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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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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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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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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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DUMMY

안으로 들어서자 여러 지방에서 모여들어 억양이 제각각인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서생이 점소이에게 몇 푼 쥐어주자 삼층으로 안내했다.


삼층은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었고 식탁과 의자도 고급이었다. 특히 옆자리 손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특별석이니 내로라하는 사람들만 모시는 만큼 음식 값도 그만큼 비싸다는 얘기다.


소련과 서생은 이런 자리가 익숙한지 전연 거리낌이 없었으나 고급 식당에 난생 처음 와 본 두성이는 매우 불편하였다.


소련이 웃으며 뭘 시켰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두성이는 당황해서 아무거나 좋다고 말하자 소련이 점소이를 불렀다.


“여기 아무거나 주세요.”


말을 하고 킥킥 웃자 종업원은 농담인 줄 알고 빙긋 웃었다.


“두성이 오빠, 항주의 명품요리를 시킬까요?”

“그게 좋겠습니다.”

“그럼, 서호초어와 동파육 그리고 유민춘순과 규화동계..., 용정하인과 여아홍 한 병 주세요.”


그중에서 두성이가 아는 건 동파육 밖에 없었다. 분명 소련이는 자주 먹는 음식이라 거리낌 없이 주문했을 것이다.


두성이는 괜히 주눅이 들어 입을 다물고 창밖으로 펼쳐진 서호의 경치만 보고 있었다.


서생도 평소에 과묵한지 별로 말이 없어서 소련이가 대신 어색한 침묵을 깨며 좌중을 재미나게 이끌고 있었다.


“두성이 오빠, ‘서호초어’란 요리는 서호에서 자라는 물고기를 단맛과 신맛 나는 향료로 요리한 것이래요, 시고 달콤한 맛을 좋아하세요?”


“아! 조 좋아합니다, 네.”

“그럼 동파육은요?”

“자주 먹는 편이죠.”

“동파육은 유명한 소동파가 지방관으로 근무했을 때 만든 요리라고 하던데요.”

“네, 그 지방에 홍수가 나서 군인들과 백성들을 지휘하여 홍수를 막았는데, 백성들이 홍수를 막은 것을 축하하며 돼지를 바쳤다고 들었습니다.”

“호호호, 역시 알고 계셨군요. 그런데 소동파는 오히려 돼지를 요리하여 백성들에게 다시 나눠주었다죠? 정말 백성을 사랑하는 훌륭한 관리네요. 그죠?”

“네, 그럼요.”


둘이 재미나게 이야기하는데도 백련은 꾸어다 논 보릿자루같이 말이 없었다. 소련은 백련을 보고 생긋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오빠, ‘용정하인’은 민물새우에 용청자를 넣어 조리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규화동계는 말만 들어봤지 못 먹어 봤어요, 어떤 요리죠?”


“그건..., 진흙으로 닭을 감싸서 굽는 요리로, 이른바 ‘거지닭’이라 불리지.

그러나 향과 맛이 뛰어나 명물요리가 되었어.

근데 너..., 저번에 먹어보지 않았니?”

“호호호, 그랬나요? 근데 왜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두성이는 소련이가 백련의 어색한 침묵을 깨려고 일부러 물어본 걸 알았기에 빙그레 웃기만 했다.


상대를 배려하는 소련의 상냥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요리가 나왔다. ‘여아홍’도 한 병 나왔는데 도수가 높지 않아 여인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소련이 술병을 들고 서생과 두생이를 쳐다보았다.


“오늘은 두성이 오빠를 처음 만난 날이니 제가 한 잔 따를 게요.”


소련이 먼저 백련에게 한 잔 따르고, 두성이에게도 한 잔 따르고, 제 잔을 채웠다.


그런데 아직 술을 마셔본 적이 없는 두성이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난 아직 술을 마셔보지 못 했는데 어쩌죠?”

“어린 나도 마시는데 누구나 다 처음은 있지 않아요? 별로 독하지 않으니 마셔 봐요. 자, 앞으로의 우정을 위해 건배!”


두성이는 얼떨결에 한 잔 마셨다.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뱃속이 짜르르하더니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독하지 않아 마실만했다.


소련의 재치 있는 말솜씨에 좌중은 점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소련과 두성이는 여러 잔 마시자 얼굴이 발갛게 붉어져 매우 보기 좋았다.


그러나 서생은 술이 센 건지 얼굴색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누르스름했다.


그런데 술잔을 잡은 손은 백옥같이 하얗고 미끈해서 두성이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서생도 두성이를 만나서 기뿐지 간혹 한마디씩 하는 말에는 정감이 묻어있었다.


요리는 하나하나 매우 맛이 있어서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았다. 난생 처음 만난 두 사람, 난생 처음 먹어보는 술과 요리에 두성이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런 시간이 오래토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요리도 거의 다 먹고 시간도 꽤나 지났다. 복사꽃처럼 환한 얼굴로 생글거리던 소련이 두성이를 정답게 바라보았다.


“두성이 오빠, 우리가 오늘 이렇게 만난 것은 우연이지만 전생에 인연이 있어서일 거예요. 다음에 또 만나요, 우린 소주에 사는데 오빤 어디 살아요?”


“항주의 빈민촌에 간판 없는 작은 약방이 하나 있는데, 할아버지와 둘이서 삽니다.”


“혹시 소주에 오게 되면 연씨세가를 꼭 찾아줘요.”


“알겠습니다. 꼭....”


두성이는 친동생처럼 살갑게 구는 소련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소주는 여기서 멀지 않았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라도 꼭 만나고 싶었다.


세 사람은 요릿집을 나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헤어졌다. 두성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소련과 백련 앞에 네 명의 무인이 나타났다.


“아가씨, 구경은 잘 하셨습니까? 이제 돌아가시는 거죠?”

“네,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돌아가요!”


소련과 백련이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마차를 탔다. 네 명의 무인도 말을 타고 소주를 향했다.


두성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행자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두성이는 전연 모르고 있었다.


미행자는 20대 후반으로 중키에 얼굴이 긴 사나이였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사람들 틈에 몸을 숨기며 두성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약삭빠르게 생긴 아이가 뛰어오다가 두성이와 부딪쳐 넘어졌다. 두성이가 얼른 그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어디 다친 덴 없니?”

“괜찮아요.”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엉덩이를 툭툭 털고 다시 뛰어갔다. 두성이가 아이를 일으켜주려고 손을 잡았을 때, 아이는 손바닥에 숨긴 쪽지를 살짝 건네주었다.


쪽지를 펴보니 ‘뒤에 미행자가 붙었으니 조심하시오. 불새.’라고 쓰여 있었다.


두성이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몸으로부터 뻗어나가는 기를 통해 영혼이 직접 느끼는 감각, 즉 기감(氣感)을 열고 주위를 살폈다.


자신의 등 뒤에 적대적인 기운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 두성이는 태연하게 걷다가 갑자기 우측 상점들 사이의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기감은 내공이 일 갑자를 넘자 생긴 능력이었다. 골목길에는 상점에서 임시로 내놓은 크고 작은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미행자가 당황한 모습으로 골목길에 나타나 두리번거리더니 두성이의 모습이 보이자 않자 혀를 차며 돌아섰다.


이젠 반대로 두성이가 미행자의 뒤를 쫓았다.


미행자는 한동안 길거리를 배회하더니,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옹송그리며 소금을 파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음..., 소금가게가 놈들의 소굴인가?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기에 날 미행할까? 아, 그렇지. 쪽지를 쓴 불새를 만나면 알지 않을까?)


두성이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의문을 품은 채 약방으로 돌아왔다.


“할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오냐, 잘 놀다 왔니?”

“네, 구경도 잘하고 좋은 친구도 사귀었어요.”


두성이는 백화루에서 받은 약값을 할아버지한테 드렸다. 그때 약방문이 열리며 사마리가 들어왔다. 두성이가 반가워 웃으며 맞았다.


“아! 기다리고 있었어, 어서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사마리라고 합니다.”

“제 친구에요, 할아버지.”


사마리가 조 의원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미소를 지었다. 조 의원이 보니 예의가 바르고 무척이나 잘생긴 소년이었다.


“할아버지, 두성이랑 갈 데가 있는데 같이 가도 될까요?”

“그래, 너무 늦지는 마라.”


조의원이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흔쾌히 허락하였다. 둘은 인사를 하고 약방을 빠져나왔다.


큰길로 나오자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어서 타.”

“어디 먼데로 가는 거니?”

“아니, 그렇지만 남의 눈에 띄는 건 싫어.”


마차는 복잡한 시장통으로 들어서자 천천히 가더니 으리으리한 오층 식당의 뒷문으로 들어갔다.


높은 담으로 외부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뒷마당엔 손님들이 타고 온 마차가 여러 대 늘어서 있었다.


이 식당은 항주에서 제일 유명한 고급식당으로 청풍루였다. 고풍스런 청기와가 저녁놀에 반짝였고, 오색등이 불을 밝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한 끼 식사가 일반인들의 한 달 생활비와 맞먹는다고 하니 요리의 다채로움과 그 맛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고급 집은 쳐다만 봤지 감히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두성이는 주눅이 들어 그저 사마리의 뒤만 졸래졸래 쫓아갔다.


특별예약 손님만 받는다는 오층으로 올라가자 점원은 사마리를 알아보고 특별 귀빈석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널찍한 원탁에는 이미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사마리와 같이 있던 청년을 비롯해 노인네가 두 사람, 젊은 여인과 청년, 장년의 사나이 두 명이 들어서는 두성이를 관심 깊게 쳐다보고 있었다.


사마리와 두성이가 자리에 앉자 사마리의 사형인 탁일문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을 일일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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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81화, 납치된 조 의원 23.09.09 308 6 10쪽
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79 제79화, 토봉채 무적일침 초대봉 23.09.06 320 6 13쪽
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1 5 12쪽
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4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2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38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4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3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5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6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5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2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0 8 10쪽
»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4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4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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