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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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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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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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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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54화, 항주의 서호

DUMMY

뭣 하는 짓이냐,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후안무치한 놈들아!”


소자강이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잡으며 소리치자, 놈들은 더러운 웃음을 웃더니 야비하게 말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너야말로 후안무치한 놈이다. 아까 우리가 독에 중독되어 쓸어졌을 때 네놈은 금방 구해주지 않았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우리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네 놈은 우리가 죽도록 내버려두려고 했지?

우린 단지 운이 좋아 살아난 거야. 이젠 네놈이 운이 나빠 죽을 차례지만, 흐흐흐.”


풍도철이 비수를 번쩍이며 피를 흘리며 쓰러진 소자강의 앞으로 다가왔다. 놈은 비수를 소자강의 목에 대고 소자강의 소매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놈들이 소매 안에 숨긴 피독주를 노리고 작당한 짓임을 알고 소자강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찼다.


“네놈들이 죽게 내버려둬야 했어. 그렇지만 네놈들을 날 너무 우습게 봤지.”


소자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자강의 소매 속에 손을 넣었던 풍도철이 깜짝 놀라 손을 뽑았다.


피독주에 붙어있던 작고 새까만 독사가 입을 쩍 벌리고 독액을 내뿜었다.


독액은 공교롭게도 풍도철의 눈에 맞았다. 풍도철은 기겁을 해서 소매로 눈을 닦았지만 눈알을 파고드는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소리를 꽥꽥! 지르며 고통에 발버둥치는 풍도철을 외면한 채, 장소팔은 땅에 떨어진 피독주를 냉큼 집어 들었다.


“흐흐흐....”


장소팔은 잔인하게 입 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검을 빼어들고 소자강을 향해 다가왔다.


“넌 분수에 맞지 않는 보물 때문에 죽는 거니 날 원망마라! 그래도 그동안의 정리를 봐서 단칼에 목을 베어 고통만은 면해주겠다.”

“너 같은 놈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겠다. 다만 네놈도 곧 죽을 것이야.”

“이놈이? 죽을 때가 되니까 헛소릴 하는 구나. 내가 죽긴 왜 죽어?”

“욕심 많은 풍도철이 널 죽일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 네 놈들은 그 피독주 때문에 죽음이 코앞에 닥쳐도 알지 못할 뿐이지.”


장소팔은 힐끗 풍도철을 돌아봤다. 풍도철은 극독에 눈알이 터졌는지 눈에서 검은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놈은 아직도 지독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저승에 갈 길동무가 생겼으니 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흐흐흐!”

“넌 풍도철이 내 몸을 뒤질 때 그 구슬만 빼냈다고 생각하는 구나. 그것보다 더 귀한 보물이 뭔지 모르는구나.”

“또 다른 게 있다고? 그게 뭔데?”


소자강이 경멸의 눈초리로 장소팔을 노려보다가 조그맣게 말했다.


“큰 독사의 내단! 약재를 조금만 넣어서 복용하면 삼십 년의 공력을 얻을 수 있다는 오점적묵사(五点赤墨蛇)의 내단을 풍도철이 슬쩍한 걸 보지 못했구나?”


삼십 년의 공력을 얻으면 자신은 모두 육십 년의 공력을 갖게 된다. 육십 년 즉 일 갑자의 내공이 있다면 일류무사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귀가 번쩍 트이는 말에 장소팔의 마음이 활짝 부풀어 올랐다.


“저 뱀이 정말 오점적묵사란 말이냐?”

“백 년에 점이 하나씩 생기지. 대가리에 흰 점이 다섯 개 있으니 오백 년 이상 묵은 영물이야, 가서 살펴봐라.”

“거짓말이면 사지를 토막 낼 거다.”


장소팔은 흥분된 마음에 훌쩍 몸을 날려 뱀의 사체 앞으로 가서 살펴봤으나 흰 점은 보이지 않았다. 속은 것을 알고 이빨을 부드득 갈며 뛰어왔다.


“네놈이 감히 이 어르신을 놀려?”


소자강이 옆구리를 감싸며 일어나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놈을 놀렸다.


“이 멍청이 같은 놈아! 내가 왜 되지도 않는 소릴 한 줄 아냐?”

“왜? 서 설마...”

“그래, 설마가 사람을 잡지. 난 그동안 상처를 지혈하며 시간을 끌었지.”

“흥, 시간을 끈다고 누가 널 구해줄 줄 알고?”


“어리석은 놈, 네 놈 몸에 독이 퍼지길 기다린 거야.

네 놈들 눈초리가 수상해서 물을 뜨러갔을 때, 피독주에다 내가 만든 세 가지 독을 조합한 삼맹지독(三猛之毒)을 잔뜩 묻혀놨지.

그러나 독이 손을 통해 몸속으로 스며들려면 시간이 필요했어.”


무공실력은 풍도철이 높고 소자강이 제일 낮았지만, 독을 쓰는 용독술과 경신법은 소자강을 쫓아올 수 없었다.


소자강이 독을 풀었다는 말을 듣고 피독주를 잡은 손을 펴보니 손바닥은 어느새 시꺼멓게 변해있었다.


갑자기 몸이 간지럽고 따끔거렸다. 장소팔은 징그러운 벌레를 보듯 피독주를 팽개치고 손목을 잡으며 숲속으로 도망쳤다.


소자강은 풍도철의 소행이 괘씸해서 죽이려고 생각했지만, 아직 살인을 한 적이 없어서 마음이 모질지 못했다.


땅바닥에서 나뒹구는 퐁도철의 옆구리를 냅다 걷어차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 후, 소자강은 이름을 조천리로 바꾸고 독수방을 피해 작은 도시를 방랑하다가 자리를 잡고 조그만 약방을 하며 조심스럽게 살았다.


혹시나 놈들에게 꼬리를 밟힐까봐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고 지금까지 세 번이나 자리를 옮겼는데 요번에 놈들한테 들킨 것이다.


******


할아버지의 얘길 듣고 난 두성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할아버지 그럼 이젠 어디로 가야하죠?”

“이젠 옮겨 다니는 것도 지쳤다.

놈들이 단단히 혼쭐이 났으니 나타나지 않겠지만,

만약 다시 나타난다면,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칠 결심이란다.

그러니 넌 아무 걱정도 하지 마라. 정 안 된다싶으면 우린 삼십육계가 있지 않느냐?”


그날 밤 두성이는 무공을 더 부지런히 연마해 할아버지를 지켜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두성이는 일찍 일어나 뒤꼍에서 두 시진가량 수련을 하고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치자 조 의원이 약장에서 약봉지꾸러미를 꺼냈다.


“너, 서호에 가본 적이 있니?”

“아뇨, 간 적 없습니다.”


서호는 중국에서 알아주는 명승지였다. 풍류객과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명소였기에 부랑자나 왈패, 사기꾼 등 범죄자들의 온상이 되어 객지에서 흘러들어온 자들은 발을 붙이기 힘든 곳이었다.


“그래? 잘됐군. 이 약을 서호에 있는 백화루의 주인에게 전달해주렴.

간 김에 서호의 빼어난 경치를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

볼거리가 많으니 오늘 하루는 천천히 놀다가 오렴.”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두성이는 마음이 들떠서 씩씩하게 대답하고 약방을 나섰다.


깔끔이한테 같이 가자고 했더니 귀찮다며 혼자 가라고 신경질을 부렸다. 신수라 그런지 음식도 먹지 않고 꼼짝하지도 않는다. 알 수가 없는 고양이다.


항주의 명승지인 서호, 항주의 서쪽에 있는 호수라하여 서호(西湖)라고 한다.


서호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호수로, 계절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곳이다.


서호는 안개가 끼었을 때나 달 밝은 밤, 또는 일출 때,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준다. 넓은 호수에 떠있는 크고 작은 연꽃과 두 개의 제방, 그리고 그 제방들 사이를 잇는 아치형 석교.


서호의 모든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서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끊임없이 오고가는 사람들을 항상 반갑게 맞이했다.


서호는 원래 전당강(錢塘江)과 연결된 해안의 포구였는데 진흙과 모래로 막혀 육지의 인공 호수로 조성이 된 것이다.


음력 8월18일 바다의 밀물이 전당강 내륙까지 밀고 들어와 강물과 부딪쳐 일으키는 거대한 파도는 골칫거리였다.


옛 사람들은 전당강에서 올라오는 산더미 같은 해일을 보고, 큰 용이 노해서 뭍으로 올라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 산위에 육화탑을 쌓았다고 한다.


소주 출신의 범중엄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물결이 이니 산이 더 높아 보이고

바람이 자니 흰 깁을 펼친 듯 고요한 수면

가을 저녁, 뉘와 더불어 만나기로 할까

호수엔 가득 넘실대는 달빛


流浪卽山高 유랑즉산고 無風還練靜 무풍환련정

秋宵誰與期 추소수여기 月華三萬頃 월화삼만경


서호의 제방을 잇는 다리와 관련된 민간 전설로, 중국사대 민간설화 중 하나인 백사전(白蛇傳)은 서호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옛날 중국 아미산에 수천 년 동안 도를 쌓은 두 마리 뱀이 있었다.


백사(白蛇) 백소정과 청사(靑蛇) 소청은 인간 세상의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빠져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 항주와 서호에서 놀았다.


아름다운 서호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서호의 단교(斷橋)에 이르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허겁지겁 버드나무 아래로 비를 피한 그들에게 허선이라는 젊은 남자가 우산을 주고 갔다.


이때 백소정은 허선에게 연정을 품게 되는데, 우산을 되돌려 주는 것을 빌미로 허선을 초대한다.


다음 날 허선은 백소정의 집을 찾아 호수가의 홍루(紅樓)로 가게 된다. 백소정은 허선과 가까운 사이가 되어 소청의 입회하에 천지에 예를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들은 약방을 차리고, 많은 사람들의 병을 돌봐주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진강(鎭江) 금산사의 승려 법해는 백소정이 천 년 묵은 요괴인 줄 알고서 사람을 해칠 것을 두려워하여, 허선에게 아내가 천 년 묵은 요괴라고 경고를 했다.


믿지 않는 허선에게 법해는 단오절에 웅황주(雄黃酒)를 먹이면 천 년 묵은 요괴의 정체가 드러난다고 일러준다.


단오절에 사악함을 물리쳐 준다고 믿으며, 웅황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는데 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백소정과 소청은 허선의 책략으로 웅황주를 마시게 되는데, 결극 정체가 드러나 허선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죽게 된다.


웅황주의 충격에서 깨어난 백사 백소정은 허선이 죽은 것을 보고 놀라서, 선산으로 영지를 구하러 간다.


죽음을 각오하고 선산을 지키는 신선과 격렬한 싸움을 벌였는데, 백소정의 진심에 감복한 신선은 영지초를 주면서 허선을 구하게 한다.


다시 살아난 허선은 백소정의 재치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법해는 허선을 금산사에 감금해 백소정과 격리를 시킨다.


백소정은 소청을 데리고 가서, 법해와 싸우지만 도력이 높은 법해에게 패하고 만다.


허선은 작은 스님의 도움으로 금산사를 탈출하여 단교에서 백소정을 만난다. 여기서 백소정은 자신이 천 년 묵은 뱀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허선은 아내의 진심을 알고서 그녀를 아내로 받아들였다.


집에 돌아와 백소정은 아들을 낳게 되는데, 백 일째 되는 날 법해가 찾아와 백소정을 서호 바깥의 뇌봉탑 아래에 봉인시켜 놓았다.


얼마 후 소청은 아미산에서 도술을 연마해서 법해를 이기고 백소정을 구출했다. 그 뒤 백소정은 허선과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서호에 도착한 두성이는 백화루의 주인에게 약봉지를 전해주고 약값을 받아 갈무리했다. 오전인데도 유람객들로 넘쳐나 흥청거리는 호숫가는 활기가 넘쳐흘렀다.


호숫가의 모래톱 앉아 푸른 호수를 바라보니 마음이 확 틔어 가슴이 후련해졌다.


두성이는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육화탑에 가기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육화탑은 전단강의 대역류를 막고자 하는 염원으로 월륜산에 세워졌으며, 육화라는 의미는 불교의 육합 즉 ‘천지사방’의 의미라고 한다.


육화탑에 오르는 산길에도 오르내리는 사람이 많아 천천히 올라가야 했다. 갑자기 떠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올라가지 못하고 밀려 내려왔다.


두성이가 길을 벗어나 위로 올라가 보니 사람들이 두 패로 갈라져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곱상하게 생긴 서생과 두성이 또래의 소녀가 우락부락한 장정들을 상대로 한마디도 지지 않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고 있었다.


뒤에서 바쁘게 올라가던 장정들이 서생과 소녀를 한쪽으로 밀치며 앞지를 때, 소녀가 옆으로 넘어져 손목을 다쳤다고 한다.


장정들이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했어도 곱게 넘어갔을 터인데, 오히려 거치적거린다고 호통을 친 게 발단이 된 것이다.


눈가에 칼자국이 나서 더욱 흉악해 보이는 장정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소릴 쳤다.


“앞에서 알짱거린 것은 너희들이잖아!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어디서 대들어? 보자보자 하니깐 정말 해보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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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79 제79화, 토봉채 무적일침 초대봉 23.09.06 320 6 13쪽
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1 5 12쪽
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5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3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38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3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5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60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6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5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2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0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4 7 10쪽
»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5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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