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승이계전생 (狂僧異界轉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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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金金
작품등록일 :
2023.10.0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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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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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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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DUMMY

“다들 이리로 와봐.”


카일은 거지들을 불러 모아 자리에 앉혔다.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동이 트고 있었다.


“너희들. 이루고 싶은거 없었어?”


“······.”


왜 없겠는가.

이들 모두 사람인 것을.

비록 지금은 거지이나, 이들에게도 꿈이 있었다.


누구는 성공한 용병대의 용병대장으로.

다른 누구는 잘 나가는 술집 주인으로.

또 다른 누구는 대국을 오가며 거래를 하는 대상인으로.


버렸다고 생각했던 꿈들이 이들의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괴롭지? 이루고 싶은데 못 이루니까?”


“······.”


“그게 다 너희의 집착과 번민 때문에 그런거거든?”


“······.”


“그 집착과 번민을 없애야 너네가 행복할 수 있어.”


카일의 어설픈 설법을 조용히 듣던 한 거지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럼 그 꿈을 버리란 말씀인가요?”


“아니지.”


카일은 손을 든 거지를 온화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거지는 뇌리에 박힌 폭력으로 인해서인지, 자연스레 몸을 움츠렸다.


“꿈을 버릴 필요가 없지.”


“그럼 어떡하라는 말입니까. 저희는 가진 것도, 능력도 없는 비렁뱅이인데요.”


한명의 용기가 물꼬를 튼 것일까. 연이어 다른 거지가 손을 들었다.


“이뤄내면 되지.”


“예?”


“해내면 되잖아.”


“······.”


너무 쉽게 말을 내뱉는 카일.


“그게 됐으면···.”


“됐으면?”


“저희가 이러고 있겠습니까···.”


힘이 쫙 빠진 거지의 푸념. 이들의 무력감은 하루이틀만에 생긴 그것이 결코 아니었다.

카일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그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도와준다고.”


“네?”


“내가 도와주겠다고.”


이 힘 없고··· 아니 이 힘은 있으나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가 어떻게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단 말인가.


“무릇 한손으로 할 수 있는 일과 열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다른 법이야.”


혼란한 이들에게 카일은 나즈막히 일렀다.


“장정 하나는 결코 물살을 이겨낼 수 없으나, 장정 열명이면 능히 강둑을 쌓아 물살을 막을 수 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사람 여럿이 모이면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단 말 아닙니까.”


“그렇지.”


대답을 하는 거지를 바라보며 카일은 미소 지었다.


“그리고 너희처럼 다른 이들을 핍박하는데 쓰일 수도 있고 말이야.”


“······.”

“······.”


거지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들의 행동이 결코 옳지 않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단지 길을 알지 못했을 뿐이야. 그 길은 내가 알려주면 되는 것이고.”


거지들은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했다.


진짜 우리가 바뀔 수 있을까?

그게 정말 가능할까?


그 생각을 부수려는 듯 카일은 목소리에 내력을 실어내었다.


“세상에 존귀한 것도, 그리고 비천한 것도 없다.”


“오직 너희의 생각만이 너희를 존귀하게, 혹은 비천하게 만들 뿐이다.”


어느새 카일의 설법에 집중한 거지들. 그들의 눈에 희망이란 빛이 조금씩 싹트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그리고 그 눈빛에 화답하듯 카일은 힘을 주며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구원한다.”


***


"그러니까 선행과 참선을 통해 저희도 부처님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럼그럼!"


"저희도 이 굶주림과 배고픔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겁니까?"


"암암!"


"수행하면 저희가 가진 고통과 번민도 사라진다구요?"


"물론물론!"


처음엔 반신반의 하였으나, 어느새 거지들은 카일의 설법에 감화하였다.


수행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내세(來世)에 존재하는 극락이란 개념은 이들에게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코가 하늘을 찌르겠어. 카일."


"당연하지. 거지새끼들 사람 만들어놨는데."


소림에서, 아니 무림에서조차 개차반이라 불리웠던 자신이다. 그런 자신이 불법을 전파하고 사람을 교회시킨다?


- 미친 소리지.

- 암. 미친 소리고 말고요.


유륜을 가장 잘 알았던 사형들이 들었다면 콧방귀를 뀌었을 것이다.


'사형들. 나도 한다면 하는 놈이라고요.'


사형들이 이 곳에 있었다면 코를 아주 납짝하게 만들어줬을텐데!


- 얼마나 하려나. 기껏해야 보름?

- 한 달 동안 지속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소.


아니 시발. 기가 허한가.

자꾸 환청이 들려.


“십새들··· 지금 지져줘!?”


허공에 내뱉는 카일의 외침. 덕분에 거지들은 카일을 처음 봤을때의 공포를 다시금 느꼈다.


한동안 허공과 말다툼을 하던 카일은 정신을 차린 후, 이내 거지들에게 말했다.


“우선 돈부터 번다.”


카일은 세상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바로 돈.

아무 걱정없이 먹고 자고 싸며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원천.


물질에 대한 집착과 소유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 소림이지만, 모순적이게도 소림은 구파일방 중 가장 돈이 많은 곳이었다.


‘그만큼 중요하시단 거지.’


수행에 집중하기 위해선 반드시 의식주의 해결이 필요하다. 이런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주변에 도움만으론 한계가 있는 법.


결국 돈이라는 물질적 요소가 있어야만 수행의 지속이 가능하단 이야기였다. 특히나 개인이 아닌 집단의 경우에는 더더욱.


“야 왕초.”


“예, 옙!”


한때 왕초라 불리웠던 사내는 허겁지겁 카일의 앞에 섰다.


“꿍쳐둔거 다 내놔.”


“그, 그···.”


소중히 모은 자신의 자산을 내주고 싶지 않았던 왕초. 그러나.


“아직도 번뇌하느냐!”


빠악!


“크악!”


순식간에 뻗어진 카일의 발이 왕초의 정강이에 꽂혔다.


“아직 세상물이 덜 빠졌구만?”


“아, 아닙니다! 다 빠졌습니다!”


또 한번 맞을까봐 황급히 몸을 움직인 왕초. 자신만이 알고 있던 깊숙한 틈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었다. 


“여기 있습니다.”


왕초가 준 주머니의 무게를 가늠하던 카일. 


“야.”


“예?”


“좀 가볍다?”


“진짜 전부입니다!”


황급히 손을 내두르는 왕초를 바라보던 카일은 거지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제보 받습니다.”


“?”


“이 새끼가 꿍쳐둔 돈의 행방을 아는 자. 오늘 고기반찬.”


“!”


고기라는 강력한 말 때문이었을까. 왕초가 두려워 주저하던 거지들은 하나둘씩 용기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 침상 밑에···.”

“뒤쪽 기둥에도 하나 숨기는걸 봤습니다.”

“저기 저쪽에도 하나···.”


여기저기 이어지는 제보에 왕초는 망연자실하였다. 돈도 돈이지만, 하나씩 나올때마다 카일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전부입니다?”


“그, 그게···.”


“이게 전부입니다아아아?”


저벅저벅.


천천히 왕초에게 다가가는 카일. 그런 카일을 바라보며 왕초는 생각했다.


차라리 자살을··· 커헉!


***


그렇게 왕초가 꿍쳐 두었던 돈을 탈탈 털은 카일.


제법 액수가 컸기에 그 돈으로 거지들과 잔치를 벌였다. 배고픈 이들에게 잘될 수 있다는 희망과 행복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제보자들의 그릇엔 고기를 두둑히 넣어주었다.


“든든히 먹었으니 우선 쉬라고.”


그 후 카일은 거지들 한명한명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너무 심하게 팬 탓에 심하게 부어올라 있었지만.


“좀 괜찮지?”


“오. 덜 아픕니다.”


진기로 회복시키는데 도가 튼 카일이었기에 그들의 통증을 많이 가라앉혀 줄 수 있었다.


물론 거지들 입장에선 병 주고 약 주는 느낌이었지만.


그렇게 며칠 간 제대로 먹으며 휴식을 취한 카일과 거지들. 그들의 체력이 회복된 걸 확인하자 카일은 도끼 몇 자루를 구매하여 함께 도시 밖을 나섰다.


나무를 베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멈춰라!”


무리를 지은 거지들을 수상히 여긴 경비병들의 제지가 있었으나.


“아이고 경비병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짤랑!


“크흠···.”


벌목을 하러 간다는 말과 함께 몇 푼의 돈을 찔러준 덕분에 크게 문제 없이 도시 밖으로 나설 수 있었다.


“어디가 제일 가깝냐?”


“저쪽입니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숲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자. 가자.”


숲으로 걸음을 옮긴 카일. 그러나 왠일인지 거지들은 우물쭈물거렸다.


“뭐해. 가자니깐.”


“그, 그게···.”


거지들이 계속해서 우물쭈물거리자 카일은 다시 그들 앞으로 다가섰다.


“하, 새끼들. 어른이 말을 하면···"


“자, 잠깐만! 카일!”


또 친구가 유혈사태를 일으킬세라, 리오가 빠르게 중재에 나섰다.


“저 숲 속엔 몬스터들이 있어.”


“몬스터?”


카일은 기억을 뒤졌다. 중원의 귀신이나 마물과 비슷한 개념인 것 같았다.


“그래. 고블린과 오크. 심지어 오우거도 있단 소문이 있다고.”


“흐음.”


카일은 기억을 뒤지고 또 뒤졌다. 하나 몬스터들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기억에서 그것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야. 왕초.”


“네!”


발 빠르게 튀어나온 왕초. 그의 얼굴은 많이 호전됐으나, 아직도 벌에 쏘인 것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너 용병이었다며.”


“맞습니다.”


“그럼 몬스터들에 대해 읊어봐.”


“아 우선···.”


왕초는 몬스터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용병이었던 그의 지식 덕분에 오크와 고블린, 오우거, 그리고 이 숲에 살고 있는 몬스터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너는 몇 마리 상대 가능한데.”


“음 그게···.”


왕초는 자신의 지난 과거를 떠올리며 말했다.


“한창 활동할 땐 고블린은 여섯마리 정도. 오크는 세마리 정도 가능 했습니다.”


“그래? 그럼 문제 없겠네.”


“하지만···.”


왕초는 카일이 몬스터들을 너무 만만히 여기고 있다 생각했다.


“저 스티아 숲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군집을 이뤄 생활하고 있습니다. 적게는 십여마리에서 많게는 수십마리입니다.”


숨을 한번 고른 왕초는 말을 이었다.


“저희들은 검도, 갑옷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 숲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살 행위와도 같습니다.”


왕초의 직언에 카일은 잠시 고민하였다. 허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몬스터는 내가 상대한다. 너희는 나무 베는 것만 집중해.”


“···.”


거지들은 반신반의 했다.


과연 저 자가 몬스터를 전부 상대할 수 있을까?

무기도 없는데?

하지만 자신들을 개박살내지 않았던가.


수 많은 고민의 꼬리들을 물고 늘어진 거지들을 보자 카일은 짜증이 났다.


“아 좀 가자고! 나한테 죽을래? 몬스터한테 죽을래?”


“······.”


그들은 조금 더 살기로 결정했다.


***


숲에 당도한 그들은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도끼질을 할 줄 아는 이들을 먼저 불러모아 일을 시켰다.


탁! 탁!


나무 베는 소리에 몬스터들이 몰려올까 걱정되어 긴장을 한 거지들. 한참이 지나도 기별이 없자 그들은 조금씩 안심하기 시작했다.


“쓰러진다!”


쿵.


제법 크기가 있는 나무가 쓰러지며 지축을 울렸고, 카일은 남은 거지들에게 나무의 잔가지를 쳐내는 작업을 시켰다.


‘3개 정도면 되겠어.’


크기를 미루어보건대 나무 1그루당 8명씩은 붙어야 옮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 포함 총 스물네명이었으니 통나무 세개 정도를 들고 갈 수 있단 계산이 나왔다.


‘내가 하나를 통째로 들어?’


며칠간 음식을 섭취하며 내력을 키운 덕분에 충분한 여력이 있었다. 물론 운기조식 중에 칼침을 맞을까봐 숨어서 하긴 했다만.


‘아니다. 아직은 아니야.’


아무리 내력을 끌어쓴다고 하더라도 아직 단련되지 않은 신체이다. 괜히 무리했다간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두번째는 이 놈으로 가겠습니다.


나무 하나를 벤 벌목조는 탄력이 붙었는지 이내 두번째 나무도 베기 시작했다. 


탁! 탁!


도끼로 나무를 찍는 소리가 울렸지만 숲은 조용했다. 이런 소란에도 별 일이 없자 카일을 하품을 늘어지게 하였다.


“하암. 몬스터 구경 좀 해보려 했더만 코빼기도 안 보이네.”


“어이쿠. 그런 말 마십쇼.”


첫번째 나무를 베고 잠시 쉬고 있던 왕초가 카일에게 말했다.


“용병들 사이에선 금기어나 다름 없는 말입니다.”


“뭐가?”


“몬스터가 코빼기도 안 보인단 말 말입니다.”


“왜. 그런 말을 하면 갑자기 나올까봐?”


왕초의 말을 들은 카일은 낄낄 웃었다.


“실 없긴.”


“아 진짭니다! 꼭 그런 말을 하면 나타나더라니깐요?”


“아 알겠어. 안 할게.”


이 곳에서도 이런 미신 같은게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카일이었다.


중원에서도 비슷한 미신들이 존재했다.

똥을 밟으면 횡재를 한다던지.

칼을 끌어안고 자면 검신이 나타나 무공을 가르쳐준다던지.


사람 사는 건 어딜가나 똑같구나 싶었다.


그렇게 세번째 나무까지 벌목을 한 카일과 거지들. 나름 나무를 베어본 경험 있는 이들이 있던 탓에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옮겨···.”


작업을 지시하려던 카일은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무언가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스락.


기척을 죽이고 다가오는 무언가.

카일은 그것이 들려오자 경계태세를 취했다.


“뭔가 온다.”


카일의 반응에 거지들도 숲 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씩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m정도 되어 보이는 높이에 회색 피부.

손에 들려있는 커다란 배틀액스.


“오, 오···.”


왕초는 그것을 알아 보았다. 용병 생활을 할 때 본 적이 있는 몬스터다. 저것을 상대하느라 동료 세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것은 이제 완벽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려는 듯 표효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오오!”


왕초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것의 정체를 밝혔다.


“오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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