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너머의 눈물
이 땅 위에 믿을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나에게 다가오지 마.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냥 그렇게 이해해.
단박에 끊으려는 순간
"미지야 미안해. 미안해. 너무 미안해."
서은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린다. 목소리만으로 그의 지금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가 울고 있다.
보이지 않는 그의 눈물에 무너지고 만다. 그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필사적인 의지도 함께 무너진다.
"그만 울어. 언젠가는 얼굴 보고 우리의 마지막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 제대로 된 안녕의 인사도 없이 네가 사라졌잖아. 문자로 장소랑 시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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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는 날이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을 곧 맞이한다. 떨린다. 이건 걱정이다. 걱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믿어야 한다.
설렘이 아니다. 설렘이 아니라고 믿어야 한다.
거울 앞에 앉은 나. 진하게 얼굴에 칠한 메이크업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양 옆의 반짝이는 귀걸이. 나를 보고 서은우가 후회했으면 한다. 이렇게 예쁜 나를 버리고 가다니.
그가 후회하는 표정을 짓는다면 나는 과감히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것이다.
하지만 부질 없는 상상임을 깨닫는다. 이제 와서 그가 후회한다고 무슨 소용이겠는가. 상상이 너무 유치해 스스로 비웃게 된다. 귀걸이를 뺀다. 짙은 화장을 지운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본다.
'10년 전의 나의 모습과 가까워졌다.'
하지만 마음까지 그때와 가까워지지 않기를. 그러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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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길. 오는 길에 그의 울먹임에 쓸데없이 마음이 약해진 그때를 몇 번이고 후회했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피하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넓은 레스토랑에 한 남자가 홀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깊은 숨을 내쉰 후 그 남자에게 다가간다.
"미지야 고마워. 이렇게 나와줘서."
그가 맑은 미소를 보인다. 10년 전 그때와 참 닮았다.
"응. 근데. 여기 레스토랑 별로인가봐. 사람이 없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괜히 쓸데없는 말을 뱉는다.
"여기 통째로 빌렸어. 미지 네가 유명한 배우인데 우리 얘기하는 거 다른 사람이 들을까 불편해할 것 같아서."
나를 위한 배려도 10년 전 그때와 비슷하다. 쓸데없이.
결국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었다. 상처는 결국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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