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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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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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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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처음 뵙겠습니다.

DUMMY

다른 대륙으로 여행을 떠나겠다는 리안의 말은 다윗의 후손들을 시무룩하게 만들었다.


“...혹시 저희가 불편하신 겁니까?”


리안은 과거를 되찾고 봉인된 이유도 알아냈다.

시스템 또한 옛적에 그의 여정이 끝났다고 선언했었지만.

그는 아직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그건 절대 아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이지.”


유력 귀족 가문의 대부로서의 모자랄 것 없는 평탄한 생활을 버리고.

모험을 떠나겠다니 평범한 사람은 어리석다고 평가할 짓이었지만.

다윈은 그를 존중해주었다.


“어쨌든 떠나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결정은 알겠습니다. 타 대륙으로 떠나실 채비를 도와드리죠.”


리안을 붙잡지 않고 묵묵히 그의 여행 준비를 도왔다.

장비 점검 여행 경비 등의 사소한 것부터 주의해야 할 정보까지 가져다주었다.

덕분에 리안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을 한가지 알 수 있었는데.


“가고 싶다고 그냥 갈 수 있는 게 아니었군.”


튜토리얼 섬으로 향하는 선박은 일반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실로 당연한 일이었다.

왕국 간의 이동과 대륙 간의 이동은 상황이 많이 다르니까.

범죄자가 타 대륙으로 도망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꼼꼼하게 신원 확인은 필수였다.

그렇다면 섬과 대륙을 오가는 상인들과 용병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선박 이용객은 전부 신전의 허락을 받은 이들입니다.”


신전의 관계자나 연줄과 신원을 보증받은 자다.

신전에 전통적으로 내려온 기밀 중 하나기 때문인데.

이에 관해선 왕국도 크게 관여할 수 없었고.

애초에 대륙의 왕국들은 아득히 먼 옛날, 고대에 세워졌을 항구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튜토리얼 섬에서 대륙으로 도착한 유저들도 내쫓기듯 사방으로 보내지는 배경이기도 했다.


“골리앗 님이 보셨다던 상인은 아마 신전 소속의 특수상단이겠지요.”


뜻밖의 이야기다.

청렴결백한 모습의 신전에 상단이라니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그거라면 오히려 신전의 위세가 이해가 된다.“


대륙 간 무역의 독점을 이용해서 막대한 부의 축적.

신전은 결코 신성력과 종교만으로 왕국의 위에 선 것이 아니었다.


‘예전 앨리온드 북부 탐사대에 참가 신청했을 때 접수원이 놀란 이유가 있었군.’


그리고 별말 없이 통과시켜준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빨간 줄이 무슨 상관이겠나.

대륙을 건너온 것 자체가 신전이 검증한 사람이란 의미일 텐데.


“현금이 필요하실 일이 많을 테지요. 여기 골리앗 님의 사용하실 재산입니다.”


다윈이 리안에게 숫자가 적힌 금속판을 건네주었다.

맞닿은 표면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신성력이었다.


“이게 뭐지?”


“이걸로 어느 대륙에서든 판에 적힌 금액만큼 소비하실 수 있습니다.”


신전에서 벌이는 사업이긴 하나, 그 고객은 많지 않았는데.

애당초 대륙 이동하는 이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신전 자체적인 물자를 제외하곤 외부인에 대해선 엄청난 세금이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금속판에 적힌 액수는 정확히 190만 골드였다.


“왜 이만큼이나 남았지? 분명 용병 고용 대금으로 소비했을 텐데?”


세력전 당시 용병을 고용하기 위해, 그가 가져온 돈까지 끌어모은 줄 알았는데.

다윈은 골리앗의 금화에는 손도 대지 않고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었다.


“그 정돈 아무것도 아닙니다. 본디 다윗의 재산 중 반절은 골리앗 님의 것이었으니까요.”


“아까 했던 말을 취소해야겠어. 슬슬 불편해질 것 같군.”


수십 년에 걸쳐서 이룩한 가문 절반의 소유권이 그에게 떨어졌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다윈이 진지하게 그를 향해 물었다.


“골리앗님이 여행을 다녀오실 동안, 제가 그 의뢰를 확인하는 걸 허락해주시겠습니까?”


“...”


한순간의 주춤거림.

다윈은 그것으로 답변하였다고 더는 요구하지 말아야겠고 생각하는데.


“...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때 다시 물어봐라.”


제법 긍정적인 어투에 다윈이 빙긋 웃으며 네, 하고 답했다.

사실 그 말에 숨겨진 의미는 리안이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든 기필코 이곳으로 돌아오겠다는, 그만의 다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정식으로 골리앗 님을 저희 가문의 일원으로 새로운 신분을 만들까 고려 중입니다만. 따로 원하시는 이름이 있으십니까?”


새 신분을 앞으로 왕국의 행사 같은 대외적인 활동을 할 때 쓰일 허위 신분을 의미했는데.

신전의 사도들을 비롯해 왕가 친척, 귀족들의 은인 등 암암리에 흔히들 사용했다.


‘리안으로 할까.’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있어 이름은 크게 상관없게 되었다.

처음 골리앗이라는 이름이 주어졌을 땐, 반감을 품었지만.

본인의 과거를 인정하게 되면서 이름을 구분 짓는 것이 우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골리앗이면 충분하다.”


리안은 내면에 깨달음을 일으키며 안정된 마음으로 말했지만.


“그게 안타깝게도 똑같은 이름은 안됩니다.”


그의 말은 단번에 퇴짜맞았다.

허위 신분과 기존 이름이 같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럼 리안으로 하든지 해라.”


리안은 흥이 깨진 듯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기껏 굉장히 좋은 뜻으로 말했는데 무척이나 언짢았다.

어쨌든 그는 마음 한 쪽에 한 줌 남아있던 감정을 떨쳐내고.

비로소 골리앗으로 거듭났다.


“다녀오마. 기다리고 있어라.”


“당연합니다. 이곳은 제 저택이고. 골리앗 님의 머물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리안은 어느 때보다 들뜬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 * *


리안은 신전을 방문했고 항구로 이동했다.

다윈의 일러준 대로 다른 대륙으로 가는 직행은 없었고 튜토리얼 섬을 거쳐서 가야 하는데.

섬에서 빠져나가는 배는 많았지만.

대륙에서 그쪽으로 가는 배는 격주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매우 기이한 구조였다.


‘전부 유저들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겠지.’


만약 혼자서 준비했다면 그는 고역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항구에는 섬으로 향하는 배가 정박해 있었다.


“확인 완료됐습니다. 선박에 탑승하셔도 됩니다.”


간단한 절차처럼 보였지만.

배에 올라타기 위해 다윈은 그가 모를 많은 고생을 했다.


‘바로 가지 말고··· 이참에 안개산도 한번 들러봐야겠군.’


리안은 튜토리얼 섬을 거쳐 가는 김에 린다와도 만나기로 한다.

가일스가 무사히 고난을 이겨냈을지도 궁금했으니까.


시간에 맞춰서 선박이 출항한다.

새삼스럽게도 대륙에서 섬으로 돌아가는 바닷길은 처음이었다.

시간이 흘러 살짝 탁하게 보이던 풍경은 에메랄드빛 바다로 변했다.


‘벌써 경계를 지났나. 저긴 볼 때마다 특이하단 말이야.’


섬의 경계를 기점으로 바다 빛깔이 확연히 다르다.

마치 바다 중간을 삭제시키고 둘을 이은 것 같달까.


‘거의 다 도착이다. 내릴 준비나 해야겠어.’



이윽고 항구도시에 도착한 리안은 곧바로 튜토리얼을 과정을 거슬러 올라갔다.

항구도시를 떠나 태초 마을로, 그리고 신목의 무녀 린다가 있는 안개산에 도착했다.


“골리앗. 오래간만···,은 아니군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오셨습니다.”


실제로 그녀와 작별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여튼 반갑습니다.”


“나도 반갑다. 근데 그 옷차림은 또 뭐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인사에 답한 리안은 그녀를 옷을 지적했다.

저번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었다가 본래 차림으로 돌아왔더니.

이번엔 웬 알록달록하고 보도 못 한 신기한 복장을 하고 있다.


“바깥 세계의 전통의상이라고 합니다.”


“흐음. 그래? 확실히 특색있군.”


그렇게 말하니.

나름의 멋이 느껴지는 듯했다.


“바깥은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하더군요. 사막만큼 덥기도 설산만큼 춥기도 하다고 합니다.”


“...거참 별세계가 다 있네.”


항상 용건만 간략히 말하던 린다가 먼저 시답잖은 이야기를 꺼냈다.

어딘가 기쁜듯한 모습.

자신과 만남 때문일까 싶었는데.


“그래서, 제 정체에 대해 아셨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웃음기를 지우며 물었다.


“아직. 전혀 모르겠던데.”


핑계라 할 수 있겠지만 정말이지 바빴다.

시간도 없었으며 그런 걸 고민할 정신도 없었다.

맞출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혹시 힌트라도 줄 수 있나?”


별 기대 없이 질문을 건넸지만.

린다는 선심 쓰듯 단서를 던져주었다.


“일단 전 오염종이 아닙니다.”


“...아 그렇군.”


내심 자신과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싶었는데.

헛다릴 짚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본 린다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설마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뜨끔.


“변함없이 단순하게 생각하시는군요.”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는데.

리안은 울컥하지만, 예전처럼 분노가 치솟진 않았다.

비웃음과는 느낌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보다 가일스는 어떻지? 여길 찾아왔을 텐데.”


괜히 민망해서 화제를 돌리자 그녀는 너그럽게 넘어가 주겠다는 듯한 뉘앙스로 답변했다.


“그는 앨리온드 대륙으로 향했습니다. 그는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냈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가. 다행이야.”


리안은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그의 마음속에서 린다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


“고맙고 이만 가볼게.”


서둘러 진왕을 찾아가야 할 상황.

아쉽지만 그녀와의 이별을 고했다.


“네. 다음에는 잘 알아보고 오시길.”


리안은 내심 그녀를 만나러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결 심정이 편안해졌다.

그러겠다는 대답과 함께 항구도시로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리안이 항구에 도착하고 이리아스 대륙을 향해 나섰을 무렵.

린다의 앞에 매우 특별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스트 월드 운영실의 김 팀장과 그의 부하직원 이 대리였다.

그녀는 죽일듯이 노려보는 그들을 향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니 처음 뵙는 게 맞을까요? 운영자분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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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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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2 2 12쪽
100 해결 23.09.18 103 2 10쪽
99 인정 23.09.15 102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9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6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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