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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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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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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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죽음을 내릴 존재

DUMMY

다가오는 것은 세 명이었다.

세로는 그 세 명이 누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인상이 일그러졌다.


“역시······ 세로가 여기에 있을 줄 알았다니까. 좋아 보이네?”


세계수 근처까지 다가온 윤치성이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윤치성의 뒤로는 두 명의 사내가 더 있었다.

그들은 장윤과 장위로 장 씨 형제라고 불리는 두 명의 중국인 귀환자였다.

둘은 쌍둥이로 똑같이 생겼고, 게다가 옷도 똑같이 입었다. 체형이나 행동 등 모든 것이 같아,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교란 작전에 아주 탁월했다.


“엘 하이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인가?”


멜렉이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윤치성이 멜렉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멜렉 님을 뵙습니다. 저 같은 자에게 말도 걸어 주시고 영광입니다. 그런데 영철이가 보이지 않는군요.”


윤치성이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멜렉도 그가 지은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거짓이 몸에 밴 자로구나. 여기 온 이유가 무엇이냐?”

“하하하. 서운합니다. 저를 그리 보시다니. 여기 온 이유야 아실 겁니다. 원래 우리의 것을 찾아가기 위해서입니다.”

“무엇이 원래 너희의 것이지?”

“우리 감옥에 갇혀 있던 탈옥범입니다. 세로를 데려가겠습니다.”

“내 안에 들어온 새다. 내가 내어줘야 하는가?”

“엘 하이 님의 명령입니다.”


윤치성이 눈을 가늘게 뜨며 멜렉을 봤다.

확실히 윤치성도,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장 씨 형제도 멜렉을 무시하고 있었다.


“내가 엘 하이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가?”


멜렉이 몸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분명 평범한 자라면 멜렉의 기운에 위압감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윤치성과 장 씨 형제는 아니었다.


“멜렉 님은 힘을 쓰시면 쓰실수록 생명이 줄어듭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윤치성도 이미 멜렉의 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아니, 다른 대리인들도 모두 알고 있으니, 대리인들의 보좌도 알고 있는 게 당연했다.


“멜렉 님을 향한 것이 아니니 이 문제엔 끼어들지 마시죠.”


윤치성이 기운을 끌어올리며 세로를 향해 다가갔다.

뒤의 장 씨 형제도 서로 위치를 바꾸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윤치성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보며 세로 역시 기운을 끌어 올렸다. 세계수의 축복으로 세로가 기운을 되찾았다고 해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기운이 전보다 못하구나. 세로.”

“닥쳐! 너 따위는 한 손으로 보내버릴 수 있어.”


윤치성이 검을 휘두르며 세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세로가 손에 마법을 맺어 검을 막았다.


캉!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윤치성의 검이 막혔다. 하지만 그는 웃고 있었다.

빠르게 세로의 양옆으로 장 씨 형제가 달려들고 있었다. 이대로는 옆구리가 그대로 노출되어 당할 수도 있었다.

날카로운 송곳처럼 생긴 무기가 빠르게 세로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형인 장윤이었다.


퍽!


장윤이 세로의 옆구리에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충격을 받고 저만치 날아갔다. 하지만 날렵한 몸놀림으로 허공에서 몸을 틀어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어느새 장윤의 동생인 장위가 옆에 나란히 섰다.


둘을 막은 것은 멜렉이었다. 그대로 놔두면 세로가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멜렉은 신의 대리인이다. 그럼에도 장 씨 형제는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우습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이런, 우리를 막으시려는 겁니까?”


윤치성이 검에 힘을 주어 세로를 밀어내며 말했다.

세로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내 눈앞에서 이런 싸움을 벌이다니······ 너희들 너무 기고만장했구나.”

“글쎄요? 그 정도 실력이 되니 이러는 것이겠지요?”


윤치성이 멜렉을 향해 비아냥을 담아 말했다.


“마치 나조차도 이길 수 있다는 말투로구나.”

“불가능할 거 같진 않은데요.”


윤치성이 장 씨 형제를 보며 눈짓을 했다.

순간 장 씨 형제가 빠르게 움직여 멜렉을 둘러쌌다. 일개 귀환자가 신의 대리인을 향해 공격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멜렉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자신의 힘이 약해졌다고 해도 귀환자에게 휘둘릴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후회할 거다.”


멜렉의 말과 함께 몸에 거대한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장위의 몸에서도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순간 멜렉이 흠칫 놀랐다. 멜렉도 알고 있는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긴 기운이기도 했다.


“엘 하이 님이 주시는 선물이오.”


장위의 검은 기운이 그대로 멜렉을 덮쳤다.

그녀는 피할 새도 없이 검은 기운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두근! 두근!


순간 심장이 쿵쾅거렸다.

좋은 신호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그녀의 몸을 잠식하고 있는 쇼고스를 뒤흔드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크윽!”


멜렉이 고통을 느끼며 주저앉았다.

쇼고스가 검은 기운을 받아들이며 멜렉의 기운을 더욱 강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기운이 약해지는 멜렉이었다. 이대로라면 몇 년이 아니라 몇 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생명이 쇼고스에게 먹히고 끝날 수도 있었다.


“하하하. 큰소리치더니 꼴좋습니다.”


윤치성이 크게 웃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세로도 그대로 보고만 있지 않았다. 세로가 만들어낸 화염구가 윤치성을 덮쳤다.


화르륵!


물론 윤치성은 이미 몸을 피한 후였다.

세로의 화염구가 애꿎은 바닥을 때렸다.

상황은 지극히 불리했다. 윤치성에게 아직 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은 세로가 밀리고 있었고, 장 씨 형제의 공격에 멜렉이 밀리고 있었다.


“이대로 끝내는 게 어때?”


장윤이 날카로운 송곳을 꺼내며 말했다.


“엘 하이 님이 아예 이곳도 차지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장윤이 웃었다. 거대한 송곳에는 검은색의 독까지 발라져 있었다.

아무리 신의 대리인인 멜렉이라고 해도 위기 상황이었다. 쇼고스의 폭주로 기운을 빼앗기는 바람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그녀였다.

만약 장윤이 그대로 공격을 감행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바로 죽이지 말고 재미 좀 보다가 죽일 수도 있고.”


동생인 장위가 검은색 기운을 다시 손에 맺으며 다가왔다.

그의 검은 기운으로 멜렉은 위기에 빠졌다. 다시 같은 기운이 그녀를 덮친다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어떻게 알겠는가.


멜렉은 다시 자신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쇼고스에게 빨려 들어가는 기운보다 더 거대한 기운이었다.

멜렉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의 거대함에 장 씨 형제가 순간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쇼고스에게 기운을 빼앗기고 있어도 그녀 역시 신의 대리인이다. 그녀가 신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잠시 간과하고 있었다.


멜렉이 다시 일어섰다. 그녀의 몸에는 성스러운 신의 기운이 충만했다. 하지만 멜렉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쇼고스에 의해 빨리는 기운도 기운이지만, 무엇보다 고통이 엄청났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멈춰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꾹 눌러 참았다.


“원한다면 보여줘야겠지. 말쿠트의 신의 대리, 나 멜렉의 힘을.”


멜렉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바닥이 쩍 갈라졌다. 다만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말이다.

윤치성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아직도 멜렉의 기운이 이정도로 남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세로가 윤치성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세로의 손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검이 들려 있었다. 일명 아이스 소드. 주변의 수증기를 결집해 빙결시켜 만드는 마법이다.

세로가 얼음 검을 휘둘렀다.


콰직!


그러나 윤치성의 검과 닿자 그대로 얼음 검이 부서졌다.


“흥. 그깟 얼음으로 나를 이길 수는······”


순간 허공에 수증기가 모여 물로 뭉치더니 그대로 윤치성의 얼굴을 덮쳤다.

갑자기 얼굴을 덮친 물로 인해 윤치성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세로가 다시 얼음 검을 만들어 달려들었다.


윤치성은 호흡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했다.

호흡은 잠시 멈춰도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숨을 쉬지 않는다는 불안감에 당황해 문제가 발생한다.

당황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윤치성은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윤치성은 숨을 멈춘 후 그대로 기운을 집중했다. 온몸의 기운을 한군데에 모은 다음 한꺼번에 발산시켰다.


쾅!


엄청난 기운이 윤치성의 몸에서 퍼져 나왔다.

그 기운에 얼굴을 덮고 있던 물의 마법도, 세로가 만들어 휘두르던 얼음 검도 모두 파괴되고 부서져 버렸다. 게다가 위력에 밀려 세로가 나가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후- 역시 하이엘프······ 마법의 스페셜리스트다워. 힘이 약간 부족하지만 말이야. 엘 하이 님에게 투항하면 내가 잘 가르쳐 줄 수도 있는데.”


윤치성이 고개를 까닥거리며 세로에게 다가갔다.

세로는 윤치성의 생각보다 강한 마력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멜렉이 세로를 돕기 위해 윤치성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향해 검은 기운이 다시 날아들었다.

검은 기운에 붙잡힌 멜렉의 팔이 방향을 바꿨다. 덕분에 멜렉이 날린 마법이 엉뚱한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곳은 바로 요르가 있던 장소였다.


요르의 존재를 윤치성과 장 씨 형제가 이제야 눈치챘다.

세계수에 파묻혀 거의 존재감 없이 있던 요르였다. 그런 그녀에게 멜렉의 기운이 향했다.

순간 요르가 손을 휙 내저었다. 그러자 멜렉의 기운이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져버렸다.


멜렉이 신이 대리인이라면 요르문간드는 말 그대로 신적인 존재다. 신이 만든 세계에 존재하던 괴물, 신을 상대로 싸울 수도 있을 정도의 존재가 바로 요르문간드다.

그녀는 멜렉의 싸움도, 세로의 싸움에도 관심이 없었다. 세계수의 안전만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싸움의 방향이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자신을 향했다. 즉 세계수를 향해 공격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을 묵과할 요르가 아니었다.


요르가 천천히 일어나 세계수에서 나와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로 다가왔다.

장씨 형제와 윤치성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요르를 바라봤다.

멜렉에 대해서도 알고, 세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요르는 처음 본 존재였다.

게다가 이제야 느껴지는 그녀의 기운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넌 누구냐?”


윤치성이 물었다. 하지만 요르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오기만 했다.


“멈춰라. 더 가까이 온다면 공격하겠다.”


윤치성이 검에 기운을 모으며 말했다. 세로를 상대할 때도 검을 휘두르기만 했지, 기운을 모으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치성도 요르를 상대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장 씨 형제도 긴장한 채 싸울 준비를 했다.

검은 기운을 모두 꺼내 마치 갑옷처럼 몸에 두른 장위, 암기를 꺼내 양손에 들고 있는 장윤은 말 그대로 팽팽한 긴장 상태였다.


“내 이름을 알고 싶나?”


요르가 물었다. 하지만 윤치성도, 장 씨 형제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바라고 물은 물음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선고였다.


“나는 요르문간드.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그리고 너희들에게 죽음을 내릴 존재다.”


요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치성의 몸이 두 동강이 나버렸다. 장 씨 형제의 몸도 갈가리 찢어졌다.


“으아악!”


윤치성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방금 허리에서 두 동강이 나버린 그의 몸은 정작 멀쩡했다. 환각일까? 아니다.

자신을 요르문간드라고 소개한 자의 눈을 본 순간 윤치성이 본 미래였다. 그리고 이런 미래를 본 것은 장 씨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 있었지만,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절대적인 죽음 앞에 마주한 자가 느끼는 절대적인 감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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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4 kk*****
    작성일
    23.05.19 11:01
    No. 1

    ㅋ 주인공 옆에서 몇만년 설정 오지네요 귀환자들도 400만년 이상씩 있었나요 ㆍ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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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9 25 12쪽
»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5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9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5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0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2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3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9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4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4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5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6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2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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