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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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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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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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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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주마

DUMMY

서로를 노려보던 류신과 요르. 류신이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봐! 요르!”

“왜? 에흐예!”

“저기······ 과거의 있었던 일은 미안해.”


류신이 갑자기 사과를 했다. 요르가 살짝 인상을 쓰며 눈을 가늘게 떴다.


“옛날······ 네 꼬리를 자른 건 널 몰랐을 때였어. 신의 대리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시기이기도 했고.”

“그 상처는······ 오래 갈 거야.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 점은 정말 미안해. 진짜야. 농담 아냐.”


류신이 고개를 숙였다.

과거, 그것도 오래 전, 케테르에서 초기의 류신은 세계수를 지키는 요르문간드를 미처 알아보지 못해 그의 꼬리를 자르는 사고를 친 적이 있었다.

해프닝이었지만 신적인 존재의 꼬리를 잘라버린 류신의 위력에 더 놀라기도 했던 사건이었다.

물론 이 사건을 들은 신은 박장대소를 했지만.


“세계수 지키는 게 영 불안하면 내가 네 동생이라도 찾아서 데리고 올게.”


순간 요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동생을?”

“그래. 네 동생들.”

“절대로 안 돼.”

“왜? 그 녀석들이 있으면 나쁘지 않잖아.”

“안 돼. 나랑 안 맞아.”

“너랑 맞고 안 맞고가 무슨 상관이야. 세계수가 더 중요한 거 아니었어?”

“충분히 내가 지킬 수 있어. 너도 있으니까.”


요르가 드디어 인정했다. 이제야 류신이 빙긋 웃었다.


“그렇지? 내가 도와주잖아. 그리고 앞으로 멜렉도 여기에 있을 거야. 그런데 뭐가 걱정이야.”

“그 점은 안심이 되는 군.”

“뭐야? 왜 나는 인정 못하고 멜렉은 인정하는데?”

“인품의 차이라고나 할까?”

“인품이 세계수 지키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복합적으로 상관이 있지.”


요르는 대화하기 싫다는 듯이 눈을 감아버렸다.

류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세계수를 쳐다봤다.


“집이 너무 작아. 집 좀 늘려.”


쏴아- 쏴아-


“젠장. 그러니까 왜 그렇게 성장을 안 했냐고. 빨리 성장해서 집 좀 늘려줘. 전처럼 둘만 사는 게 아냐. 식구가 늘었다고.”


쏴아- 쏴아-


“그래. 노력해야지.”


류신이 만족한 듯 돌아섰다. 요르는 눈을 감은 채 모른 척 외면했지만 표정에는 못마땅함이 가득했다.


류신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바닥에 만들어진 집이 조금 늘어났다. 그러나 방 하나 정도의 크기에 불과했다. 아직 세계수가 더 성장해야 제대로 집이 규모를 갖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류신은 요르가 있는 곳에서 내려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레인은 별도의 방에 마련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세계수의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누워 있는 레인의 혈색은 많이 좋아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은 신의 질병이 특별한 고통을 수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고통에 시달리면서 죽어가는 것만큼 끔찍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저 점점 기운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힘을 사용하면 병의 진행이 빨라져 생명이 줄어든다.

그나마 온전하게 수명을 누리려면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힘을 사용하지 않아야 했다.


“좀 어때?”


류신이 방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레인은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있었다. 혈색은 좋아졌지만, 피로 때문인지 아직도 잠을 자고 있었다.

세로가 레인 옆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 다가왔다.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은 밀린 피로 때문에 그러는 거니까 괜찮아요. 세계수가 만든 집 안이에요. 걱정하는 게 아니죠.”

“하긴.”


세로의 말이 맞다. 세계수가 만든 집이다. 세계수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과 같다. 넘치는 생명의 기운을.


“암시장이란 곳이 있다며?”


류신이 물었다.


“왜요? 그런 곳에 관심있어요?”

“나도 옷이 필요하기도 하고. 요르도 옷이 필요해.”

“그렇긴 하네요. 요르문간드님도 지금 그 모습 그대로 계속 계실 순 없겠죠.”

“내 옷은 걱정 안 하냐? 이거 하나뿐인데?”


류신이 관리국 마크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가리켰다.

그 옷도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류신의 몸은 상처 하나 없더라도 옷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돈은 있어요?”

“없어.”


류신의 당당한 대답에 세로가 웃었다. 이영철도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이영철은 세계수의 집 안에서도 갑옷을 벗지 않고 있었다.


“돈도 없는데 암시장에 가서 뭐 해요.”

“너희들도 돈 없이 어제 암시장에 갔었잖아. 코어가 통한다는 거 아냐? 나 코어는 많아.”


순간 세로와 이영철이 류신을 봤다.

류신은 하얀 구체를 불러내 그 안에서 사이클롭스의 코어 열 개를 우르르 쏟아냈다.

영롱한 빛을 내는 사이클롭스의 최상급 코어들이었다.


“이건 다 어디서 난 거예요?”


세로가 코어들을 집어서 이리저리 살펴보며 물었다.


“그렇게 됐어. 지구에 오자마자 놈들을 만났거든. 먼저 공격하더라고. 그래서 뭐······”

“사이클롭스들 씨가 마르겠네. 하지만 암시장에서 코어는 취급하지 않아요.”

“왜?”


류신의 물음에 세로가 밤에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다.


“아! 그래. 부국장. 밤늦은 시간에 왜 갑자기 여기 나타났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군. 그 친구에게 맡기면 되겠네. 참. 이젠 국장이 됐으려나?”

“무슨 소리예요? 국장이 되다니?”

“그럴 일이 있어. 확인이나 해볼까?”


류신이 집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세로룰 불렀다.


“뭐해? 따라 나와.”

“나요? 멜렉 님은요?”

“저 녀석에게 돌보라고 해. 지금 하는 일도 없잖아.”


류신은 이영철을 가리켰다.


“그래. 멜렉 님은 내가 돌볼 테니 넌 돌아가도 좋다.”

“돌아가? 어딜? 너나 집에 좀 가. 옷도 좀 갈아입고. 냄새나.”


세로가 코를 막으며 집을 나갔다. 그러자 이영철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아봤다. 동시에 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


“모두 내려서 주변 경계!”


관리국 요원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사방을 살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이 펼쳐진 평원이었다.

멀리 몬스터들이 몇 보였지만 관리국 요원들이 있는 곳에는 관심이 없는 듯 느릿느릿 멀어지고 있었다.


작은 모니터를 보며 요원 하나가 앞으로 전진했다. 다른 요원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그 뒤를 따랐다.

모니터에는 규칙적인 신호음이 어느 특정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니터에 가리키는 위치에 도착한 요원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원하던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피 묻은 신호 발신기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주변에 피가 흩어져 있었고, 살점들이 흩어져 있었다. 전투 흔적이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살점이나 피는 인간의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은 정작 어디에도 없었다.


“상황 보고한다. 윤동성, 한상철 둘의 행방은 불명. 신호 발신기만 남은 상태. 전투 흔적, 그러나 둘이 희생되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보고가 이상하다. 전투 흔적만 발견되었다는 건가? 전투의 희생자는?

“전투 희생자는 이 근처에 자주 출몰하는 몬스터로 보인다. 하지만 사람의 피해 흔적은 없다.”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신호 발신기는 찾았나?

“작동 중인 상태로 찾았다. 기록 내용으로 보아 윤동성과 한상철의 신호 발신기가 맞다.”

-발신기만 챙기고 우선 복귀한다.

“알았다.”


요원들은 발신기를 챙긴 후 현장을 떠났다.


***


“아으으- 머리야.”


머리가 깨지는 것 같았다.

윤동성은 몸을 일으켰다. 그곳은 방이었다. 두꺼운 커튼이 창을 가리고 있어 밖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둘러보니 옆 침대에 한상철이 누워있었다. 그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윤동성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테이블에 물병과 컵이 놓여 있었다.

갈증이 났고, 물을 마셨다. 차가운 물이 배 속으로 들어가면서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테이블 의자에 앉은 윤동성은 기억을 더듬어 봤다.

평원에 버려진 그들은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자신들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몬스터가 나타났다.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소처럼 생겼다. 덩치가 크고 커다란 뿔이 달려 있고, 풀을 먹는다.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사이클롭스나 다른 무시무시한 몬스터에 비하면 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원래 초식동물인 코끼리, 하마, 코뿔소도 무척 사납고 난폭하다. 그리고 그들이 마주한 코끼리만큼 거대한 소도 난폭하긴 마찬가지였다.


윤동성과 한상철은 죽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살아날 확률은 없었다.

소가 둘에게 돌진하고 한상철이 막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들은 날려졌다. 바닥에 쓰러졌고 거대한 몬스터의 발에 밟혀 죽을 일만 남았다.

그때 누군가 나타났다. 그가 몬스터를 소멸시켜버렸다. 말 그대로 터트려 버렸다. 형체도 없이.

갑자기 고통이 밀려왔다. 손목에 내장되어 있던 신호 발신기가 저절로 빠져나왔다. 살이 찢어지면서 작은 칩이 빠져나오면서 의식이 사라졌다. 그것이 윤동성이 기억하는 전부다.

도대체 여기가 어딜까? 자신들을 도와준 게 누굴까?


“으으음······”


한상철도 정신을 차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 국장님! 괜찮으십니까?”

“그래. 괜찮아. 자네는?”


한상철의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

“여기가······ 어딥니까?”


한상철이 침대에서 나오며 물었다.


“나도 몰라.”


한상철은 창문으로 다가가 커튼을 열었다.

밖의 풍경은 의외였다. 온통 얼음과 눈으로 덮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한국에 이런 풍경은 없다. 게다가 지금 시기는 이런 기후도 아니다.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자네가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겠어?”


한상철과 윤동성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건물이나 민가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눈과 얼음의 평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무도 흔히 보던 나무가 아닌 추운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침엽수들이 하늘 높이 뻗어 있었다.


한창설이 창문에 손을 대고 열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창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먹으로 유리창을 쳤다. 그럼에도 창문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상철은 이번엔 문으로 다가가 열려 했다. 그러나 문도 열리지 않았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방 안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젠장. 갇혔어요.”


한상철이 흥분했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윤동성은 태연했다.

윤동성은 다시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 겁니까? 우린 갇혔습니다.”


한상철이 불안한 표정으로 윤동성을 보며 소리쳤다.


“괜찮아. 죽이려고 했으면 진작에 죽였어. 우릴 가두려고 마음먹었으면 이런 데가 아니라 제대로 가둘 수 있는 곳에서 우리가 깨어나야지. 그런데 여길 봐. 이건 가두려고 한 게 아니야. 그냥 우리가 밖에 나가지 못하게 잠깐 막은 것뿐이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이런 걸 경험이라고 해. 이세계에서 몇백 년씩이나 살았다면서 정작 이런 경험은 왜 없는 건가?”


한상철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이세계에서 300년을 보냈다. 그 정도는 대부분 귀환자들이 이세계에서 보낸 평균적인 시간이다.

하지만 정작 지구에서 정상적으로 살아온 사람보다 상황을 보는 눈이 더 떨어졌다.

한상철도 조용히 윤동성의 맞은편에 앉았다.


“돌아가면 전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지. 가만두면 안 되지.”


그것은 윤동성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을 오지로 밀어 넣은 것은 죽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범죄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정작 그들은 남태현과 황미연을 사이클롭스들이라는 사지로 밀어 넣었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마지막 귀환자라는 놈 말입니다. 진짜일까요?”


한상철이 물었다.


“자네가 보기엔 어때? 귀환자 같던가?”

“아뇨. 전혀 모르겠습니다. 포털을 연다는 건 평범하지 않다는 건데······ 정작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가짜야. 가짜를 내세우다니.”

“하지만 포털이 설명이 안 됩니다.”

“뭔가 속임수를 썼겠지.”

“그렇겠죠? 어쨌든 돌아가면 모두 감옥에 처넣어야 합니다. 아니 아예 죽여버리죠.”

“걱정 마. 다 생각이 있으니까.”


둘은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때였다.


“복수하고 싶나?”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두 사람은 고개를 휙 돌렸다. 창가에 누군가 서 있었다.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른 누군가가.

조금 전까지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게다가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온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낯선 자가 방 안에 있었다.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마. 복수의 기회를.”


가면의 남자가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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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귀환자는 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기회를 주마 23.05.28 1,321 16 13쪽
25 류테크 23.05.27 1,325 18 13쪽
24 새로운 국장 23.05.26 1,423 20 12쪽
23 바벨탑의 봉인 +1 23.05.25 1,403 22 13쪽
22 암시장 23.05.24 1,548 20 13쪽
21 신을 만나야 하는 이유 23.05.23 1,880 22 13쪽
20 세상의 중심 +1 23.05.22 1,753 22 12쪽
19 먹어도 돼 +1 23.05.21 1,759 24 12쪽
18 떼어내 줄게 23.05.20 1,781 20 13쪽
17 여긴 내 구역이야l 23.05.19 1,799 25 12쪽
16 죽음을 내릴 존재 +1 23.05.18 1,835 26 12쪽
15 내가 데려간다 23.05.17 1,915 24 13쪽
14 간보지 마 23.05.16 2,069 27 13쪽
13 쇼고스 +1 23.05.15 2,270 37 13쪽
12 삼자대면 +1 23.05.14 2,436 35 12쪽
11 세계수를 지키는 존재 +4 23.05.13 2,457 37 12쪽
10 세계수는 내가 갖는다 23.05.12 2,501 35 12쪽
9 내 집에서 다 꺼져 23.05.12 2,533 36 12쪽
8 여기가 집이다 +1 23.05.11 2,634 35 13쪽
7 왜 여기에? 23.05.11 2,619 40 12쪽
6 사막 한가운데(2) 23.05.10 2,684 35 11쪽
5 사막 한가운데(1) 23.05.10 2,825 36 13쪽
4 마지막 귀환자 +1 23.05.10 3,036 47 13쪽
3 변해버린 지구 23.05.10 3,576 40 14쪽
2 여기가 집이라고? +2 23.05.10 4,043 47 13쪽
1 프롤로그 +2 23.05.10 4,903 5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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