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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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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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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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의 봉인

DUMMY

코어를 바라보는 아돌프의 표정은 코어의 신비함에 매료된 듯했다. 하지만 어딘지 난감해 보이는 얼굴이기도 했다.


“사이클롭스의 코어군요.”

“대가는 되겠지?”

“물론입니다. 충분하고도 남죠. 앞으로 더 필요한 것을 계속 공급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잘됐네.”

“하지만 저희는 이걸 받을 수 없습니다.”


아돌프가 사이클롭스의 코어를 도로 내밀었다. 의외였다. 코어를 마다하다니.


“코어를 받지 않아? 어째서?”

“암시장은······ 코어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로 역시 암시장에서 코어를 팔거나 사는 것은 보지 못했다.


“코어의 기술적 사용은 인간들에게 국한된 겁니다. 우리들에게 코어는 별다른 의미가 없죠.”

“그래도 돈이잖아.”

“맞습니다. 하지만 코어의 거래는 정부와 정부의 인가를 받은 곳에서만 독점합니다. 암시장에서 다루기 시작하면 아마 이곳은 존속하기 힘들 겁니다.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돌프의 말대로 인간만이 유일하게 코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생각을 했고, 성공해냈다. 이종족들에게 코어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암시장에서 코어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다.

코어는 정부나 허가를 받은 곳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즉, 정부 기관이나 대기업, 코어 전문 취급점 등이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메모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구할 수 있지?”

“그럼요. 채 10분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좋아. 그럼 구해. 코어 문제는 내가 해결할게.”


세로가 자신있게 말했다.

아돌프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세로에게 굳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전화기나 좀 줘봐. 그건 있지?”


아돌프가 웃으며 자신의 핸드폰을 건넸다. 투박한 손에 핸드폰이 유독 작아 보였다.


“드워프들도 인간들의 과학력은 배워야겠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 맞아. 다른 세상들을 다 뒤져도 이곳 인간의 기술이 최고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는······ 대신 많은 것도 파괴하지만.”


세로는 명함을 보며 전화를 걸었다. 바로 남태현의 전화번호였다.


***


한창 잠을 자던 남태현이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바로 잠자는 시간이다. 하지만 핸드폰 소리는 정적을 깨고 남태현의 귀를 후벼 팠다.


벨 소리에 남태현이 힘겹게 눈을 떴다.

짜증이 밀려왔다. 오늘 하루는 정말 힘든 하루였다.

사이클롭스에게 죽을 뻔했고, 새로운 귀환자도 만났고, 국장과 관리부장을 포털로 밀어 넣는 것도 보았다.

몇 년에 걸쳐 할 경험을 오늘 하루에 모두 몰아서 한 것만 같았다. 그런데 도대체 이 새벽에 누구의 전화일까.


“여보세요!”


남태현 부국장은 전화기의 액정을 한 번 보고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남태현 부국장?


전화기 너머에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요?”

-당신 도움이 필요해.


대뜸 도움이라니. 게다가 반말이다.


“도대체 누군데 나한테 연락을 한 겁니까?”

-에흐예가 날 보냈다고 하면 되려나?


에흐예? 에흐예라니?

그제야 남태현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늘 만난 류신. 그를 자신과 황미연은 케테르의 에흐예로 받아들였다.

즉, 그가 자신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을 시켜서.


“아! 네. 뭘 도우면 되죠?”


이야기를 들은 남태현은 재빨리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황미연에게 연락이 왔다.


-부국장님!

“어! 이 새벽에 무슨 일이야?”

-연락받았어요. 부국장님도 혹시?

“그래. 나도 받았어.”

-무슨 일일까요? 무슨 일인데 암시장으로 부르는 걸까요?

“나도 몰라. 가 봐야지. 너도 오는 거냐?”

-벌써 출발했어요. 입구에서 봐요.


남태현 부국장은 차를 몰고 출발했다.

새벽이라 도로에 차는 없었다. 광화문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황미연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름 무장을 한 상태였다. 그에 비해 남태현은 평상복 차림이었다. 갑옷도 무기도 없었다.


“그 상태로 괜찮겠어요?”

“중립지역이야. 무슨 일 있겠어?”


남태현과 황미연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암시장에서 두 사람은 전혀 의외의 인물들을 만났다.


“어? 당신은?”


황미연이 먼저 반응했다. 그녀는 세로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나를 알아?”


세로가 물었다. 황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리가 없다. 은발의 마녀.

바로 오늘 낮에 고비사막의 감옥에 갇혀있다고 알려줬는데 이렇게 멀쩡히 밖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남태현 부국장은 다른 부분에서 놀라고 있었다. 이영철의 존재가 바로 그를 놀라게 한 이유였다.

한국과 일본, 동남아 일대를 지배 권역에 두고 있는 멜렉의 최측근 보좌가 이곳에 있다니. 그것도 세로와 함께 움직인다니 말이다.


“나는 세로. 에흐예 님이 도움이 필요하면 당신들에게 연락하라고 하더군.”


세로가 먼저 둘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에흐예라면 류신 님 이야긴가요?”

“맞아. 이름을 말씀하셨나 보네. 신뢰가 두터운가 봐.”


세로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조금은 민망했다. 게다가 세로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미모의 끝판왕이라는 엘프들도 하이엘프의 미소에는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로의 미모는 남달랐다.


“그런데 뭘 도우면 됩니까?”


이 새벽에 부른 걸 보면 분명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중재를 좀 해줬으면 해.”

“중재요?”


남태현은 세로와 아돌프를 봤다. 아돌프는 관리국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존재다.

암시장의 존재를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정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암시장 역시 관리국 소관이었다.

심지어 관리국도 암암리에 암시장의 물건들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중재를······?”


그때 세로가 사이클롭스의 코어를 하나 건네줬다. 남태현은 물론 황미연도 눈이 동그래졌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보존된 사이클롭스의 코어였기 때문이다.


“이 코어는 어디서······”

“그분이 주셨어. 이걸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아!”


남태현과 황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 사이클롭스들의 운명은 그걸로 끝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렇게 코어만 빼낼 수 있는 걸 보면 아마 다른 코어들도 모두 가지고 있을 확률이 컸다.


“이걸로 뭘 어떻게 중재하면 될까요?”

“나는 당장 물건들이 필요해. 하지만 암시장은 코어를 취급하지 않지.”

“그렇죠. 코어는 지상에서만 거래되니까요. 그것도 정부와 관련된 기관만 직접 취급하고.”

“그러니 그 코어를 대가로 생각하고 암시장에 필요한 것을 지급해줘. 돈이든 뭐든. 우린 필요한 물건을 암시장에서 공급받으면 되니까.”


간단한 거래다. 삼자 거래가 바로 이런 거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받는 것.

코어라는 중요한 물건이 남태현 손에 들어왔다. 어떤 거래든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좋습니다.”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이정도 순도의 코어라면 도시 하나가 5년이 아니라 7년 정도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남태현이 웃었다. 세로도 웃었고 아돌프도 웃었다. 모두가 승자였다.


***


세로와 이영철이 세계수로 돌아왔다.

세로는 아공간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챙겨왔다. 물론 더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암시장에서 아돌프가 지원해준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암시장에서 가져온 물건들로 세계수가 만든 집을 채우니 이제야 조금 집다워졌다.

그리고 집 안에는 둘이 더 찾아왔다. 바로 남태현과 황미연이었다.

그 둘은 침대에 누워있는 멜렉을 보며 무릎을 꿇었다.


“그럴 필요 없어. 일어나렴.”


레인이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감히 어떻게······”

“······”


남태현과 황미연은 무릎을 꿇고 고개도 숙인 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하는 거하곤 전혀 다르네.”


류신의 한 마디에 남태현과 황미연은 당황했다. 그들은 류신이 케테르의 에흐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말쿠트의 멜렉과 케테르의 에흐예는 같은 신의 대리인이었고, 각자의 세상에서 신을 대신해 다스린 신과 같은 존재였다.


“죄, 죄송합니다.”


남태현이 몸을 류신에게 돌렸다. 그 모습에 류신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농담한 거 가지고 뭘 그렇게 정색하고 그래?”

“노, 농담이요?”

“그래. 나나 저 녀석이나 모두 인간일 뿐이야. 사이코패스 노인네에게 선택된 재수 없는 경험을 가진.”

“네?”

“그러니까 그렇게 무릎 꿇고 예의 차릴 것 없다고. 일어나.”


류신의 말에 이영철이 발끈했지만, 세로가 붙잡아 말렸다.


“넌 나서지 말리고.”

“큭. 멜렉 님이 무시당하고 있다.”

“들었잖아. 저분이 에흐예라고.”

“큭. 제, 젠장. 그래도 멜렉 님이······”

“머리가 나쁜 거야?”

“내 머리는 나쁘지 않다.”


발끈한 이영철을 보며 세로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머리가 나쁠 거라고.


“내 이름은 레인이야. 레인코바 소노바. 하지만 레인이라고 불러줘. 그게 더 듣기 좋거든.”

“어, 어떻게······ 이름을······”

“그러면 이름을 부르라고 명령을 해야 하나?”

“아! 예! 알겠습니다. 레인 님!”


남태현은 끝까지 님자를 붙였다. 류신에게도 이름에 님자를 붙이는 그였다 보니 그것까지 말릴 수는 없었다.


“이제 레인도 나도 여기서 생활할 거야. 필요한 게 있으면 여기로 찾아와.”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아마 관리국도 시끄럽겠지.”

“아!”


윤동성 국장과 한상철 관리부장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 그들의 실종이 공식화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들이 무사하다면 어떻게 되는지도 걱정해야 했다. 그런 걱정을 아는지 류신이 피식 웃었다.


“걱정 말고 가서 잠이나 자.”


류신이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남태현이 류신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넸다. 그것은 류신의 기록이 등록되었다는 것과, 부득이하게 정보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기록에는 가족에 대한 것이 있었다.


“부모님은 사망 처리되었습니다. 실종 상태가 지속되어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생분이 살아있습니다.”

“민이?”

“네.”


남태현은 류신의 동생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류신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일반적인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반응은 분명 아니었다.


“그래. 고마워.”


류신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어디 가세요?”


세로가 물었다.


“탑에. 그래도 지구에 돌아왔는데······ 한 번 들러보기는 해야지.”

“안에 들어갈 수도 없어요.”

“알아. 하지만 언젠간 들어갈 수 있겠지.”


류신이 방을 나서자 세로도 그런 류신을 따라나섰다.

그렇게 방에서 둘이 나가자 남태현과 황미연은 무척 어색해했다.


“그런데······ 누구시죠?”


남태현이 조심스럽게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을 보며 물었다.

그녀는 바로 요르였다.


“나? 요르문간드.”

“네? 요르문간드요?”

“그래. 귀가 먹었니?”

“요르문간드는······ 거대한 뱀 아닌가요?”

“이런 걸 말하는 건가?”


요르문 간드의 등 뒤로 뱀의 모습이 나타났다. 물론 실제로 나타난 것이 아닌 뱀의 기운이 느껴진 것이고, 남태현이나 황미연은 몸이 굳어버릴 정도로 요르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말 잘 들어야 할 거야. 아니면 잡아먹어 버릴 테니까.”


요르의 말에 남태현과 황미연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둘은 어이가 없었다. 이곳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두 명의 신의 대리인과 두 명의 보좌, 게다가 세계수를 지키는 요르문간드까지.

이곳에 덤빌 수 있는 것은 다른 지역의 지배자들뿐일 것이다.


***


공간이 왜곡되며 포털이 열렸다. 그곳에서 류신과 세로가 걸어 나왔다.

그들 앞에는 거대한 바벨탑이 위용을 자랑하며 서 있었다.


묘한 공간이었다. 바벨탑 근처의 공간은 모두 왜곡되어 있었다. 전 세계와 연결된 공간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바벨탑이 보이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이라고 해도.


류신이 손을 슬쩍 뻗었다.

단단하고 투명한 막에 류신의 손이 막혔다.

힘을 조금 줘 봤다. 그러나 막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류신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봉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류신은 입맛을 다시며 손을 떼었다.


“신을 만나고 싶으신 건가요?”


세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아. 만나고 싶지. 죽도록 만나고 싶어.”

“만나서 뭘 하시게요?”


세로의 질문에 류신이 슬쩍 그녀를 봤다. 순간 세로는 섬뜩함을 느꼈다.


“궁금해? 알면 후회할 텐데.”

“후회하지 않을 게요.”

“그래? 큭큭큭. 신을 만나면 뭘 할 거냐고? 그를 죽일 거야.”


류신의 말에 세로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그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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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귀환자는 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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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를 주마 23.05.28 1,321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5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4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8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80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3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9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81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9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5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70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6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1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3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4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9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4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5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6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6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3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3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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