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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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3.09.19 10:02
최근연재일 :
2024.02.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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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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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9.

DUMMY

“북쪽에서 미사일이 날아옵니다.”

“아이언 돔으로 요격해!!”


자기방어기제. 영어로는 Defence Mechanism.


받아들일 수 없는 불안이나 위협에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여 마음의 평안을 찾는 방법이다.


어떤 이는 사건 자체를 부정하고, 또 다른 이는 남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그 병증이 심해져 망상을 보였고 헛구역질이라는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심지어는 신체의 통제권을 잃고 스스로 기억까지 말끔히 지워버렸다.


그래도 그 마음 덕에 지금의 위치에 올랐지만..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 적어도 허상은 아니란 거지..”


내가 조현병 임을 알게 된 순간, 담희의 생사 다음으로 든 생각이 ‘영화에서처럼 모든 것이 꿈’ 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지난 10년간 나는 하루하루를 철저히 계획하고 실천했으며 자기반성까지 진행했다.


의사의 말로는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조현병에 빠질 확률이 더 높다고 했다.


“김준철 씨처럼 체계적인 사고체계를 가지신 분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현실에서 동떨어진 자기만의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거기엔 악당도 있고 좋은 사람들도 있죠. 논리적으로 완벽한 사회에요.”

“소설 같은 거군요..”

“맞습니다. 차이라면, 소설가는 현실과 소설을 구분한다는 거죠.”


그래서 천재 중에는 미친 사람들이 정말 많다고 했다.


재미있는 건, 미릴리아가 처음에 예시로 든 사람들의 이력을 찾아보니 모두 조현병으로 진단받았거나 의심받는 사람들이었다.


아인슈타인, 처칠, 뉴턴, 히틀러..


“진짜 미치겠다. 김준철.. 세계관까지 이렇게 정교하게 만든다고?”


그래도 마음 한편이 흡족했다. 망상이지만 허투루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런 거 보면 진짜로 미쳐버린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치료할 방법은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약으로 진정시키는 거죠.”

“흠.. 부작용은 없어요?”

“졸릴 수 있고 몸에 힘이 빠질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그 이후 내 삶의 몇 가지를 변화시켰다.


그중 한 가지는 회사의 모든 경영에 손을 떼는 것이었다.


억지로 경영에 참여해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게 발생하는 모든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대신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고 지난 10년간의 나의 발자취를 역으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형님 갑자기 은퇴는 왜 하신 겁니까?”

“그냥? 나도 그간 너무 열심히 달려왔잖아.”


오랜만에 무식이 녀석과 밥 한 끼 하기로 했다.


“무식아? 뭐 하나만 물어보자!”


무식은 소고기를 입에 욱여넣으며 대답했다. 여전히 먹성 좋은 녀석이다.


“그때, 프로게이머 야를, 그러니까 데인액스, 민준혁!”

“네.”

“준혁이가 트로노 의자 광고해 줘서 우노토도가 성공한 거잖아?”

“캬~ 진짜! 그때 형님 통찰력에 내 깜짝 놀랐습니다. 그 친구한테 전달하면 어떻게 대박이 날 걸 아시고 그러셨는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다 돋는다니까요.”

“응? 내가? 그랬나?”

“네. 형님이 그 맨날 집에 있는 옛날 유럽 중세 시대 물건 같은 노트에다가 써놨잖아요. 민준혁이 브이로그 찍는 스케줄도 미리 알고 계셨고, 거기 배달하면 대박 날 거라는 거. 그래서 제가 그날 당장 가져다줬죠.”


무식이 회상에 잠겼다.


“그때가 아마 추석인가? 설날이 다가오는 시기였어요. 아 맞아요! 설날쯤이었어요!”


2018. 1. 31.


어둠이 내리깔린 빌라 촌. 데인엑스의 팀인 YK G1 연습실 앞


“벌써 새벽 1시인데..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그때,


데인엑스 민준혁이 모습을 나타냈다.


“민준혁 선수 정말 팬입니다.”

“아~ 네.. 그런데 지금 새벽인데..”

“저기.. 사실은 제가 우노토도라는 브랜드를 하고 있는데요. 허리랑 목에 좋은 의자를 만들고 있어요. 선물로 드리려고 왔습니다.”


준혁의 눈이 커졌다.


“혹시 그 회사! 준철이 형이 운영하는 회사 아니에요?”

“어~라? 우리 사장님 아세요?”

“네.. 예전에 진짜 친했던 형인데..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췄어요. 최근에 알게 된 거지만.. 하하”


민준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그 의자 제가 꼭 쓸게요.”

“진짜요~? 그래주실 수 있으세요?”

“네!! 일단 밤이 늦었으니 어서 주세요. 참! 준철이 형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아마 그 인간 성격에 제가 도와주는 거 상당히 자존심 상해 할 거예요.”

“그래도...”

“전 괜찮아요. 준철이 형도 무슨 사연이 있겠죠.”


생각해 보면 스페로 스페라 다이어리에 쓴 것 중에 말이 되지 않는 일은 단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


“고맙다. 무식아 요즘 좀 어때?”

“뭐~ 형님만큼 큰 기업은 아니더라도 저희 회사도 업계에서는 꽤 알아줍니다. 그때 그 일로 저도 반성도 많이 했고, 대학교까지 가서 공부도 많이 했어요.”


그러고 보니 무식의 얼굴에서 양아치 같던 모습이 싹 빠져있었다.


몸은 여전히 건장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돼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곰같이 변했다고 해야 할까?


특히 눈빛이 많이 바뀌었다. 이젠 스마트해 보이기도 했다.


“형님 몰래 류대표님이랑 담희 누나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크크크”

“그랬구나!”

“무식아?”

“네?”

“형이 밉지는 않니?”

“아니요. 왜 미워요? 제가?”


무식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기 먹는 일에 집중했다.


“고맙다!”

“저도 고맙습니다. 형님! 오늘은 제가 살 테니 많이 드세요.”

“그래. 많이 먹을게!!!”


준혁에게도 나중에 따로 만나 늦었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때 일부러 솔로라이프에 트로노 의자를 무리해서 등장시킨 거라고 했다. PD에게 협박까지 해서 말이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맨날 배신만 하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걸까..’


***


텅 빈 방.


“집중~ 얍! 나와라!”


뿅!


“미릴리아!”

“아 왜 또 불러!”


이젠 심심할 때면 미릴리아를 불러냈다. 이놈에 성격은 웃긴 게 그녀를 소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훈련까지 시작했다. 이제는 5분만 집중하면 그녀가 나타났다.


“너는 내 인생에서 언제 사라져?”

“서운한 소리 하지 마! 난 너와 영원히 함께야!”


미릴리아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나는 누구지?”

“김준철이지?”

“너는 누군데?”

“미릴리아!”

“미릴리아라는 건 무엇이지?”

“김준철의 또 다른 자아지! 아씨!! 그만 좀 해!!! 네가 무슨 테스 형이냐! 테스형~ 소크라테스 형~! 키키키”


요즘은 이 녀석 덕분에 많은 시간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는 않다.


다른 사람에게 저런 말꼬리 잡는 질문을 했다가는 손절당하기 십상인데, 미릴리아는 나 자신이니 절대로 그럴 리 없다. 혹 손절당하면 그건 더 좋은 결과이고.


나는 많은 시간을 철학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나 역시 스캇의 할아버지처럼 철학자를 자처하기로 했다.


“나랑 역할 분담 다시 하자! 맨날 나 혼자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고, 너는 신선처럼 나타나서 아이디어만 제공하는 거 불공평하잖아!”

“잉~ 시죠 시죠~ 미릴리아는 아가야~!”


“우웩- 내 안에 저런 징그런 모습이 있단 말이야..”

“미릴리아가 징그러워쬬요? 미릴리아는 사랑 받고 싶어요~”

“손발 오그라드니 그만해!”

“흥!”

“좋아 너한테는 스트레스는 넘겨주지 않을게. 그 대신 지금 이상 넘어오지 마!”


미릴리아가 양손바닥을 어깨 위로 올리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뭐가 문제인데!!”

“내 분석에 따르면, 너는 내가 강한 욕망을 느낄 때 나를 꼬시려 나타나더라?”

“앗!!”

“앞으로 절대 꼬시지 마! 네가 나타나면 나는 무조건 반대로 할 테니까!”

“쳇! 다 들켰네!”


띠띠띠띠 띠릭- 철컥!


현관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담희가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퇴원을 하고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그녀는 내가 조현병이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서 더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다른 여자들 같으면, 나의 재산을 노리고 들러붙는 건가 의심이 들었겠지만, 적어도 담희는 아니었다. 설사 그런다고 해도 상관없다.


‘내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존재는 너 하나뿐이니까..’


“오빠~ 나왔어!”

“아이고 우리 집 가장! 하루 종일 힘들었지?”


담희는 남산만큼 부푼 배를 오른손으로 받쳤다. 그녀는 만삭이다. 다음 달이면 출산을 해야 한다.

“아우~ 열받아!”

“왜 또?”


소파에 앉아 칭얼대는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그 자식!! 아호!! 답답해!!! 말이 안 통해! 그 인간은 디자인이라는 걸 몰라요!”

“헤헤헤”

“웃지만 말고!!!”


담희가 도끼눈을 뜨고 째려봤다.


“류현우 그 인간!! 내가 가서 죽여? 엉?”

“마음씨 넓은 오빠가 참아!”


나도 이제 곧 한 아이의 아빠가 된다. 이름도 지어놓았다.


김자영.

스스로 자(自)에, 경영할 영(營)을 쓰는 조금은 촌스러운 이름.


나처럼 복수 따위에 인생 전체를 갈아 넣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고, 자신만의 인생을 가라는 뜻을 담았다.


‘내가 저 녀석 밥벌이할 때까지는 잘 버텨야 할 텐데···’


준철은 불룩한 담희의 배를 쓰다듬었다. 나의 인생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자영이가 태어나고 3개월 만에 담희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회사로 복직했다. 이젠 재산이 얼만지도 가늠이 되지 않아 일할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다.


“담희야.. 그래도 1~2년 정도 쉬는 게 낫지 않겠어?”

“아니야. 어차피 회사에 풀타임으로 있는 것도 아닌데 뭘~”


아마도 나의 공백을 메꾸려는 듯 보였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부지런한 엄마이자 커리어 우먼을 자처했다.


그리고 7년 뒤.


“아빠..”

“....”

“아빠~”


자영이가 소파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준철을 흔들었다.


“응?”


약도 잘 먹고 전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석학들은 모두 찾아가 봤지만 상태는 오히려 악화일로만 걸었다.


날이 갈수록 병세는 지독해져 고용량의 약을 먹어야 했고, 그로 인해 하루 종일 졸거나 멍한 상태로 지내야만 했다.


언제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았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약 없이 간단한 일상 대화 정도만 하려고 해도 자꾸만 헛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부도난 밝은 가구 김영남 사장..

나 때문에.. 펜타닐 먹고 심정지 온 고인서..

나 때문에.. 한순간에 직장 잃고 거리에 나앉은 수많은 사람들..


약을 먹지 않으면, 매일 나를 원망하는 소리에 고막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


군중 속에서 범생이처럼 생긴 사람 하나가 칼을 들고 나에게 돌진해왔다.


“으아악~! 오지 마!”


나는 괴한을 피하는 동시에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힘껏 내리쳤다.


“으아앙~”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괴한은 다름 아닌 내 딸 자영이었다.


“아빠 미워~ 으아앙”


얼마나 세게 쳤는지 치아가 흔들리는 듯 보였다.


“내.. 내내가.. 자영이를?”


손이 떨렸다.


엄마가 자영이의 울음소리에 방에서 나왔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아이고 이 일을 어쩌나.."


자영이를 들쳐 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 기사 한국병원으로~ 빨리!!”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멀뚱히 지켜보는 것뿐..


“담희야... 집에 좀 와봐야겠어..”

“응? 왜? 무슨 일 있어?”

“내가.. 자영이를 때린 것 같아!”

“뭐!!!!”


수화기 너머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그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음을..


작가의말

내일 드디어 최종화(150화)가 공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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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141. 24.02.01 198 1 12쪽
140 140. 24.01.31 201 0 12쪽
139 139. 24.01.30 196 2 12쪽
138 138. 24.01.29 195 1 12쪽
137 137. 24.01.28 199 2 12쪽
136 136. 24.01.27 20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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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24.01.25 196 1 12쪽
133 133. 24.01.24 200 1 13쪽
132 132. 24.01.23 196 1 12쪽
131 131. 24.01.22 206 1 12쪽
130 130. 24.01.21 20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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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7. 24.01.18 204 1 12쪽
126 126. 24.01.17 216 0 12쪽
125 125. 24.01.16 226 1 12쪽
124 124. 24.01.15 217 0 13쪽
123 123. 24.01.14 209 1 12쪽
122 122. 24.01.13 212 0 12쪽
121 121. 24.01.13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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