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된 은둔형 외톨이가 돈을 막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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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다
작품등록일 :
2023.10.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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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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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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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

DUMMY

예상치 못하게 전화가 걸려 오는 바람에 현금 3천만원이 든 가방을 자리에 두고 전화 통화를 해버렸다.


최근 몇 년동안 귀중품을 들고 외출한 적이 없어서 이 상황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귀중품 자체가 없었고 외출도 없었기 때문이다.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었다.


복도에서 좌석으로 가는 문을 열고 멀리서 내 자리를 쳐다봤는데 ​바로 옆에 앉아 있었던 아저씨의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큰일이다! 혹시 아저씨가 내 가방 들고 튀었나?!'


나는 너무 놀라 서둘러 내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래도 아직 열차 내에 있을 거니까 빨리 잡아야 해. 신고를 바로 할까?'


나는 내 자리로 와서 가방을 두었던 쪽을 쳐다봤다.


'헛!'


가방은 내 좌석 밑에 그대로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휴... 다행이다. 앉아있는 내내 계속 조심하고 있었는데 정신놓고 방심하는 건 한순간이구나.’


조금전에 갑자기 온 전화에 순간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 앉은 후 가방을 열어 돈이 잘 있는지 확인했다.


가방안에 들어있던 돈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옆자리 아저씨는 내 가방과 돈을 전혀 만진 것 같지 않았고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기차안에서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놀란 표정으로 갑자기 급하게 뛰어와서 자기 가방 벌컥 열어재끼는 내가 이상한 놈이었다.


돈 때문에 사람이 굉장히 예민해져버렸다.


'현금을 괜히 뽑아 왔네...

겨우 현금 3천만원에 지금 이러고 있는데...

계좌 안에 남아있는 23억은 내가 잘 관리할 수 있을까...’


나의 그릇에 비해서 너무 큰 돈이 내게 들어왔다.


가진 돈이 내 스스로가 감당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잠시 후 옆자리 아저씨가 돌아왔다.


화장실을 갔다 오신 것 같았다.


나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뒤로 기대서 눈을 감았다.


‘차라리 좀 자자... 마음 편하게 내려가자....’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잠을 좀 자는게 나을 것 같아서 잠을 청했다.


눈은 감았지만 가방이 신경쓰여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다.


가방을 누가 갑자기 확 빼내가며 훔쳐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다리에 붙인채로 눈만 감고 있었다.


'단지 서울 갔다가 다시 부산 내려가는 건데 이게 이렇게 신경 쓰일 일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불안감에 괜히 혼자 오바하고 있었다.


나는 자는 것을 포기하고 창문 밖을 쳐다봤다.


달리는 기차 밖의 빠르게 바뀌는 풍경을 보니 세상이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지난 날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방안에 틀어 박히며 살았다.


‘내가 어쩌다가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을까?’


어느 순간 마음먹고 이제부터 은둔 생활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방에 쳐박힌 것은 아니다.


3년 전까지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장기간을 방에서 보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냥 본능대로 행동 했을 뿐이었다.


성기범에게 사기를 당했고 그 돈을 회복하기 위해 주식에 손을 댔고 그러다가 더 큰 돈을 잃었다.


그리고 그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시도 해봤지만 다 실패했다.


빚에 허덕이며 살며 머릿속에는 배신감과 상실감이 가득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고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모든걸 감당 하지 못해 회피하며 은둔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은둔의 시작은 돈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확실하다.


'돈만 보내지 않았어도, 사기만 당하지 않았어도, 주식 투자만 하지 않았어도'


지난 3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보통 주마등의 배경은 다양할 건데 내 머리속에 스쳐 지나간 기억들의 배경은 다 방이었다.


방에서 먹고, 방에서 자고, 방에서 우울해 하고, 방에서 억지로 웃어보고, 방에서 슬퍼하고...


은둔하는 내내 나는 돈 때문에 내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했다.


돈... 돈... 돈....


인생을 바꿔버린 돈.


그런 나에게 이제 돈이 생겼다.

무려 24억이라는 큰돈이.

아니 벌써 대출 상환에 1억 넘게 썼으니 23억이라는 큰돈이...


이 돈이면 평생 일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잘 살수 있는 큰 돈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돈 문제가 해결 됐으니 방에서 나와 세상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돈과는 별개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이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생각해 보면 그 이전에도 그렇게 대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단지 적당히 사회생활하고 적당히 외출하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난 3년간 나의 개인 성향에 맞는 생활 방식이 방구석 생활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집돌이 기질이 돈 생겼다고 갑자기 변하거나 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실제로 지금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당첨된 사실도 숨기고 살고 싶을 정도로 이 돈을 자랑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이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던가, 다양한 장소에 방문을 한다던가, SNS에 돈쓰는 걸 자랑을 한다던가, 나의 부를 내세우며 표현 한다던가 그러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앞으로 나의 삶은 크게 변화가 없이 원래 살았던 것과 똑같을 것이다.


예전과 똑같이 같은 집에서 방구석 생활하면서 엄마 병간호도 하고 밥먹고 컴퓨터 하고 자고... 그걸로 충분했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은 상태로 조용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은둔형 외톨이인 내가 로또 1등 당첨됐을 때 바라는 삶이었다.


'근데 이제 일은 안해도 되고... 돈 걱정도 안해도 되는데...

그럼 이 돈으로 뭘 해야하지?

그냥 매일매일 생각 나는대로 돈쓰면서 살면 되는가?'


그동안 돈이 생기면 뭘 해야지 라고 고민했던 적이 없어서 당장 하고 싶은게 없었다.


내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빚을 갚고 싶다' 라는 생각만 있었지 돈을 다 갚고 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성기범에게 뜯긴 내 돈을 찾고 싶었을 뿐이고,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이고, 돈을 벌었다면 그것으로 빚을 갚고 싶었을 뿐이다.


빚이 생긴 순간부터 무엇을 하기 위해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돈을 버는 것, 빚을 갚는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버린 것이다.


나이가 33살이나 되었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돈이 생겼는데도 앞으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니...'


조금 전 빚을 다 갚았는데 그 다음이 뭔지 전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지금 당장 갖고 싶은것도 없고 하고 싶은것이 전혀 없었다.


'당장 하고 싶은것이 없는 이렇게 재미없는 인생이라니...'


돈은 생겼는데 방향이 없다.


집 욕심도 없다.


큰 집에 가서 떵떵거리면서 살면 물론 좋겠지만 집욕심은 별로 나지 않았다.

은둔형 외톨이에게는 지금 살고 있는 작은 방으로도 충분했다.


게다가 큰 집으로 이사 갔다가 친척 어르신들이나 옛 직장동료 혹은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관련해서 질문을 하면 더 피곤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전혀 이사 하고 싶지가 않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이사갈 날이 올 것이고 지금은 절대 급하게 이사를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차 욕심도 전혀 없다.


딱히 운전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를 바꾸면 집보다 더 주목이 될 것 같았다.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던 놈이 갑자기 차를 탄다고?


로또 1등으로 의심 받기 아주 쉬울 것 같았다.


또 그동안 먹지 못했던 호화로운 고급 음식점을 빨리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런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어디에 뭐가 맛있는지도 정보가 전혀 없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알고 돈도 써본 놈이 잘 쓰는 것이었다.


'집, 차보다는 맛있는거 먹고 싶다는 생각은 좀 들긴하네... 이제부터 하고 싶은걸 천천히 찾아보자. 엄마 퇴원하면 모시고 갈 곳부터 해서...’


그렇다고 돈을 또 너무 안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큰돈을 들고만 있다가 죽으면 그건 또 억울하기 때문이다.


'당첨금으로 평생을 즐기며 살면 되는데 뭘 할지를 모르는 상황이라니'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그때 머리속에 한가지가 떠올랐다.


‘주식 투자?’


하지만 이내 바로 몸에서 거부반응이 올라왔다.


안좋은 기억들이 떠올라 주식 투자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 길지 않았던 투자 경험이었지만 주식 시장은 공부한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감도 아니고 필승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액으로 시작해도 한번 물리거나 장기전으로 가야할 경우 돈으로 해결하기 위해 물타기를 할 것 같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결국 금액이 감당 못할 정도로 커져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순간에 보면 23억 전액이 다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안전한 종목만 투자하면 되지 않나? 근데 그러다 수익이 나서 돈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기라도 하면?'


배부른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돈이야 많을수록 좋지만 지금 내 손에 있는 23억도 감당이 안되는데 추가 수익이 나면 또 그건 그거대로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돈 지금도 많은데 더 많아지면 감당이 될까?'


하지만 이내 곧 현실을 자각했다.


'근데 내가 주식해서 돈 벌거면 진작 벌었겠지... 뭔 주식으로 돈 벌어서 돈이 더 많아지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이나 하고 있냐...'


내 투자실력을 이제 알기 때문에 더이상 주식은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23억 보유자에 걸맞는 멘탈을 가지자. 불안해 하지 말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다.


돈 때문에 사람과 엮이면 굉장히 피곤해진다.


새로운 사람이건 알던 사람이건 상관없이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서부터 피하고 싶었다.


피곤한 일이 생기게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1등 당첨자라는 것을 절대 들키지 않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눈에 띄는 큰 지출을 최대한 삼가하는 것이 중요하고 절대적으로 지켜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다.


지출이 생기더라도 그 지출에 대한 합당한 명분이 필요했다.


돈에 대한 출처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 갑자기 그돈이 어디서 났어?'


어느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물어보면 당황할 것 같았다.


당황해서 헛소리를 하면 로또 1등으로 더 의심 받을 것 같았다.


로또 당첨자의 정체를 숨기려면 나름 철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어디보자......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기엔 사업장을 실제로 있어야 하는군...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 한다고 하기엔 검색하면 바로 나오기 때문에 적당하지 않고...'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주식 투자나 코인해서 돈 벌었다고 하면 말이 길어질게 뻔했다.


종목은 무엇이고 투자금은 어디서 났고 수익 얼마나 났냐, 다음 투자는 뭐할거냐 등등.


내 삶에 그 정도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물어봐 줄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엄마한테라도 나의 돈 출처에 대한 명분은 필요했다.


그리고 나의 남은 인생의 장기 플랜을 위해서도 돈의 출처, 명분은 확실히 필요했다.


‘대충 둘러대기가 아니라 앞으로 실제로 내가 뭘 하며 살아갈지랑 연관 지어서 해야겠다.’


나는 내 자신을 좀 돌아보며 계획을 세워보기로 했다.


내가 실제로 하고 싶은것을 하면서 그걸로 돈을 벌고 있다고 하는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방에 쳐박히기 전에 진짜 하고 싶었던 건 뭐였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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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화 +1 23.10.26 380 11 12쪽
21 산해울림 +3 23.10.25 387 10 12쪽
20 작가체질 +1 23.10.24 443 9 12쪽
19 자아실현 +1 23.10.23 484 13 12쪽
18 본격 작업 시작 +2 23.10.22 516 15 12쪽
17 흔들리지 않는 잔액의 편안함 +2 23.10.21 536 18 12쪽
16 효자 아들 +2 23.10.20 547 16 12쪽
15 백구원식 기부 +3 23.10.19 571 12 12쪽
14 버킷 리스트 +1 23.10.18 575 17 12쪽
13 나의 직업은... +3 23.10.17 618 16 13쪽
» 하고 싶은 것 +4 23.10.16 652 16 12쪽
11 부산행 +3 23.10.15 653 19 12쪽
10 실지급액 : 2,485,524,020원 +4 23.10.14 682 20 11쪽
9 로또 1등은 처음이라 +2 23.10.13 682 18 11쪽
8 과거 그리고 다짐 +3 23.10.12 688 22 11쪽
7 인생 쫌망 테크트리 +2 23.10.11 708 21 12쪽
6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4 23.10.11 729 22 11쪽
5 이번주 당첨자는 7명 +3 23.10.10 759 24 11쪽
4 줘도 못먹나 +1 23.10.10 75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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