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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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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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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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새끼들

DUMMY

오염군주 둘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일만큼은 막아야 했다.

리안이 그럴 일은 없기를 바라는 사이.

다윈은 동쪽에 말을 추가하며 승산을 계산하고 있었다.


“...낙관적인 상황을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최악을 가정하겠습니다.”


그가 가정한 상황은 견왕의 세력이 후왕의 세력에게 밀릴 경우였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얼추 비슷한 만큼.

형편없이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을 테지만.

꼭 이기리란 보장도 없었다.


“먼저 오염군주끼리의 대결은, 애초에 저희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겠지요.”


우두머리의 대결은 그들이 관여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으며.

그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었다.

다윈은 그보다는 실리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장군들의 대결을 주제로 가져왔다.


“골리앗 님이 온전히 가세할 수만 있다면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겠지만, 상대 수가 워낙 많다 보니 힘들겠지요. 저희도 어느 정도 머릿수를 맞춰야 합니다.”


리안은 개떼처럼 몰려들 유저들을 상상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보다 강해졌지만, 그는 혼자서 유저들을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나마 그땐 기습이라서 가능했었지. 애초에 유저들을 전부 상대한 것도 아니었고.’


현재는 내부 사정을 알 수 없으니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

더욱이 모든 인원이 동원될 대규모 총력전.

정면 싸움을 피할 수 없었다.


“남쪽에 가세한 모험가는 대략 삼천 이상. 그들을 막을 병력이 필요합니다.”


“...그만한 수를 상대할 병력이 있나?”


당연히 있을 리가 없다.

다윗 가문이 나름대로 수도에서 유력 가문이긴 하나 그 정도 규모의 병력은 없다.

아니 오히려 수도에 있는 가문 중의 하나였기에 사병이 적었다.

애초에 그만한 수를 상대할 병력은 몇 세대에 걸쳐서 대대로 토지를 넓은 일대의 물려받은 영주도 불가능할 것이다.



“저희 식구만으론 턱도 없겠군요.”


다윗 가문의 병력이라고 해봐야 고작 저택을 지키는 경비병과 식솔들을 보호할 호위 기사들 정도.

수도의 귀족들은 그게 보통이다.


“용병을 모집하겠습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다윈의 말은 리안의 성에 차지 않았다.


“과연 그걸로 충분할지 모르겠군.”


“골리앗 님의 심정도 이해는 됩니다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쪽은 저에게 맡기시고 골리앗 님은 동부로 가주세요. 그곳에서 해주실 일이 따로 있습니다.”


리안은 뒷말을 듣지 않아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견왕과 대화와 협상을 진행은 그의 몫이었다.

다윈이 하겠다고 해도 리안이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그것까지 남한테 맡길 생각은 없다.


‘직접 만나서 대화는 시도해봐야겠지.’


그가 말린다고 전쟁이 멈추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다만 리안의 한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는데.

다윈이 유저를 얕잡아 보는 것이 상당히 마음에 걸렸다.


“그들을 무시하지 말도록 해.”


“...확실히 모험가가 지닌 천부적인 능력은 놀랍죠. 하지만 제게도 생각이 있으니. 절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자꾸 말이 엇갈리는 기분이었지만.

저렇게까지 말하니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상관없겠지.’


여차하면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하면 그만일 테니까.


“리발드 경을 데려가시겠습니까?”


다윈은 즉석에서 편지를 써가며 물었다.

리안이 원한다면 호위 기사를 빌려줄 생각이었지만.


“괜찮다.”


그는 오히려 행동에 제약이 생길 것이 뻔했기에 거절했다.


“하긴 걸리적거리기만 하시겠네요.”


서로 다른 상상을 했지만 혼자가 편하다는 점은 일맥상통했다.


* * *


리안은 텔레포트를 비용을 지급하며 빠르게 동부로 향했다.

동부의 미슬린 왕국이 금역 앞까지 뚫어놓고 세운 전초기지.

그곳은 현재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문을 지키는 경비병이 고압적인 태도로 물었다.


“이곳 사령관님께 안내해줄 수 있겠나?”


“이게 뭔··· 헉!”


무슨 종이 쪼가리냐며 눈을 부라리던 경비병이 편지에 박힌 문양에 숨을 삼켰다.

단번에 귀족임을 눈치채며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죄송합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상인들이 오가는 성문의 옆, 군사 관계자만이 이용하는 입구의 문을 열리고.


“대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상관으로 보이는 인물을 따라 사령관이 있을 본부로 향했다.


‘상당히 어수선하군.’


병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마을 사람들은 불안에 떤다.

전체적으로 경직된 분위기.


‘하긴 이들도 모를 리는 없겠지.’


최전방에 있는 이들은 진작에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을 터.

거기에 전쟁이 있을 거라는 신전의 계시까지 떨어졌다.

그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싸울지 예측할 수 없으며.

오염군주의 전쟁이니만큼 그 여파가 어디까지 몰려올지 모른다.

그에 대비하는 건 당연했다.


“야, 야야! 저기 봐라.”


“뭔데.”


“저거 골리앗 아냐?”


그곳에서 떠들썩한 건 모험가뿐이었다.


‘뭐야?’


오두방정을 떠는 유저들.

리안은 순간 의아했으나 무시해버렸다.

사령관을 만나는 것이 우선이었으니까.


다윈의 편지는 동부의 사령관과 직통으로 연결해주었다.

사령관은 그를 마냥 호의적으로 여기진 않았지만, 손님으로선 정중하게 맞이해주었다.


“...이 시기에 금역으로 들어가겠다고?”


물론 리안의 목적을 들은 후, 미친놈을 보듯이 봤지만 말이다.


“흐음···.”


과연 리안을 금역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맞을지 사령관은 깊이 고민했는데.


“알겠네. 대신 어떠한 도움도 바라지 마시오.”


금방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사라도 나온 거겠지, 한데 혼자서 이곳을 오다니. 멍청한 상관 덕분에 죽겠군.’


그는 내심 혀를 차며 리안은 안쓰러워했다.

그들이라고 가만히 손 놓고 구경만 한 것은 아니다.

실시간으로 알아내기 위해 레인저들을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살아 돌아온 자가 없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리안은 쉽게 승낙받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오늘 안에 끝낼 수 있겠군.’


늦은 시각.

리안은 식사와 함께 편안한 방을 빌려주겠다는 사령관의 호의를 거절하며 곧장 도시를 나섰다.

그를 추격하는 일행이 있었다.


“저기 있다.”

“금역으로 가나 본데?”

“놓치겠다. 서둘러!”


도시에 들어왔을 때 그를 발견했던 유저들이었다.

리안은 이동하며 그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쫓아낼까? 아니다 괜히 말려들면 안 돼.’


관심을 줬다가 그것을 계기로 엉겨 붙어오면 더 난감해질 것이다.

리안은 속도를 올리며 그들을 뿌리치려 노력했지만.


“저기다. 쫓아.”

“골리앗 맞지?”

“여긴 왜 왔어? 이제 세력전 시작하냐?!”


일행들은 끈덕지게 리안을 따라왔다.

하필 바위산도 없는 황무지.

엄폐물조차 적어서 따돌리기가 어려웠다.


‘겁도 없이 따라오는군.’


왕국에서 금역으로 지정한 경계선 안까지 추격해오는 유저들.

리안은 힘을 써서라도 쫓아내야 하나 싶은 순간.


스스슥-.


해가 지면서 어둑해진 땅거미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무언가가 움직였다.


‘위험···!’


위기를 감지한 리안은 옆으로 몸을 내던져 피한 순간.

쏜살같이 지나가는 형체를 보았다.


“미친, 좇됐다, 튀어!”

“저놈이 왜 여기 있어?!”


뒤늦게 다리에 제동을 걸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치는 유저들.


“으아아악!!!”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순서대로 허공에서 갈기갈기 찢겼다.


유저들의 시체 위에서 드러난 모습.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고 처음 든 생각은 ‘작다’였다.

여태까지 봐왔던 오염종의 동물 형태는 최소 건물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과 비교한다면 눈앞에 있는 짐승은 정말 작다고 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몬스터로 오해했겠군. 미리 설명 듣길 잘했어.’


다행히 리안은 녀석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만이 형형하게 빛나는 검은 늑대.

유저들이 다음 목표로 지목했다가 실패하고 있는 장군이었다.


검은 늑대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자세를 갖추자, 리안은 황급히 양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잠깐, 이걸 봐!”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했던가.

귀찮은 설득 대신 바로 기운을 드러내어 본인이 오염종임을 밝혔고.

양손에 있는 어두운 기운을 본 늑대가 기세를 죽였다.


“너희 왕에게 데려가 줘.”


검은 늑대는 아무 말 없이 안쪽으로 이동했다.

죽고 되살아날 각오를 했던 리안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과묵한 장군을 뒤따랐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장소에는 안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하고 거대한 굴이 있었다.


‘저곳으로 들어가는 건가.’


리안은 내심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의 마음을 알아줬는지 다행히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멈춰 섰다.

이윽고 동굴 안에서 여러 존재가 걸어 나왔다.


“하암~.”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는 여우상의 여인과 곁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눈으로 좇는 어벙한 남성.

그리고 보기만 해도 오염군주임을 알 수 있는 자가 있었다.


리안은 그들을 면밀히 살피는데.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견왕이 물었다.


“왜 왔지?”


리안은 머릿속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도움을 드리러 왔습니다.”


그는 어색한 말투로 먼저 적이 아님을 명확히 밝혔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 도와주겠다는 자를 적대하지는 않겠지.’


안전이 확보된 리안은 한결 편안해진 목소리로 견왕에게 미리 정해둔 거래를 제안했다.

전쟁에서 그의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후왕을 추궁해서 그가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고 죽여달라는 부탁이었다.


“글쎄. 원숭이를 찾아가는 것이 편할 텐데,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가는 건 어째서지?”


제법 날카로운 지적.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리안이 생각하기에도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었지만.

되려 질문한 본인이 아무렴 상관없는 듯 설렁설렁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부터 리안은 뭔가 묘한 기분을 느꼈지만.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최대로 준비할 수 있는 병력과 그를 영입함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 등.

견왕을 설득하기 위해 준비한 이야기를 설명했지만.


“결론은 나와 같이 싸우겠다는 소리네.”


견왕은 이 모든 것을 심드렁한 목소리로 일축했으며.


“미안하지만 잘못 찾아왔다. 우린 도움을 받을 생각이 없어.”


또한 기대에 어긋나는 답변을 주었다.

리안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혼란스러웠다.


‘거부할 이유가 있나···?’


이대로 간다면 질 것이 뻔한데.

어째서 저렇게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견왕의 무념무상.

아무런 생각도 없어 보이는 표정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가 솟구친다.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단박에 거절당해 자존심이 상한 탓일까.

한순간 겁을 상실한 듯 리안은 견왕에게 빈정거리고 말았다.


“...너는 이길 생각이 없어?”


“맞아. 정확하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대답에 카운터 펀치를 정통으로 맞은 것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심이다. 처음부터 이길 생각이 없었어.’


자신의 목숨이 걸린 승부에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다니.

이런 종류의 인물은 처음이었다.

그가 말문이 막힌 사이.


계속해서 하품하던 여우상의 여인이 볼멘소리를 내었다.


“좀만 더 자고 싶은데. 원래 며칠 있다가 하기로 했잖아요···.”


하지만 검은 늑대의 흉흉한 눈빛에 바로 눈을 내리깔며 말끝을 흐렸고.

이내 입을 삐죽 내밀며 말을 바꾸었다.


“넵. 뭐 죽으면 영원히 자는 것과 같죠. 그럼 빨리 갑시다.”


뛰쳐나가려는 여인.

정신을 차린 리안이 그녀를 붙잡고 물었다.


“잠깐, 어딜 가려는 거야?”


“당연히 환영의 숲이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한 그녀는 가볍게 리안의 손을 뿌리치고 뛰쳐나갔다.


“환영의 숲···!”


남부의 금역, 즉 후왕이 있는 장소였다.


“기다려! 그냥 이렇게 쳐들어간다고?”


리안이 기겁하며 소리를 지르는데.

그의 외침에 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던 인원들이 전부 리안을 버려둔 채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 미친 트롤 새끼들···!”


리안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게 세력전 이벤트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견왕의 침공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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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4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2 2 12쪽
100 해결 23.09.18 103 2 10쪽
99 인정 23.09.15 102 2 10쪽
98 척살령 23.09.14 100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6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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