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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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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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글자수 :
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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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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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괜찮겠지. 아마도.

DUMMY

“내가 왜 죄인이지?”


리안은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는 태도로 주교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데.


“그건 내가 답해줄 수 없는 질문이다.”


주교는 뻔뻔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지껄였다.


“장난하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죄인이라고?”


리안은 얼굴을 와락 구기며 따졌다.

과연 그게 정당한 처벌일지 의문스러웠다.

그가 목청을 높이며 억울함을 성토했지만.


“그것 또한 자네에게 주어진 형벌이겠지.”


주교는 대쪽같은 인물이었다.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한 어조로 말하는데.

제삼자가 이를 지켜보았다면 한순간 고개를 끄덕였을 분위기였다.


‘...이 정도로 맹신해야 주교가 되는 건가.’


리안은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을 단호한 눈빛.

그는 혀를 차며 다른 걸 요구했다.


“육십 년 전, 신전에서 나한테 단독으로 지명한 의뢰를 열람하겠다.”


굳이 주교를 추궁하고 그의 입을 열지 않아도 된다.

다소 돌아가는 길이긴 하나, 의뢰의 내용만으로도 유추해낼 말한 단서가 있을 테니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것 또한 불가능하다.”


한데 그것조차 거절당했다.

욕지거리를 속으로 삼키며 리안이 그 이유를 물었다.


“어째서지? 당사자한테 기밀도 무엇도 소용없을 텐데.”


“자네는 과거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과 완전히 동일시하고 있는가?”


갑작스럽게 날아든 날카로운 질문.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을 마주한 리안은 속이 뜨끔했다.


“본인조차 당사자가 아니라고 느끼고 있군.”


주교는 교묘한 언변으로 아픈 구석을 찔렀다.

근거가 없는 말도 아닌지라 리안은 반박하기가 힘들었고.

리안은 뜨거워진 머리를 진정시켰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정말 짜증 나게 하는군.‘


당장 멱살을 잡고 흔들어 소리치고 싶었지만 참아냈다.

그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퀘스트다.‘


제목부터가 골리앗의 과거를 찾아가는 여정.

필시 원만하게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주교는 기세가 한풀 꺾인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알아내고 싶다면야, 자격을 증명해내면 그만이지.”


비록 기억을 잃었어도 알맹이는 같은 인물임을 실력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때마침 그에 어울리는 일이 있다.”


“그게 뭐지?”


“얼마 전에 신탁이 내려왔다. 금역을 지배하는 어리석은 짐승들의 다툼이 있을 예정이지.”


[퀘스트 ‘골리앗의 여정’이 새롭게 갱신되었습니다.]

[과거 실종되기 직전에 받은 수상한 의뢰를 열람하려 했습니다만, 거부당했습니다. 당신은 두 세력 중 하나에 가담한 후, 충분한 활약상을 펼쳐서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아야 합니다.]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임시로 ‘여신의 저주’가 해제됩니다.]


만약 이를 수행하겠다면 탈옥에 관해서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임시로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등을 제시했다.

지극히 주교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몹시 관대한 제안이었다.


“어떤가?”


이전이었다면 리안은 주교의 발언에 다시금 열 받았겠지만.

그는 현재 퀘스트 내용에 집중하느라 바빴다.


’세력전?‘


그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소식이었다.

진왕의 말로 유추해보건대 그들의 생사는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렇기에 각자의 생존을 중요시할 터인데.

무엇 하러 서로의 세력까지 이용해서 죽이려 든단 말인가.


’또 운영자 소행인가?‘


리안은 먼저 운영자가 의심되었지만.

굳이 운영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어.‘


오염군주들은 정신이 멀쩡한 자가 드물다고 했으니.

12명이나 되는 존재가 의견이 통일될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두 마리 중 하나가 봉인되고 정화되었을 때, 저주는 완벽하게 사라질 것이다.”


주교는 그런 리안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고.

모든 임무를 마친 그때 이곳을 찾아오라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그 이후로 리안은 주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별다른 수확 없이 방을 나서게 되었다.


그렇게 리안이 떠나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신관이 몹시 불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대로 두어도 괜찮겠습니까?”


“...괜찮겠지. 아마도.”


주교는 등받이에 기대며 말하는데.

리안과 대화한 조금 전과 달리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


“...”


그야 그에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고작 일주일 전만 해도 골리앗이라는 인물을 들어본 적이 없었고.

당연히 육십 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서도 몰랐다.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지···.‘


그저 신탁과 함께 전해진 내용을 기계적으로 전달했을 뿐이다.

주교는 여신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육십 년 전의 기록을 열람해보았으나.

결국, 자세한 내막을 알아낼 수 없었다.

이례적으로 주교조차 볼 수 없도록 금기로 지정된 문서였기 때문이다.


’그자가 돌아온다면 나도 그걸 보게 되겠지.‘


관련 서류로 파악해본 결과, 의뢰에 관련자들은 전부 은거.

당시 주교 또한 곧바로 은퇴를 선언하고 잠적했다.

거기에는 어떤 정보가 적혀있을까.

그리고 그런 문서가 어째서 폐기가 되지 않고 남아 있는지 의문스럽다.


“걱정하지 말게. 모든 것은 여신님의 뜻일 테니.”


주교의 말에 신관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며 불안함을 날렸지만.

정작 말하는 주교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천사의 예언대로 오염군주들은 서로 싸우며 공멸할 것이다.

그의 세대에서 사악한 오염종을 정화할 원대한 계획의 시작된다.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만.

미천한 종인 그는 여신의 뜻을 종잡기 어려웠기에.

그저 대륙의 인간으로서 혼란스러운 시국이 염려스러울 따름이었다.


* * *


리안이 머무르는 남부의 끝.

외곽의 너머 존재하는 금역, 환영의 숲.

그곳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게 웬일이래. 놀러 오라고 해도 맨날 무시하던 놈이.”


환영의 숲 지배자 후왕이 팔짱을 낀 상태로 멋쩍게 웃었고.

베레모를 쓴 남성이 주변을 주위를 둘러보며 답했다.


“오래간만에 와봤다. 여긴 변함이 없군.”


“잘도 왔네.”


“초대했으면 우선 대접해야 옳지 않나?”


남성의 물음에 후왕이 가볍게 손가락이 튕겼고.

그와 똑 닮은 존재가 술병과 잔 두 개를 두고 사라졌다.


“조촐하군.”


이를 지켜본 남자가 짧게 읊조린다..

핀잔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솔직하게 내뱉은 감상이었다.


“누가 겁도 없이 혼자 찾아올 줄은 몰랐거든.”


후왕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가 비겁한 성격이 아니지만.

선전포고한 이후 곧바로 적진으로 찾아오다니.

어지간히 대담한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 세상이 흉흉한데 말이야. 너까지 이래야겠어?”


“...”


사생결단을 앞둔 두 존재는 태연하게 술잔을 부딪친다.


“이제라도 그만두지 그래? 이러다 너 죽어.”


“상관없다.”


조금 전까지 생생하던 남성의 눈동자는 빛이 바래져 있었다.

후왕은 잠시 침묵한 후,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좀 더 기다리면 언젠가···.”


“지긋지긋하게 대책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건 사절이다. ”


소용이 없었다.


“그냥···. 이만 끝내는 거 어때.”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어투에 후왕이 신음하며 묻는다.


“...진심이냐. 네 밑에 애들은?”


“나와 같은 의견이다.”


“그래도 난 더 살고 싶은데.”


“날 이기면 나보단 더 살겠지.”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후왕에게 남성이 가볍게 말했다.


“재미없는 농담이야. 그게 길어봐야 얼마나 된다고.”


눈살을 찌푸린 후왕이 잔을 바닥에 탁, 내려놓으며 이어 장난스레 묻는다.


“근데 하필 왜 나를 골랐냐. 내가 만만해?”


“다른 애들에게 싸움 걸면 네가 가만히 있겠냐.”


“그것도 그렇네···?”


후왕이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놀라는 사이.

남성이 술병을 낚아채갔고 병나발로 들이켰다.

후왕은 그런 행위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래 원 없이 마셔라. 이제 마시지도 못할 텐데.”


“그거야 모를 일이지.”


“퍽이나 그러겠다.”


실제로 객관적인 전력은 후왕의 세력이 우세했다.

우두머리인 그들끼리의 힘의 차이는 거의 없다시피라지만.

휘하에 거느리는 세력이 달랐다.


상대가 승리하기 위해선 외부 세력이 필요했다.


“어디서 얻은 자신감이야? 도움받을 곳도 없으면서.”


신전은 움직이지 않고 하이에나처럼 두 세력을 주시하다가. 쓰러진 쪽을 찾아가 냉큼 봉인하려 들 테고.

왕국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모험가를 끌어들여야 할 텐데.

그들은 오히려 이쪽을 도와주고 있었다.

명백히 그의 세력이 강했다.


“붙어보면 알겠지.”


이를 알 텐데도 남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종용했다.


“괜히 방심해서 졌다고 핑계 대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


“...그래.”


후왕은 일어서 떠나는 남성, 견왕을 보며 쓰게 웃었고.

마음 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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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100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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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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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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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인정 23.09.15 102 2 10쪽
98 척살령 23.09.14 10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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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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