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룡검 시간을 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318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8.04 18:00
조회
456
추천
8
글자
10쪽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DUMMY

“이런 병신 같은 새끼! 미행을 붙였다고 했지?”

“놈이 중간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답니다.”

“연씨세가의 어린것들과 같이 있는 거 아냐?”

“그쪽에도 나타나지 않았다니, 어쩌면 겁을 먹고 숨거나, 다른 곳으로 도망친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놈이 나타나면 즉각 해치워. 우리 앞을 막는 자는 모두 지옥행이다. 으하하하하하!”


풍만해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이제 놈들의 마수가 본격적으로 뻗히기 시작한 것이다.


******


낙양 서쪽, 상점가의 뒤쪽에 위치한 청죽객잔에서 추영롱과 도천석을 만난 두성이는 차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물었다.


“추 여협, 도 대협,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것을 보시지요.”


도천석은 조서방의 연락책이 준 편지를 두성이에게 주었다.


‘낙양성의 전 성주 냉우범의 딸 냉여빙이 삼 년 전에 딸아이와 함께 산천을 두루 유람하고 돌아옴. 그 후론 낙양성을 벗어난 적이 없음.’


편지를 읽은 두성이가 생각에 잠겼다. 붉은 마차를 타고 딸과 함께 유람하고 돌아왔다면, 두성이의 동생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이다.


두성이는 한가닥 희망의 빛이 꺼져버리자 실망에 잠겨 얼굴이 일그러졌다. 옆에서 보기에도 매우 안타까워 추영롱이 조그맣게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 옆집에 사는 할머니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냉여빙의 딸은 네 살 때 병으로 죽었다는 군요.

그 충격으로 냉여빙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두문불출하여 남편과의 사이도 멀어졌답니다.

결국 이혼을 했고, 홀로 전국을 유람하며 세월을 보냈다고 합니다. 참 가슴 아픈 얘깁니다.”


“그래요? 우리 취영이가 네 살이었으니, 냉여빙의 눈엔 자신의 딸로 보였을 수도 있겠군요.”

“우리 불새단의 여인들이 그 집 시녀들과 접촉하여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매월 5일과 15일엔 딸을 데리고 이곳에서 유명한 요릿집인 취선루(醉仙樓)에 가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오늘이 4일 이니 내일이네요, 예약을 해 주십시오. 될 수 있으면 그들의 옆자리면 좋겠습니다.”

“염려 마세요, 예약해놓겠습니다.”


두성이는 내일 사랑하는 동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흥분되기 시작했다.


(아! 벌써 3년이 지났으니 지금 7살이라 몰라보게 컸을 텐데...,

날 보면 알아보려나?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

갑자기 뛰어들어 내가 네 오빠라고 말할 수도 없고.

잘못하다간 미친놈이라고 오해 받겠네. 아! 두성아, 이 못난 놈아. 정신 차려라!)


두성이는 갑자기 자신의 따귀를 갈겼다. 사마리가 놀라서 두성이의 손을 잡았다.


“아니 갑자기 왜?”

“별 거 아냐, 정신 좀 차리려고.”

“난 깜짝 놀랐네.”

“추 여협, 내일 어떻게 해야 하죠? 머릿속이 복잡해요.”

“무슨 일이든지 서두르면 낭패를 봅니다. 내일은 그냥 멀리서 동생 얼굴을 본다고만 생각하세요. 다가가서 말을 걸어도 안 됩니다.

잘못해서 의심을 사면 앞으로 영원히 얼굴도 볼 수 없을 겁니다.“


추영롱의 말이 야속하게 들렸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백번 옳은 말이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침착하게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두성이는 다음날 약속시간이 될 때까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좀처럼 마음을 안정시킬 수가 없었다.


정말로 일각이 여삼추란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불야성을 이루며 흥청대는 취선루에 오른 두성이는 5층의 예약된 자리에 앉아 여동생이 오길 기다렸다. 준비된 요리가 계속해서 식탁을 채웠지만 전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냉여빙이 매우 귀여운 소녀의 손을 잡고 배옥란과 계단을 올라오자 손님들이 모두들 쳐다봤다.


냉여빙은 손님들의 관심어린, 따가운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평소의 냉랭한 모습이었다.


화려한 분홍색 옷을 입은 귀여운 소녀의 피부는 옥같이 하얗고 윤택했다. 걸음걸이는 우아했고 커다란 두 눈은 호수처럼 맑았다. 냉여빙을 향해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은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처럼 예뻤다.


귀여운 소녀를 보고 얼이 빠져 멍하니 앉아 있던 두성이가 갑자기 일어나서 귀여운 소녀를 향해 다가가려하자, 사마리가 얼른 손을 잡아 의자에 앉혔다.


세 여자가 자리에 앉자 손님들은 고개를 돌려 음식을 먹고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성이는 넋을 놓고 귀여운 소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세 여인의 자리는 두성이가 있는 자리의 옆이라 세 여인이 하는 말이 잘 들렸다. 귀여운 소녀는 냉여빙을 보며 연신 재잘거렸는데 그때마다 냉여빙은 빙그레 웃으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엄마와 딸처럼 무척이나 닮았다. 그린 듯이 고운 눈썹이며, 짙고 긴 속눈썹과 오똑한 코 등 냉여빙과 판박이였다.


게다가 지금은 훌쩍 자라서, 두성이가 기억하고 있던 취영이와는 모습과 분위기가 전연 달랐다. 두성이는 실망해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옆에 있는 사마리와 추영롱이 일부러 너스레를 떨며 술을 권하고 요리를 권했다. 두성이는 먹고는 있었지만 전연 음식 맛을 느끼지 못했다.


(두 사람을 보니 엄마와 딸이 맞는 것 같은데, 그럼 취영이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가슴이 답답해서 두성이는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추영롱이 위로했다.


“미리 단정 짓고 실망하긴 일러요,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답니다.”

“.....!”


추영롱의 말이 번갯불처럼 두성이의 머리를 강타했다. 퍼뜩 정신을 차린 두성이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계면쩍게 웃었다. 그러자 사마리가,


“울다가 웃으면?”

“눈물이 마르지.”

“어디에 털이 난다고... 아니, 술 마셔야지!‘


분위기를 바꾸려고 사마리가 문제를 내자 추영롱과 도천석이 얼른 거들었다. 좌석은 금방 화기애애하게 돌아갔다.


세 여인이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뜰 때까지 술을 마시던 두성이 일행은 여인들이 식당을 떠난 후에야 객잔으로 돌아왔다. 과음을 한 두성이는 씻자마자 잠이 들었다.


목이 말라 한밤중에 일어난 두성이는 물을 마시고 자리에 누웠지만, 젼연 잠이 오지 않았다.


누워서 취영이를 생각하자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냉여빙과 공주처럼 우아하고 예쁜 소녀, 그리고 그들을 살갑게 챙겨주는 배옥란, 그들은 정말로 서로를 사랑하는 화목한 식구였다.


만약에 그 소녀가 내 동생 취영이라면, 그동안 행복하게 살아왔던 화목한 가정을 버리고 우리한테 돌아올 수 있을까?


취영이는 네 살 때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을까? 아니 그동안 엄마로 알던 냉여빙이 진짜 엄마가 아니라면 믿을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정들었던 냉여빙과 배옥란을 버리고 우리 집으로 돌아올까? 돌아온다고 취영이가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애지중지 키웠던 딸을 잃은 냉여빙의 마음은 산산조각으로 찢어져, 옛날처럼 마음의 문을 닫고 자포자기하지 않을까?


안 좋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두성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두성이는 머리를 저으며 일어나서 창문을 열었다.


동이 트기 전의 시원한 공기가 방안으로 스며들어 정신이 맑아졌다. 두성이는 침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다스리며 호흡을 깊이 했다.


두성이는 사마리와 탁일문, 추영롱과 도천석 네 사람과 아침식사를 하며 앞으로 할 일을 의논했다. 추영롱이 먼저 말했다.


“여기 일은 우리 여자 단원을 한사람 붙여놓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죠. 우린 불새단의 본부로 가서 단장님의 취임식을 거행해야 합니다.”


“본부는 어디에 있습니까? 낙양에 있습니까?”

“소주에 있습니다.”


두성이는 떠나기 싫었지만, 만약 그애가 여동생이라면 행복하게 사는 걸 보았으니 우선 안심이 되었다. 불새단의 단장을 맡은 이상 의무를 저버릴 순 없었다.


다섯 사람은 말을 타고 소주를 향해서 달렸다.


*****


고급음식점 귀인래는 사람들로 만원이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예약석인 사층과 오층은 이미 만석이라 이층에서 겨우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했는데 깜박했어요, 미안합니다.”


추영롱이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두성이가 손을 저었다.


“자릴 잡았으니 됐습니다. 그런데 여기 음식이 그렇게 맛있습니까?”

“호호, 둘이 먹다가 둘 다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데요.”


주위 사람들이 떠들며 먹는 모습과 주위로 떠다니는 음식 향기에 저절로 입에 군침이 돌았다.


점소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따끈따끈한 요리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음식은 눈과 코로 먹는다고 했던가, 모두 상큼한 향을 내뿜으며 김이 나는 음식을 보자 침을 꿀꺽 삼켰다.


도천석이 참지 못하고 술병을 들더니 얼른 두성이에게 한 잔 따른 후, 자신의 잔에 따르더니 단숨에 들이켰다. 두성이도 도천수를 따라 벌컥 들이켰다.


일행들이 웃으며 모두 음식을 들기 시작할 때, 계단을 쿵쾅거리며 낭인 무리가 거칠게 위로 올라왔다. 낭인은 모두 여덟 명.


이마에서부터 왼쪽 얼굴 아래로 길게 칼자국이 있는 자, 오른쪽 귀가 떨어져 나간 자, 손가락이 두 개 잘려나간 자, 코가 반쯤 떨어져나간 자 등등 낭인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었다.


하나같이 외모가 흉악하고 은연중 내뿜는 살기가 드세서 이들이 일반 낭인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나타나자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착 가라앉았다.


낭인들은 식당 안을 둘러보고 빈자리가 없자 아무 말 없이 중앙 통로에 털버덕 주저앉았다.


그들은 남을 전연 의식하지 않는지, 저마다의 무기를 뽑아들고 숫돌을 꺼내 날을 썩썩 갈고 있었다.


“쓰윽!”

“싸악!”


예리한 칼날과 도끼날에서 번쩍이는 칼 빛이 천장에 어른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6 신고산
    작성일
    23.08.05 17:18
    No. 1

    몇년 지났다고 동생을 못알아본다는게이상하네요. 아내의 유혹인가? 점찍기 신공. 암튼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룡검 시간을 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 제81화, 납치된 조 의원 23.09.09 309 6 10쪽
80 제80화, 동자삼 23.09.08 298 6 10쪽
79 제79화, 토봉채 무적일침 초대봉 23.09.06 320 6 13쪽
78 제78화, 석 잔 술로 큰 도를 통하고 23.09.04 321 5 12쪽
77 제77화, 용과화 23.09.02 310 4 10쪽
76 제76화, 무이산 +1 23.09.01 335 5 13쪽
75 제75화, 불새단의 목표 23.08.30 333 6 10쪽
74 제74화, 오조사신과 물고기밥 23.08.28 334 6 10쪽
73 제73화, 쾌속선 23.08.26 342 1 10쪽
72 제72화, 전력투구 23.08.25 335 5 10쪽
71 제71화, 암습 +1 23.08.23 338 6 10쪽
70 제70화, 돈 냄새 23.08.21 365 7 10쪽
69 제69화, 인간사냥 23.08.19 369 6 10쪽
68 제68화, 묵묘 깔끔이의 도움 +1 23.08.18 368 6 10쪽
67 제67화, 사막의 여우 소청천 23.08.16 377 7 11쪽
66 제66화, 무패철답(無敗鐵塔) 마동탁 23.08.14 413 4 10쪽
65 제65화, 사막의 여우 沙漠狐狸 (사막호리) 23.08.12 435 6 10쪽
64 제64화, 월견초 月見草 23.08.11 405 7 10쪽
63 제63화, 월하미인 月下美人 23.08.09 460 6 10쪽
62 제62화, 살수 침입 23.08.07 445 7 10쪽
61 제61화, 자원방래 自遠方來 23.08.05 461 8 10쪽
» 제60화, 냉여빙의 천금 여식 +1 23.08.04 457 8 10쪽
59 제59화, 귀인래(貴人來) 23.08.02 456 10 10쪽
58 제58화, 인중지룡 23.07.31 462 8 10쪽
57 제57화, 불새단의 단주 23.07.29 440 8 10쪽
56 제56화, 불새단 원로와 첫 만남 23.07.28 450 8 10쪽
55 제55화, 해룡방의 무리들 23.07.26 474 7 10쪽
54 제54화, 항주의 서호 23.07.24 485 8 12쪽
53 제53화, 금수만도 못한 놈 23.07.23 502 9 10쪽
52 제52화, 조 의원의 과거 23.07.22 505 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