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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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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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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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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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여기가 집이라고?

DUMMY

사내 두 명이 팔을 둘러야 겨우 닿을법한 둘레를 가진 나무가 뿌리째 휘둘러지며 허공을 갈랐다.

거대한 나무를 한 손에 쥐고 휘두르고 있는 것은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Cyclopes). 이 사이클롭스에 맞서는 것은 단 두 명의 인간이었다.

이미 수십의 사람들이 바닥에 생명을 잃은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누구는 짓이겨진 채로, 누구는 두 동강이 난 채로, 누구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조각난 상태로······.

오로지 두 명만이 사이클롭스에 맞선 채 온전한 모습을 유지한 채 서 있었다.


한 명은 은색 갑옷에 대검을 쥐고 있는 건장한 남자 남태현이었고, 다른 한 명은 붉은색 기운을 몸에 두르고 있는 여성 황미연이었다.


두 사람은 귀환자 관리국 소속으로 부국장과 부대장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몬스터의 에너지 코어 획득을 위해 관리국 요원들을 데리고 사이클롭스 사냥을 나왔다가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제길!”


남태현 부국장이 사이클롭스가 휘두른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대검의 넓은 면으로 막으려 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나무 몽둥이의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그 순간 황미연의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기운이 자신과 함께 남태현의 몸을 둥글게 감쌌다.

마치 방어막처럼 둘러싼 붉은 기운이 두 사람을 둘러쌌다. 그럼에도 남태현은 검의 면을 자신의 다른 팔로 받쳐 버티는 자세를 잡았다.

남태현은 생각했다. 이것만 버티면······ 이것만 버티면······.

몽둥이가 드디어 날아들었다.


쾅!


거대한 충격이 가해지고 온몸이 흔들렸다.

버티려고 했던 남태현과 황미연은 허공을 20여 미터는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그나마 황미연의 붉은 기운이 보호해준 몸이 터져버리는 상태는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사이클롭스의 힘으로 인해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엄청난 고통에 두 사람의 입에서는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을 보호해주었던 붉은 기운도 어느새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남태현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다리가 휘청거렸고, 간신히 대검으로 바닥을 찍어 버텨냈다.

옆을 돌아보니 황미연은 쓰러져 의식을 잃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터지지만 않았을 뿐 더 이상 싸울 힘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이클롭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다가왔다. 여전히 한 손에는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남태현의 시야가 흐려졌다. 끊어지려는 의식을 힘겹게 붙잡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음이라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어떻게든 대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힐링해주던 마법사도 죽었고, 포션은 이미 동난 지 오래다. 이 상황에서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아마 사이클롭스의 다음 공격이 자신들의 마지막일 것이다.


남태현은 다시 검을 움켜쥐었다. 자신은 몰라도 쓰러져 있는 황미연만큼은 살리고 싶었다.


“미연아! 정신 차려!”


남태현의 외침을 들은 듯 황미연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괜찮냐?”

“괜찮아 보여요?”

“아니. 전혀.”


둘은 피식 웃었다. 죽음을 마주한 상황이지만 왠지 웃음이 나왔다. 이 상황이 우습기만 했다.


상부의 명령은 어이가 없었다. 사이클롭스를 사냥하라는 국장의 명령에 70명에 가까운 관리국 헌터들이 집결했다.

남태현 부국장은 물론 반대했다. 하지만 반대가 통할 공무원 사회가 아니다.

상명하복은 절대적이었고, 결국 남태현 부국장과 황미연 부대장이 팀을 이끌고 상부에서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낙오된 사이클롭스가 한 마리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사이클롭스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나 되는 무리였다.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열 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자살이나 다름없었다.

상부에 상황을 전달했으나 전해진 명령은 그대로 추진하라는 대답이었다.

결정이 필요했고, 남태현은 철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 이미 그들은 사이클롭스에게 들켜버리고 말았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었다.


“살아 돌아가면······ 빌어먹을 관리국 반드시 그만둔다.”

“나도요.”

“윤 국장 얼굴에 주먹 한 방 갈길 거야.”

“나도.”


둘은 다시 웃었다.

황미연이 남태현 옆에 다가와 섰다. 그녀는 다시 붉은 기운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음 공격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동안 고마웠다.”

“저도 고마웠어요.”


둘은 죽음을 예감하며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황미연의 붉은 기운도, 남태현의 대검도 다음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두 사람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번 공격에 그대로 나무 몽둥이에 짓이겨질 것이다.

운 좋게 지금 눈앞의 사이클롭스를 이긴다 해도 그 뒤에는 열 마리나 되는 사이클롭스가 더 남아있다.

나머지들은 마치 이 싸움을, 아니 이 살육을 즐기는 듯 바닥에 주저앉아 웃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 몽둥이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두 사람은 모든 기운을 끌어올린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커다란 충격과 함께 맞이할 최후를 기다렸다. 그나마 고통 없이 한 방에 끝나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통도, 충격도 없는 고요함이 주변을 채웠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서히 눈을 떴다.

사이클롭스와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있었다. 그것은 짙은 붉은색 게이트였다.


남태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게이트가 나타난 것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짙은 붉은색 게이트도 처음이었다.

게이트의 색은 통과하는 존재의 힘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약한 것이 하늘색, 파란색, 그리고 점점 따뜻한 색으로 갈수록 강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제껏 게이트를 통해 나타났던 가장 강했던 존재는 드래곤이었고, 그들이 나온 게이트의 색이 연한 붉은색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게이트는 그때보다 더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검은색에 가까운 붉은색이라고나 할까.

도대체 이 안에서 뭐가 나오려는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것도 무려 2년 만에 나타난 게이트다.


게이트의 불길함을 사이클롭스도 느꼈는지 여유롭던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이제껏 그들이 상대하던 남녀는 더 이상 사이클롭스의 안중에 없었다.

뒤쪽에서 구경하던 나머지 사이클롭스 무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다가올 정도였다.


게이트 입구가 일렁거리며 드디어 무언가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것은 의외로 한 남자였다.

남자는 독특한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반쯤 깨져 있었다. 찢어진 천 쪼가리를 아슬아슬하게 몸에 걸친 것이 그가 입은 옷의 전부였다.


남자는 게이트를 나오더니 잠시 멍한 표정으로 폐허밖에 남지 않은 장소를 바라봤다. 그가 뭔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드디어 사이클롭스가 움직였다. 게이트에서 나온 남자를 향해 나무 몽둥이를 휘두른 것이다.


펑!


순간 사이클롭스의 팔과 나무 몽둥이가 흔적도 없이 터져버렸다.


-끄어어어어


처음 듣는 사이클롭스의 비명이었다.

어깨 부위까지 사라져버린 사이클롭스가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벌렁 넘어졌다.


남자는 두리번거리다 남태현과 황미연을 발견하고는 그들에게 다가왔다.

황미연이 본능적으로 붉은 기운을 몸에 둘렀다. 그녀의 등 뒤로 아홉 개의 붉은 색 기운들이 뻗치며 마치 꼬리처럼 보였다.

붉은 기운은 남태현까지 감쌌다. 충격까지 막지는 못했어도 사이클롭스의 공격에서 살아남게 해줬던 기운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기운 안으로 스르륵 들어왔다.

사이클롭스의 공격도 막아낸 붉은 기운은 남자에게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여기 어디야?”


남자가 물었다. 하지만 남태현과 황미연은 남자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네?”


남태현이 엉겁결에 되물었다.


“여기 어디냐고······ 지구 맞아?”


남자가 인상을 쓰며 다시 물었다.


“아! 네. 지구······ 맞습니다.”

“제대로 오긴 왔네. 엉뚱한 곳으로 온 줄 알았는데······ 그런데 지구가 왜 이래? 여긴 어디야? 지금은 몇 년이지? 저 놈들은 뭐야? 왜 사이클롭스가 여기에 있는 거야?”


남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현재의 지구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설명할 수는 있는데······ 지금은 저게 더 급한 것 같은데요······”


남태현이 뒤를 가리켰다.

그곳엔 화가 난 듯 보이는 사이클롭스들이 씩씩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팔이 날아간 사이클롭스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는 주변 바닥에 쓰러져 죽어있는 사람들을 봤다. 그리고 다시 다가오고 있는 사이클롭스들을 봤다.


“저놈들하곤 왜 시비가 붙은 거야? 그것도 고작 이 인원으로.”

“그, 그게······ 사정이 좀······”

“죽으려고 환장했나 보군. 신종 자살법이야?”

“······”


두 사람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정말로 자신들은 사이클롭스에게 아무런 상대가 되지 못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한 마리도 처리하지 못하고 둘을 제외한 모두가 죽어버렸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이클롭스 사냥을 위해 나왔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두 개만 대답해. 먼저 여기가 평택이 맞나?”

“네. 예전 이름이 평택이었습니다.”

“이 일대가 이 지경이 된 건 저놈들 때문인가?”

“네. 외눈박이의 평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니까요.”


남태현이 대답했다. 그러자 남자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마치 분풀이할 대상을 찾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 여기가 내 집이라고? 내 집을 저놈들이 이렇게 만들었다고? 저놈들 처리해 줄 테니까 대신 지금 어떤 상황인 건지 전부 설명해.”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등을 돌려 다가오는 사이클롭스들을 향해 걸어갔다.

사이클롭스들은 나무 몽둥이만 들고 있는 게 아니었다. 거대한 바위를 묶은 도끼를 들고 있거나, 철근을 엮어 만든 쇠몽둥이를 들고 있기도 했다. 심지어 어느 건물의 벽을 뜯어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방패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사이클롭스들에게 다가갔다. 그들 따위에게는 어떠한 위협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이.


“케테르에선 너희들도 세상의 구성원 중 하나였으니 되도록 존중했다만······ 여기서까지 그럴 필욘 없겠지. 원래 이 세상 소속도 아니니까.”


남자의 말에 사이클롭스들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끄아아아아아

-꾸어어어억


남자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마치 놀리려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손가락 위에 검은 점이 만들어졌다. 검은 점은 조금씩 크기를 키우더니 이내 탁구공 정도 크기로 커졌다.

남자가 손을 뻗자 검은 탁구공 만한 구체가 허공을 천천히 날아 사이클롭스가 달려오는 위치에 멈췄다.


딱!


남자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 일이 벌어졌다.

구체를 지나쳐 달려와야 할 사이클롭스들이 점점 검은 구체로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고작 탁구공 정도 크기의 구체에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몸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빨려 들어가더니, 이내 두 마리, 세 마리, 계속 사이클롭스들은 검은 구체로 사라졌다.

사이클롭스들은 어떻게든 검은 구체에서 멀어지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끝내 하나도 남지 않고 모든 사이클롭스들이 구체로 빨려 들어갔다. 심지어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던 한쪽 팔이 날아간 녀석도 빨려 들어가 버렸다.

순식간이었다. 사이클롭스들이 모두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검은 구체는 거짓말처럼 남자의 손으로 사라졌다.


남태현과 황미연은 어안이 벙벙했다. 지금 자신들이 본 것이 어떤 기술인지 알 수 없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술이었다. 게다가 위력도 무시무시했다.

열 마리나 되는 사이클롭스를 한 방에 끝내버리는 기술이라니.


남자가 남태현과 황미연 앞으로 다가왔다.


“전부 끝냈어. 자! 이제 설명해 봐.”


남자가 둘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남태현과 황미연은 대답보다는 궁금한 게 많았다. 도대체 갑자기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난 게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방금 보여준 기술은 무엇인지 등 말이다.


“누, 누구십니까?”


남태현이 용기를 내 먼저 물었다.


“내가 누구냐고? 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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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류테크 23.05.27 1,325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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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3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8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80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3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9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81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9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5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70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6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1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3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4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9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4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5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6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6 40 14쪽
»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3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3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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