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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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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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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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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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맹주 (完結)

DUMMY

一.




“소백 형님.”


조휘가 연소백을 찾았다. 연소백은 환한 얼굴로 조휘를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허허허. 괜찮다. 그나저나, 휘제. 운비와 그렇게 됐담서?”


“예. 그렇게 됐습니다.”


“나중에 남아를 낳거든, 내게 데리고 오거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사내는 껄껄 웃고는 곧바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밑도 끝도 없었다. 술을 건네고 술잔을 건넨다. 불콰하게 취한 와중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연소백과 조휘는 그런 사내들이었다.


조휘는 연소백을 보며 어른이 됐고, 연소백을 보며 맹주가 되었다. 그렇기에 두 사내는 무척 닮았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했다. 강호가 어떻고 무공이 어떻고. 그런 이야기는 빼두고, 요즘에는 어떤 고민에 빠졌고, 어떤 책을 읽고 있으며 술은 어떤 것이 마음에 들고······.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밤은 짧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만의 미학이 있는 법이었다. 떠나기 직전, 연소백은 조휘와 무공을 겨뤄봤다. 심상 속에서 벌인 전투는 순식간에 패배로 돌아갔다.


조휘는 연소백이 무엇을 했는지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언제고 찾아오십시오.”


“그러겠네.”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또 봅세.”


“당연한 말씀을요.”


조휘가 껄껄 웃었다.


“흠. 갔나.”


바람도 없이 사라진 조휘를 떠올리다 연소백이 머리를 긁적였다.


“흔적도 없구나.”





二.





“휘야.”


밤이었다. 운비와 함께 잠을 청하고 있던 조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조휘보다 한 박자 빠르게 일어난 당운비는 무척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이를 가진 어미의 촉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촉. 그것이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자고 있어.”


“휘야.”


“괜찮아.”


조휘가 운비를 눕혔다. 그러고는 이마를 한 번 쓰다듬었다.


“내가 천하제일인이잖아.”


운비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애써 눈을 감고 이불에 고개를 파묻었다.




“나와라.”


밖으로 나온 조휘는 거대한 연무장의 한복판에 섰다. 휘이잉. 구름이 밀려오며 달빛을 가린다. 음영 진 땅에서 그림자가 일어난다.


“누구냐.”


빼어난 얼굴의 사내가 조휘를 바라봤다. 자세히 살피니 주영원과 무척 닮은 얼굴이었다.


“처음뵙겠소. 명천의 대공자, 주하선이오.”


“내 집에는 무슨 일로 찾아왔나.”


“아버지······ 천신의 위치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근데?”


“알려주셨으면 하오.”


“만나서 무얼 하려고?”


“죽일 생각이오.”


“아서라. 너희들이 다같이 덤벼도 못 죽인다.”


주하선이 피식 웃었다.


“그러는 당신도 그를 못 죽여서 모종의 거래를 통해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닌가.”


주하선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쿠웅. 금호가 앞으로 나서더니 창을 겨눈다. 가공할 진기가 휘몰아치며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후우우웅. 그리고 그때였다.


퍼석.


그런 소리와 함께 금호가 멀리 날아갔다. 접근하는 소리도. 날아가는 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겨우 잠들었다.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하며 조휘가 손을 휘두른다. 주하선은 서서히 다가오는 손을 바라보며 주마등을 떠올렸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를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금빛의 섬광이 주하선의 앞을 가로 막았다.


“······.”


익숙한 뒷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오랜만일세.”


“오.”


‘아버지.’


주하선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의 몸에서 공력이 꿈틀거리며 우수로 향하길 찰나, 주영원의 어깨 너머로 마주친 스산한 눈동자가 공력 흐름을 통제한다.


“크흡.”


헛구역질을 쏟아내며 주하선이 진정하기를 잠시, 조휘가 주영원을 바라본다.


“그래. 그 모습을 보니 교주 하기로 하셨나 보오.”


“그렇게 됐소.”


“잘 어울리는 군.”


“고맙소. 그런데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되겠소?”


“말하시오.”


“이 아이도 살려주시오. 당신이 내게 주었던 기회를 이 아이게도 배풀어주시오. 내가 경험한 강호를 이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소. 잘못 가르친 나를 탓하시오.”


“······.”


조휘는 주영원을 잠시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선 거짓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목소리에서도 마찬가지. 수많은 인격을 연기할 수 있는 그로서 거짓을 진실로 꾸미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닐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기운에서 풍기는 의념은 숨길 수 없다. 적어도 조휘 앞에서는. 때문에 조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영원에게 말한다.


“내 일 초식을 버티면 그냥 보내주겠소.”


“일 초식이라.”


주영원이 자세를 잡았다.


“은혜에 감사를 표하오.”


“천천히 가겠소. 자.”


말 그대로 조휘는 주먹을 천천히 휘둘렀다. 모든 과정이 생략되던 천신의 주먹과는 달리, 진각을 밟고 허리를 회전시켜 체중을 실는 모든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주먹이었다.


과정을 하나 하나 거칠 때마다 대충 휘두른 느린 주먹에 가공할 거력이 담긴다. 고작 강환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마침내 곧게 뻗어진 주먹이 직선의 궤적을 그리며 주영원을 향해 날아간다. 어쩌면 주영원의 뒤에 있는 주하선을 향해 휘두른 걸지도 몰랐다.


주먹에 담긴 거력에 공간이 일그러진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주위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일대의 모든 기운이 조휘의 주먹으로 향한다.


하늘에 걸린 구름마저 인력에 잡혀 끌려온 셈이다. 조가장의 내부에 구름이 가득찼다.


하얀 밤이었다. 일대를 뒤덮은 하얀 밤이지만 주하선은 주먹에 눈을 빼앗겼다. 그리고 보았다. 거대한 주먹을 막아서는 아비의 등을.


“훌륭하오. 못 본 새에 더 강해졌군.”


“그대만 할까.”


“우리 사이의 은원은 이걸로 없던 걸로 하겠소. 백리 쯤 떨어진 곳에 창을 든 덩치가 자고 있을 터이니 그놈도 챙겨서 가시오.”


“고맙소.”


조가장을 떠나기 직전, 주영원이 조휘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를 교주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대를 부를 방도가 없군. 해서, 묻고 싶소. 나는 그대를 어떻게 불러야 하오?”


조휘가 멈칫. 움직임을 멈췄다. 입가가 느릿하게 호선을 그린다.


뒤이어 조휘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이어진다.


“맹주면 되었소.”


“맹주.”


무림맹주인지. 천성맹주인지 묻지 않는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주영원은 그 호칭이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모든 강호의 주인이 있다면, 천하제일인인 그일 것이므로.


“나중에 또 보면 좋겠소. 맹주.”


“그렇게 될 것이오.”


“이만 가보겠소.”


“살펴 가시오. 안에서 아내가 자고 있는지라 멀리 못 가는바, 이해해주시오.”


“여부가 있겠소.”


그렇게 명천의 계보도 끝이 났다. 주영원이 주하선을 데리고 광동의 십만대산으로 돌아간 그날.


기나긴 악연이 끝을 고했다.


오랫동안 써내려온 이야기의 종지부 치고는 무척 싱거운 결말이었지만, 조휘는 이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꼭 모두가 죽어야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장원의 지붕에 걸터 앉아. 조휘는 한동안 달을 바라봤다.






三.





“청승맞게 뭐 하고 있냐.”


때마침 지나가던 홍무기가 조휘를 올려다 봤다.


“웬일이냐. 거지야.”


“아니, 업무를 마치고 처소에 들었는데, 근처에서 강대한 기운이 느껴지지 뭐냐. 사부님께 배운 초감각이 경종을 울리던데, 그래서 뛰어와 봤다. 그거, 네 짓이지?”


“어. 천신의 아들놈과 사천왕 중 하나가 왔다 갔다.”


“······어미.”


“천신도 왔다 갔지. 이제는 천신이 아니라 교주, 주영원이라고 불러야겠지만.”


“어어······.”


홍무기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올라와라.”


홍무기는 곧바로 조휘의 옆에 걸터 앉았다.


“우리 처음 만난 날도. 달 모양이 딱 이랬다.”


“그랬냐?”


“재미난 이야기 없냐? 좀 떠들어봐라.”


“창천호검. 아니, 이제는 검왕이라고 불러야겠지. 검왕이 벌써 둘째를 낳았다.”


“뭐어?!”


“쉿. 쉬이이잇. 다 잘밤이다. 이새끼야!”


“아, 미안.”


“아무튼. 검왕은 둘째도 사내라더군. 뒤를 이을 사내가 많아서 좋겠네.”


“그러게나 말이다.”


“그리고 청하 도장이 화산의 장문인이 되기까지 진짜 얼마 안 남은 듯하다. 앞으로 길어봤자 이 년? 용문 진인께서도 은퇴를 원하시는 것 같아. 검성 어르신과 흑제께서도 모두 은퇴하셨으니 말이야. 섬서에 파견 나간 제자에게 듣기론 ‘나도 그쪽에 껴서 바둑이나 둬야지. 떼잉.’ 그런 소리를 달고 사시는 것 같더라.”


조휘가 껄껄 웃었다.


“장문인 답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다시 달을 올려봤다. 휘엉청 떠오른 달은 구름에 가려지기도 하고,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며 하늘 아래를 비췄다.


“무기야.”


“응.”


“드디어 내가 천하제일인이 되었구나.”


“그러니까.”


“그때. 강소성의 작은 성도에서 시작된 후개와 이름 모를 무인의 인연이 어느덧 여기까지 도달해 맹주와 방주의 인연이 되었어.”


“난 방주가 맞지만, 넌 맹주가 아닌데. 뭔 말이냐.”


“그러니까, 사실 말이다. 나는.”


조휘가 작게 웃었다. 후우우웅.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홍무기의 귓가를 희롱했다.


“── 였다.”


“뭐라고?”


“못 들었으면 말고.”


“아니. 이 씹. 다시 말해줘!”


“됐다. 썩 꺼져라. 이제 나도 들어가서 잘란다.”


“야아아아!”


“쉿. 안에 운비 잔다. 너 자다 깬 운비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조휘가 홍무기를 떠밀었다. 영문도 모른채, 홍무기는 질질 밀려 떠났다.







四.




시간이 많이 흘렀다. 여전히 강호에는 무성십존이 존재했고, 강호삼기가 존재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구성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성과 흑제가 가장 빨리 물러났다. 검성은 작은 객잔을 차렸다. 사람들이 찾아와 객잔을 왜 차렸냐고 물어보면 예전부터 꿈이었다고 답했다. 흑제는 그 객잔에서 종종 마당을 쓸곤 했다.


검제 역시도 마찬가지. 그의 손자인 남궁진천이 검왕이라 불리게 된 뒤로, 남궁진천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검성의 객잔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검존은 그의 제자인 패협에게 ‘매화검존’이란 별호를 물려주고 검성의 객잔에 알박았다.


전왕과 혈도제는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장강의 뒷물결에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권신 무허대사는 나이가 아닌 그 무력 때문에 밀려나지 않았다고 봐야 했다.


불가의 신공을 극한까지 익힌 그는 반로환동을 겪어 무척이나 어려졌다. 소림은 무허대사가 동자승들 사이에 섞여 장난을 치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음제는 무성십존 자리에서 물러나 악기점을 차렸다. 위치는 검성 객잔의 바로 옆이었다. 다루와 함께 운영하는 음제의 가게와 검성의 객잔 덕에 호북의 무한은 강호 제일의 도시로 발돋움 했다.


검성, 검제, 검존, 음제, 흑제.

다섯이 물러난 자리에는 검왕, 한빙대제, 다시 검존, 신승, 검선이 올라왔다.


청성의 검선은 무척이나 어린 나이에 검선이라 불려 부끄러운 듯했다. 그러나 약관 언저리에 심월무를 깨우치고 스물다섯이 넘기 전 조화경을 돌파, 이립이 되었을 때 도가삼청력을 깨우쳤다는 것을 근거로 만장일치 검선이 되었다.


또한 검패, 조휘 역시 무성십존의 자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범접할 수 없는 무력을 소유한 자가 강호에 둘이 되었는데, 하나는 검패 조휘고. 나머지 하나는 마교주였다.


마교주는 마황(魔皇)이란 별호로 불리며 마도의 무신이 되었다. 그의 별호가 무신이 될 수 없었던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무신이 존재했으니까.


검패, 조휘는 이제 검패로 불리지 않았다. 천하제일인인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별호가 그의 이름 앞에 붙여졌다.


무신(武神).


무신, 조휘.


무신은 아내와 함께 무한의 거리를 자주 걷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가장이 무한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인들은 합리적인 의심에 다다랐다. 검성 객잔과 음제의 가게가 사실은 조가장 때문에 무한에 지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


물론 가게 주인들에게 진실을 들은 것은 아니었기에, 평생 모를 일이었다.


또한 무신은 거지 대장과 친했다. 거지 대장과 종종 검성 객잔에서 밥을 먹고 음제 다루에 들려 차를 마시고 갔다.


두 사람은 대화를 숨기지 않았는데, 들어보면 이러했다.


“무신이라는 좋은 별호가 있는데, 왜 자꾸 나한테 맹주라고 불러달라는 거냐. 어? 그렇게 맹주가 되고 싶으면 무림맹주 하면 되잖아. 아니, 천성맹주는 어떠냐. 당장에 너 출퇴근하면서 천성맹주 한다 그러면 쌍수를 들고 반길 건데.”


“그 일을 한 번 더 하는 건 지쳐서.”


조휘가 피식 웃는다.


“나는 맹주면 됐다. 무신이란 별호는 너무 거창한 별호야. 광화검, 광화신검, 검패, 무신. 화려한 별호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짧지만, 투박한.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내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은.


맹주(盟主)라는 책임이며. 맹주라는 이름이었다.


.

.

.

.

.





시간이 흘렀다.

무성십존은 완전히 세대 교체가 끝났다. 마교주, 마황과 천하제일인 무신 역시도 강호에서 활동을 멈춘 지 오래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잊지는 않았으나, 이제는 전설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시대의 절대자들이 잊혀져갈 때쯤, 강호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후아!”


여인이 기지개를 켜며 객잔에 들어섰다. 낡고 고아한 객잔은 검수인 그녀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어딘지 모르게 한 자루 검처럼 느껴진달까. 객잔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허리춤에 걸린 검이 웅웅 울기 시작했다.


무한에서 가장 명물이라는 검성 객잔에 들린 그녀는 가장 유명한 국밥을 한 그릇 시켰다. 미리 시켜 둔 싸구려 백주 한 병을 꼴꼴 따라 마시길 잠시.


구석에 앉아 있던 사내를 발견했다. 죽립을 푹 눌러쓴 흑의의 사내였는데, 그의 옆에는 벽에 기대어둔 검 한 자루가 있었다.


검수인 그녀는 검을 보고는 사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五.





“푸하!”


여인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사내를 따라 산속에서 검을 휘두른 지도 벌써 오 년. 사내는 그녀에게 스승이 되었다.


그녀의 경지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사내의 맨얼굴을 도저히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죽립의 그늘 아래서 얼굴을 숨기고 있는 스승을 떠올렸다.


“아!”


이제 곧 스승님이 찾아올 시간이었다. 가볍게 밥을 준비한 그녀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인기척이 느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두 시진이 흘렀다.


“······이런.”


천천히 눈을 뜬 그녀가 머리를 쥐어 뜯었다. 나는 이제 죽었다. 스승님에게 볼기짝을 두들겨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처소로 들어간다.


처소의 문을 연 순간,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창문을 열어 뒀던가?’


시원한 바람이 안에서 불어온다. 서서히 열리는 문틈 사이로 달빛이 보이는 듯하다. 넓어지는 시야에 창가에 걸터 앉은 사내의 모습이 들어온다.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모습이다. 어느덧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그녀는, 스승이 언제 처소 안으로 들어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무아지경에 빠진 듯하여,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수련은 잘 마치고 왔느냐?”


“네에······.”


여인은 자신의 스승을 흘긋 바라보다가 조심히 묻는다.


“저어······.”


“괜찮으니 말하거라.”


“스승님은 뭐 하시는 분이세요?”


뭐 하는 사람이냐, 라.

오랜만에 듣는 질문에 사내가 생각에 빠지길 잠시. 제자를 향해 피식 웃어주고는 작게 말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처음부터요!”


소녀는 꿈을 꿨다. 그리고 사내는 소녀가 꾸는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죽음 이전에도 꾸었고, 죽음 이후에도 꾸었던.


그 꿈의 이름은.

무림맹주.


“······.”


그는 단어를 나열했다.


강소성, 황익루, 그곳의 도동. 예비 총관. 집을 잃은 고아. 무림맹원. 하급 무사. 전과. 전쟁. 악몽. 승리. 패배. 패배. 마교. 명천. 그리고 죽음.


여기까지는 인생의 전반부이다.

그리고 다시 단어를 읊는다.


그러나 단 하나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사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정체성이었으나,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기에.


‘회귀 맹주.’


조휘는 작게 웃었다.







7권. 회귀 맹주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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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 맹주 (完結) +1 24.01.31 344 12 16쪽
161 천하제일의 (6) +1 24.01.30 348 9 12쪽
160 천하제일의 (5) 24.01.29 367 13 12쪽
159 천하제일의 (4) +1 24.01.28 380 13 13쪽
158 천하제일의 (3) +1 24.01.28 423 15 12쪽
157 천하제일의 (2) 24.01.26 451 9 12쪽
156 천하제일의 (1) 24.01.26 404 8 15쪽
155 천마 (2) 24.01.26 393 12 13쪽
154 천마 (1) 24.01.23 500 12 12쪽
153 마교 (3) 24.01.22 468 10 13쪽
152 마교 (2) 24.01.21 519 13 13쪽
151 마교 (1) 24.01.19 501 11 13쪽
150 검패 (2) (6권 完) 24.01.17 522 13 23쪽
149 검패 (1) 24.01.16 524 14 13쪽
148 신개 24.01.15 504 14 14쪽
147 천하 (6) +1 24.01.14 546 14 13쪽
146 천하 (5) +1 24.01.09 616 14 12쪽
145 천하 (4) 24.01.08 560 13 14쪽
144 천하 (3) 24.01.07 586 12 13쪽
143 천하 (2) 24.01.05 596 13 13쪽
142 천하 (1) +1 24.01.03 594 13 15쪽
141 핏빛의 연꽃 속에서 (6) +1 24.01.03 533 1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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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핏빛의 연꽃 속에서 (4) 24.01.02 550 14 15쪽
138 핏빛의 연꽃 속에서 (3) +1 24.01.02 556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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