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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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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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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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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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승냥이가 도당을 짓는다 하여 (4)

DUMMY

“끄오오오··· 아아, 아아압!”


광운이 비명인지, 괴성인지, 아니면 진언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공력이 실린 모양인지 설총마저 귀를 틀어막아야만 했다.


“쓰와아앗! 가떼 가떼 빠라가떼!”


한참을 괴성을 내던 광운이 진언과 함께,


푸쉭!


오른쪽 눈에 꽂힌 비수를 뽑았다. 선혈이 솟구치며 하늘을 붉게 수놓았다.


“보디··· 쓰와하···!”


광운의 남은 한 눈이 득구를 향해 타올랐다.


“빛···. 빛이···!”


광운의 발끝에서부터 차크람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땅에 떨어져 있던 차크람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광운의 전신을 휘돌았다. 더는 씨줄만 한 틈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타원의 검역에 득구는 두 눈을 부릅떴다.


“자비는 침묵하고, 타오르는 분노가 세상에 도래하니, 위대한 복수의 마하깔라(大黑天)여···!”


광운의 외눈에서 시커먼 불길이 쏟아졌다.


“다르마(戒律)를 여기 선포하노라.”


차크람이 더는 원형의 칼날을 가진 병기가 아니라, 피륙을 베는 바람 그 자체가 되어 휘돌기 시작했다.


“피해, 피해라!”


설총이 싸움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제기랄···!”


분명 비수가 오른눈을 파고들었다. 충격으로 기절, 아니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피해!”


설총이 달려들어 굳은 득구의 어깨를 걷어차고 검을 휘둘렀다.


카카각!


부싯돌을 긁어도 그런 불꽃이 튀지는 않을 것이다. 매끈한 날의 차크람이 어느새 톱니로 바뀐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칠게 날뛰는 탓에 미친 불꽃이 튀어 오른다.


“멍청아! 빨리 피하라고!”


여전히 핏발 선 눈을 부릅뜨고 광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득구의 뒷목을 잡아챈 것은 제갈민이었다.


“소협!”


제갈민은 뒤를 돌아보는 득구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이다. 득구는 납득할 수 없었다. 조금 남은 것 같았는데. 정말, 아주 조금.


반면, 설총이 검기를 다 펼치지 못하는 것이 범위 안에 득구와 자신이 남아 있기 때문임을 직감한 제갈민은 득구의 목덜미를 잡고 억지로라도 끌기 시작했다.


“뭐해요, 진짜! 이제부턴 정말 방해라구요!”

“제기랄···!”


충혈된 득구의 눈은 광운의 오른쪽 눈에 난 검은 구멍에서 벗어날 줄을 몰랐다. 다시 한번만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이번엔 정말로···.


제갈민이 공력을 써서라도 득구를 끌어내려고 결심하는 그 순간이었다.


“선사! 퇴각이오!”


천중의 목소리가 먼저 들리고,


“내가 말하기를, 미래영겁 불멸하신 마이트레야(彌勒)를 보좌하시는 아찰라나타(不動明王)의 영을 전하노라!”


천둥이 치는가 싶은 소리가 하늘 저편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설총은 검을 휘두르다 아무것도 걸리는 것 없이 허공을 베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시 검을 거두었지만, 광운은 공격하는 대신 양손을 합장한 채로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쿤달리(軍茶利)여, 물러나라.”

“명을 받드나이다.”


광운은 언제 격분을 토해냈었는지 그 흔적조차 찾지 못하게 차분한 음성으로 답을 하곤 연기처럼 사라졌다.


설총은 광운이 사라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못해도 백여 장은 족히 거리가 있을 텐데도, 산을 도려낸 것 같은 존재감을 가진 거구의 괴승이 월아산을 들고 서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설마···?”


설총이 눈썹을 찌푸리는데, 곧 무허가 누군가와 함께 경공을 전개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그 질문엔, 이 몸이 답을 주마!”


무허보다 빠르게 날아와 바람같이 내려선 이는 웬 거지였다.


“와, 나 진짜. 쫌만 늦었음, 진짜, 와···.”


설총이 누구냐 묻기 전에, 득구가 그 정체를 밝혀주었다.


“얼래? 구정 할배는 여기 웬일이슈?”

“이 미친개 시꺄! 네놈은 처묵을 게 읎어서, 어르신의 존함도 짤라 묵냐! 버르장머리라곤 아주 눈곱만큼도 없는 시끼!”


자기 간합 안에 들어올 때까지 설총이 눈치도 채지 못할 구씨 성의 거지라면 세상에 딱 한 사람뿐이었다.


“설마, 구보신개(九步神丐) 어르신··· 되십니까?”

“그렇다! 구보신개는 좀 기니까 걍 걸협(乞俠) 어르신이라 불러라.”


설총은 그제야 상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르신께서··· 저들을 물러나게 하신 거군요.”

“뭐, 지켜보고 있었지. 저기 저 월아산 든 놈 보이냐?”


설총이 고개를 끄덕이자 구정삼이 말을 이었다.


“내가 저놈을 십오 년이나 쫓아댕겼거덩.”

“···그러셨군요.”

“야! 그러셨군요, 라니! 이 몸이 뭔 개고생을 했는지 네가 알기나 하고 그러셨군요. 라고 지껄이냠마?!”


살짝 정신인 나간 게 아닐까 싶은 대꾸에 설총은 아연실색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게···. 저도 무슨 일인지 꼭 듣고 싶습니다만, 지금은···.”

“맞아요!”


제갈민이 끼어들었다.


“지금은 장난칠 때가 아니잖아욧! 이 정신 나간 할배가?!”

“무, 뭬라?! 이눔의 지지배가?!”

“뭐요? 계집? 이 할배가 진짜?! 치매 걸렸어요?!”


두 사람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그 모습을 본 설총은 구정삼의 성격을 대강 파악했다.


“어르신, 저 월아산을 든 괴승은 누구입니까?”

“아, 저놈?”


금방 관심을 설총에게 돌린 구정삼이 월아산의 괴승을 향해 눈을 돌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저놈은 광천사자란 놈이다.”

“과··· 광천?!”

“그래. 오대호법의 일좌.”

“···.”


설총이 기함한 얼굴로 광천을 돌아보자, 다른 이들의 눈도 함께 그쪽을 향했다. 백 보. 그 거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존재감.


“일 다 봤으면 꺼져!”

“으악?!”


설총을 포함한 네 명은 전원 다 귀를 틀어막고 바닥에 엎드려야 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구정삼이 빽,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무시무시한 성량으로, 아주 갑작스럽게.


“마, 말씀을 좀 하십시오!”


무허는 눈물이 찔끔 난 눈을 끔뻑이며 소리를 쳤고, 설총은 골이 좀 흔들리는지 머리를 좌우로 휘휘 저었다. 득구는 잠깐 정신을 놨었는지 귀를 틀어막은 채 자빠져서 눈만 끔뻑였고, 제갈민은 발광했다.


“이···이, 이 미친! 으윽, 거지 같은 할배야!”

“거지 같다니!”


구정삼이 불같이 성을 냈다.


“이 몸은 정진정명한 거지야!”

“이 노망난 거지 할배야!”

“노망나다니! 이눔의 지지배가···!”


설총은 또다시 투닥대는 둘을 말리는 걸 포기하고 광천을 향해 눈을 옮겼다. 공력을 모아 안력을 돋우자 간신히 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광천사자는 뭐라고 말하는지,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씩,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휙, 돌아섰다. 그리고 역시 연기처럼 사라졌다.


“오랜, 만인가? 오랜만이로군. 미친 거지. 그렇군요.”


설총은 먹먹한 귀에서 손을 떼고서 일어났다. 그리고 구정삼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오잉? 설마 그게 들렸어?”

“아뇨, 당연히 들리진 않았죠.”

“한 소가주, 독순술도 할 줄 알아요?”

“조금?”


말을 못 하는 성채에게 가르치느라 배워둔 것을 이런 때 쓸 줄은 몰랐다. 설총은 미간을 좁히고 말을 이었다.


“···오대호법이 직접 나서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글쎄···.”


구정삼의 눈이 득구를 향했다. 설총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놈들이 찾는 게 있어.”

“그게 뭡니까?”

“짐작이야 할 수 있겠지만, 뭔지는 우리도 모르지. 다만 오대호법이 직접 찾아 나설 정도면 그만큼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 책’ 말이지요?”

“그래. 그 이름은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물론입니다. 쉽게 입에 담아선 안 되는 물건이지요.”


구정삼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너 머리가 좀 돌아가는구나?”

“나쁜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겠지. 역시 별호에 현(賢)자 들어간 놈들이 교육은 잘해.”


그 말에 무허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구정삼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여튼! 이 몸이 지난 십오 년 동안! 십오 년씩이나 놈들을 추적한 결과···!”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동시에 셋이나 났다. 설총과 무허, 제갈민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한 차례씩 둘러보고서야 다시 구정삼에게 눈을 옮겼다.


“한 가지 알아낸 게 있지.”

“···그게 뭔지를 말해야죠.”


제갈민이 불만스럽게 중얼거리자, 구정삼은 눈썹을 역 팔자로 뒤집었다.


“아까부터 이 눔이···! 야! 너네 담한가 담탱인가가 글케 가르치드냐! 엉?!”

“백부님을 모욕하지 마! 이 노망난 거지가?!"”

“이···이, 버르장머리 없는 지지배가?!”


설총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젓자, 무허가 설총의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내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

“···뭐라고 말입니까?”

“우리 저번 영웅대회로 모였을 때, 만약 진짜 연화신산이 참석했었더라면 단박에 알았을 거라고 말일세.”

“···아.”

“어떤가? 이제 좀 알겠지?”

“···네.”

“미친 할배야아악!”

“싹수 노란 지지배야!”

“할배 말 다 했어?!”


고희를 앞둔 노인과 이제 갓 지학에 든 소녀가 서로 머리끄덩이를 잡고서 으르렁대는 걸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다 나왔다. 이건 뭐 득구 저리가라 하는 싸움닭이 아닌가? 설총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끄으···. 아이고, 귀야.”


제정신이 좀 돌아왔는지 득구가 귀에 손가락을 넣고 마구 흔들어대며 몸을 일으켰다.


“공력으로 귀를 보호···아.”


설총은 그제야 아직 그 부분까지 안 가르쳐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약간 미안한 마음에 득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물었다.


“괜찮으냐?”

“뭐라구요? 귀찮으냐고요?”

“···됐다.”


득구는 한참이나 더 귀를 후비적대고서야 손을 떼었다.


“···이 미친 할배가.”


그리고 눈에 쌍심지를 켰다.


“화통을 삶아서 처드셨나, 이 노친네가!”


그리고 구정삼과 제갈민이 투닥대는 것에 합류했다. 득구가 제갈민과 함께 구정삼에게 어기대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던 설총은 이마를 짚었다. 무허가 옆에서 설총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도 고충이 상당했겠군.”

“···빌어먹을. 그러니까 말입니다.”


설총이 득구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무허가 구정삼으로부터 제갈민을 잡아 뜯어낸 이후에도 그 셋이 진정하기까진 한참이나 시간이 더 걸렸다.


구정삼은 머리를 감싸 쥐고 말했다.


“여하튼, 놈들은···. 아이코, 두(頭)야. 내 머리털 이거 다 빠진 거 아녀? 몹쓸 놈들 같으니···!! 킁, 쨌든─ 놈들은 하루 이틀 사이에 움직인 게 아녀. 으···. 야! 이 머리 봐라, 머리! 늙어서 숱도 없는 머리가···. 이 뭉텅이 어쩔겨?! 미친 지지배가···.”

“뭐라구요? 여리디여린 소녀의 머리카락을 이렇게 쥐어 뜯어놓고 그게 할 말예요?!”

“콜록! 웨애액!”


무허가 기침을 빙자해 헛구역질해대자, 제갈민은 눈에 불을 켜고 무허를 노려보았다. 설총은 되도록 제갈민에게서 신경을 끈 채로 말했다.


“여쭙고 싶은 게 많습니다만···. 우선 어찌 이 자리에 오셨는지 경위를 먼저 듣는 것이 순서일 듯합니다.”

“아, 그거라면 내가 말해주겠네.”


무허가 눈을 반짝였다.



* * *



한 식경 전.


“후우···. 야, 불 좀 붙여봐.”


천중은 입에 문 여송연을 내밀었다. 수하 하나가 잽싸게 다가와 품에서 화섭자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천중은 긴 여송연이 단숨에 반절이나 타들어 갈 정도로 깊게 연기를 빨아들인 후 머릿속의 무언가가 핑, 도는 것 같은 표정으로 길게 연기를 뿜어냈다.


“푸우우···.”


고개를 꺾고서 하늘 위로 연기를 내뱉은 천중은 한결 개운한 표정으로 무허를 쳐다보았다.


“이제 좀 진정이 되는구먼. 미안하오, 방금까진 머리에 열이 좀 올라서.”

“···헤에.”


무허는 감탄한 얼굴로 천중의 요모조모를 살펴보다가 턱을 짚었다.


“그···. 아, 그래. 천가 패거리라 했던가?”

“천가방이오, 소협. 어찌 아셨소?”

“나도 듣는 귀가 있거든.”


무허가 입꼬리를 끌어올리자, 천중은 무허를 보며 마주 웃어 주었다.


“이거, 참 영광이오. 천하제일문, 무당의 도사께서 우리 패거리 이름을 다 기억해주시고.”


무허는 놀랐다는 표정을 과장되게 지어 보였다. 실제로 놀랐던 탓이다.


“오? 어떻게 알았어?”

“뭐···. 나도 듣는 귀가 있다고 해둡시다.”


무허는 팔짱을 끼었다. 천중이라 했던가?


“하! 대 무당파의 이름 앞에서 그런 태도라?”


천중은 여유작작한 얼굴로 입에서 길게 연기를 뿜어냈다.


“뭐, 나야 별수 없잖소? 위에서 이래라─하면 이러고, 저래라─하면은 저래야 하는 행마 중의 쫄, 쫄 신세에 불과하니 말이오.”

“위라면, 혹시 당신도 백련교도야?”

“어이쿠, 이런. 소협, 말씀 조심해주쇼, 좀. 아직 창창한 나인데 반역도당으로 찍혀서 쫓겨 다니면서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럼, 당신은 뭐지?”

“나야, 의뢰가 있으면 뭐든 다 하는 사람 아니겠소?”


무허가 고소를 머금었다.


“아하, 쓰레기?”


천중은 씩 마주 웃으며 여송연의 연기를 길게 빨아들였다.


“맞수. 내가 딱, 그거요.”

“하하, 이거··· 영 우습게 뵀나 본데? 내가 당신 못 벨 것 같아?”

“어이쿠, 단칼에 모가지를 따시겠지. 나야 뭐 어느 동네 양아치고, 소협은 천하제일문, 무당의 도사 아니오? 에이, 어디 상대가 되겠소?”

“영 매가리 없는 답이군그래.”

“흐흐. 난 가능하면 가늘고 아주, 아─아주 길게 살자는 주의라서 말이오.”

“이거, 이거, 생각보다 재미없는 사내로구만?”


말과는 달리 천중과 말을 나눌수록 무허의 얼굴을 굳어져만 갔다. 아무래도 도발이 먹히는 상대가 아닌 듯하다.


“재미 찾다 모가지 날아간 놈들을 너무 많이 봐서 말이오.”


천중이 씩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켜 보였다.


“보이시오?”

“보이지.”

“머리가 나쁜 사람 같이는 안 보여서.”

“에이, 머리 나쁘면 도사질도 못 해.”

“그러니 말이오.”


천중이 손으로 휘휘 저으며 물리치는 시늉을 했다.


“좀 꺼져주셨으면 좋겠는데?”

“하하···.”


무허는 실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쐐액!


천중은 흩날리는 앞머리가 콧잔등에 내려앉는 것을 보고 나서야 이맛살을 찌푸렸다. 무허는 방금과 똑같은 위치, 똑같은 자세로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단지 손에 검을 빼 들고 있을 뿐.


“너무 우습게 보인 모양인데?”


무허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허공을 격해서 천중의 앞머리를 벤 게다.

그 허공이 무려 다섯 장(약 15m)은 족히 떨어진 거리라는 게 문제지.


“과연···.”


천중은 짜증난다는 듯 자기 머리를 마구 헝클어댔다.


“이래서 무당, 무당 하는구먼? 이야···.”


다시 남은 반절의 여송연이 타들어 가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천중이 중얼거렸다.


“이래서, 사람이 부모를 잘 타고나야 해. 빌어먹을. 밑바닥부터 이게 뭔 개고생이야?”

“···뭐라고?”

“혼잣말이오!”


천중이 품에 손을 넣자, 무허가 검을 까딱거렸다.


“아, 아. 쯧, 쯧. 그 손 가만히 두는 게 좋을 거야.”

“뭐, 별거 없소.”


무허의 위협에도 천중은 품을 뒤져 뭔가 하나를 꺼내 들었다.


“한 대만 더 피려고. 담배 한 대 정돈 괜찮잖아?”


손을 펴들자, 여송연이 삐죽 튀어나온 가죽 주머니와 대나무 통 하나가 들려 있었다. 천중은 거의 다 타들어 간 여송연을 바닥에 퉤, 뱉고서 한 개비를 다시 입에 물었다.


“불 좀 붙이려는 거요.”


다시 손에 든 대나무 통을 흔들어 보이며 안심시킨 천중은 대나무 통의 뚜껑을 열었다.


픽, 펑!


대나무 통에서 붉은 연기가 튀어 올랐다. 무허는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굳혔다.


“불붙이는 겸, 싸움도 좀 붙이려고.”


천중은 씩, 이를 드러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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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화. 들개도, 늑대도 (2) +2 23.10.17 1,399 1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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