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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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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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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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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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돈 냄새

DUMMY

낙양에 도착해 객잔에 들어간 동해오룡과 마동탁은 지친 몸을 목욕으로 풀었다. 두성이가 의관을 정제하고 밖으로 나오자 만화루에서 꼭 들려달라는 전갈이 왔다.


동해오룡이 마동탁과 함께 만화루에 도착하자 월견초가 반갑게 맞이했다. 생사기로에 있던 조서방을 구해준 은인이기에 두성이를 신주 모시듯 대했다.


원탁에 가득 차려진 산해진미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갔고, 주인 월견초가 따라주는 술은 향기가 일품이었다.


그때 방문이 사르르 열리며 달빛처럼 은은한 월하미인 설중매가 들어와 월견초 옆에 살포시 앉았다.


마동탁은 월중매가 신비한 미소를 지으며 상아처럼 희고 고운 섬섬옥수로 술을 따르자 술잔만 바라보며 감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자고로 영웅은 미인에 약하다고 했는가, 목숨이 오가는 살벌한 싸움터에선 눈 하나 깜짝 않던 영웅이 설중매 앞에서 순한 양이 되어 쩔쩔매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월견초가 술잔을 들고 웃으며 말했다.


“사막의 여우를 일망타진하신 여러 영웅께 이 술을 바칩니다.”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두성이가 답례를 하듯 술잔을 들고 말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두 분께 감사를 표합니다.”


그러자 월견초는 설중매를 보며 눈을 찡긋하더니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분위기에 음주가무가 빠지면 흥이 나지 않지요, 춤은 아니더라도 노래 한 곡은 불러줄 수 있겠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술좌석에 앉지 않는 설중매는 얼굴을 붉히며 일어나 비파 줄을 튕기며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싱거운 술일망정 차만도 못할소냐

묽디묽은 술이 차보다 낫고.

거친 베옷일망정 알몸보다 나으니

거칠고 거친 삼베라도 옷 없는 것보다 낫고.

못난 처, 못난 첩도 독수공방보다 나으니

못생기고 성질 못된 마누라가 독수공방보다는 낫다네.


눈을 감고 노래를 감상하던 두성이가 얼굴을 붉혔다.


“노래를 지은 사람은 가난해서 묽은 술을 마시고, 부인이 박색인데다 성질이 못된 것을 한탄하는 것 같은데,

우린 귀한 안주와 술을 마시며 천상의 선녀 같은 두 분과 함께하니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드는 군요.”


설중매는 두성이가 자신에게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자 부러 두성이를 떠보려고 그런 노래를 불렀다.


대다수의 풍류객들은 이 노래를 듣고 좋아서 박수를 치며, 독수공방은 절대로 안 된다고 떠들었는데 두성이는 그들과 달랐다.


그래서 이번엔 전연 다른 분위기의 노래를 불렀다.


​향적사 어디쯤인지 가늠치 못해

구름 봉우리 속 몇 리 길을 헤매네.

고목이 우거져 오솔길조차 없고

깊은 산 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


샘물 솟아 가파른 바위에서 흐느끼고

햇살은 푸른 소나무를 눈 시리게 비추네.

해질녘 고요한 연못 구비에 앉아

편안히 참선하며 마음찌꺼기 걷어낸다네.


설중매의 노래가 끝나자 두성이는 박수를 치며 좋아하였지만, 마동탁과 나머지 동해오룡은 무덤덤한 얼굴로 술만 들이켰다.


월견초가 두성이의 빈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공자님, 유심원의 보고에 따르면 사막여우의 본채에서 나온 돈이 금화 만 냥이나 된답니다. 엄청난 액수죠?


우리 방주께선 그 돈의 칠 할을 공자님께 드리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월견초가 금화 칠천 냥의 전표를 슬그머니 내밀었다. 금화 칠천 냥이면 웬만한 마을 하나는 통째로 지을 수 있는 거금이었다.


두성이는 이런 거금이면 불새단의 뜻대로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너무 많이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좀 망설이고 있는데...


아까부터 설중매를 쳐다보지 못하고 애꿎은 술잔만 만지작거리며 앉아있던 마동탁이 웬일로 두성이 앞에 놓인 전표를 날름 집더니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


“무거워서 받기 힘드시면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좋은 데 쓴다면 돈은 다다익선입니다.”


그걸 보고 설중매가 배시시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고, 추야장 긴긴밤에 독수공방으로 외롭고 구슬퍼서 잠 못 드는 여인들에게 좋은 짝을 찾아줄 수도 있고요.”


그 많은 일 중에 왜 하필이면 ‘독수공방을 하는 여인’을 꺼내들었는지 마동탁은 이해가 가지 않아 비로소 설중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봤다.


그러자 눈치가 빠른 월견초가 설중매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네가 요사이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은 모양이구나, 마음속에 사모하는 분이라도 생긴 건가?”


보통 여인들은 이럴 때 아니라고 잡아뗄 텐데 설중매는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어머나, 그렇게 티가 났어요? 마음속에 하고픈 말이 만리장성처럼 끝이 없는데,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그렇지요.”


“뭔 걱정이냐, 앞에 훤칠한 영웅들이 많이 있는데···.”


“아, 나 난 빼주시오. 낯간지러운 얘긴 질색이라오.”

“나도 빼주시오.”

“물론, 나도요.”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물부터 마신다더니 마동탁과 탁일문, 도천수가 그 짝이었다.


설중매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두성이를 보며 말했다.


“공자님께서 오늘밤 제 얘기를 들어주시겠어요?”


이곳을 찾는 모든 객들의 바람이 설중매와 밤을 함께 보내는 것인데,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들은 체도 않던 설중매가 오늘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설중매의 유혹에 두성이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그런데 뜬금없이 연백련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두성이를 보고 설중매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더니 예쁜 손을 살짝 저었다.


“아무 뜻 없이 농담을 한 거니 공자님은 괘념치 마세요.”


어색했던 분위가 가라앉고 두성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갑자기 모란이 들어와 월견초에게 서찰을 전했다.


서찰을 펴본 월결초가 두성이에게 말했다.


“공자님, 사막의 여우 소청천의 행적을 발견했다고 하네요.”


“네? 그곳이 어딥니까?”


“사천성으로 가는 도중이라는데 자세한 정보는 성도에 있는 우리 사람들한테 알아보시면 됩니다.”


“아, 그 일은 한시가 급하니 우린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가뜩이나 불편하던 차에 옳다구나 하고 두성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설중매는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했다.


두성이는 소청천의 소재를 전심전력으로 알아봐 준 방주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객잔으로 돌아왔다.


동해오룡 앞에서 마동탁이 황금 칠천 량의 전표를 꺼내 두성이한테 주었다.


“우리 불새단의 본연의 임무인 구제활동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난리가 난 지역에 가서 구호활동을 펼쳐야지요.”


추영롱의 주장에 탁일문이 다른 의견을 냈다.


“그것도 좋지만 고아가 된 애들을 거둬 공부를 가르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이에요, 구호활동도 하고 공부도 가르치면 좋겠어요.”


사마리의 말에 모두들 찬성하였다. 그러나 두성이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매일 밥이나 죽, 국수나 만두 등을 나눠주는 것도 좋지만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면 더 좋을 텐데요.”

“물론 그 방법이 더 좋지요. 그러나 실행하기가 어려워서...”


추영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사마리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이면 땅값이 쌀 텐데, 그런 곳에 전답을 사서 형편이 어려운 가족에게 세를 받고 빌려주는 겁니다.

물론 세는 시중의 반에 반만 받고요, 농산물을 수확하기 전엔 덤으로 최소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어때요?”

“그런 방법을 염두에 두고 의논해 봅시다.”


그래서 전표는 낙양에 있는 만고전장에 맡기고 탁일문이 원로들과 상의해서 일을 처리하기로 하였다. 두성이가 좌중을 돌아보며 의견을 말했다.


“이번에 인신매매단을 없애고 황금을 빼앗아 해룡방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으니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왕 시작한 것, 해룡방의 또 하나의 돈줄인 노름방에 쳐들어가 돈을 빼앗아 씁시다.”

“하하하! 주공,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어디가 좋을까요?”


마동탁이 벌서 손이 근질근질한지 아주 적극적이었다. 그러자 도천석이 마동탁의 어깨를 치면서 웃었다.


“마 대협. 멀리 갈 것 없지요. 이왕이면 낙양이나 장안에서 한판 벌입시다.”

“그럼 사마 소협, 우리 정보각주한테 물어봐 주시오. 해룡방의 노름방이 어디에 있는지.”

“네, 돈이 제일 많은 곳이 어딘지 알아보겠습니다.”


사마리는 두성이한테 대답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날 밤, 낙양 뒷골목에 있는 노름방은 짙은 담배연기와 탐욕스런 눈동자가 어우러져 진한 돈 냄새가 가득 찼고 매우 시끄러웠다.


눈이 시뻘건 노름꾼들은 자정이 넘었는데도 집에 갈 생각을 안 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복면을 한 괴한들이 빙판에 미끄러지듯 유연한 몸놀림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이미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해룡방의 졸개들을 처치하고 한 놈도 도망하지 못하도록 문을 막아섰다. 나머지 괴한들은 노름방의 중추기관인 환전소와 양쪽 창문을 지키며 서 있었다.


전표를 현금으로 바꿔주거나, 돈을 꿔주고 받으며 거둬들인 돈을 보관하는 환전소는 해룡방에서도 무공이 뛰어난 막북쌍흉 범무통과 나대로가 책임자였다.


범무통은 갑자기 들이닥친 거구의 괴한을 가소롭다는 눈길로 보며 환전소의 작은 문을 열고 나왔다.


정신이 나간 놈인지 아니면 약물에 취했는지, 감히 해룡방이 운영하는 노름방을 그것도 우리 막북쌍흉이 지키고 있는 이곳을 털러 들어오다니.


이런 정신 나간 작자들은 본때를 보여줘야 다른 놈들이 번쩍 정신을 차릴 것이다.


한바탕 피를 부르는 소동이 일어날 것을 아는 노름꾼들은 범무통의 주위를 떠나 모두 자리를 비워줬다.


“흐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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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81화, 납치된 조 의원 23.09.09 309 6 10쪽
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79 제79화, 토봉채 무적일침 초대봉 23.09.06 320 6 13쪽
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1 5 12쪽
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4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2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38 6 10쪽
»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3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5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6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5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2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0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4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4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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