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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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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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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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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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적(敵) (3)

DUMMY

“하면, 무종 폐하께서 암살이라도 당했다는 거요? 그것도 강호인에게?”

“청강포에서의 일은 사고나··· 우연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두 사람의 날선 언사를 지켜보던 연화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대례지의(大禮之議)라.”


연화는 한숨을 내쉬듯 중얼거렸다. 아마도 이 자리에 스승님께서 참석하셨더라면··· 지금쯤 심장발작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대례지의라고 불리는 거대한 정쟁은 곧 이번 천하, 가정(嘉靖)을 여는 첫 정쟁(政爭)이었다.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이 정쟁의 쟁점 자체는 간단했는데, 곧 새로이 천자가 된 주후총은 누구를 아버지로 모실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친부(親父)인 홍헌왕을 황고(皇考)로 추존할 것인가, 아니면 백부인 홍치제(弘治帝)를 양부로 모셔 기존의 정통성을 이어갈 것인가?


주자의 성리학을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는 명나라에서, 절대 권력의 기반을 오롯이 천자의 정통성에 기대고 있었던 황실이다. 당연히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2개의 계파로 갈린 권신들의 4년에 걸친 정쟁 끝에, 홍치제를 양부로 모셔 기존의 정통성을 잇고자 했던 양정화 등의 예법파가 몰락하고, 가정제 주후총은 새로운 ‘정통성’을 만들 것을 천명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정통성’은, 스승 담하의 말을 빌리자면 ‘동쪽의 서편’과 같은 것이다.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것을 붙여놓았으니, 그 가치관이 서로 부딪히는 것은 당연지사다.


결국 억지만 남게 된 천자의 곁에는 그 억지에 동참하는 것으로 권력의 단맛을 보고자 하는 간신배들만이 남게 되었다. 성화제, 홍치제, 정덕제, 그리고 가정제까지 무려 4명의 천자를 모신 명재상 양정화는 그렇게 몰락했다. 그를 따르던 189명의 중신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양정화의 정치적 적장자였던 담하가 스승의 파직에 낙향을 선언하지 않고, 정적들의 비웃음을 참아가며 조정에 남았던 이유는 이 간신배들을 견제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간신배들과 다툴 수는 있어도 눈을 감고 귀를 막은 황제와 다툴 수는 없는 법.


‘그런데 바로 그 정덕제에게 아들이 있었다. 그것도 숨겨진 아들이···.’


만약 정계에 한 발이라도 걸친 사람이 이 자리에 있다면, 천명을 걸고 덤벼들 만한 일이다. 이미 명의 황실에는 전례가 있다. 그것도 폐위되었던 황제를 복위시킨 전례가.


정통성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그것도 대명천하가 시작된 이래 제일의 폭군이라 일컬어지는 천자라면, 그보다 더 나은 정통성과 인격, 재능을 갖춘 이가 등장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아니, 아니다. 이건 답이 너무 뻔한 의문이다. 홍륜··· 아니, 주규의 신원보증인이 원종대사인 시점에서 이미 이 질문의 답이 나와 있다.


애초에 이 주규를 ‘이렇게’ 키워놓은 사람이 원종대사다. 그에게 소림 방장의 적전제자, 속가제자로 소림의 신공을 전수 받은 최초의 인물이란 제호(題號)를 붙여준 사람이 바로 원종대사란 이야기다.


‘곧 ‘정천맹’의 시야는 강호에만 머무르지 않으리란 의지 표명으로 봐야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 상황을··· 여기까지 연출해낸 주체는 누구지?’


이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한다면··· 이번 천하지회에서 제갈세가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역할에 만족해야만 하리라. 어쩌면, 소림을 제외한 모든 문파 전부가.


연화가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주규의 말이 들려왔다.


“어쩌면, 오대문파 중에 있는지도 모르지요. 혹은 군웅칠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작금의 천하에 백련교도들이 염원하는 혈겁을 이용하려는, 그 혼란 중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암중의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승하하신 무종 폐하의 뜻을 이어받아 그들을 색출하고, 저지하기 위해 소림에 투신한 것입니다.”


주규의 마지막 말을 가만히 곱씹던 연화는 피식, 웃음소리를 냈다.


“···촌극이군요.”


연화의 말은 명백히 격앙된 어조였다. 삼비는, 그런 연화의 의도를 깨닫지 못하고 되물었다.


“어떤 의미로 말입니까?”

“저 주규란 사람이 말한 무종의 흔적 중에서 증명할 수 있는 게 있나요?”


삼비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이미 40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물론, 십비가 결성되기 전이다. 그렇다고 당시에 제갈세가가 정보 수집을 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삼비는 그가 기억하는 당시 정세에 관한 모든 정보를 되짚어본 다음 답했다.


“···없습니다.”

“무종께서 암행을 택하신 거라면, 그 증거는 더욱 찾기 힘들어지겠죠. 즉··· 저 주규란 사내의 말을 뒷받침하는 건 오직 원종대사의 비호뿐이라는 뜻입니다.”


원종대사를 믿을 수 없다면 천하에 누굴 믿을 수 있겠느냐마는, 그렇게 답할 수야 없다. 삼비는 어디까지나 정보기관의 세작이다.


“천자의 암살을 기획하고, 실행할 정도의 세력. 그것도 백련교가 아닌··· 삼비는 이 말을 어떻게 느끼죠?”


삼비의 미간의 골이 더 깊어졌다.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맞아요. 저 사내는 지금,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어요.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지요.”


연화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사내의 말대로라면··· 천하십이본까지도 포함한 ‘암중세력’의 용의선상에서 소림은 완전히 제외되는 것이고요. 오직, 소림만.”

“···!”


가능하면 비무회에서는 방관자로 남아 있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대충, 의도는 알겠군요. 하긴, 단순한 충동질이었더라면 재미없었겠지요.”

“···소문주님?”


연화는 연무장의 중앙을 향해 걸어 나갔다.



* * *



“신기천성의 무결함을 의심하시는 건가요?”


그 내용에 담긴 날카로움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고 단아한 음성이었다. 연무장의 모든 이들의 이목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연화신산.”

“주 소협··· 이렇게 호칭해도 괜찮으실까요?”

“편하신 대로 불러주시길.”


연화는 고개를 끄덕이고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주 소협의 말대로라면 천하의 모든 문파가 불온 세력의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는데··· 그 가운데에서 오직 소림만 무결함을 주장할 수 있게 되는군요.”


연화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일변했다. 연화는 변한 공기를 확인하고 그 위에 한 문장을 더 얹었다.


“물론, 소림의 고결함이야 천하가 다 아는 것이겠지요?”


한순간에 일변한 분위기를 느낀 주규는 옅게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이런, 너무 비아냥대지는 말아주십시오. 그런 의도로 말씀을 드린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지요?”

“후후··· 이런, 이런.”


잠시 뜸을 들인 주규는 연화가 다시 말을 꺼내기 전, 입을 열었다.


“천하의 모든 문파에 무고함을 묻고자 했더라면··· 사부님께서 천하지회를 선포하신 일은 천하에 어리석은 짓이었겠지요. 당연히 그런 의도는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원종대사를 ‘사부님’이라 칭한 주규의 용의주도함에 연화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여쭈었던 것 같습니다만···.”

“후후, 그렇지요.”


주규는 입가에 머물던 고소(苦笑)를 지우고 말했다.


“이미 지난 10년에 걸친 조사 끝에, 암중세력의 꼬리는 거의 잡은 상황입니다. 물론, 사부님께서는 그 모든 진상을 밝히고자, 이번 천하지회를 선포하신 것이지요.”


잠시 숨을 고른 주규는 몰아치듯 말을 이었다.


“강호에 퍼진 분란의 독···! 그것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쟁 구도는 위험합니다. 이미 백련교의 계묘혈사가 증명해주었듯, 한 기치 아래에 서지 않은 강호는 모래성과 같지요.”


15년은, 혈겁의 기억을 잊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주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에는 분명한 위기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두려움도.


“대체 그 암중세력이 어디요?!”

“이미 꼬리를 잡았다면··· 지금 당장 밝혀주시오!”

“사부님께서 모든 것을 본 회에서 밝혀주실 것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본 회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마흔아홉뿐이다. 나머지는 회가 끝나기를 기다려야만 한다. 게다가, 본 회에서 진행된 이야기 중 절반 이상은 비밀에 부쳐질 것이다. 즉, 본 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9할 9푼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저 따르기만 해야 한다. 어쩌면, 당사자들의 목숨이 걸린 혈겁을 앞두고.


“지금 밝혀주시오!”

“계묘혈사와 같은 혈겁이··· 다시 도래하게 될 가능성이 단 일 푼이라도 있다면! 우리도 그 원인을 알아야만 하겠소!”

“밝혀주시오!”

“···후후.”


드디어 기다리던 반응이다. 주규는 피로와 성취감이 서린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요. 제가 밝힐 수 있는 것은··· 그저 삼제진경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삼제진경?”


삼제진경, 그리고 백련교도가 아닌 자. 사람들의 눈이 설총을 향했다.


“···천검?”



* * *



말이 많은 청년의 모습은 꾸밈으로 보인 것이 아니었나? 아니, 애초에 동일 인물이라기엔 그 기도(氣度)가 너무나 다르다.


설총은 눈살을 찌푸렸다.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기도를 발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불가능한 것을 이미 목격한 바가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주규 또한 백련교와 연관이 있다는 뜻인가?’


아니, 단지 주규와 홍륜, 두 사람 모두 말이 많은 성격일지도 모르지. 백련교의 호법이 보여주는 기도의 변화, 성정의 변화는 좀 더 극적인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그 변화는 삼제진경에서 나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즉, 이 주규란 자의 경우는 그와 완전히 똑 닮은 그림자 무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림자 무사, 인가. 그거라면···.’


행동거지나 습관 등, 여러 부분에서도 닮은 모습, 혹은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설총의 심중은 점점 그림자 무사 쪽으로 기울어갔다.


‘무엇보다, 서왕 어르신의 말씀을 생각해본다면···.’


그림자 무사라고 한다면··· 덕화루의 영웅대회 때 본 홍륜은 그 마익수란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저 주규란 자가 제 입으로 귀띔하지 않았던가?


‘아쉽군요. 거의 맞추셨는데 말입니다.’


설총은 그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실수로 한 말은 아닐 터이다. 의도적인 누수로 봐야 마땅하다.


‘···서왕 어르신을 향한 경고.’


그렇게 생각하면 아귀가 맞는다.


‘우리가 마익수에 대한 정보를 쥐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대비가 끝났다는 뜻도 될 것이다. 섣불리, 마익수를 이용하려 들다간 재미 못 본다, 이건가?


“글쎄요. 제가 밝힐 수 있는 것은··· 그저 삼제진경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설총은 단숨에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보았다. 대놓고 시우십결을, 천검과의 연결고리를 드러낸 마당이었으니, 이 주목은 합당하다.


‘···기대했던 방식은 아니지만 말이야. 무엇보다 저 자···.’


너무 능수능란한데? 설총은 이맛살을 찌푸리고, 검을 틀어쥐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 *



“방장.”


한참이나 침묵을 지키고 있던 현문의 입이 열렸다. 작은 차화로(茶火爐)에 다기를 몇 번이나 다시 데우던 원종대사는 하지도 않은 질문에 답을 하듯 말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으시오? 날이 갈수록 새롭고, 신기한 물건들이 계속 선보이니, 이미 지나온 세월의 변화를 되짚어보면, 앞으로는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라질까 하는 두려움마저 드는 것이 이 늙은이의 솔직한 심정이오.”

“···.”


현문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화기를 조율해, 위에 올려놓은 다기를 끓어오를 정도로 뜨겁게 달구지 않는 이 작은 차화로는 확실히 신기한 물건이었다. 만약 그의 속에서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현문 역시 이 신기한 물건을 하나쯤 새로 장만해야겠단 생각을 했을 터였다.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임에 있어 망설임이 덜한 법이 아니겠소? 사람이 점차 나이가 듦에 따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은 그만큼 익숙한 것이 많아져 버린 탓이 아닐까 싶구려.”


평소라면 가볍게 웃어넘겼을 개소리를,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현문은 이를 드러내고 말했다.


“원종대사, 우리는 한배를 탄 것이 아니었소?”

“···음?”


그제야 현문의 심기를 알아챘다는 듯, 원종이 난감한 얼굴로 현문을 쳐다보았다. 현문은 뺨이라도 후려쳐주고 싶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간신히 진정시킨 후 무겁게 말했다.


“빈도는 지금까지··· 대사와 함께 천하지대사를 논의하는 동행인 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사께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니, 그 무슨 섭한 말씀이시오?”

“천하인들이 천하지회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 줄 정녕 모르십니까?”

“그야, 비무회의 우승자가 아니겠소?”


원종대사는 그 특유의 덤덤한 음성으로 답했다. 그 능글맞은 면상에 대고 얼빠진 소리 하지 말라고 소리쳐 주고 싶었던 현문은 간신히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렇지요! 천하인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바로 비무회의 우승자입니다! 한데, 그런 비무회에 이미 우승자가 내정되어 있음을 지금까지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으셨다는 건···.”

“···아, 그 얘기였소? 이런, 난 또 다른 이야긴 줄 알았구려.”

“···뭐요?”


더는 참을 수 없었던 현문은 살기까지 내비쳤다. 일촉즉발이라 해도 무방할 심대한 순간에, 원종대사는 유유자적, 찻물을 들이키며 중얼거렸다.


“그 나이에도 혈기가 방장하시군그래. 참 부럽소이다.”

“···작작 하시오!”

“우선은 좀 진정하시오. 내 진즉 현문진인께 아무 언질을 드리지 못한 점은 이렇게 사죄를 드리겠소.”

“지금 이게 사죄로 끝날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거요?”


현문은 적의로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뚫어져라 원종대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본 현문진인은 지금, 무당의 대표로 이 자리에 섰단 말이오, 대사.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아신다면···!”

“해서 진인께 천하지회 본회의 의장 자리를 드린 것이 아니오?”

“그건···!”


멍청하게 장문령을 천자에게 내어준 탓이 아니냐고, 반문하려던 현문의 입 대신, 그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

“아, 실은 되돌려 받은 지 좀 됐소이다. 사실, 천자께선 별로 관심 없어 하셨다더군.”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는 원종대사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현문은 원종대사가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정도로, 은밀한 경지의 허공섭물을 펼친 것보다 들고 있는 물건에 더 큰 경악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녹옥불장(綠玉佛杖)이었다.


“후후, 현문진인. 진인께서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구려.”


뜨겁던 현문의 머릿속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현문은 축축하게 젖어버린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면서 되찾은 신중함을 담아 되물었다.


“···제가 알지 못하는 둘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

“천하인들은 말이오, 비무회의 우승자에게 그냥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오.”


원종대사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떤 이가 천하지회 본회의 49석이라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오. 그 우승자가 마치 자신이 그 영광을 손에 넣은 것 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강호인들이 격동하고, 요동하는 것이라오.”


현문의 표정이 달라졌다.


“···무종의 친자라는 그자는, 설마···!”

“후후후후.”


원종대사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빚은 이야기는 아니라오. 나는 다만 그를 발견했을 뿐···. 하나, 생각해보시오, 현문진인. 폭군의 암수에 의해 암살당한 전임 황제의 장자, 그가 남긴 유일한 아들. 이것만으로도 썩 괜찮은 그림이 되지 않소이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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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43화. 백무원(白武元) (3) 24.01.14 354 8 14쪽
147 43화. 백무원(白武元) (2) 24.01.13 360 7 17쪽
146 43화. 백무원(白武元) (1) 24.01.12 371 7 17쪽
145 42화.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 것은 억울하다. (2) 24.01.11 360 7 15쪽
144 42화.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 것은 억울하다. (1) 24.01.10 383 7 14쪽
143 41화. 격랑 위로 이는 폭풍은 나비의 날갯짓에서 비롯되나니 24.01.09 379 7 14쪽
142 40화. 내통(內通) (2) 24.01.08 353 5 15쪽
141 40화. 내통(內通) (1) 24.01.08 375 5 16쪽
140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5) +1 24.01.07 387 8 14쪽
139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4) +1 24.01.06 389 11 14쪽
138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3) +1 24.01.05 384 10 14쪽
137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2) +1 24.01.04 389 8 16쪽
136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1) +1 24.01.03 389 8 19쪽
135 38화. 성령독요(聖靈獨耀) (2) +1 24.01.02 391 11 16쪽
134 38화. 성령독요(聖靈獨曜) (1) +1 24.01.01 381 8 14쪽
133 37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4) +1 23.12.31 379 9 15쪽
132 37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3) +1 23.12.31 363 9 16쪽
131 37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2) +1 23.12.30 377 11 15쪽
130 37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1) +1 23.12.29 399 9 14쪽
» 36화. 적(敵) (3) +1 23.12.28 388 9 16쪽
128 36화. 적(敵) (2) +1 23.12.28 383 6 15쪽
127 36화. 적(敵) (1) +1 23.12.27 391 8 16쪽
126 35화. 개와 늑대의 시간 (4) +1 23.12.26 386 10 14쪽
125 35화. 개와 늑대의 시간 (3) +1 23.12.25 398 9 15쪽
124 35화. 개와 늑대의 시간 (2) +1 23.12.25 394 9 15쪽
123 35화. 개와 늑대의 시간 (1) +1 23.12.24 418 8 15쪽
122 34화. 이유 (3) +1 23.12.23 399 9 14쪽
121 34화. 이유 (2) +1 23.12.22 421 9 19쪽
120 34화. 이유 (1) +1 23.12.22 419 9 15쪽
119 33화. 번데기를 찢고, 나비는 날아오른다. (2) +1 23.12.21 417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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