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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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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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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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승냥이가 도당을 짓는다 하여 (5)

DUMMY

무허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흐흐흐···. 과연 부동왕(不動王)의 말씀은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다.”


괴한은 투실투실한 턱을 푸들푸들 흔들어가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무당의 검운(劍雲)이라니, 처음부터 대어를 낚으셨군, 시주.”


괴한의 말에 천중은 고개를 꾸벅, 조아리며 답을 했다.


“예입, 저야 그저 선사(禪師)께서 시키신 대로 했을 뿐입지요.”

“한현보의 소가주는 소승이 손을 빌려주지 않아도 되시겠는가?”

“한현보야 뭐, 무당에 비하면 피래미 아닙니까, 피래미? 제 선에서 잘 정리하겠습니다.”

“흐흐, 시주는 항상 대답이 참 시원시원해서 믿음을 주시는구려.”


괴승은 들고 있는 선장으로 땅을 툭, 찍었다. 낮게 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 가보셔도 좋소.”

“예, 예. 선사. 고생하십셔!”


눈앞의 괴한은 거대한 벽이었다. 말 그대로 해석해도 좋았다. 7척(약 210cm)을 훌쩍 넘는 키에 앞뒤 좌우로도 4척(약 120cm)을 훌쩍 넘는 덩치를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거한(巨漢)이다.


무허는 냉정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호흡을 고르고, 천천히 투로를 읽어나갔다. 물론, 결과는 방금과 같았다.


“어딜 가시려고 그러시나? 시주께선 소승과 이야길 좀 나누셔야 하는데.”

“···보아하니, 내가 누군지 아는 모양인데?”

“모를 리가? 화산의 소화검과 무당의 검운은 아주 유명한 신진고수시지 않은가?”


비아냥거리는 것이 분명한 어조에 무허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 가서 실력 자랑하고 다니는 건 종리 형이나 하는 짓인데. 날 어떻게 알았지?”


둥그런 턱살이 남들보다 배는 더 큰 삿갓 밖에서 푸들푸들 흔들린다. 무허는 저 삿갓을 자신이 썼으면 분명 쇄골까지 가려질 거라고 확신했다.


“여유롭기가 아주 마실 나오신 것 같군그래. 내가 그렇게 우습나?”

“비단 시주만이 이유는 아니라네. 그저 오랜만의 외유가 즐거울 따름이지.”


무허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습게 볼 만하다는 건 인정.’


이렇게 빈틈이 없을 수가. 그냥 검을 내지르기만 해도 닿을 것 같은 푸짐한 면적인데, 손이 나가질 않는다. 그야말로 철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 선장(禪杖)···!’


통짜 쇠로 만들어진 선장은 아래쪽에는 초승달 모양의 날을, 위쪽에는 보름달 모양의 날을 가진 월아산(月牙鏟)이었다. 각 날의 좌우로 각각 3개씩 고리가 달려 척 보기에도 무겁고 거추장스런 장식용 무기다.


가장 믿기지 않는 부분은, 아직도 이 괴승이 어떤 무공을 쓰는지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어떤 투로로 살기를 쏘아내도 저 월아산으로 이끌려가서 눈 녹듯 사라진다. 마치 그 스스로 흡입력을 가진 것처럼.


아니, 아니다. 저 월아산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통짜 쇠로 된 월아산에 쓸데없이 쇠고리를 12개나 붙이고서 저런 움직임을 보이는 괴승이 말도 안 되는 괴물인 것이다.


‘대체 뭐 하는 자야? 어디서 이런 괴물이···. 아니, 무슨 멍청한 소리야. 당연히 백련교겠지.’


“현현진인께선 강녕하신가?”

“허, 그걸 왜 나한테 물으시나?”

“아들 말고 그 누구에게 부친의 강녕함을 물어야 한단 말이신가?”

“!”

“무얼 놀라시는가?”


괴승의 둥그런 턱살 위로 패인 미소가 깊어졌다.


“번민이 깊어 보이시는군.”

“···.”

“고민하지 마시게.”

“도문의 제자에게 부처님의 자비라도 베풀어주시려고?”

“아무런 번민도, 염려도 없는 안락한 도솔천으로 보내드리겠네.”

“미친 소리를 하시는구먼?”


무허는 기가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리 스스로 정체를 밝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백여 년이 지났다 하나, 백련교도는 여전히 난신적자! 무림과 대명군─ 아니, 만천하의 공적임을 모르는가?”

“흐흐··· 흐흐흐···.”


괴승이 짙은 살기를 흘렸다.


“승냥이가 도당을 짓는다 하여 백수지왕이 물러서는 것을 보았는가? 미륵께서 도래하실 그때가 머지않았느니.”

“···!”


무허는 자신에게서 대화를 이어갈 여유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괴승이 본격적으로 압박을 시작한 것이다.


“제기랄!”


무허의 검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그 역시 기경팔맥을 개방하고 무인으로서 절정의 문을 열어젖힌 자다. 허무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무허가 정해둔 자신의 결말이 아니었다.


“흐흐흐, 흐흐하핫!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날카롭지 않은가?! 미륵이여! 이 재미있는 것을 그 동안 어찌 인내하며 살았단 말인가? 선재, 선재로다! 미륵께서 큰 공덕을 보이시는 도다!”


7척에 달하는 괴승의 손에서도 그 위용이 흐려지지 않던 월아산이 마치 성장하기라도 한 것처럼 더욱 거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명백하게, 괴승 대신 월아산만이 무허의 눈동자 위로 달의 시작과 끝을 그리며 비치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기합일(身器合一). 그 외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으리라.


검을 틀어쥔 무허의 손에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손아귀가 찢어질 정도로 검을 틀어쥔 것이다. 일생토록 단 한 번도 이 정도로 긴장해 본 일이 없었는데. 심지어 현현진인과 자신의 진실한 관계를 알게 된 그날조차도.


“···뭐든 까봐야 아는 거지.”



* * *



“헉, 헉···!”

“아따··· 거 숨소리 한번 거칠다! 응? 계집들 아주 꼴딱꼴딱 넘어갈 때 내는 소리 같은데?”


달구는 대꾸를 하는 대신 무시무시한 눈으로 천중을 쏘아보았다. 천중은 여송연을 치켜 물고서 연기를 훅, 길게 뱉었다.


“거, 눈 까리 한번 아주 살발하구먼···?”


천중이 이를 드러냈다. 그는 입술을 모아 여송연을 옮겨 물고 말했다.


“쯧, 겁나서 어디 쳐다보겠냐?”

“볼 거 없어.”


달구가 입을 열었다.


“곧 눈깔을 뽑아줄 테니까.”

“흐미, 살벌한 거.”


천중이 입꼬리를 귓가에 걸었다.


“이야, 꿈틀대는 게 아주 똥간 구더기처럼 징글징글하네. 이래서 씨발, 저잣거리 양아치 새끼들하고 엮이면 안 돼요. 햐, 거 곽가네 그 뭐냐? 하남호문? 그 병신들, 우습게 봤는데, 다시 봐야겠다. 요래 살벌한 놈들하고 삼 년이나 치받은 놈들 아니냐? 그냐, 안 그냐?”


말을 마친 천중이 한 걸음 폴짝, 뛰어 날아오는 수하를 피했다. 달구가 집어 던진 것이다.


“캬, 뭔 사람을 됫박마냥 집어던져? 저게 곰이야, 사람이야?”


천중의 감탄인지, 비아냥거림인지 모를 소리에 달구는 뿔이 나도 끝까지 난 모양이었다.


“야, 이 개호로, 쌍놈의 잡놈 새끼야! 이깟 잡졸들 앞세우지 말고 네놈이 덤비라고! 네놈은 사내로서 자존심도 없느냐?! 부랄도 없는 새끼!!”

“어린놈이···.”


천중은 뿌리만 남은 여송연을 픽, 뱉었다. 천중의 눈이 모로 돌아갔다. 나무 사이로 뚱뚱한 몸을 숨기려고 안달복달하는 도끼가 보였다. 천중은 한숨을 픽, 내쉬었다.


“허유···. 제기랄. 이젠 불쌍하기까지 하네.”

“이 새끼가!”

“나름 패거리 굴리는 대가리랍시고 머릴 좀 굴려본 거 같은데··· 너, 머리 겁나게 나쁘구나? 좋아, 그 힘이 아까우니 한 수 일러주마.”


천중은 새 여송연을 한 개비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장수가 판에 껴서 쫄따구들이랑 같이 굴러야 할 정도면 그 판은 망한 거다. 장이면 장답게 빠져 있든지,”


그리고 손가락을 딱, 튕겼다.


“머리 쓰는 놈은 따로 빼돌리든지 해야지. 멍청아.”


수하 한 놈이 만신창이가 된 고무래를 끌고 왔다.


“고작 손모가지 하나 때문에 목숨 거는 꼴이 정말 무지렁이 같아서 살려줄까 했는데,”


천중은 엄지를 거꾸로 내리며 말을 이었다.


“귀찮아서 관둘라고. 얘들아, 빨랑 정리해라. 천호 어르신 대가리에 꼭지가 홱 돌면 우리 다 뒤진다. 정신 빠딱빠딱 안 차릴래?”

“예, 형님!”

“얼른 정리하고, 한설총이 잡으러 가자!”


고무래를 잡고 있던 수하 한 놈이 허리춤에서 큼직한 단도를 뽑아 들었다. 단도를 거꾸로 쥔 놈이 고무래의 목을 그으려고 칼을 가져다 대는 순간,


“안 돼애액!”


툭,


“어, 어?!”


급히 뛰쳐나오다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발이 걸린 도끼가 데굴데굴 굴러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리막으로 한참 굴러 내려간 도끼는 싸워보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되어 대자로 드러누웠다.


─천중의 발 앞에.


“푸헛! 으하, 으하하하핫!”

“···.”

“푸하하하핫─!!”


천중의 입에서 폭소가 터지고 천가방 패거리 전부가 웃음을 터뜨렸다. 도끼는 나무뿌리에 찍힌 등과 돌부리에 들이박은 이마를 붙잡고 끙끙댔다.


“너넨 무슨, 광대 패거리냐?”


키득거리면서 비웃던 천중은 얼굴의 웃음기를 싹 지우고 발걸음을 옮겼다.


“빨리들 처리해라. 귀찮게 시리.”


그런 천중의 앞에,


쾅!


“야, 너네 혹시 월아산을 든 돼지 새끼 하나 못 봤냐?”


하늘에서 늙은 거지 한 명이 마치 새처럼 떨어져 내렸다. 천중의 눈썹이 어긋맞았다.



* * *



제갈민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긴 얼굴이다. 창밖의 비는 어느새 잔잔하게 잦아들어 생각에 잠기기 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흐흥···. 도대체 그 천중이란 작자는 뭐 하는 인간일까.”


제갈민의 혼잣말에 무허는 어깨를 으쓱였다. 무허의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던 설총이 물었다.


“그때 어르신이 개입하신 거로군요.”

“죽다 살았다네.”


무허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광천사자라니. 하하, 이로써 나는 백련교의 오대호법, 그중 최강이라는 광천사자와 초식을 나누고도 살아남─ 아니! 광천사자를 패퇴시킨 다섯 번째 무인이라네!”

“···지랄한다. 여기 할배가 다 한 거잖아!”

“걸협 어르신께서 당도하실 때까지 버틴 것도 나였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만약 제갈, 네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응?”

“···.”


제갈민은 이를 악물었지만, 뭐라 반박하진 못했다.


“에헴! 이 몸의 덕이 아니겠느냐?! 껄껄껄. 이 몸이 주변을 맴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놈이 어찌 마음 놓고 제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었겠느냔 말이지. 푸헐헐헐!”


그때 구정삼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머리엔 커다란 쟁반이 얹혀 있는데, 거기엔 먹을 게 그득 올라 있었다.


“글쎄요, 그런 것치곤, 그자는─”

“···.”

“···아하하, 어르신 말씀이 다 맞습니다.”


무허는 매섭게 째릿 노려보는 구정삼의 눈빛에 두 손을 들었다. 구정삼은 무허를 향해 주먹을 을러대며 콧김을 팽, 뿜었다.


“이눔 시끼들! 꼭 이 늙은 어르신이 움직여야겄냐?! 엉?!”

“우린 식욕 없다니까? 원래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거 아녜요?”


구정삼은 제갈민이 투덜대자, 이번엔 제갈민을 향해 있는 힘껏 눈알을 부라렸다. 제갈민은 눈을 꼭 감고 귀를 막은 다음 혀를 베, 내밀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눔 지지배가···!”


구정삼은 방방 뛰며 화를 냈지만, 제갈민이 여전히 같은 반응을 보였다. 결국 제풀에 지친 구정삼이 먼저 그만두고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구정삼이 그렇게 거칠게 움직이는데도 쟁반 위의 음식들은 뭐 하나 엎질러진 것이 없었다.


“푸헐헐! 역쉬! 배때지에 먹을 게 좀 들어가 줘야지! 에헴!”

“오오!”


득구 말곤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구정삼은 되려, 기뻐 보였다. 아니, 오히려 득구가 달려드는 걸 아니꼽게 바라보았다.


“이눔 시꺄! 아까 주방 가서 남은 음식 좀 받아오랄 때는 안 가더니···.”

“우물우물, 무아우요(뭐라구요)?”

“뭐, 뭐 이런 놈이···?!”


구정삼은 기겁했다. 득구가 음식을 입에 쑤셔 넣는 속도가 가공할 정도로 빨랐던 탓이다.


야단을 치느니 같이 먹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든 구정삼은 잽싸게 앉아 자기도 꾸역꾸역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르신께서는 놈들을 계속 추적해오셨단 말이로군요.”

“으애(그래).”


우물거리는 구정삼을 본 설총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 드시면 여쭙겠습니다.”


쟁반에 가득하던 음식을 전부 해치우는데 반 각이 채 걸리지 않았다. 득구는 맹꽁이배처럼 튀어나온 배를 툭툭 두들겼고, 득구 탓에 얼마 먹지 못한 구정삼은 울상을 지은 채, 득구를 노려보았다.


“그 송화루주가 용케 이만큼이나···.”

“처음에 너무 거지같이 담아줘서 한 대 쥐어박았더니 더 주더라고.”

“아하.”


음, 말려들지 말자─라며 설총은 고개를 저어 주의를 환기하고 다시 물었다.


“놈들을 계속 추적하셨던 거군요.”

“그래. 계묘혈사 직후부터.”

“어째서요?”

“어째서라니?”

“계묘혈사는 당시에 종결되지 않았습니까? 천검이 백련교의 그것을 탈취함으로써.”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설총의 얼굴이 굳어지자, 구정삼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누가 끝났대? 안 끝났어, 아직.”

“끝나지 않았다니···.”

“‘그걸’ 없애버리기 전까진 절대로 안 끝나.”

“···‘그거’라니, 그게 뭔데요?”


득구가 불쑥 끼어들어 물었다. 설총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구정삼은 눈을 번뜩인 후였다.


“삼제진경 말이다.”

“삼···제? 뭔 경?”


득구는 약간 의아한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설총은 굳은 얼굴로 구정삼을 쳐다보았다.


“삼제진경을··· 없애시려는 것이, 어르신의 목적이신 겁니까?”

“그래.”

“그렇다면─”

“천검 어딨냐?”

“···.”


순식간에 설총과 무허, 제갈민 셋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말 씹어서 미안하지만··· 늬들, 질문은 충분히 했잖아. 이젠 답을 할 차례 아녀?”

“···.”

“이 구정삼이가 빙다리 핫바지로 뵈진 않겠지?”

“어르신.”

“십오 년 동안 놈들 꽁무니를 쫓아댕겼다는 건, 그때 발 담근 놈들 꼬랑지는 죄 남김없이 캐봤다는 소리여. 알간?”


구정삼의 눈이 득구를 향했다.


“한현보. 맞지?”

“···.”

“놈의 과거, 행적, 무공···. 출신 문파. 죄 알아내는데 고생 좀 했지.”


설총은 대답하지 않았다. 구정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대답하지 마. 대답할 필요 없어. 큼, 어쨌든···. 놈은 알려지지 않은 게 많은 놈이지만, 그만큼 눈에 띄는 놈이었으니까. 관심 가진 놈들도 많았지. 당연히···.”


구정삼의 눈이 득구를 향했다.


“이것, 저것, 풍문으로 떠도는 소문도 많았고.”

“그랬지요.”

“놈이 한현보 출신이란 걸 알아내기까지 4년이나 걸렸다. 그리고 그걸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있지.”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담담하게 되묻는 설총의 음성에 구정삼은 입술을 비틀었다. 뭐라도 반응이 있어야 치고 들어갈 텐데, 이렇게 담담한 놈은 또 처음 보는 것이다.


“은설이란 여자다.”

“···은설?!”


설총에게 한 이야기인데 되려 반응한 건 득구였다. 구정삼을 옳다구나 싶은 얼굴로 말했다.


“그 여자가 하남제현···. 한주윤과 사형제간인 걸 알게 된 게 계기가 되었지. 그리고 결국···. 그 여자가 한 아이를 한현보에 맡기더라고.”

“···무, 무슨 소리야. 하, 할배. 은설이 누군지 알아? 그 여자 누군지 아냐고!”

“그 아이는 바로···.”


뜸 들이는 구정삼을 지켜보며, 설총이 담담한 얼굴로 입술을 떼는 순간이었다.


“한설초오옹!”


밖에서 화통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왔군.”


설총이 입꼬리를 말았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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