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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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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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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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의 (2)

DUMMY

**




총천연색의 빛무리가 하늘에서 터져 나왔다. 언제고 보았던 빛깔이었다. 강호의 남쪽 하늘, 아득한 곳에 선연히 남았던 공력의 궤적이 저러했다.


그때는 신개가 달리기라도 한 줄 알았거늘, 지금 보니 빛무리를 두른 사내가 황궁으로 다가온다.


‘조휘.’


조휘였다.




一.





“끄어어어억.”


사내의 목을 붙잡은 조휘가 그대로 힘을 밀어 넣었다. 이제는 광명책사가 된 문곡을 제외한 칠성의 마지막 별이 빛을 잃었다. 이토록 허망하게.


무곡(武曲)과 파군(破軍).

각기 개양성과 요광성으로 불리던 이들이다. 목이 꺾인 초로인이 바로 요광성이었는데, 칠성중에선 가장 나이가 많았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검패다. 주의해라.”


광목천왕(廣目天王) 이륜과 증장천왕(持國天王) 지효(知曉)가 조휘를 막아섰다.


가볍게 뻗어낸 발걸음엔 흔적이 남지 않았다. 귀신을 보는 듯, 순식간에 그들의 뒤에서 나타난다.


절대적인 방위에서의 후(後)를 점한다. 기감을 곤두세우고 조휘의 위치를 탐색하지만, 걸리는 것은 없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닥치는 권격을 튕겨낸다. 대충 휘두른 듯한 주먹이지만, 막아낸 팔이 쩌렁쩌렁 울렸다.


바스락.


이륜이 용왕칠형(龍王七形)을 펼치며 조휘에게로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지효는 사각을 노리며 검을 쏘아낸다. 이기어검과 동시에 손아귀에 쥔 무형검이 스산한 빛을 토한다.


희미한 아지랑이가 맺힌 손아귀가 용왕칠형을 가볍게 튕겨내고, 귀찮다는 듯 휘두른 발이 검격을 모조리 막아낸다.


발검과 동시에 쏘아지는 검격을 막기 위해선 이륜과 지효 모두 방어초로 공세를 전환해야만 했다.


공방의 영역에서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그들로서는 공격초를 모조리 방어초로 전환하는 비효율적인 짓은 하고 싶지 않았으나, 방도가 없었다.


흐름을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가길 반복하면서도, 사내가 공격을 시작하면 공든 탑을 다시 무너뜨려야만 했다.


“우측!”


“흡!”


지효의 우측 후방을 점하고 들이닥친 조휘가 주먹을 휘두른다. 물 흐르듯 이어진 검격은 직선의 찌르기, 만상개벽세다.


섬찟한 감각에 목을 세차게 흔들어 찌르기를 피해낸다. 그와 동시에 귓가를 강타하는 폭발음이 있다.


퍼어어엉!


허공의 일점에서 터지는 음파가 고막을 강타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흔들릴 경지가 아니었다.


“먼저 간다.”


이륜이 어기충소의 수법으로 허공으로 치솟는다. 광범위 공격에 특화된 심상을 펼치기 위함이다.


위치를 특정할 수 없다면, 서 있을 수 있는 땅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그만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사내가 허공을 부여잡는 순간, 심상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심상구현(心想具現)]

[용왕칠주(龍王七珠)]


일곱 빛깔의 여의주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서거로운 금빛이 세상을 비추고, 하늘을 둥글게 둘러싼 일곱 여의주가 서로 다른 빛을 뿜는다.


그 속에서 일렁이는 가공할 기의 폭풍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거대한 교룡과도 같았다.


[개(開).]


이륜의 전성과 함께 손날이 휘둘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용이 세상에 현현한다.


용과 여의주를 들고 서방을 수호하는 광목천왕답게 이륜의 심상은 용과 관련이 있었다.


빛무리가 잦아들고, 그의 곁에서 모습을 드러낸 지효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까지 휘말리게 할 작정인가.”


“휘말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놈도 죽지 않았음을 알고 있지.”


쿠웅! 전각과 함께 분진이 밀려난다.


아니나 다를까, 용왕칠주의 여파가 내려 앉은 땅의 한복판에는 한 사내가 멀쩡히 서 있었다.


목을 두둑, 꺾은 사내가 힘껏 뛴 그 순간.


“······!”


이륜의 앞섶이 갈라졌다. 어느새 그들의 코앞에 선 조휘가 검을 휘둘렀던 것. 접근의 순간과 발검의 순간. 둘 모두 볼 수 없었다.


이륜은 그러했다. 그러나 검수인 지효는 달랐다.


‘완벽했다.’


마치 점멸하듯, 땅 아래에서 허공으로 신형을 보낸 그 수법은 그로선 알 재간이 없었으나, 한평생 검을 휘두르며 살아온 검수는,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만큼은 명확하게 포착했다.


그리고 전율했다. 축지법을 검으로 펼치기라도 하는 듯, 공간과 공간을 베어서 둘 사이의 거리를 한없이 무(無)로 일축시켜버리는 검이었다.


“피해라! 맞지 마!”


때문에 지효는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이륜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 그를 향해 눈을 흘겼지만, 점차 검과 가까워지는 손에서 기이한 감각이 느껴졌다.


‘잘렸다?’


인지와 동시에 손을 빼냈다.


“······.”


서걱.


이륜의 손목이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그러한 이적을 행한 사내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아쉽군.”


그가 싱긋 웃는다.


“목을 노렸는데.”






二.





매일같이 휘둘러오던 검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느껴졌다. 조금 거리감이 느껴진달까. 내 몸의 일부처럼 휘두른 지도 벌써 사십 년이 넘었는데도 그렇다.


검이 나아가는 길과 내가 나아가는 길이 달라서 그렇다. 목적지는 같겠지만, 방식이 다르기에.


광명검을 삼킨 현월이다. 검마를 보고 광명검과 하나가 되었다. 현월은 이미 검으로서 완전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천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완전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를 목도한 뒤, 얻게 된 그 아주 작은 편린. 그것을 쥐게 된 것만으로, 완전을 추구하는 검은 주인을 이끌었다. 완전한 길로.


검(劍)과 신(身)은 하나.

몸과 마음이 하나인 것처럼, 몸과 검이 하나가 된다면 마음과 검이 하나가 되는 것도 그리 요원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나는 현월을 손아귀에서 놓았다. 그 순간 현월은 완전한 길을 그린다. 검이 쫓을 수 있는 가장 완전한 검로.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내 눈이 보았고, 내 귀가 들었다. 내 감각이 그것을 ‘인지’했다.


인지의 순간은 짧지만, 깨달음은 영원히 간다. 완전한 검로를 확인한 순간, 나의 마음에도 완전한 검로가 생겨났다.


몸과 검은 하나.

몸과 마음은 하나.


그러니.


마음과 검은 하나.


‘이런 경우에는 검과 마음이 하나라고 하는 것이 옳겠지.’


손에는 검이 없지만.


[수중무검(手仲無劍)]


마음에는 검이 있다.


[심중유검(心中有劍)]


찌잉─.


이륜과 지효. 두사람의 상단전이 기묘한 파동을 포착했다. 초월적인 영성. 그들이 모시는 신을 목도했을 때 받았던 느낌이다.


항거할 수 없다. 전신의 기운이 그에게 복종한다. 분명 그들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무(武)일 진데.


그것이 통째로 부정당한다.


“놈이 반선(半仙)의 영역에 돌입했다.”


“퇴각한다. 이길 수 없음이다. 대적조차 불가능하다.”


곧바로 지효가 검을 휘둘렀다. 서걱. 아주 작은 파공음과 동시에 허공이 주욱 갈라진다. 그리고 갈라진 틈이 비치는 것은 이곳과는 다른 하늘이었다.


틈 아래로 살짝 비친 것은 밤의 황궁이다. 검으로 공간을 베어 축지법을 펼치는 것.


그것이 지효의 심상구현, 이신검허(移身劍虛)였다.


작은 공간 틈으로 몸을 비집어 넣는 사천왕을 그저 바라만 봤다.


서서히 닫히는 틈으로 이륜은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


등줄기를 관통하는 전율, 내지는 소름이 경종을 울린다. 당장에라도 공간의 틈을 비집고 놈이 손아귀를 집어 넣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후우우우우우─.


그러길 잠시, 별안간 나타난 황궁이 그들을 반긴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이륜은 그렇게 느꼈다. 황궁이 그들을 향해 손을 뻗는 달까.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이렇게 하는 것인가?]


오싹!


지효가 경악함과 동시에 허공에 가느다란 실선이 생겨난다. 사내의 창백하고 기다란 손이 그 틈을 비집고 튀어나온다.


손아귀와 손가락 마디에 굳은살이 가득하다. 누가 보아도 검수의 손이었다. 그런 손이.


부우우우욱!


허공을 찢는다.


[좋은 걸 배웠다.]


“흐,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공포에 휩싸인 지효가 검을 휘두른다.


‘늦었어.’


상단전이 놈의 마기에 잠식 당했다. 평소의 그라면 두터운 내공방벽이 기운의 침식을 막아주겠지만, 이신검허를 펼친 직후에, 인지를 아득히 벗어난 괴물을 목도했으니 그 심상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답례로 나도 좋은 걸 보여주지.]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이 허공을 가른다. 이상했다. 분명 사내는 가만히 있건만. 어째서 사내는 검을 쥐고 허공을 가르고 있는 것인가.


‘검? 아니다. 검이다. 아니다. 검이 아니다. 검이다. 검? 아닌가? 검인가? 뭐지? 뭐지? 뭐지?’


지효의 눈이 아연해진다. 그의 눈이 까뒤집어지며 붉게 충혈된다. 섬뜩한 광경이지만, 이륜은 움직일 수 없었다.


지효가 저렇게 된 것은 마음이 베였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륜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조휘의 검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서걱.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사내는 움직였다. 인지할 순 있지만, ‘인지’할 수 없다. 그것이 사천왕 중 하나, 남방의 증장천왕 지효의 최후였다.





三.




“······오셨군요.”


“광명책사?”


“주군께서 오셨습니다. 생각보다도 빠른 속도인데······. 어찌 기감을 뚫고 황궁에서? 아니, 그보다 그분께서 나타난 모습을 본 이가 없다고?”


별안간이었다. 전각 내부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빛이 터져나왔다. 빛이 터져나온 방향은 황궁. 아침 광채를 닮은 총천연색의 빛이 세상을 밝힌다.


그것이 신호가 되었다. 북경에 당도해 있던 무림맹의 고수들이 일제히 신형을 쇄도한다.


그와 동시에 문곡의 기감에 엄청나게 거대한 기의 덩어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괴물들.’


하나같이 터무니 없는 기의 폭풍을 몰고 온다. 신화속의 거대한 교룡과 호왕(虎王)과도 같았다.


문곡의 기감에 잡힌 폭풍은 별빛이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흑색의 별빛과 아릿한 예기가 느껴지는 별빛이었다. 그리고 그 대열의 뒤를 따라 한랭한 별빛도 쏘아졌고, 백색의 별빛도 쏘아졌다.


모두가 별빛이 되어 북경으로 쏘아진다. 그들이 당도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황궁에서 찬란한 빛무리가 터져 나온 직후였다. 북경에서 강호 전체에 신호를 보낸다. 지금이라고. 지금이 승부를 볼 순간이라고.


그러나 종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부탁하고 있었다. 부디 나를 도와 무림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무성이라······.”


하늘을 수놓은 별 중 가장 빛나는 열 개의 별이 있었으니.


세인들은 그들을 무성십존(武星十尊)이라 부르며 경외해 마지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마치 벌 떼처럼 북경 이곳 저곳에서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문곡이 나지막히 말한다.


“절경이구나.”


북경의 가장 높은 기루. 그곳의 지붕에 선 문곡은 황궁으로 들이닥치는 무수히 많은 별빛을 눈에 담는다.


“가자!”


“가자아아!”


“강호를 위해!”


“우리의 강호를 위하여!”


활화산처럼 일어난 기운들이 일제히 황궁으로 향한다.


문곡이 익힌 감각도는 세상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지도. 그리고 문곡의 시야에서 ‘기(氣)’는 빛이 된다. 강대한 기운을 품은 이들에게선 강대한 빛이, 미미한 빛을 품은 이들에게선 미미한 빛이 뿜어진다.


문곡의 감각도는 북경을 아득히 웃돈다. 그러나 지금, 문곡은 되려 감각도를 축소했다. 그리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집중했다.


지도에 빛이 피어난다. 당연히 황궁에서 피어나는 빛이 가장 밝았다. 그것을 향해 엄청난 빛무리가 다가간다. 당연하게도 인상적인 것은, 무성십존이 뿜어내는 열 개의 별빛이었다.


그러나 문곡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은 고작 열 개의 빛이 아니었다.


‘아름답군.’


무성십존만이 별빛이 아니었다. 뜻을 품고 황궁으로 향하는 벌레들이 이토록 찬란한 별빛을 토하고 있다.


‘이것을 보여주고자 하셨습니까?’


문곡은 주군에게 말을 건넨다. 돌아오는 답은 없지만, 마음속의 주군은 피식 웃고는 다시 돌아선다.


이 자리에 벌레는 없었다. 그저 한 뜻에 마음을 모은 무인(武人)들만 있을 따름이었다.


무인들로 이뤄진 숲을, 세인들은 무림(武林)이라 부른다.


“가자아아아아!”


“가자!”


“으아아아아!”


“기합! 기합 넣어!”



멍한 눈으로 빛을 바라보자.

눈앞에 무림이 펼쳐졌다.


작가의말

3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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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천하제일의 (5) 24.01.29 36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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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제일의 (2) 24.01.26 452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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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천마 (2) 24.01.26 393 12 13쪽
154 천마 (1) 24.01.23 500 12 12쪽
153 마교 (3) 24.01.22 468 10 13쪽
152 마교 (2) 24.01.21 520 13 13쪽
151 마교 (1) 24.01.19 501 11 13쪽
150 검패 (2) (6권 完) 24.01.17 522 13 23쪽
149 검패 (1) 24.01.16 524 14 13쪽
148 신개 24.01.15 505 14 14쪽
147 천하 (6) +1 24.01.14 546 14 13쪽
146 천하 (5) +1 24.01.09 616 14 12쪽
145 천하 (4) 24.01.08 561 13 14쪽
144 천하 (3) 24.01.07 586 12 13쪽
143 천하 (2) 24.01.05 596 13 13쪽
142 천하 (1) +1 24.01.03 594 13 15쪽
141 핏빛의 연꽃 속에서 (6) +1 24.01.03 533 1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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