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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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3.09.19 10:02
최근연재일 :
2024.02.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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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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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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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3.

DUMMY

재호의 집 안은 좋게 말하면 깔끔이요, 나쁘게 말하면 휑해 보였다. 방금 이사 온 집 마냥 큼직 큼지막한 가구 몇 개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재호의 서재로 향했다.


“저쪽이야?”

“네. 카메라 준비되었죠?”

“응 잘 나와! 걱정하지 말아! 혹시 몰라 두 대로 동시에 찍고 있으니까!”


승연이 엄지와 검지를 튕겼다.


“자~ 화면 안으로 들어오시고! 레디~”


재욱이 앵글에 잡혔다. 마치 현장르포 프로그램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아키에서 기획실장을 하고 있는 백재욱이라고 합니다. 오늘 양심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참 많은 일이 뒤에서 일어났더라고요. 아마 그중 한 부분을 제가 처리했을 수도 있겠죠.”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는 척했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오래전부터 자체적인 조사에 들어갔고, 지금이 그것을 밝힐 적기인 것 같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표정연기 좋았고!


누가 봐도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처럼 보였다.


끼이익!


서재의 문이 열렸다. 책이 한가득이었다. 마치 도서관처럼 느껴졌다. 이재호는 평소 늘 책을 끼고 살았으니 당연했다.


‘역시 책벌레구먼!’


백재욱이 카메라를 응시했다.


“여기는 이재호의 가장 더러운 것을 모아 놓은 그의 자택 서재입니다. 첩보에 의하면 이곳에 비밀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빨간 책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어디 있나~”


제일 구석 하단에서 유일하게 빨간색 책을 발견했다.


“저기 있군요!”


그 책을 뽑았다. 그러자 겉 커버만 책이고 그 안은 작은 태블릿이 나왔다. 재욱은 주머니에서 메모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S party!2]


철컥!


그러자 그러자 옆에 있던 책장이 여닫이문처럼 살짝 앞으로 튀어나오며 열렸다.


“비밀공간이 이쪽인가 봅니다.”


끼이익~!


끝이 보이지 않아 라이트를 켜자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정도의 지하로 향하는 긴 통로가 나왔다. 영화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통로였다.


“가보겠습니다.”


꼴깍!


승연, 재욱 모두 약간은 두려웠다. 혹시 뭐가 나오면 어쩌지..?


그러나 그 두려움은 순식간에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이것 좀 보세요! 이런 비밀공간이!!!”


한층 정도 높이를 내려왔더니 눈에 들어왔다. 서지만 한 또 하나의 지하 벙커! 벽지도 바르지 않은 콘크리트 그대로였다.


“여기서 주변을 감시했나 봅니다.”


벽면에는 10개쯤 되는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집 사방은 물론이고 안방, 본인의 회사 집무실, 아키 출입문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종합 상황실처럼 보였다.


방 정 중앙에는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진열장이 있었는데 보석가게에서나 쓸법한 물건이 이었다.


안에는 원화, 달러화 가릴 것 없는 다량의 현금 뭉치와 최소 수십억 가치는 되어 보이는 금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진열장 위에는 금으로 만든 자신의 흉상이 있었다.


“이 돈들 좀 보세요. 엄청나군요. 더군다나 이 양반 나르시시즘이 심하시네요.”


이재호의 곁에서 평생을 보낸 자신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한쪽 벽면에 책꽂이가 있었는데 CD가 한 가득이었다. CD들은 재호의 꼼꼼한 성격답게 ㄱ ~ ㅎ, A ~ Z로 라벨링이 되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옆 책상 위에는 노트북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노트북 화면이 켜졌다.


검색창 하나가 떴는데 마치 코글의 검색엔진처럼 심플한 형태였다.


CD 한 장을 빼내었다.


[김익환 국회의원]


“검색엔진과 이 CD? 뭘까요?”


검색엔진에 ‘김익환’이라고 쳐봤다.


[김익환 국회의원 ㄱ.10]

- 2012.7.10 여자 셋, 매춘 파티

- 2016.9.11 어린 청소년과의 정사


“ㄱ.10라? 도서관이랑 시스템이 똑같네요?”


CD 케이스를 다시 보니 ‘ㄱ.10’ 라고 쓰여 있었다. 아마도 ‘ㄱ’이라는 곳에 10번째 칸에 있다는 뜻인 듯 보였다.


노트북에 CD를 넣었다.


위잉~


CD가 돌아가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검색된 대로 2개의 파일이 보였다. 클릭하니 김익환 국회의원의 변태적인 성관계 영상이 재생되었다.


“여자 셋과의 정사라~ 참 이 양반도~ 쯧쯧”


두 번째 파일을 열자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나왔다.


“김익환 의원님 정말 죄송합니다! 의도치 않게 사생활이 공개되어버렸네요.”


이번엔 목차라고 되어 있는 항목을 클릭했다.


[30,114건 비디오,

국회의원 221명,

연예인 4,111명,

일반인 8,114명]


“하··· 이거 정말 대단하네요. 이 정도면.. 웬만한 유력인사가 다 들어가 있나 본데요?”


사실 재욱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모두 조민준 대표와 백재욱 자신한 작품이니 말이다.


미래정보통신은 홈캠을 통해서 사람들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약점이 될 만한 중요 부분만 따다가 편집하여 이재호에게 납품한다. 물론 이후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는 일도 자신이 맡았다.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관리되고 있을 줄이야..’


리스트에는 요즘 잘나가는 여자 연예인도 있었다.


장르도 다양했다. 섹스, 마약, 도박, 불법거래 등 사회에 파장이 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들어 있었다.


국정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가 지금까지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지.’


파편화돼 있던 것을 모아놓은 마스터피스를 목도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것도 볼까요?”


그 후로 이름이 알려진 나쁜 놈 몇 명의 영상들을 플레이했다.


“컷! 이정되면 다 된 거 같은데?”


승연은 준철의 영상을 찾았다. 다행히 그곳에 준철의 것도 있었다.


“빨리 가자고! 경찰이 곧 들이닥친 테니까.”

“네!”

“이 비디오는 제가 떠난 다음에 공개되는 것 맞죠? 그럼! 걱정 마!”


승연과 재욱은 그렇게 그 집을 빠져나왔다.


***


인천공항 근처 폐창고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 처리는 확실하시군요. 드디어 끝이네요.”


준철, 승연, 재욱은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이 일과 관련된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치워버렸다. 서재는 이미 폐쇄했고 한마담 역시 진즉에 해외로 보냈다.


“사장님. 그래도 돈 몇 푼 쥐어 보내시지 그러셨어요. 나중에 입 나불대면 골치 아파집니다. 도망갈 곳을 주고 몰아야지 너무 막다른 곳으로 몰면 문다니까요.”

“그놈 참! 걱정 말어~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좀 그런데..”

“너 나 못 믿냐? 엉? 앙?”


그의 반응을 보니 새우잡이 어선에 팔아넘겼든 반대로 거하게 궁궐이라도 차려준 모양이었다. 그래도 후자 쪽으로 믿고 싶다.


“어이 백전무! 준철이가 마음씨가 착해서 이렇게 넘어가는 줄 아슈! 나였으면 당신도 그냥 콱! 어디 산 밑에다가 묻어 버리는 건데!”


승연이 말하니 절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의장님! 감사합니다. 사장님! 조용히 잘 살겠습니다.”


승연이 손을 내밀었다.


“이거 받아! 오면서 보니 너 진짜 억울했겠더라. 나쁜 놈들~”


승연이 ‘김준철’이라는 이름이 적힌 CD와 백재욱의 양심 고백이 찍혀있는 액션캠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준철은 손에 들고 있던 비행기 티켓과 USB를 백재욱에게 주었다.


『 이스탄불 행 AZ-851 』


재욱이 눈을 크게 치켜뜨고 USB와 내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이게 뭡니까? 돈은요?”

“코인입니다.”

“현금으로 안 주시고요?"

“현금으로 받으면 어차피 들고나가지도 못합니다.”

“아.. 제가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네요.”

“근데 이거 믿을 수 있습니까?”

“안 믿으시면 어쩌시게요?”


준철은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재욱을 놀릴 요량으로 말이다. 재욱은 그 표정을 보자 아연실색하였다.


“자.. 장난치시는 거 맞죠?”

“크크크 맞습니다. 장난입니다.”

“자! 이제 마무리하죠. 저에게 받은 휴대폰 주세요. 그것만 파쇄하면 관련된 모든 것이 이 세상에 사라집니다.”


백재욱은 불안한 눈빛으로 휴대폰이 들어 있는 오른쪽 안주머니를 꽉 껴않았다.


“머.. 머 먼저 증명부터 해주세요. 그 코인이 100억이라는 것을요.”

“노 프라브럼! 쉽죠!”


준철은 USB를 노트북에 꽂아 넣어 전자지갑을 열었다. 거기엔 바트코인 337.78개가 들어 있었다.


“현재 시세로 치면 하나에 4,500만 원이니까.”

“170억이에요.”


재욱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준철의 얼굴과 노트북을 번갈아봤다. 아마도 70억 정도가 더 있어서일 테지..


“가.. 가감사합니다.”


그제야 가슴에 꼭 끌어 앉고 있던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코인으로 주실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돈 세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것까지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한 번만 더 부탁합니다.”


승연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핀잔을 주었다.


“이 친구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달라고 하는고만? 어이! 백재욱이 너 미쳤어? 김의장이 네 엄마야 뭐야?”


승연이 발로 재욱의 엉덩이를 툭툭 찼다.


“아닙니다 사장님. 확실하게 끝까지 책임지는 게 제 스타일입니다.”

“흠.. 그건 그렇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탄불에 가시면 브로커 하나가 마중 나올 거예요. 이름이 부락 일마즈입니다. 수수료는 40%이고 약속했던 수수료까지 코인에 넣었어요. 비밀번호는 PA693MFSFG776 입니다.”

“아.. 그래서 70억을 더 주셨군요.”


재욱은 수첩을 꺼내 받아 적으려 했다.


“네? 한 번만 다시 말씀해 주세요.”

“적지 마세요.”

“무조건 외우세요. PA693MFSFG776”

“아.. 네!”


재욱은 중얼거리며 외우는데 집중했다.


“PA693MFSFG776, PA693MFSFG776···”


그의 표정이 밝아 보였지만 한편으로 어두워 보였다.


“저 이 나라를 영원히 떠야 합니까? 나중에요.. 진짜 세월이 지나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때 말이에요.. 다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나이가 들면 고향이 그리운 법이다.


향수병이 괜히 생기겠는가? 지지리도 궁상맞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말이다. 쉰이 넘어 타지로 떠나는 그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너무나 많은 세월을 틀린 길로만 걸어왔다.


모든 걸 포기하고 정말로 내부 고발자가 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경찰이 바보가 아닌 이상 내막은 금세 밝혀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을 수도 있었다.


“....”

“다시 한국 땅을 밟게 해준다고 약속은 못하겠습니다. 그게 싫으시면 경찰서로 가시고요. 저도 사법부까지 어찌하진 못합니다.”

“.... 역시 그렇겠죠..”


재욱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최대한 비굴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가족들만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세요. 가족들은 스위스로 이미 출발했으니까요. 경치도 예쁘고.. 어느 나라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을 겁니다.”

“여러 가지로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재욱은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려 애썼다. 준철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안정을 찾을 때까지 한국과 가족들 모두에게 절대로 연락하지 마십시오. 혹시 모를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 저를 포함해서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참으로 처량해 보였다. 간판을 떼고 보니 그냥 작고 늙은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에잇 인심이다! 꼭! 필요할 때! 단 한 번만! 이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1번을 누르세요. 도와줄 겁니다.”


준철은 새로운 구형 폴더 폰을 던져 주었다.


“조용히 잘 사십시오.”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는 마지막 악수를 나누었다.


***


『 속보!! 아키 이재호 사장 수년간 불법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

『 행동주의 펀드 칼 아칸소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져! 』

『 정치, 연예 일반인을 포함한 수천 명의 사생활 불법사찰되고 있어 충격! 』


작가의말

매일 밤 10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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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5. 24.01.16 2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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