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승이계전생 (狂僧異界轉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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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金金
작품등록일 :
2023.10.0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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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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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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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4

DUMMY

“누구···?”


“뭐?”

“누구우우?”


삐딱하게 대답하는 자들의 태도에, 카일은 결코 저들이 호의적인 자들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런 직감에 확신이 들도록 거지들 중 가장 큰 키를 가진 사내가 말했다.


“새끼들아. 우리 영역에서 누가 마음대로 구걸하래.”


그러자 옆에 있던 깡마른 거지가 그것을 거들었다.


“여긴 예전부터 우리가 구걸하던 곳이라고.”


“무, 무슨 소리예요. 저희는 예전부터 여기서···.”


리오는 억울했다. 자신은 예전부터 이곳에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곳 크리아에선 거지들 간에 영역이라 할만한 요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아 예전부터 했어? 그럼 예전부터 한 값까지 받아야겠네.”


“이자까지 쳐서 말이야. 크하하하!”


깔깔거리며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위험함을 감지한 리오.

리오는 긴장된 얼굴로 카일을 바라보았다. 손에 들린 동전 주머니를 뺏기고 싶지 않았다.


“카일···.”


하지만 긴장된 표정의 리오와는 달리 카일의 표정은 심드렁, 그 자체였다.


그리고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거지 새끼들아. 뒈질래?”


경악 그 자체였다.


​“뭐?”

“거지새끼?”

“이 새끼가 쳐 돌았나.”


거지 삼인방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손에 들려있는 몽둥이가 언제라도 카일에게 휘둘러질 것만 같았다.


리오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카일!”


도대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했어!


빵 먹다 쓰러지며 머리까지 다쳤나 보다.

아니라면 어떻게 대놓고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드드득.


몽둥이를 땅바닥에 긁으며 걸어오는 거지들의 모습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도망쳐.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게.”


자신은 맷집이 있어 버틸 만 하다.

힘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카일은 여리고 약하다.

까딱 잘못하다간 맞아 죽을 수 있다.


“빨리!”


리오가 앞에 나서며 두 손을 벌렸다.

두려웠으나 친구를 잃고 싶진 않았다.


턱.


그런 리오의 어깨에 올려진 작은 손.


카일은 아귀에 힘을 주며 리오를 뒤로 물렸다. 손아귀 힘이 장사의 그것처럼 묵직하게 느껴졌다.


“내가 꼴에 불자라 살생은 꺼리는 편인데 말이야.”


우드득.


관절이 마찰되면서 일어나는 경쾌한 소리.


“사람 반병신으로 만드는 데는 거리낌이 없어요.”


카일은 거지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 


“꾸엑!”


우당탕!


호기롭게 카일에게 달려들었던 마른 거지가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몸이 진짜 구리긴 하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어깨를 살살 돌리는 카일. 리오와 거지들은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이제 막 거시기 털이 날 법한 어린애 하나가 어른 하나를 쓰러트렸다. 그것도 일격에 말이다.


“끄어어···.”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자신의 동료. 혼절한 탓인지 허리가 접혀있었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 이 자식...!”


정신을 차린 거지 2인이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하나 모골이 송연해진 탓일까. 쉽게 덤벼들 수 없었다.


“근데 이놈들이 아까부터 자꾸.”


슈욱.


순식간에 그들 앞에 당도한 카일.


“반말질이야!”


파팍!


“칵!”

“꾸엑!”


벼락같이 쏘아진 손과 발이 그들을 허물어트렸다. 특히나 우두머리로 보이는 거지는 안 좋은 부위를 맞은 모양이었다.


“끄어어···.”


입에 게거품을 물며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있었으니.


“카, 카, 카....”


리오는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친구가 누구인가.

허약하기로는 이곳 크리아에서 제일이요. 

연약하기론 둘째가라 하면 서러울 친구 아니던가.


그런 약골이 언제부터 이렇게 강했단 말인가.


“에휴. 여기 거지나, 거기 거지나.”


자기도 거지면서 자꾸 이상한 말을 내뱉는 친구. 그런 친구에게 화답하듯 우두머리 거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 개새끼가··· 비겁하게···.”


상태가 안 좋아 보였음에도 입은 거칠었다.


“호오? 말할 정신은 있나 봐?”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간 카일.


그리곤.


빠악!


또다시 거지의 낭심을 가격했다.


“끼요욧!”


생전 처음 들어보는 비명소리.


‘터, 터졌다!’


그래.

저건 분명 터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선 저렇게 하이톤의 비명이 나올 리 없다.


쓰러져 있는 세 명의 거지와 그들을 한심한 듯 내려다보는 카일.

이 기묘한 광경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리오였다.


***


“팔 내려간다?”


“흡!”


호기롭게 위협했던 거지 삼인방은 한쪽 구석에 짱 박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을 하늘 높이 든 채.


바들바들.


얼마나 오래 들었던지 들고 있던 팔이 떨리며 내려오길 간청했으나.


“이 새끼들이.”


손이 내려갈 때마다 날아오는 무시무시한 카일의 손바닥이 그들의 간청을 거부했다.


“거지면 거지답게 동냥이나 할 것이지 말이야. 으?”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어린 소년의 입에서 건달 같은 말투가 튀어나올 때마다 그들은 몸을 움츠렸다. 그 말 뒤에는 반드시 손바닥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짝!


“커헉!”


서로가 서운하지 않도록 공평하게 뺨따귀를 한 대씩 갈긴 카일은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어디 악인들처럼 사람 등쳐먹으려 하고 있어.”


누가 악인입니까.

라고 되묻고 싶은 거지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또다시 시원한 싸대기가 날아 올 것이 분명했다.


“카일.”


“응?”


카일은 고개를 돌려 리오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보니 겁을 집어먹은 생쥐 같았다.


“이제 어쩌지?”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저 사람들. 왕초의 부하들이야.”


“왕초?”


카일은 기억을 뒤졌다.


왕초.

1개월 전쯤 이곳에 새로 정착한 거지.

조용히 있는 듯했으나, 커다란 덩치와 힘으로 이곳에 있는 거지들을 하나씩 규합한 것 같았다.


“저 사람들이 왕초와 다른 패거리까지 불러온다면···.”


비록 카일이 이들을 제압했다고 하나 상대는 수십명이다. 이들을 보내준다면 보복하러 올 것이 분명했다.


“불러오면?”


“응?”


“불러오면 뭐 어쩔 건데.”


너무나 태연한 카일의 태도에 순간 할 말을 잃은 리오. 자신이 알던 겁 많고 연약한 카일이 맞나 싶었다.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응?”


“힉!”


카일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다시 쏠리자 거지 삼인방은 황급히 눈알을 깔았다.


“니들이 맞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는데. 새끼들아.”


또 다시 공평하게 뒤통수를 갈긴 카일. 거지들은 호랑이 울음에 오줌을 지린 강아지처럼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다.


“하. 이놈들을 어쩐다?”


분명 리오의 말은 사실이었다.

하나 그걸 막고자 살인멸구 하기엔 손속이 너무 과하지 싶었다.

그렇다고 이 놈들을 순순히 보내줬다간 필시 패거리를 불러 복수하러 올 것이 분명했다.


‘뭐. 상관은 없다만.’


이런 놈들이야 한 수레로 끌고 와도 대수롭지 않았다. 왕초라는 놈이 변수긴 했으나 카일이 보기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어이, 거지들.”


“예!”


“살고 싶나?”


“옙!”


“제발 살려주십쇼!”


이제 어느 정도 길들여졌는지 공손해진 거지 삼인방. 카일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내 항상 악인들이 자비를 구할 때 하는 행동이 있다.”


“무슨....?”


“바로 반야심경 외우기지.”


“봔야···네?”


어린 소년의 입에서 나온 이상한 단어. 발음조차 어려운 생소한 단어에 그들의 머리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자 이제부터 자세히 듣고 외우도록. 기회는 한 번만 준다.”


“아, 예?”


“옙!”


저 녀석이 하는 말을 외우기면 하면 살 수 있다!


뭔지 모르겠으나 희망이 생겼다 싶은 거지들은 소년의 입에서 나오는 음성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음?”


“자, 잠깐만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이상한 언어에 거지들이 당황했으나.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카일의 입은 쉴 생각이 없었다. 망연자실한 거지들을 바라본 카일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다 외웠지? 다시 듣고 싶으면 싸대기 한 대~.”


“아, 안 돼···.”

“살려 주십시오!”


“응, 안 돼. 돌아가.”


도시국가 크리아의 좁은 골목 안. 그곳에선 지옥도를 경험 중인 이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살과 손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


카일은 결국 반야심경을 끝까지 외우게 만든 후, 거지들을 돌려보냈다.


“아휴. 시원하다.”


언제 한번 거지들을 이렇게 족쳐··· 아니 교화시키고 싶었던 카일이었다. 개방 거지들도 아니기에 세간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카일.”


“응?”


카일은 뒤를 돌아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강했던거야?”


“아.”


뭐라고 말해야 되지. 그냥 사실대로 말할까.


“요새 좀··· 잘 먹어서 그런가?


“아 그런거야?”


순진하게 믿고 넘기는 녀석.

애는 애구나 싶다.


“근데 이제 어쩌지···.”


“뭘 어째.”


대책 없이 사고를 저지른 친구를 리오는 걱정했다.


“저 사람들이야 네가 이겼다고 치더라도. 왕초는 다르다고.”


“달라?”


“그래. 그 사람 싸움을 얼마나 잘하는데.”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을 끄집어내는 카일. 분명 기억 속에 그자의 형상이 존재했다.


거지새끼 주제에 혼자만 처먹었는지 거구의 신체를 지닌 남자. 신체 여기저기엔 칼로 만들어진 흉터가 자리했다.


‘칼밥 좀 먹었나 본데.’


몸의 흔적들이 왕초가 결코 평범한 거지가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그 사람 소싯적에 기사였단 소문도 있어.”


안다. 확인했다.


“거기다 칼로 여러 사람을 죽이기까지 해봤데.”


그것도 지금 확인했다.


보복이 두려워 잔뜩 겁에 질린 리오를 바라보곤 카일은 리오의 어깨들 토닥였다.


“걱정 마.”


카일은 리오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 내가 지켜줄게.”


‘음?’


친구의 미소를 본 리오는 순간 마음이 누그러졌다.


방금 전 악귀처럼 거지들의 볼때기를 사정없이 갈기던 친구가 맞나 싶었다.


‘녀석.’


육신의 기억을 꺼내 볼 수 있었던 유륜은 리오가 얼마나 대단한 친구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수줍음이 많고 부끄러워하는 카일을 위해 자기가 동냥해온 음식을 나누어 주었던 온정.

음식을 훔치려다 맞고 있는 자신을 위해 같이 맞아줬던 의리.

거지라지만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는 긍정적인 모습과 배려심까지.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이 착한 호구가 유륜은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자신보다 이 녀석이 부처에 더 가깝다 생각했다.


“우선 자리를 옮기자.”


카일은 리오와 함께 자리를 이동했다. 기억을 뒤져가며 숨기 가장 알맞은 장소를 찾았다.


‘너무 신을 냈어.’


카일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신체를 어느 정도 굴려도 될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격하게 내력을 끌어올렸다.

더구나 방금 전 거지들을 족치··· 아니 지도하느라 신나게 내력을 써댄 상황.


상태가 좋을리 없었다.


‘리오를 안심시키긴 했다만. 쩝.’


자신의 행동이 후회됐으나 이미 엎지른 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에 집중해야 했다.


‘일단 운기부터 해야 된다.’


거지 무리를 상대하기 위해선 운기조식을 하며 신체를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왕초가 자신의 생각보다 강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카일은 멈춰선 후 리오에게 말했다.


“리오.”


“응?”


“호법 좀 서줘.”


“뭐? 호뿹?”


“시간이 필요하니까 지켜달라고.”


운기조식 중 방해 받는다면 기혈이 뒤틀릴 수 있다. 심지어 공격이라도 받게 된다면 주화입마에 들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어, 얼마나?”


친구가 무슨 말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순 없었으나, 리오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내가 깨어날 때까지. 최대한 빨리해볼게.”


죽을 고비를 넘긴 후 급격하게 변한 자신의 친구.


하지만 이후 이상한 노래를 불러대며 구걸계의 혁명을 가져다 준 모습. 그리고 성인 거지들을 때려잡는 걸 본 후, 큰 신뢰감을 느낀 리오였다.


그런 친구가 지켜달라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터.


“알겠어. 최대한 누가 못 오게 할게.”


“그래. 믿으마.”


카일은 가부좌를 틀며 곧바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친구의 모습에 리오는 주변에 놓여있던 나무 막대기를 꼭 쥔 후, 골목 안으로 들어오는 이가 없는지 철저히 감시했다.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간절한 그의 눈빛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


한 시간 정도 흐른 후에도 별일이 없자 느슨해져 있던 리오. 그의 시야에 한 무리가 잡혔다.


“저, 저!”


“줘눔 두립니드! 으윽!”


말하기조차 힘겨울 정도로 볼이 부풀어 오른 사내들과 그 뒤로 보이는 스무 명가량의 거지들.


저벅저벅.


그리고 그중 가장 덩치가 좋은 거지가 골목 안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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