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랑전(極狼傳)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KaHaL
작품등록일 :
2023.10.09 20:25
최근연재일 :
2024.09.21 19:05
연재수 :
325 회
조회수 :
148,955
추천수 :
2,630
글자수 :
2,113,051

작성
24.01.13 12:00
조회
361
추천
7
글자
17쪽

43화. 백무원(白武元) (2)

DUMMY

“백무원은, 말하자면 마약상(痲藥商)이라네.”

“마약? 그게 뭐유?”

“마취에 쓰이는 약일세. 혹시 들어본 적 없나?”


발가락이 끼어들어서 말했다.


“아 그때, 왜 송화루에서 천가방 놈들이 팔고 있던 거 있잖아.”

“···아, 그거?”


도종인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 천가방이란 왈패 놈들이 마약 밀매까지 손을 댔단 말인가?”

“옙. 아편을···.”


도종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놈들이었군. 양귀비의 재배, 관리는 조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물건인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잡히면 죽을 놈들 아닙니까. 그렇기에 가능했겠죠.”


득구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왜 위험한 거냐고요. 마취라면, 뭐 의원에서 쓰는 약 아닌가?”

“물론, 의원에서 쓰는 약이지. 하지만··· 마약에는 그밖에 다른 용도가 존재한다네.”

“다른 용도요?”


득구의 질문에 대답한 건 발가락이었다.


“그걸 쓰면, 기분이 좋아져. 엄청나게. 쓰는 놈들 말로는, ‘지상낙원’을 볼 수 있다던데.”

“그래? 그러면 좋은 거 아니야?”

“실상은 독일세. 독으로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지.”


득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빌어먹을···. 그럼 천중이 그걸 공의현에 풀려고 했단 말요?”

“그뿐이 아닐세. 과용하면 인이 박여서, 한 번 빠지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성질이 있다네. 다시 말해, 마약에 취할 때마다 자기 몸이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중독된 사람이 그걸 그만둘 수 없게 만드는 것일세. 그렇기에, 완전히 마약에 중독된 사람은 전 재산에 가까운 큰돈이나 목숨까지 위험한 대가를 요구하더라도 마약을 거부하지 못하게 된다더군. 사실상 마약과 그걸 파는 이들의 노예가 되는 셈이지.”


득구는 이제야 마약의 진정한 위험성을 조금 실감한 모양이었다.


“거, 더럽게 위험하구만? 그딴 걸 팔아제끼는 놈들은 싹 다 모가지를 쳐야 하는 거 아뇨?”

“글쎄.”


발가락이 회의적인 표정을 짓고서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마약은 우리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직접 관리하시는 물건이라··· 공식적으로는 황상께 허가받은 관리들만 팔 수 있는 물건이거덩. 밀매하는 건 죄가 되지만, 마약 판매 자체는 죄가 안 돼.”

“···뭔, 씹··· 그딴 개같은 법이 어딨어?”

“음··· 이렇게 설명하면 어떤지 모르겠군.”


도종인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소매를 툭툭 털면서 말을 이었다.


“마약은 필요악일세.”

“필요악?”


당최 뭔 소린지 못 알아먹겠단 얼굴로 득구가 얼굴을 구기자, 발가락이 보충설명에 나섰다.


“그러니까, ‘마약’은 단순히 향락소비재로만 상등품이 아니라, 의원에서 사람을 치료할 때 쓰이는 마취약으로도 매우 상등품의 물건이거든.”

“···뭔 소리야.”


더 못 알아먹겠다는 듯, 득구는 부스스한 눈으로 성채를 쳐다보았다. 지진을 일으키는 동공을 빤히 쳐다보던 성채가 붓을 집어 들었다.


[나쁜 물건인데, 좋은 일에도 쓰인다는 뜻이야.]


“나쁜 물건을 어떻게 좋은 일에 써요?”


[개똥도 의원에서 쓰는 약일 때가 있잖아.]


“아! 그렇군요. 그거 곤란하네.”


잠시 입을 다물고 스스로의 어휘력에 대해 반추하던 도종인과 발가락은 이어진 득구의 말에 눈을 홉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근데, 뭐가 됐든 사라진 홍 의원 얘길 하다가 갑자기 그 마약상인 놈 이야기가 튀어나온 거면, 둘 사이에 무슨 연관성이 있어야 할 건데··· 무슨 연유로 그놈이 튀어나온 거유?”

“오···.”

“어허···.”


두 사람이 동시에 탄식하며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득구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뭐가!”

“아니, 자네가 본론을 짚어주다니, 매우 놀라운 일이라서 말일세.”

“이 양반이 진짜···.”

“진심으로 칭찬한 거라네.”

“에이, 젠장. 알았으니까, 다시 홍 의원 얘기로 돌아갑시다. 그 백무원이란 놈은 왜 나왔수?”


도종인이 팔꿈치로 발가락의 옆구리를 툭, 치자 발가락은 반사적으로 성채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채 또한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발가락은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에··· 네가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아가씨께서 지적하신 부분은 홍 의원이 받은 물건이 ‘옥병’이란 거잖아?”

“그렇지.”

“병은 원래 뭔가를 담는 거고.”

“엉.”

“그럼, 엄청나게 비싼 옥병은?”

“비빔소면 칠만 오천 그릇짜리 옥병?”


발가락은 공의현으로 돌아가면 비빔소면을 한 그릇, 아니 몇 그릇 사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시 물었다.


“그, 그래. 어쨌든, 그 비싼 옥병에는 뭘 보관할까?”

“뭐, 겁나 비싼 거?”

“그렇지. 보통 금 한 냥짜리 옥병에다 맹물 같은 걸 담아 두진 않잖아.”

“그렇지?”

“그 옥병의 출처가 무당이 확실하다면··· 옥병엔 뭐가 들었을 거 같아?”

“낸들 알아?”


발가락은 아차, 싶은 얼굴로 관자놀이를 쥐었다. 도종인은 큰일을 해냈다고 칭찬이라도 하듯, 발가락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그를 대신해 설명을 이었다.


“아까 각 문파의 비방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음, 기억납니다.”

“천하십이본 중, 도문 계열인 우리 화산과 무당, 곤륜은 모두 빠짐없이 선단(仙丹)을 연구하는 제자들이 있다네.”

“아, 그 먹으면 신선 된다는 싸이··· 어흠! 약 말요?”

“후후, 뭐, 시중에 돌아다니는 선단은 전부 사이비가 맞네. 문내에서도 비인부전에 속하는 비방인지라, 그 제조법과 수량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숫자가 극히 적으니··· 현재 강호를 떠돌아다니는 선단은 모두 가짜라고 봐도 무방하네.”

“에이, 젠장. 그럴 줄 알았다니까?”


득구에게 마주 웃어 보인 도종인이 흠, 헛기침을 냈다.


“여하튼 각설하고, 이런 선단, 혹은 영약은 그 출처만 보증이 된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에 거래가 된다고 봐도 무방하네.”

“그러니까, 그 옥병에 선단인지 영약인지가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네. 만약 자네라면 그걸 어찌할 텐가?”

“몸에 좋은 거라면 먹든가···?”


득구는 손가락을 딱, 튕겼다.


“아! 그걸 우리 도련님한테 주면 안 되는 거요? 뭐, 선단이니 영약이니 하는 게 진짜로 말 나오는 것만큼 효과가 있으면···.”

“안타깝지만, 선단은 만능약이 아니라네. 진품일 경우 진기보양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체질에 따라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독에 중독된 상태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네.”

“···에이, 그럼, 그거 그냥 쓸데없는 거 아뇨? 어따 써?”

“아까, 그 옥병이 금 한 냥이라지 않았나?”


득구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도종인은 미간을 좁혔다.


“무당에서 만든 영약은 최소단위가 금원보(金元寶)라네. 최소단위로.”


득구의 눈이 뒤집어졌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금을 만져보기는커녕, 눈으로 본 적도 없었던 탓에 금의 가치는 잘 몰랐지만, 자(子)와 원보의 차이는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무게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지지만, 원보를 만들 정도면 못해도 열 냥 이상의 동전을 녹여야 했다.


즉, 도종인의 말대로라면, 그 빌어먹을 놈의 선단인지 영약인지 뭔지는, 금으로 최소 열 냥 이상에 거래된다는 뜻이다.


“···허.”


입을 쩍 벌린 채 말을 잃어버린 득구가 헛웃음을 냈다. 잠시 멍하니 그렇게 입을 헤, 벌리고 있던 득구는 마치 잠에서 깬 사람처럼 두 눈을 껌뻑이다가 고개를 도리도리 홰치고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얘기는 홍 의원이 그···그, 금, 금원보짜리 선단을 그 백무시긴지 백무원인지 하는 놈한테 팔았다 이거요?”


의외로 빠른 이해에 성공한 득구의 어깨를, 뿌듯한 표정으로 두드린 도종인이 말했다.


“거래가 성사됐을진 아직 미지수네만··· 아마도 접촉은 한 상황이겠지. 그렇게 봐야 할 걸세.”

“응? 이미 한참 지난 일인데? 이미 끝나도 한참 전에 끝난 거 아뇨?”

“자네라면 금원보짜리 물건을 거래하는데, 저잣거리 장터에서 돗자리 흥정하듯이 한두 마디 대충 던지고 말 건가?”

“아···!”

“흥정은 차치하고, 물건의 진가(眞假)를 확인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걸세.”


마치 코가 뻥 뚫린 것 같은 표정을 한 득구의 어깨를 다시 한번 툭툭, 두드린 도종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즉, 정말 무허자가 그 홍 의원에게 넘긴 옥병 안에 무당에서 제조한 선단이 들어있었다면··· 이제부터 홍 의원의 행적을 추적하는 건 요원한 일이 되는 거라네. 홍 의원도 의원인 이상, 백무원과 접촉하는 방법쯤은 알고 있을 테니까.”


도종인의 말에 득구는 즉시 반발했다.


“아니, 그걸 왜 못 찾는다는 거요? 방금 백무원이란 놈이랑 접촉했을 거라며? 누군지 빤히 아는데 왜 못 찾아?”

“백무원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닐세.”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니?”

“정확히 말하자면, 창영회(蒼英會)에서 거래를 담당하는 이는 모두 백무원이란 이름을 쓴다네.”

“그게 무슨···!”

“그래서 백무원이 국법이 지엄하게 금지하고 있는 아편을 재배, 유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잡을 방법을 찾지 못하는 거라네. 스스로 백무원이라 밝히는 창영회의 일부 조직원들을 잡아봐야, 또 새로운 백무원이 나타날 뿐 그 뿌리를 찾을 수가 없으니 말일세.”


득구는 고구마를 껍질째 씹은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발가락을 쳐다보았다. 발가락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창영회는 흑도에서 녹림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대 조직이야. 녹림방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녹림방보다 훨씬 영리하게 세를 불려 온 조직이지.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말야.”

“뭐, 흑도에서는 그 염라왕 할배가 이거 아녔어?”


‘지존’을 뜻하는 득구의 저속한 손 모양에 성채가 눈살을 찌푸리고 등짝에 손바닥을 쩍, 날렸다. 득구는 얻어맞은 등짝을 비비적대면서 말했다.


“···아무튼 하오문이 흑도 중에선 최고라며.”

“그건 틀린 말이 아닐세. 지금의 하오문은 확실히 흑도제일이라 할 세력을 갖추고 있지. 천하삼절의 일좌인 구보신개 대협께서 적을 두신 곳일 뿐 아니라, 모든 성(城)에 지부를 둔 유일한 문파인데, 최고가 아닐 수 있겠나?”

“오··· 그 정도유?”


가만히 듣고 있던 발가락이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뭐, 다 맞는 말씀이긴 한데··· 그건 전부 왕초와 걸협 어르신의 공과 인망이 큰 것이지, 하오문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발가락은 살짝 불만의 빛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머릿수만 따지면야, 천하의 그 어떤 문파보다도 더 크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실속이 없잖습니까요, 실속이. 그 많은 사람 중 태반이 왕초와 걸협 어르신의 이름값으로 보호를 받고자 들어온 사람들이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단한 것이 아니겠나.”


도종인의 거듭된 칭찬에도 발가락은 여전히 무언가 불만스러운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창영회나 녹림방은··· 비록 사람들에게 지탄받는 악당이지만, 적어도 놈들에겐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힘이란 게 있잖습니까. 적어도 창영회나 녹림방에 속한 이들은 저잣거리에서 무시당하거나, 비웃음을 사진 않잖습니까요.”

“음···.”


도종인은 발가락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으나, 굳이 동조하거나 반박하지 않았다. 화산에 속한 도종인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발가락은 그것을 좋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하오문은 작금의 융성한 그 세력으로도 무시와 비웃음이란 꼬리표를 떼어내진 못했다. 그건, 그들이 타고난 신분이 애초에 이 나라의 가장 밑바닥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뭐, 만날 왕초 할배가 엄청난 양반인 것처럼 얘기하드만.”

“우리 왕초가 대단한 거지, 우리가 대단한 건 아니잖냐.”


자조가 섞인 발가락의 대답에 득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던 도종인은 엄지와 검지로 턱수염을 비비적거리다가 물었다.


“하면, 염라왕께서도 창영회의 정확한 본거지는 모르신다고 봐야 하는가?”


발가락은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으면 위험한 진짜배기 정보는 어지간하면 왕초나 향주님 선에서만 극비로 다루시니까··· 저희도 모릅니다요. 직접 여쭤보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요.”


도종인은 낭패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찌한다. 정주로 돌아가면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늘, 도리어 더욱 찾기 어려운 곳으로 돌아가게 생긴 것이 아닌가?”

“하··· 한 번 더 거기 들어가 봐야 하나?”


득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성채가 득구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안 만나줄 거야.]


“아니, 그래도요···.”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거’라며.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그럼, 도련님은··· 도련님 독은 어떻게 해요?”


성채는 붓을 내려놓았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득구의 시선에 감화가 됐는지, 도종인과 발가락의 눈도 어느새 성채를 향해 있었다.


[혹시, 화검 대협께서는 화산에서 제조한 선단이나 영약을 가지고 계신 것이 있으세요?]


도종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잠시 자신의 품 안을 뒤적거렸다.


“비상용으로 가진 것이 있긴 했네만··· 안타깝게도.”


도종인이 득구를 쳐다보았다.


“···아니, 왜 날 쳐다보슈?”

“자네가 시우십결로 내상을 입힌 못난 놈이 하나 있지 않은가.”

“···아.”

“급한 불은 꺼야지 않겠나.”

“이런 제길···.”


아니, 그 빌어먹을 모질이 놈은 어째 존재 자체가 도움이 안 돼? 득구는 도종인을 의식해서 속으로만 그렇게 투덜거렸다. 도종인은 득구의 표정만 보고도 그가 속으로 한 말이 무엇인지 알고 쓰게 웃었다.


“어찌되었든··· 한 소저의 계획은 참으로 출중하다 하겠으나, 기대에 부응치 못하게 되었구려. 미안하게 되었소.”


성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붓을 놀렸다.


[아니에요. 즉흥적으로 생각해본 것이라···.]


성채의 붓끝이 흐려지더니, 그대로 멈추었다. 잠시 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붓은 반짝, 빛을 발한 성채의 눈빛과 함께 일필휘지로 글을 이어 써 내렸다.


[분명, 귀한 영약은 그 진가를 구분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하셨지요?]


성채가 하고 싶은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도종인과 발가락의 표정이 일변했다.


“그, 그렇죠. 꽤 긴 시간이 소요되니까···.”

“아니, 안 될 말일세. 창영회와 백무원은 그 뒤처리 방식이 잔혹하기로 이름이 높지 않은가? 가짜 영단으로 속이려 했던 것이 들통나기라도 한다면, 창영회에까지 쫓기게 되는 셈인데··· 그건 너무 위험한 모험일세.”

“그래도 말입니다, 혹시라도 그 본거지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 득구가 끼어들었다.


“아니, 뭐 뒤처리가 좀 잔혹하든 어쨌든, 일단 쳐들어가서 홍 의원 그 양반만 슬쩍 낚아채고 난 담에 그 양반이 팔아넘기려고 했던 그 금원보짜리 영약, 먹고 떨어지라고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수?”

“물론, 그건 괜찮은 생각이네만, ···응?”


도종인은 약간 멍한 표정으로 득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 뭐요? 내 얼굴에 뭐 묻었소?”

“아니, 방금 한 말, 자네가 한 말이 맞는가?”

“그렇수다. 문제 있수?”

“아니, 그게···.”


도종인은 뒷말을 잇지 못하고 어버버, 헤맸다.


“뭐! 뭐요! 왜!”

“···허,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더니.”

“뭐요?!”


도종인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어버버, 다시 득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발가락은 그런 도종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따스한 손길로 그의 어깨를 짚었다.


“자연스러운 겁니다, 대협. 자연스러운 거예요.”

“뭐가! 뭐가 자연스러운 건데!”

“마치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겁니다. 이 녀석과 대화한다는 건 그런 거예요.”

“그런··· 건가.”

“아니 뭐가 자연스러운 거냐고!”


도종인은 예기치 못한 따스한 위로에 감동한 표정으로 발가락을 쳐다보았다. 발가락은 훈훈한 미소를 짓고 화답했다. 둘 사이의 미묘한 동질감에 득구는 왈칵, 성질을 냈다.


“이런 옘병! 웃통 까! 맞짱 함 뜹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극랑전(極狼傳)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9 44화. 도박(賭博) (1) 24.01.15 355 10 16쪽
148 43화. 백무원(白武元) (3) 24.01.14 356 8 14쪽
» 43화. 백무원(白武元) (2) 24.01.13 362 7 17쪽
146 43화. 백무원(白武元) (1) 24.01.12 371 7 17쪽
145 42화.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 것은 억울하다. (2) 24.01.11 363 7 15쪽
144 42화. 아무것도 아닌 채로 죽는 것은 억울하다. (1) 24.01.10 384 7 14쪽
143 41화. 격랑 위로 이는 폭풍은 나비의 날갯짓에서 비롯되나니 24.01.09 381 7 14쪽
142 40화. 내통(內通) (2) 24.01.08 354 5 15쪽
141 40화. 내통(內通) (1) 24.01.08 375 5 16쪽
140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5) +1 24.01.07 388 8 14쪽
139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4) +1 24.01.06 390 11 14쪽
138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3) +1 24.01.05 386 10 14쪽
137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2) +1 24.01.04 390 8 16쪽
136 39화. 합종연횡(合從連橫) (1) +1 24.01.03 389 8 19쪽
135 38화. 성령독요(聖靈獨耀) (2) +1 24.01.02 391 11 16쪽
134 38화. 성령독요(聖靈獨曜) (1) +1 24.01.01 382 8 14쪽
133 37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4) +1 23.12.31 379 9 15쪽
132 37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3) +1 23.12.31 363 9 16쪽
131 37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2) +1 23.12.30 377 11 15쪽
130 37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1) +1 23.12.29 400 9 14쪽
129 36화. 적(敵) (3) +1 23.12.28 388 9 16쪽
128 36화. 적(敵) (2) +1 23.12.28 384 6 15쪽
127 36화. 적(敵) (1) +1 23.12.27 391 8 16쪽
126 35화. 개와 늑대의 시간 (4) +1 23.12.26 387 10 14쪽
125 35화. 개와 늑대의 시간 (3) +1 23.12.25 399 9 15쪽
124 35화. 개와 늑대의 시간 (2) +1 23.12.25 394 9 15쪽
123 35화. 개와 늑대의 시간 (1) +1 23.12.24 419 8 15쪽
122 34화. 이유 (3) +1 23.12.23 400 9 14쪽
121 34화. 이유 (2) +1 23.12.22 422 9 19쪽
120 34화. 이유 (1) +1 23.12.22 419 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