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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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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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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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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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2)

DUMMY

“약왕전이 아니라, 서동천을 알게 되었다는 건···.”


설총의 말에 염천호는 피식, 웃었다.


“예리한 놈. 그래, 네 짐작이 맞다.”


염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당시엔 약왕전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몰랐어. 그저, 신의(神醫)로 이름난 어떤 남자의 소문을 듣고 양주에 갔을 뿐이지.”

“양주···!”


설총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양주라면, 지금 득구가 향한 곳이잖은가?


“이건 내 생각이지만··· 아마, 그 소문이 우리 귀에 들어온 것부터가 우연한 일이 아닐 거야. 왜냐면, 나는 그 이후로 서동천이란 이름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거든. 마치,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했던 적이 아예 없는 것처럼 말이야.”

“···예? 그게 무슨···.”

“딱 한 번··· 천검의 입에서 그 이름을 듣기 전까지는··· 나조차도 잊고 살았지.”


설총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염천호를 바라보았다.


“잠시, 지금 말씀대로면··· ‘양주에 사는 신의’라는 소문 자체가 본래는 없었는데··· 그걸 만들어냈다는 겁니까? 인위적으로요?”

“맞아. 역시 말귀가 빨라서 좋구만.”

“···그게 가능합니까?”

“소문을 지어내는 것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 바람잡이 몇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해.”

“···허.”

“단지···.”


염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검지로 탁자를 톡, 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지어낸 소문을 없애는 건 쉽지 않지. 하물며 한 성에서만 퍼진 소문이 아니라, 다른 성까지 파다하게 퍼져 있던 소문이, 어느 한순간에 완전히 사라진다는 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그건 그렇죠.”

“그런데 놈은··· 그 불가능한 걸 해냈어.”

“···.”


설총은 말을 잃었고, 염천호는 이야기를 멈췄다. 자연스럽게 침묵이 방 안에 내려앉았다. 두 사내는 각자 어딘가 먼 곳으로 시선을 향한 채 침묵에 잠겨있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로군요.”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설총이었다.


“그래, 맞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문주님께서 입에 담기엔··· 너무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염천호는 피식, 웃었다.


“그건 그래.”

“어쨌거나, 그 서동천이란 자가 구운상─ 검귀의 구음절맥을 치료해준 겁니까?”

“치료?”


염천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 치료라고 할 수 있을까?”

“네? 그건 또 무슨···.”

“아까부터 자꾸 의문을 해결해주진 못할망정, 물음표만 던져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솔직히 말하지. 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도 이해가 잘 안돼. 그러니까, 그냥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담백하게 말하겠어.”

“···예, 그러시죠.”


염천호는 한 문장을 끝맺을 때마다 검지로 탁자를 톡, 톡 두드리며 말했다.


“그가 말하더군. 앞으로 15년, 구운상의 생명을 연장해두었다. 그리고 나았어. 그게··· 다야.”

“···잠, 잠깐만요. 방금 뭐라고요?”

“그게 전부라고. 만난 지, 반 각(약 8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하고 갔어. 그리고 구운상의 몸은 나아 있었지.”


설총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얼빠진 표정으로 염천호를 쳐다보았다. 설총의 흔치 않은 흐트러진 표정에 염천호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네놈이 그런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억울함이 좀 가시는 것 같구나. 여태까진 나만 멍청하게 이해 못 한 것 같아서 썩 억울했었단 말이지?”

“···.”


염천호의 농담에도 설총은 표정을 펴지 못했다. 잠시 굳은 얼굴로 생각을 정리하던 설총이 말했다.


“···말씀하신 그 모든 게 전부 사실이라면··· 그 서동천이란 자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닙니까? 무언가 특별한 방법을 쓴 것도 아니고, 그저 말을 내뱉은 것만으로 구음절맥을 치료하거나, 사람의 수명을 늘려주다니··· 그게 무슨···!”

“아마도 그런 불가해 때문이겠지.”

“···예?”

“그 여자··· 당교옥이 백련교의 사독파파가 되기로 한 것 말이야.”

“···.”


염천호는 손가락을 두 개 펴들고 말했다.


“확실한 건, 두 가지야. 하나는··· 서동천이란 놈은, 방금 내가 말한 대로, 불가해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지금 네 몸 안의 ‘그것’도 그자라면 어떻게든 해결해줄 거다.”

“···.”

“또 하나는··· 15년이야.”

“예?”

“고작 15년밖에 늘려주지 않았다는 거야. 서동천의 말대로 된다면··· 구운상은 결국 죽게 될 거란 이야기였지. 15년이 지나··· 계묘년이 오면 말이야.”

“···그게 그렇게 되는군요.”

“맞아. 당교옥은 그래서··· 사독파파가 되기로 한 거야. 자기 아들을 살리기 위해···.”

“···.”


설총은 그제야 염천호가 처음 했던 이야기의 진의를 깨달았다. 곧, 당교옥─ 아니, 사독파파는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몇천, 아니 몇만은 우습게 넘어갈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다.


과연, 이것을 ‘모성애’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가능하면, 아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 거지.”

“···그렇군요.”

“나로서는··· 너에게조차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부담스럽다.”


염천호의 말대로다.


아무리 구정삼이 걸협, 당금 강호에서 제일가는 협객이자, 천하삼절의 일좌라 한들, 그의 아내와 아들이 모두 강호에서 최악으로 일컬어지는 살인마이자, 공공의 적이라면─


“검귀나 사독에게 가족을 잃은 누군가가, 그 핏값을 구정삼이에게 청구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노릇이지. 미친 거지가 자유롭게 운신하기 위해서는··· 숨겨야만 했어. 놈은 탐탁지 않아 했지만··· 강호가 원래 그런 곳이란 걸 모르는 놈은 아녔으니까.”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겨있던 설총은 화제를 돌렸다.


“이야기를 다 듣고 봐도···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군요.”

“뭔데?”

“사독파파가 천검을 미워할 이유는 알겠습니다. 하면··· 주규는 무슨 이유로 천검을··· 아니, 시우십결을 증오하는 것일까요?”

“그놈이··· 시우십결을 증오한다고?”

“예.”


염천호는 자신이 옛일에 너무 매몰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지금보다 옛일이 더 선명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천성인가 싶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화제의 주인공은 사독파파가 아니라 주규였다. 아마도 설총이 없었다면, 분명히 이번 천하지회의 주인공이 되었을 사내. 그리고, 원종대사가 준비한 으뜸패.


‘그런 사내가 보이는 ‘증오’라···. 증오는 아무 근거도 없이 품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니지.‘


염천호는 그제야 수수께끼가 풀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네 ‘느낌’이란 거냐?”


설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염천호는 깨진 곰방대 부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네놈이야 촉이 날카로운데다, 통찰력이 있는 놈이니···. 잘못 보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설총이 고개를 끄덕이자, 염천호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는 건··· 놈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네 말대로, 어쩌면 원종이 놈을 준비한 게 아니라··· 오히려 놈이 원종을 끌어들인 것일지도 모르겠군.”

“예. 적어도 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설총의 대답에, 염천호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기왕 그랬으면··· 차라리 목을 날려버리지, 왜 쓸데없이 팔만 썰고 말았냐?”

“그게···.”


설총은 미간을 좁혔다.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시우십결을? 놈의 검을?”

“둘 다요.”


염천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가 검을 멈출 수 없었단 말이냐?”


염천호가 지금까지 본 설총의 검은 지독할 정도로 세밀한 검이었다. 초식을 완성된 동작이 아닌, 한 획의 단위에서 조정할 수 있는 그야말로 초정밀의 초식을 구사하는 것이 바로 염천호가 아는 설총이란 무인이었다.


“진기가 고갈되어서? 아니, 멍청한 소리였군.”


진기가 모자랐더라면, 그런 검을 펼칠 수 없었을 테니까. 다시 말해,


“···드디어, 뭔가가 보였냐? 네 시우십결의··· 다음이?”

“예.”


명쾌한 단답이었다. 보통 약관이라면, 약간의 진보만 있더라도, 호들갑을 떨며 자랑하기 바쁜 나이다. 재미없는 설총의 답변에 염천호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설총은 겸연쩍은 미소만 지을 뿐, 말을 아꼈다.


“···뭐,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만 알고 있으마.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바로 말씀드리지요.”


흥, 염천호가 코웃음을 쳤다.


“네 목숨이니까 알아서 잘 굴리라고. 이쪽에 민폐는 끼치지 말란 말이야.”

“후후, 그러지요.”

“뭐, 좋다. 그 문제는 일단 차치해두자고. 지금 생각해봐야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니까.”

하긴, 더 중요한 문제가 아직 남아 있었다.

“이제 본회다. 여기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냐?”

“그건 말입니다···.”


설총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처음엔 소림을 설득하는 것이 핵심 아니었습니까.”

“그랬지.”


이젠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하남에서 소림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처음엔 충분히 설득력 있는 계책이었는데 말입니다. 아쉽게 됐습니다.”


소림은 숭산─ 아니, 하남성을 대표하는 문파다. 지난 15년간 봉문을 이유로 침묵해왔지만, 본래 하남성 내에서 일어나는 소요에는 반드시 소림이 개입했었다.


“도리어 그들이 개입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아니, 그보다 심하지.”


염천호의 단언에 설총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은 이 사태를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말하고 싶군.”


소림은 그야말로 천호무인 진량과 하남제현 사이가 틀어지기만을 기다렸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완벽한 순간에 하남제현을 채갔다.


“왠지 죄송합니다. 득구를 좀 더 잘 설득했더라면··· 시기는 미룰 수 있었을지도요.”

“아니. 시기상응(時機相應)이었을 뿐이다. 만약··· 미친개 녀석이 계기가 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알 수 없는 시기에, 더 은밀한 방법으로 계기를 마련했을지도 모를 일이야.”

“그점에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뭐, 뭐라 한들 미친개 녀석은 정신머리에 조율이 필요하단 점은 변하지 않는다만.”


설총은 피식, 웃으며 염천호의 농담을 받았다. 염천호는 쓴웃음을 짓고 비틀어 올린 입술 그대로 설총에게 말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된 이상, 전면 수정이 필요하겠지?”

“음,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염천호의 이맛살이 확 구겨졌다.


“···뭔가 생각이 있는 거 아녔냐?”

“있었죠.”

“뭔데?”

“지금 어르신께 여쭙고 있잖습니까?”

“···.”


염천호는 핏대를 꾹꾹, 눌렀다.


“늬 집 미친개마냥 일을 막 벌리지 않았음 싶다만? 난 미친 거지 한 놈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벅차단 말이다.”

“뭐, 수습은 직접 하고 있잖습니까?”


어깨를 으쓱, 드는 설총의 말에 염천호는 말문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맞네, 제길.


“제기랄, 방식이 너무 위태롭잖냐!”

“그건 인정합니다.”

“미친개 녀석의 또라이 기질이 어디서 나왔는지 말할 것도 없구만···.”


쯧쯧, 혀를 차는 염천호에게 씩, 웃어 보인 설총은 화제를 돌렸다.


“우선은 천하지회에서의 구도가 어떻게 되는지를 먼저 알려주십시오. 어디서부터 설득해야 할지, 지도를 한번 그려보고 싶습니다.”

“···지도?”

“예. 정치적 지형 말입니다.”


설총의 단어 선정에, 염천호의 눈에 번뜩, 불이 들어왔다.


“재미있는 단어를 쓰는구만.”

“과찬이십니다.”

“정치적 지형이라··· 좋아. 그건 쉽군.”


염천호는 즉시 방 한편에 준비된 지필묵을 펼쳤다. 슥슥, 붓을 놀리자, 종이엔 삼각형이 그려졌다.


“먼저, 천하오대문파는 한 계파라고 봐도 좋다. 물론, 이들이 가장 세력이 크지. 저번에 설명해줬지만··· 너를 제외한 천하십이본은 전부 한 문파가 4개의 표를 들고 있다고 봐야 해.”

“뜻을 같이하는 타 문파의 장문인 세 사람을 대동한다, 그 말씀 말입니까?”

“그래.”


오각형의 가장 윗 뿔에는 다섯 오(五)자, 그리고 그 밑에 스물(二十)이란 숫자를 적어 넣은 염천호는 이어서 좌측 뿔에 다른 글자를 적어 넣었다.


“그다음이 신진삼세(新進三勢)다.”


신진삼세면 남궁, 제갈, 황보의 세 세가를 일컫는 말이다.


“사대세가가 아니라요?”


분명 세력 면에서는 제갈세가가 군웅칠세 중 필두로 자리 잡은 것이 현실이지만, 여전히 사대세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사대세가는 뭉치질 않거든. 각 문파의 성향이 너무 강해.”

“···아. 그런.”


염천호는 삼각형의 좌측 뿔 옆에 석 삼(三)자를 쓰고, 그 밑에 열둘(十二)이란 숫자를 적어 넣었다.


“오대문파가 스무 표, 신진삼세가 열두 표를 가졌군요.”

“그래.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대형 세력은 이 둘이지. 그리고···.”


염천호는 오른쪽 뿔 옆에 하북(河北)이란 글자를 써넣었다.


“하북성을 근거지로 하는 두 세가, 팽문(彭門)과 언문(彦門)이 그나마 한 축으로 묶여있다고 볼 수 있다.”

“하북팽가와 진주언가가 한 편이었군요.”

“한 편이랄까? 그보단 일종의 공생관계라고 봐야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랄까.”


하북 밑에 여덟(八)을 적어 넣은 염천호는 이어서 삼각형의 좌변 중앙에 악(岳), 우변 중앙에는 당(唐)자를 써넣었다. 그리고 각 글자 앞에 찍어둔 점을 잇자, 기이한 모양의 오각형이 그려졌다. 마치 별이 반짝이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 같은 오각성이었다.


“음, 해석해보자면··· 당문은 오대문파와 하북이가(河北二家)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편이고, 악문은 오대문파와 신진삼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형국이겠군요?”


염천호가 씩, 웃었다.


“뭐, 비슷하다. 그것보단··· 오대문파에게 너무 유리한 결정이 내려진다 싶을 때, 하북이가를 끌어들여서 견제하는 형태에 가깝다. 여기 이 두 문파는···.”


염천호는 악문과 당문 사이에 줄을 슥, 긋고 말을 이었다.


“서로 양극단에 존재한다고 보면 정확하다. 중도에서 가장 큰 세력을 차지하고 있는 오대문파를 중심으로, 그 좌우에 각각 신진삼세, 하북이가가 자리했다면, 악문은 좌변의 극단, 당문은 우변의 극단에 선 셈이지.”

“악문과 당문이요?”


설총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자, 염천호는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품속을 뒤지다가, 곰방대를 망가뜨린 것을 기억해내고 쩝,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것보단, 성향이 다르다. 악문이야─ 저 악왕(岳王), 악비(岳飛)의 후예가 아니냐? 전통적으로 품위와 체면, 그리고 정의를 중시하거든.”


설총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거 맘에 드네요.”

“한 가지만 말해두자면···. 악문이 추구하는 품위와 정의는 네가 추구하는 그것과 깨나 다른 기준일 게다.”

“···그런가요?”


염천호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천하십이본 아니냐.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박힌 상식이란 게 좀 다르다 이거야.”

“흠, 그렇다면 당문은···.”

“그래. 그 평판에 걸맞게 지독하게 독선적인 성향을 가졌다. 좋게 표현해보자면··· 실리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겠지. 극단적으로 말이야.”

“···그렇군요.”


설총은 미간을 찌푸렸다. 염천호는 골머리 썩는 설총의 모습이 깨소금인 듯, 씩 웃으며 말했다.


“어때, 좀 감이 와?”

“음··· 아직은, 이지만요.”


설총은 씩, 웃으며 ‘지형도(地形圖)’를 접어 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그래라.”


염천호는 콧방귀를 끼며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곰방대나 고쳐보든가, 새 걸 구하든가 할 테니까. 골치 좀 썩어봐라.”


방을 나서며 악담을 내뱉는 염천호에게 설총은 미소로 답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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