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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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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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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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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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DUMMY

장정은 애들 머리통만한 주먹을 서생의 코앞에 들이대며 으름장을 놓았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주눅이 들어 물러날 텐데, 체구도 작고 곱상한 서생은 오히려 비웃음을 가득 담은 눈으로 째려보며 점잖게 말했다.


“제 힘만 믿고 까부는 자들은 절대로 위론 올라가지 못하지, 왔던 길로 돌아가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생은 쥐고 있던 부채로 장정의 커다란 주먹을 때렸다.


“으지직!”


장정의 주먹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왼손으로 오른손 주먹을 잡고 털썩 주저앉아 오만상을 찌푸렸다.


살짝 때렸는데도 주먹 뼈가 으스러진 것 같았다. 나머지 장정은 의외의 사태에 놀라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곱상한 서생은 부채를 확 펴더니 나머지 장정들을 향해 부채를 휘둘렀다. 덩치가 커다란 장정들이 부채 바람에 날려 눈 깜짝할 사이에 길옆의 숲속으로 굴러 떨어졌다.


“여러분, 우리 때문에 지체되어 죄송합니다.”


서생은 두 손을 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가볍게 공수를 한 후, 소녀를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서생은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가볍게 장정들을 혼내주었는데 솜씨가 속되지 않고 매우 깔끔했다.


두성이가 보기에 서생은 십칠 세 정도로 보였는데 고수임이 분명했다. 세상에는 숨은 고수가 많이 있는 것 같아 자신도 더욱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육화탑에 이르자 곳곳에 좌판을 벌인 장사꾼이 많았고 사람들로 인해 매우 혼잡했다. 넓고 넓은 호수와 주위의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올라와보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주위를 한 바퀴 돌고는 노상 찻집에 앉아 차를 한 잔 시켰다.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 아까 혼이 났던 장정들이 음침하게 생긴 괴한과 뭔가 숙덕거리고 있었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두성이는 보지 않는 척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육화탑 안에서 서생과 소녀가 웃으며 나왔다. 서생은 장신구를 파는 좌판 앞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있었고, 소녀는 토끼모양의 설탕과자를 사들고 서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장정 하나가 소녀한테 다가가 순식간에 소녀의 입을 막자, 나머지 장정들이 소녀를 에워싸고 우르르 숲속으로 들어갔다.


소녀가 끌려간 자리엔 발에 밟혀 으깨진 설탕과자만 흩어져있었다.


잠시 후, 장정 하나가 서생에게 다가가 몇 마디 지껄이자 서생이 그의 뒤를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다.


두성이도 살며시 일어나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길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 음침하게 생긴 괴한과 우락부락한 장정 다섯이 몽둥이를 들고 서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는 혈도를 찍혔는지 꼼짝 않고 눈만 끔벅이고 있었다.


서생이 소녀를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


“소련아!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머리만 끄덕였다. 서생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지더니 부채를 들어 음침하게 생긴 괴한을 가리켰다.


“이놈들, 백주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다니 네놈들의 정체를 밝혀라!”


괴한이 입가를 비틀며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


“난 항주일웅 안조하(安早夏)라 한다. 네놈이 우리 해룡방의 애들에게 시비를 걸어 주먹을 못 쓰게 만들었다고? 흥! 네놈을 곱게 보내줄 수가 없지.”


“그렇다고 아무 힘도 없는 여자애를 납치해? 쓸모없는 놈들아, 너희 방주가 그렇게 가르치던? 내가 방주를 만나야겠다.”


안조하가 가당찮다는 듯 땅에 침을 뱉더니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네놈이 뭘 믿고 큰소릴 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네놈 손모가지를 부러뜨린 후에 방주님을 뵙게 해주마!”


안조하가 서생을 향해 몸을 날리자, 서생을 데리고 왔던 장한이 뒤에서 서생의 등짝을 향해 냅다 발을 뻗었다.


앞에선 안조하의 두 손가락이 서생의 눈을 노리며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찔러왔고, 뒤에선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발이 날아왔다.


서생이 놈들의 날카로운 공격을 피하려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몸을 날려야했는데, 오른쪽엔 이미 장정들이 몽둥이를 치켜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순간 서생은 왼쪽으로 몸을 틀면서 한발 내딛었다.


“푸욱!”

“악!”


놈들이 미리 예상하고 바닥에 설치해둔 철질려에 발을 깊이 찔렸으나 서생은 그대로 훌쩍 몸을 굴려 위험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발이 아파서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 발에선 피가 흘러나와 신발 속은 이미 피범벅이 되었다.


안조하는 급할 게 없는지 고양이가 쥐를 놀리듯 느글느글하게 웃으며 슬슬 다가왔다.


“어때? 우리 해룡방의 맛을 더 보고 싶지? 얘들아! 쳐라.”


안조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정들이 서생의 다친 발을 향해 방망이를 힘껏 던졌다.


서생이 부채를 휘둘러 방망이를 쳐냈으나 그중에 두 개가 발에 맞았다. 간신히 서있던 서생이 고통스런 신음을 내며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 멀었다, 발은 겨우 이자를 갚은 거고, 원금은 네 손목으로 갚아라!”


다섯 명의 장정들이 뛰어와 서생의 어깨를 잡고 팔을 잡아 누르며, 땅을 짚은 손바닥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안조하가 서생의 손등을 짓이기려고 발을 번쩍 치켜들었다.


안조하가 입술을 씰룩이면서 발에 힘을 주고 내리밟는 순간,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온 돌멩이가 놈의 복사뼈를 때렸다.


“와직!”

“아악!”


복사뼈가 박살나는 아픔에 안조하는 돼지 멱따는 소릴 지르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나무 뒤에서 두성이가 나타나며 양손에 쥐었던 돌멩이를 손가락으로 동시에 튕겼다.


“어억!”

“악!”


작은 돌멩이가 정확하게 서생의 어깨를 누르고 있던 장정의 콧잔등을 때렸다. 놈들은 동시에 코피를 흘리며 뒤로 나자빠졌다.


나머지 세 명의 장정들이 몽둥이를 치켜들고 두성이에게 달려들었지만, 두성이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놈들에게 달라붙어 양 주먹을 놈들의 복부에 마구잡이로 꽂아 넣었다.


장정들이 힘도 써보지 못하고 나가떨어지자, 두성이의 무위에 깜짝 놀란 안조하가 깨끼발로 껑충거리며 숲속으로 도망쳤다. 자빠져 있던 놈들도 엉금엉금 일어나 도망치기에 바빴다.


두성이가 소녀의 혈도를 풀어주자 발을 다친 서생이 간신히 일어났다.


“도와줘서 정말 고맙소.”


서생의 안색을 살펴보니 누르죽죽한 것이 발이 아파서 무척이나 힘든 표정이었다. 두성이는 손수건을 꺼내 풀에 가려져있는 철질려를 주워 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철질려의 송곳 같은 침이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놈들이 독을 묻힌 것이다.


“놈들이 철질려에 독을 묻혔으니 늦기 전에 신발을 벗고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서생의 피범벅이 된 신발과 버선을 벗겼다. 발은 이미 부어올라 검푸른 색깔을 띠었다.


“빨리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살이 썩으니 독이 퍼지지 않게 혈도를 막아야 합니다.

할아버지가 약방을 하셔서 해독약과 상처에 바르는 약이 있으니 믿고 드십시오.”


두성이가 해독약 한 알과 금창약을 꺼내 소녀에게 주었다. 소녀는 절을 하고 알약을 받아 서생에게 먹이고, 상처를 깨끗하게 닦았다. 그리고는 금창약을 꼼꼼히 바르고 손수건으로 상처를 묶었다.


두성이는 주위에 있는 긴 나뭇가지를 잘라 지팡이를 만들었다.


“이것을 목발로 삼아 걸을 수 있겠습니까?”


서생은 두성이가 끝까지 도와주자 고마워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한동안 쳐다보기만 했다. 두성이가 가까이서 보니 서생의 얼굴색은 누르스름했는데 어딘가 병색이 짙어보였다.


그러나 두 눈은 맑고 정기가 있어 보여 두성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서생이 말이 없자 소녀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는 연소련이고 오빠는 연백련이라고 합니다. 우릴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별 말씀을... 전 두성이라고 합니다.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야지요. 한숨 돌린 후에 천천히 내려갑시다.”


“관광하러 오신 모양인데 우리가 폐를 끼쳐 미안합니다.”


서생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는데, 두성이는 남자치고는 목소리가 좀 가늘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루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놀러 나와 바쁘지 않습니다. 청정한 숲에서 맑은 공기를 쐬며 앉아있는 것도 좋군요.”


놈들이 철질려에 묻힌 독이 극독은 아니었는지, 해독약과 금창약의 효능이 좋았는지, 서생은 한결 몸이 편해졌고 발의 붓기도 빠져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을 숲을 나와 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서호의 번화가에 와서 서생은 새로 신발을 사서 신었다. 신통하게도 아픈데도 다 나아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었다.


서생이 허리에 찬 비단주머니에서 대추씨만한 작은 금덩이를 꺼내 두성이에게 내밀었다.


“일반적으로 해독약은 비싸다고 하던데 적지만 받아주십시오.”

“비록 약방을 하고 있지만 돈을 받으려고 약을 드린 것은 아닙니다. 넣어두십시오.”


서생은 성의표시로 받아 달라하고, 두성이는 한사코 거절하자, 옆에 있던 소련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옥신각신할 게 아니라 점심때도 지났으니 우리가 한턱내면 되겠네요. 두성이 오빠, 그럼 괜찮죠?”

“네, 그렇다면....”

“그럼 제일 맛있는 집으로 가요.”


소련은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아 두성이도 활짝 웃으며 소련의 뒤를 따랐다.


열래객잔, 항주에 오는 유람객이면 꼭 한번은 들러서 음식을 맛본다는 삼층 건물의 요릿집이다.


식당 뒤쪽의 잘 가꾼 정원에도 이층 건물이 있었는데 유람객들이 묵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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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79 제79화, 토봉채 무적일침 초대봉 23.09.06 320 6 13쪽
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3 5 12쪽
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6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3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41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4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6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8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7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3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1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6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5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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