣은 그의 마음이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아, 후딱 가야 하는데...”


조바심에 가득한 그의 바람에도 어둠은 잠시 후에야 찾아왔다.


그리고 어둠이 걷힌 후, 부리나케 달려 도착한 센터의 카페테리아는 이미 닫혀 있었다.






“오늘 아침에 아공간으로 소환됐었지?”


훈련 통제실로 들어오는 댄을 바라보며 자리에 일어선 존이 물었다.


“예, 무기가 모두 바뀌어있던데요?”


“자기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이제야 바꿔주다니.”


“저...”


허공에 떠 있는 화면에 시선을 두고 있는 존을 보며 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소환 시간에 조금 여유를 주실 수는 없나요? 이러다가 한밤중에 자다가 소환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고요.”


“밤 10시 이후부터 오전 7시 중에는 소환 시스템이 가동을 안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존은 마치 이해한다는 듯 다시 너털웃음을 지었다.


“미국 헌터 본사가 제멋대로이긴 해도 그 시간대에는 자국 헌터를 보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어.”


“....아.”


“미국 A급 헌터 입장에서도 혼자서 실전 훈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 그래봤자 지금까지 겨우 두 번 소환된 것 뿐이지만.”


“그렇군요.”


“그래도,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소환되니 많이 불편하긴 하지?”


그렇게 말하며 한쪽 구석으로 걸음을 옮긴 그가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작은 상자를 집어들었다.


“아직까진 아공간에 세팅해 놓은 경보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아서 얼마만큼 다급한 상황인지 정확하게 체크가 안 돼서 그래. 그래서 시스템 경고가 울리면 가능한 한 빨리 소환하는 게 가장 안전해서 말이야.”


“......”


“그래도 그게 아공간을 뚫고 지상으로 빠져나온 괴생물체를 잡아야 하는 것보단 훨씬 낫잖아.”


그의 말에 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일본에서 아공간을 통해서 괴생명체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만...”


“일본뿐 아니라 몇몇 나라에서 대응이 늦었다가 가끔 그런 소동이 일어나긴 해. 자네가 어렸을 때 영국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지.”


“아, 스쿨버스에서 고양이...”


언뜻 우주의 일기장에서 읽은 기억이 난 그가 중얼거렸다.


“옛날 기억을 되찾은 거야?”

존이 눈동자에 이채를 띠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흐릿하게...”


“알겠네. 그리고 이것...”


그제서야 계속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상자를 그가 댄에게 내밀었다.


“열어보게. 미국 본사에서 보낸 거야.”


상자를 받아 든 댄이 존의 말에 눈에 빛을 내며 뚜껑을 열었다.


마석 구슬들이 영롱한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네 개 씩이나....”


마치 감탄하는 눈빛으로 구슬을 들여다보는 그의 어깨를 존이 툭툭 쳤다.


“내가 전에 말했었지? 미국 본사에서 자네를 스카웃할 거라고 말야.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야.”


그의 말에 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정색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댄을 존이 빤히 바라보았다.


“독립적으로 한국 헌터 협회를 설립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 존의 눈썹 끝이 슬며시 올라갔다.


“그리고 존을 스카웃 하고 싶어요. 전문가분들도 모두...”


“그러려면....”


언뜻 말을 꺼내려던 존이 씽긋 웃으며 댄의 등을 툭툭 치며 다독였다.


“오전 운동하기 전 씰비에게 가보게. 셰프에게서 자네 아침 식사 받아 간 모양이니까.”


문을 열고 나가는 댄을 바라보던 존이 옅은 웃음을 흘렸다.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거다’ 라고 말하려고 했었지만, 그도 부국장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댄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일 것이라는 사실.


곧, 그에게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을...






“이번에 100대 기업 이미지 조사의 발표가 나왔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 슈와지에서 이미지가 가장 좋은 기업 100위를 발표했습니다. 20대에서 40대 남녀 5000명을 상대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 순위’ 라는 타이틀로 여론조사를 했는데요. 결과는.....”


휴게실 한쪽에 켜져 있는 티비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댄은 소파에 앉아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는 스테이크를 즐기고 있었다.


“야아옹!”


언제 다가왔는지 허벅지에 발을 올리고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고양이 레오.


“레오한테 사람 먹는 음식 주면 안되는 거 알지?”


사무실로 향하다가 발을 멈춘 씰비가 그와 레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나 먹을 것도 부족해.”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다는 듯, 몸을 일으킨 레오가 앞발로 그의 팔뚝을 툭툭 쳤다.


티비에서는 여전히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렇군요. 1위야 예상했던 대로 ‘자라프진유’ 인 것은 놀랄 것 없어 보이는데 2위가 에이엔에스사네요?”


“그렇습니다. 에이엔에스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민들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했었는데요. 계열사 차원에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불우 학우 돕기 캠페인으로 수많은 청소년 가장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었죠. 특히 에이엔에스사 장창식 대표는 올해의 존경받는 CEO를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슬며시 다가온 씰비의 손에 츄르가 쥐어져 있다.

고개를 돌린 레오가 그녀의 팔에 매달리듯 서서 츄르를 핥기 시작했다.



“이렇게 귀한 상을 받게 되어서 무궁한 영광입니다.”


언뜻 돌린 시선에 티비 화면 속에서 트로피를 손에 쥔 장창식 대표가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품위 있어 보이는 얼굴 표정.

단정하게 갖춰 입은 깔끔한 복장.

입술 양쪽 끝이 꼬부라져 올라간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댄이 슬며시 건물을 빠져나갔다.


씰비가 원하는 브랜드의 카페라떼를 사러가는 것이었지만 그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카페가 있는 빌딩의 비상구 계단.


건물의 맨 안쪽에 있는 데다가 어두워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CCTV가 없다는 것도 이미 확인한 상태.


슬며시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온 그가 손아귀에 푸른색 마석 구슬을 쥐었다.


그 순간,


구슬과 닿은 손바닥 주위부터 팔뚝으로 다시 어깨로..

그의 몸이 구슬 안에 있던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예전과 같이 온몸에서 느껴지는 감각.


손바닥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차가운 기운.

그의 피부에 돋아나는 하얗게 결빙된 입자.

눈썹과 머리카락 위에까지 뿌옇게 번지는 서릿발.


곧, 푸른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구슬은 이제 빛을 잃고 검은 숯덩어리처럼 되어있었다.


-띵동


온기를 되찾는 그의 귀에 청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시야에 펼쳐진 글자.


[물리적 신체를 갖춘 그림자를 소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 소환 시 <물리 그림자 소환> 해제 시 <물리 그림자 해제>

- 소환된 그림자는 3분 동안 유지됩니다.


소환하기 전 긴장한 표정으로 댄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드디어,


“물리 그림자 소환”


입 밖으로 주문을 외는 순간 댄의 몸에서 환한 오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온몸을 휘감으며 일렁이는 빛줄기가 일으키는 힘에 그의 머리카락이 세차게 날렸다.


그의 몸에서 슬며시 빠져나간 형형색색의 빛이 그의 눈앞에서 마치 토네이도처럼 휘돌았다.

한순간 그것의 중앙에서 손이 빠져나오더니 주위를 맴돌던 빛의 끄트머리를 잡고 힘껏 당겼다.


“.....헐!”


한순간 감쪽같이 사라진 빛 속에 서 있는 남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자신.


경외감과 놀라움 속에 두려움까지 느껴진 댄이 슬며시 그림자에게 손을 뻗었다.

손끝에 만져지는 그가 입은 똑같은 옷의 질감.

피부와 체온까지도 완벽한 또 하나의 인간.


또 하나의 댄.



다음 순간 ,

그의 눈에 들어오는 글자.


[다섯 번째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 보상 : 시야 전환(그림자의 시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박!”


한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동시에 폭발하는 기대감에 그의 심장이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에 다른 두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말이지?”


그의 그림자를 대하는 댄의 눈동자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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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24 9000
    작성일
    23.05.30 12:37
    No. 1

    재밌게 보고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mj*****
    작성일
    23.05.30 13:21
    No. 2

    와~ 요새 너무 재밌어요. 댄이 폭풍성장하는 모습도 그렇고 고양이의 존재, 독립협회 떡밥이 상당하네요. 앞으로 스케일이 얼마나 커질지 기대가득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6.03 21:03
    No. 3

    또 하나의 댄... 아.. 치밀한 설계가 결국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재밌게 빠져듭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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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2) +4 23.06.01 272 15 12쪽
32 31화 위기에 빠진 자를 구하라(1) +2 23.05.31 272 10 11쪽
» 30화 그림자 소환(2) +3 23.05.30 275 10 17쪽
30 29화 그림자 소환(1) +3 23.05.29 274 10 15쪽
29 28화 어나더 레벨(3) +4 23.05.28 262 10 12쪽
28 27화 어나더 레벨(2) +1 23.05.27 271 9 14쪽
27 26화 어나더 레벨(1) +3 23.05.26 279 11 12쪽
26 25화 태평양을 뛰어넘다. +2 23.05.25 269 9 17쪽
25 24화 각성의 시작(3) +2 23.05.24 284 7 14쪽
24 23화 각성의 시작(2) +6 23.05.23 318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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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아웃사이더(3) +5 23.05.21 29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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