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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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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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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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글자수 :
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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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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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DUMMY

다윗의 후손이라 소개한 다윈.

그는 당연하게도 리안한테 바톤을 넘겼고.

리안은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이름을 말한다.


“골리앗이다.”


그 말을 끝으로 리안은 입을 다물었고.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멀뚱히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설마, 그게 끝입니까···?”


다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묻는다.

웃기게도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서로 뭔갈 더 설명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

“...”


이에 다윈이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요. 제가 졌습니다. 뭘 듣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저부터 모든 걸 털어놓겠습니다. 흠,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그는 골머리를 썩이며 천천히 본인이 이곳에서 리안을 기다리게 된 경위를 찬찬히 설명했다.


“...이름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의 할아버지는 젊은 실적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용병집단의 우두머리 중 하나셨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당시에 대륙 전체를 주름잡던 최강의 용병단이라 주장하는데.

벌써 60년이나 지난 옛날이야기였다.

‘지하굴의 기간이 대략 그 정도겠군.’


리안은 그때까진 다윗이라는 자와 용병집단을 이끌었을 테니 말이다.

후손이라는 말을 듣고 긴 시간이 지났으리라 짐작은 했었는데.

긴 것 같기도, 짧은 것 같기도 한 아리송한 기분이었다.


“합이 잘 맞으며 뛰어난 실력의 두 사람은 함께 막대한 명성과 부를 쌓았다고 들었습니다만, 끝이 좋지 않았죠.”


계속해서 업적을 달성하며 용병 계의 한 획을 그을 것 같았던 용병단은 기둥 중 하나, 골리앗이 갑작스레 실종되면서 분열을 맞이했다.


다윗이 모든 것을 독식하기 위해 골리앗을 죽였다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용병단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분이 어디선가 살아계실 것이라 믿으셨습니다. 하지만 송구스럽게도 곁에서 지켜본 어린아이의 눈에는 미련처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자식들은 그의 한을 풀어주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끝내 골리앗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포기하지 말고 꼭 찾아달라고 말씀하시고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자손들은 할아버지의 유언을 따랐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정보를 수집해도 그에 관한 새로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윈은 이 정도면 충분히 해드렸다는 생각에 모든 걸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갑자기 며칠 전에 거액의 자금이 이곳에 도착했더군요.”


그것도 여태껏 코빼기도 찾을 수 없었던 골리앗의 이름으로 말이다.


“도대체 그는 어디서 뭘 했던 거죠? 그리고 이제 와서 이런 돈을 보내신 이유가 뭡니까?”


리안은 듣다 보니 다윈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일단 정체불명의 거액의 자금은 젖혀두고.

다윈은 그를 관계자라고만 생각할 뿐, 골리앗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긴 평범하게 생각하기 힘든 일이지.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 하지.’


어찌 되었든 퀘스트를 수행하는 데 중요한 인물.

처음부터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이후 더욱 풀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건 나도 몰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동굴에 갇혀있었으니까.”


리안 또한 자신의 정체와 사정을 간략히 털어놓았다.

처음엔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다윈이 인상을 구기며 의심했지만.

퀘스트 아이템으로 분류된, 신전에서 받은 신분표를 보여주자 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정말로···?”


신전에서 발행하는 신분표는 위조는 불가능했으니.

아주 명확한 보증이 되어주었다.


신분표에 있는 사진과 리안의 얼굴을 번갈아 확인하는데.

다윈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수록된 사진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

리안은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듯했다.


“...반로환동!?”


육체 자체가 젊었을 적으로 돌아가 전성기 때의 힘을 발휘하는, 인간의 탈피를 벗어난 경지다.

단적인 예시로 마법이라는 다른 영역이기는 하나 가일스가 그러했다.

리안은 놀라는 다윈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먼저 받았다던 우편을 볼 수 있을까?”


이어서 다른 의문까지 해소할 작정이었다.


“...이쪽입니다. 따라오세요.”


아직 머릿속이 어지러운 다윈은 정신을 수습하며 그를 안내했다.

안쪽 방으로 들어가자, 중앙에 쌓여있는 금화 무더기가 보였다.


“이게 정확히 얼마지?”


거액의 자금이라더니. 그 표현이 들어맞았다.

그로선 진왕의 창고에서나 보이던 광경이었다.


“...계산해본 결과 190만 골드였습니다.”


“190만, 190만.”


떠오를 듯 말 듯 가물가물한 기억.

리안이 뭔가 잃어버린 것이 있을까 고민하는 찰나.


‘설마···.’


그 숫자와 유일하게 연관성을 찾아냈다.


‘크리스탈이군.’


남아있는 크리스탈이 140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에 한 캐릭터의 배당인 50만을 추가한다면 정확히 190만이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리안은 표정이 구겨졌다.


“너무 후려쳤잖아.”


일대일의 비율로 환산하다니.

적어도 1.5배는 받아내야 했다.


“네?”


“아니다.”


어디에 따질 수도 없는 노릇.

솔직히 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것도 어딘가 싶었다.

어쨌든 의문은 해결되었다.


‘마음대로 사용해도 탈이 없겠어.’


정당하게 소비할 수 있는 자금이란 걸 확인했다.

일단 우선 이 자금으로 그가 쓸만한 장비부터 맞추려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따라오시죠.”


다윈이 사용처에 대해 만류하며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무기 전시실처럼 꾸며진 장소.

집안 대대로 가보로 간직한 장비들이었다.


“오래전 골리앗 님이 사용하셨던 장비도 있습니다.”


본래 골리앗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팔려나갈 신세였을 터.

그를 위해 얼마 전에 깡그리 정비도 마친 터라 보관 상태도 괜찮았다.


“...이게 내 무기라고?”


리안은 어색하게 벽면에 장식된 대검을 바라본다.


“...정말 모든 걸 잊으신 겁니까?”


다윈의 물음을 뒤로하고 무기에 다가선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대검의 묵직함이 긴 손잡이를 통해 느껴졌고, 그의 손에 착 감겼다.


곁에서 다윈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정녕 사람이 쓸 수는 있나 싶은 거대한 대검.

장식용으로나 쓸법한 검이 리안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 자리에 할아버지가 계셨다면 기뻐서 눈물을 흘렸겠지.’


다윈의 눈시울 또한 붉어지며.

번쩍 들어 올리는 광경을 기대하는데.


“끄응-!”


안타깝게도 그가 기대한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

리안이 있는 힘껏 두 손으로 잡아도 대검은 꿈쩍하지 않았다.

의심이 짙은 눈초리가 그를 향할 때.


“저주에 걸려서 그래.”


리안은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이 참 구차해 보였다.

다행히 다른 장비에는 문제없었다.

그중에서 단지 무기만 착용할 수 없었다.


편안한 착용감.

전용 장비라는 문구가 와 닿았다.

장비를 마친 그들은 이야기를 마저 이어가는데.

사실 리안이 다윈에게 해줄 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게 끝입니까?”


기억상실과 감금. 이 두 단어로 모든 것이 설명되니 말이다.


“흐음···. 그렇다면 그 사건에 관해서도 모르시겠군요.”


“그 사건?”


의미심장한 단어. 리안이 되물었다.


골리앗이 실종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가 맡았던 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신전에서 지정한 단독 의뢰.

딱 봐도 수상한 느낌이 드는 내용이었고, 리안은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저도 워낙 옛날에 할아버지께 들었던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으니까 어서.”


다윈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드문드문 이어 하는데.

자세한 내용이랄 것도 없었다.


신관들과 금역으로 향한 골리앗.

그 이후로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며칠 뒤 행방불명.

다윗은 신전으로 찾아갔지만, 기밀 유지라는 명목하에 알려주지 않았고.

신전 측은 그의 실종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며, 되려 다윗을 꾸짖었다고 한다.


“아무리 봐도 신전이 수상한데.”


“그렇죠.”


다윈 또한 그 의견에 동의하며 신전을 배후로 지목했고.


“골리앗 님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 있습니다.”


효과적인 방법 또한 제시했다.

장본인인 그가 직접 신전으로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것.

리안은 다소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당장 따지러 갑시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다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견과 다르게 제법 진취적인 성향이었다.

어차피 여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도 찾아갈 예정이었기에.

앞장서는 그를 따라 리안 또한 신전으로 향했다.


* * *


다윈은 거침없는 걸음으로 신전의 깊숙이 발을 들였다.

이렇게 멋대로 들어가도 되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성기사들이 그들을 둘러싼 형세가 되었다.


신전에 한해서는 다윈이 자신 있다고 하여 모든 걸 일임했건만.

리안은 몹시 불안하다.

다윈이 무얼 믿고 당당하게 행동하는지 넌지시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었다.


“당연히 골리앗 님 덕분이죠. 여차하면 아시죠?”


장난스럽게 주먹을 흔드는 모습.

리안은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농담이겠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윈의 머릿속에서 골리앗의 힘은 너무나 과대평가되어 있는듯하다.


‘많이 쳐줘도 사도 정도겠지.’


현 상황에서 저주가 풀린 상태라고 가정해도 마찬가지.

왕국 수도에 있는 신전에서 난동을 부리려면, 적어도 장군 정도는 되어야 했다.


“멈춰주십시오. 이 앞은 지나가실 수 없습니다. 이번엔 또 어떤 용무로 찾아오신 겁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성기사는 불한당들을 상대로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다윈은 겁을 상실한 것처럼 굴었다.


“대신관, 아니지 주교님과 만나야겠다.”


하대가 깔린 명백한 명령조의 말투.

그런데 성기사의 반응이 의외였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순순히 물러서는 성기사.

리안이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다윈을 응시하는데.

그는 슬며시 입꼬리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이윽고 성기사가 돌아와 말을 전해주었다.


“방문을 허락하셨습니다. 한데 옆의 분도 일행이십니까?”


“그래.”


“다윈 님도 아시겠지만, 규정상 두 분이 같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용건이 있는 건 이분이니까. 안내해드려.”


성기사가 힐끔 리안을 쳐다보더니 이내 따라오라며 앞장서 나아갔다.


“응접실에서 기다릴 테니 대화 잘 나누고 오시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여차하면 힘을 쓰셔도 됩니다. 뒷일은 맡기세요.”


‘농담이 아니었나.’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

정작 그의 배경에 관해선 큰 관심이 없었는데.

다윗 가문은 상당한 권력을 지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다윈에 관한 생각은 넘기며, 성기사를 따라 주교를 만나러 이동한 리안.

그와 일대일로 대면한 주교는 곧바로 탄식에 찬 목소리를 내었다.


“...죄인이여. 기어코 감옥을 탈출한 것인가.”


리안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실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내가 왜 죄인이지?”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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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규칙 23.09.11 10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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