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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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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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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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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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인중지룡

DUMMY

두성이에게 처음 집을 나와 마차를 타던 때부터 동생을 잃어버린 일을 자세히 들은 고봉일미 추 여협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단장님이 집에서 나와 북쪽으로 뻗은 대로에서 말을 탔고, 깨어난 곳이 상요에 있는 창고라고하니 상요의 남쪽을 수소문해보면 되겠네요.

빨리 상요 근처의 지부에 전서구를 날려 용호표국을 찾아보라고 하세요.”

“네, 시행하겠습니다.”


추 여협의 말에 탁일문이 대답하고 문밖으로 나갔다.


“여동생은 관제묘에 왔던 붉은 마차와 연관이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이 경덕진에서 북상한다고 하면,

개봉이나 낙양으로 갈 확률이 많으니 그 두 곳에도 전서구를 보내십시오.”


추 여협은 역시 불새단의 원로답게 순식간에 사건의 핵심을 집었으며 일처리가 빠르고 시원시원했다.


조 의원은 이런 단체라면 두성이를 맡길만했고, 두성이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생전 처음 보는 요리와 술을 맛있게 먹은 조의원과 두성이는 마차를 타고 기분 좋게 약방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두성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약방 일을 돕고 틈나는 대로 양의분심신공을, 저녁을 먹은 후에는 현무절서의 신공을 수련했다. 불새단에선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다.


사흘 후, 사마리가 웃으며 나타나자 두성이가 반갑게 맞이했다.


“단장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우리끼리 있을 땐 그냥 두성이라고 불러줘, 존댓말도 필요 없어.”

“근데, 용호표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어.”

“뭐야? 저 정말이야?

할아버지, 찾았어요!”


두성이가 좋아서 펄쩍펄쩍 뛰자 조의원도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용호산 밑에 있는데 최근엔 인원도 배로 늘려 세력을 확장했다고 해. 어떡할 거니?”


“물론 빨리 가봐야지, 지금 떠나도 돼요? 할아버지!”

“가고 싶으면 가야지. 어떻게 갈 건데?”

“예? 그게..., 저....”

“금방이라도 뛰어갈 것 같더니, 왜 망설이지? 키키키.”


사마리가 놀리자 두성이는 난처해서 얼굴이 벌게졌다. 집에 갈 수 있다는 기쁨에 앞뒤 생각 없이 날뛴 자신이 부끄러웠다.


옆에서 웃고 있던 조 의원이 두성이 어깨를 다독였다.


“깨끗한 옷을 사서 갈아입고 부모님께 드릴 선물도 좀 사야지. 자, 장보러 가자.”


두성이와 사마리는 조 의원의 뒤를 따라 장으로 갔다. 조의원은 우선 두성이의 옷을 서너 벌 샀고, 여인들의 머리에 꽂는 금과 은으로 세공된 고급 장식과 옥팔찌를 샀다.


“마차는 불새단에서 제공해 주겠지?”

“그럼요, 단장님의 행차인데 당연하지요.”

“이제 준비는 다 됐는데 언제 떠나는 게 좋겠니?”

“어차피 가다가 여인숙에 묵어야하니 지금이라도 떠날까요? 전 마차를 끌고 올 게요.”


조의원의 물음에 사마리가 웃으며 대답하며 청풍루로 향했다. 두성이의 마음은 지금 한창 들떠 있어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에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도 거지노릇이나 하고 있을 텐데, 너무나 고마운 할아버지였다.


사마리가 마차를 타고 왔다. 두성이는 할아버지한테 인사를 하고 마차에 올랐다.


조 의원의 전송을 받으며 마차는 남쪽으로 향하자 사마리가 마부에게 말했다.


“아저씨, 우선 경덕진에 가서 남쪽으로 내려가 용호산으로 갈 겁니다. 그렇게 알고 일정을 잡아주세요.”


“공자님, 염려마시고 한숨 푹 주무십시오. 깨끗한 객점이 나오면 알아서 멈추겠습니다.”


마차를 타고 가다 두성이가 갑자기 사마리에게 물었다.


“참, 그동안 깜박 잊고 있었는데 지난번에 날 미행했던 자를 아니? 그자가 소금가게로 들어가던데....”

“우리가 알아봤더니 그놈은 해룡방의 조직원이었어. 혹시 해룡방과 무슨 일 있었니?”

“해룡방이라고? 아!”


두성이는 소련이가 해룡방 패거리에게 납치되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사마리가 해룡방에 대해 설명했다.


해룡방의 방주는 마도쌍검(魔刀雙劍) 풍만해로 손속이 잔인하고 냉혹한 자였다.


특히 권모술수에 능하고 수완이 좋아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지방은 물론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여인들의 미모를 파는 기루는 물론 노름방과 사채업, 심지어 소금을 밀매하는 조직까지 갖추고 지방의 탐관오리와 결탁해 막대한 자금을 긁어모았다.


현재, 그들의 위세는 무림의 구대문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얼마나 악랄한지, 그들의 눈에 찍힌 사람은 지금까지 무사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 불새단도 만만치 않으니 걱정하지 마.”

“난..., 소련이가 그들과 엮인 게 걱정돼서 그래.”

“소련이가 아주 예쁜 모양이네.”

“그럼, 얼마나 귀엽다고. 꼭 내 동생을 보는 것 같아.”

“좋아하는 건 아니고?”

“물론 좋아하지, 너도.”

“칫, 그게 무슨 말야? 얼렁뚱땅 넘어가지 마.”


******


웅장한 용호산을 등지고 용호표국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새로 붉은 칠을 한 대문 앞에는 양옆으로 호랑이와 용을 조각한 석상이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표호하며 뛰어오를 것 같았고, 발톱을 바짝 세운 용은 날아오를 듯하였다.


한 대의 마차가 정문 앞에 멈추자 대문을 지키고 있던 호위무사가 다가왔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장 두성이가 왔다고 전해주십시오.”


전에는 문을 지키는 호위무사와 모두 안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모두 바뀐 것 같았다.


살던 집에 갔더니 표국으로 이사했다고 알려주어 표국을 찾은 것이다.


잠시 후, 표국의 큰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나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해 총표두와 그 밖에 식구들이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아버지 장중표와 어머니 전씨는 마차 앞에 서 있는 두성이와 사마리를 보고 달려오다가 멈췄다.


잘생기고 귀티가 나는 두 공자는 자신의 아들과 딸이 아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모두들 잔뜩 실망한 얼굴로 두 공자를 쳐다보며 말이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두성입니다. 얘는 내 친구고요.”


전씨는 두성이의 말을 듣고 찬찬히 뜯어보았다. 나이에 비해 키도 컸고 살도 붙어 청년티가 물씬 풍겼지만, 예전 어릴 때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어머니 전씨가 눈물을 삼키며 두성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소리쳤다.


“아, 두 두성아! 취영이는?”

“취영이는.....”


두성이가 머뭇거리자 장중표가 다가와 두 사람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두성이는 안으로 들어가 동송신을 비롯해 임설매, 총표두와 그 식구들을 향해 절을 하며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그동안의 일을 자세하게 말했다.


정말 소설책에서나 읽을 법한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은 두성이에게 모두들 감탄을 자아냈다.


그나마 두성이를 만난 것이 꼭 꿈같은 전씨는 두성이의 손을 잡고 놓을 줄 몰랐다.


“이젠 취영이만 찾으면 되는구나. 아, 정말 다행이다.”


장중표가 한숨을 내쉬며 두성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사마리가 웃으며 말했다.


“어린 취영이의 행방도 찾고 있는 중이니 머지않아 행적이 드러날 겁니다.”

“사 소협, 정말 고마워요.”


전씨가 사마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동안 아이들 생각에 내내 마음을 졸이며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던 전씨였다.


이젠 무너져 내린 마음 한구석이 두성이의 존재로 채워져 전보다는 덜 허전하였다.


(그래, 두성이가 이렇게 훤칠한 소년으로 돌아온 걸 보면, 취영이도 고생하지 않고 잘 있을 거야.)


동송신은 한쪽에 앉아 부모자식 간에 극적인 해후를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장중표도 무인으로서의 재질이 출중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두성이는 그보다 훨씬 뛰어난 인중지룡(人中之龍)이었다.


그러니 기연을 만나 절학을 배웠고, 어린나이에 오백여 년이나 유지해온 의적 불새단의 단장이 된 것이다.


갑자기 동송신의 머릿속에 뭔가가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금방 생각이 날듯하면서도 딱히 잡히지 않았다.


(그래, 두성이가 인중지룡이라고 생각하던 때였지. 아! 그래, 사룡검(四龍劍)이다. 사룡검을 인중지룡이 사용한다면?)


사룡검은 용의 해(辰年), 용의 달(辰月), 용의 날(辰日), 용의 시간(辰時)에만 제작한다.


용의 기운을 품고 있어서 사악한 기운을 베어낸다는 전설적인 사룡검에 인중지룡의 용(龍)이 하나 더해진다면?


그렇다면 용이 다섯이 뭉치는 격이다. 방위로 따진다면 중앙과 동서남북, 즉 오방(五方)이 된다. 더 이상의 완벽한 조화는 없을 것이다.


인중지룡이 사룡검을 손에 쥔다면 천하에서 그를 넘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오랑캐를 몰아내고 송나라를 다시 세울 영웅이 나타난 것이다.


두성이를 보는 동송신의 가슴이 벅차게 뛰기 시작했다. 동송신은 끓어오르는 흥분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기를 누설할 수가 없어서 동송신은 말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모두들 마음이 안정되자 두성이는 어머니에게 준비한 머리장식과 옥팔찌를 드렸다.


이제까지 살면서 이렇게 호화스런 머리장식을 본적이 없는 전씨는 아들의 선물에 목이 메었다.


두성이는 구명환을 동송신 할아버지, 임설매 표국주, 총표두,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한 알씩 드렸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구명환은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중표는 외형과 마음씀씀이가 나이보다 훌쩍 자란 아들이 대견스러워 위로 찢어진 입이 귓가에 걸려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두성이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었다.


표국은 늘어난 식구들 때문에 새로 건물을 짓는 등, 새로 들어온 표사들을 위해 무공을 지도하는 등 저마다 바쁘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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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81화, 납치된 조 의원 23.09.09 309 6 10쪽
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79 제79화, 토봉채 무적일침 초대봉 23.09.06 320 6 13쪽
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1 5 12쪽
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5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3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38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3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5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7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6 10 10쪽
»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3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0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5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5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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