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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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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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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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 집에서 다 꺼져

DUMMY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연구원들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뭔가 이상한 에너지원을 탐지했기 때문이다.


“공간이······ 공간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공간 왜곡? 오류 아냐?”


연구원들이 급하게 모니터 앞으로 모였다. 모니터에 나타난 수치는 공간의 왜곡을 나타내는 비정상적인 에너지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 수치가 오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싸움의 한복판 실제로 공간이 왜곡되고 있었다.


“무슨 힘이야? 나무의 힘이야?”

“아닙니다. 외부의 독자적인 힘입니다.”

“이런 에너지가 가능해? 국부 공간을 왜곡할 정도의 에너지가? 블랙홀이나 가능한 거 아냐?”


연구원들은 서로만이 알아들을 말을 쏟아내며 눈앞에 왜곡되는 공간을 바라봤다.

드디어 공간 왜곡이 완성되며 건너편의 풍경이 보였다. 그곳은 모래가 가득한 사막의 풍경이었다.


공간 왜곡은 싸우고 있던 두 세력도 모두 긴장하게 만들었다.

경비대는 물론 레지스탕스들도 모두 경계 대상이 왜곡된 공간으로 바뀌었다. 공간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도끼를 손에 든 이기만이 앞으로 나섰다. 건너편에는 자심이 기간트 베이와 함께 서 있었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더니 이내 왜곡된 공간으로 시선을 던졌다.

지금은 더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존재에 공동 대응을 하려는 것이다.


일렁거리던 왜곡된 공간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한 여인을 안아 들고 있는 남자였다.


“누구야? 저 남자 누구지?”


이기만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현대 무기로 무장한 경비대를 보며 물었다. 경비대가 휴대용 모니터로 재빨리 남자에 대한 데이터를 검색했다.


“데이터에 있어?”


경비들은 재빨리 데이터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들이 확인한 데이터에 류신에 대한 정보가 떴다.


“어? 뭐지? 오류인 거 같은데요?”

“뭔데? 누구야?”

“그게 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데? 설명을 해야 할 거 아냐.”


이기만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죄송합니다. 데이터에 오늘 귀환한 자라고 나옵니다. 이름은 류신.”

“오늘 귀환했다고?”


이기만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물론 이 대화는 자심에게도 고스란히 들렸다.

자심 역시 오늘 귀환했다는 말에 놀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더욱 긴장했다.

차라리 자신이 알고 있는 네임드라면 상대를 할지 손을 뗄지 명확했다. 그런데 오늘 귀환한 자라니.


“그런데 능력 수치가 미측정이라고 나옵니다.”

“미측정? 그건 또 뭐야? 귀환했는데 미측정? 관리국이 그런 걸 안 하고 넘어간다고?”

“그러게요. 그럴 리는 없는데.”


이기만은 이 상황에 짜증이 났다.

제대로 갖춘 전력을 이끌고 공격해 온 레지스탕스들도 귀찮은데 갑자기 오늘 귀환했다는 자가 나타난 것이다.


“저······ 저······ 저 여성은······”


그때 류신에게 안겨있던 여성을 알아본 경비대 한 명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뭐야? 넌 또 왜 그래?”

“저, 저 여자······ 은발의 마녀입니다.”

“은발의 마녀?”


이기만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여인은 류신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가 은발의 마녀로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기운이 없는 약한 여성에 불과했다.


“저게 은발의 마녀라고?”

“네. 데이터에도 그렇게 나옵니다.”

“은발의 마녀는 중국에 있는 거 아니었나?”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럼 저 남자는 도대체 뭐야? 은발의 마녀와 무슨 관계라는 거야?”


이기만이 물었다. 하지만 경비대는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들도 아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류신은 싸움의 한 복판에 세로를 안고 서 있었다.


“야! 너 은발의 마녀란다. 별명 끝내준다. 아주 딱이야.”

“난 싫어하는 별명이에요.”

“잘 어울리는데. 아니면 머리를 염색하면 어때?”


순간 세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류신을 노려봤다.


“미안! 미안! 농담이야. 농담.”


류신이 피식 웃었다.

하이엘프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과 그 색에 자부심이 강하다. 그건 엘프 종족 전체의 특징이다. 그런데 염색하라고 했으니 발끈할 수밖에.

그래도 류신이 보기에는 검은 긴 머리도 꽤 잘 어울릴 것 같긴 했다.


“그런데 여긴 왜 온 거예요?”


세로가 다시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왜 오긴. 여기가 앞으로 살 집이니까 온 거지.”

“집?”

“원래 살던 데 살아야지. 익숙한 게 좋은 거야.”


세로가 류신의 품에서 세계수를 봤다.

자신이 알던 세계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고 볼품없었다.


“아직 아기잖아요.”

“그러니까 지켜주기도 해야지. 일종의 공생이라고 할까?”


류신이 한 걸음 세계수 쪽으로 옮겼다.


“가자. 그리고 저 녀석이 널 제대로 고쳐줄 거야.”


하지만 류신의 앞을 경비대가 막아섰다.


“멈춰라! 너는 누구지?”

“나? 신.”

“뭐?”


류신의 대답이 이기만을 비롯해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시, 신이라고? 네가?”

“그래. 류신. 그게 내 이름이야.”


류신의 대답에 이기만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여기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다. 당장 돌아가.”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공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경비대장 이기만의 당찬 외침이었다.

류신이 경비대를 쓱 훑어봤다. 다음엔 등 뒤의 레지스탕스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지만 언제든 움직일 준비는 하고 있었다.

류신이 모두가 들을 정도의 목소리고 외쳤다.


“여긴 지금부터 내 집이야. 그러니까 전부 내 집에서 꺼져!”


류신의 말에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기만도, 자심도, 그리고 경비대도······ 류신의 품에 안겨있던 세로조차도.


“그, 그게 뭐예요?”

“왜? 내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한 건데.”

“그 말을 들을 거 같아요?”

“듣는데?”


류신이 가리켰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심이 테이머한 몬스터들이 뒤로 돌아가 가버리고 있었다. 자심도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뭐야? 어디 가는 거야? 돌아와! 너희는 내 말을 들어야지.”


자심이 외쳤다. 기간트 베어가 잠시 멈춰 슬쩍 돌아보더니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레지스탕스들은 테이머한 몬스터가 없으면 전력이 5분의 1로 줄어든다. 경비대와 맞서 싸울 전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젠장! 우리도 돌아간다.”


자심이 레지스탕스 모두를 보며 말했다. 몬스터가 어떤 이유에선지 싸움을 포기한 지금은 경비대와 맞설 전력이 아니었다.


“웃기는군. 누가 보내준다고 했나?”


이기만이 자심을 보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여기서 네가 제일 시끄러워. 목소리도 크고. 너희들도 꺼져!”


류신이 인상을 쓰며 이기만을 향해 말했다.


“감히 마수를 베는 도끼의 이기만에게 그런 소리를 하다니. 네놈도 세계수를 노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베어버리겠다.”


이기만이 도끼로 류신을 가리켰다.


“잠깐만 서 있을 수 있냐?”

“아뇨.”


류신의 물음에 세로가 대답했다. 아직 그녀는 기운이 돌아오지 않았다. 류신이 살짝 넣은 기운으로 그저 정신을 차린 정도다.

역시 제대로 치료받으려면 세계수가 필요하다.


“쳇! 네가 멀쩡하면 저런 것들은 그냥 겁먹고 다 사라졌을 텐데.”


류신이 아쉬워했다.

뒤를 보니 자심을 비롯해 레지스탕스들은 슬금슬금 후퇴하고 있었다.


“그렇군. 네 놈도 저들이랑 같은 한편이구나. 세계수를 독차지하려는 레지스탕스를 돕다니. 너 또한 내가 붙잡아 감옥에 가둘 것이다.”


이기만이 도끼를 멋들어지게 휘둘렀다.

그런 그의 행동을 류신은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한편? 무슨 헛소리야?”

“세계수를 해하려는 자들은 모두 내 손에 멸할 것이다.”


류신이 연구원들이 모여 있는 귀퉁이를 봤다.


“그러면 너희들은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서 여기에 있다는 거야?”

“당연하지. 보면 모르겠나?”

“저런 짓을 하면서?”


류신이 연구원들을 가리켰다. 이기만도 연구원들을 봤다.

온갖 다양한 연구 장비들이 세계수와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세계수에게 직접 상처를 내 센서를 꽂은 것은 아니고 그저 부착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 광경이 결코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 저것은 모두를 위한 연구다. 인류와 세상을 위한.”

“지랄하네. 그걸 누가 정의하는데.”

“저, 정부가 정한 일이다.”

“정부? 아하! 그래. 정부가 한 일이라 이거지. 없애야 할 게 늘어났네.”


류신이 빙긋 웃었다.


“뭐, 뭐라고? 없애? 역시 네 놈은 세계수를 해하려고 왔구나.”

“내 집이라니까. 아까 내가 한 얘기는 귓등으로 들었냐?”


류신은 슬슬 짜증이 났다.


“우리가 세계수를 지키는 이상 너는 세계수로 한 발짝도 다가갈 수 없다.”


이기만이 도끼로 류신을 가리키며 외쳤다.


“고작 얘네들이 널 지킨다고? 진심이야?”


류신이 고개를 들어 세계수를 보며 물었다. 모두들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류신이 바라보며 말을 건 대상이 세계수였기 때문이다. 나무가 아무리 신성하다고 해도 질문에 대답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쏴아- 쏴아-


그때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이제껏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세계수의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상처 하나 나지 않고, 나뭇잎 하나 떼어낼 수 없었던 세계수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류신의 질문에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이 반응했다.


“알아. 네가 아직 어리다는 건. 그래도 이런 것들에게 보호받을 정도는 아니잖아.”


쏴아- 솨아-


경비들은 이 상황에 어쩔 줄 몰랐다. 이러는 사이에도 류신과 세계수의 대화는 이어졌다.

이 상황을 바라보는 연구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센서에 의해 측정된 나무의 반응이 모니터에 나타나고 있었다. 세상 무엇보다 더 격렬하게 나무가 반응하고 있었다.


“이, 이 반응은······”

“이런 반응 본 적 있어?”

“멜렉님이 왔을 때······ 그때 보이던 반응이야. 그런 반응을 지금 나무가 보여주고 있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연구원들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나무는 말 그대로 류신이라는 남자와 대화하고 있었다. 이제껏 고요하던 모니터가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소통하고 있다는 의미다.


“텍스트화 해봐.”


연구원들이 다시 기계를 작동시켰다.

연구원들은 어떻게든 세계수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래서 세계수의 반응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문제는 세계수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존재가 이제껏 멜렉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다만 멜렉은 어떤 이유에선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세계수에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정부의 연구를 위해 지배자인 멜렉을 이곳으로 부를 수도 없는 상황. 그런데 지금 류신이라는 남자에게 세계수가 반응하고 있었다.


이것은 기회다. 무엇보다 소중한 기회.

컴퓨터가 빠르게 세계수의 반응을 데이터로 변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알 수 없음이었다.


“안 돼. 이런 기회가 또 없을 텐데.”

“재시도!”


몇 번을 시도해도 소용없었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기계인 슈퍼 AI로도 세계수의 언어를 해석하는 것에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세계수가 지금의 남자에게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이 반응이 이어질수록 연구할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을.


그러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경비대와 남자가 충돌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위기가 찾아왔다.

이기만이 앞으로 나섰다.


“네 놈을 세계수에 다가가게 둘 수 없다. 놈을 공격한다.”


이기만이 외쳤다.

경비대들의 무기가 모두 장전되며 류신을 향했다.

마력이 담긴 총기에서부터 마법사의 완드, 그리고 궁수, 검사들까지 모두 자세를 잡았다.

명령 하나에 류신에게 달려들 준비가 된 것이다.


“공격!”


이기만이 도끼를 쥐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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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귀환자는 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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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기회를 주마 23.05.28 1,320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5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3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8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80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3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9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81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9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5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69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6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0 35 12쪽
»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3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4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9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4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4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5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6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2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3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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