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된 은둔형 외톨이가 돈을 막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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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다
작품등록일 :
2023.10.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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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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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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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인생 쫌망 테크트리

DUMMY

<부산역>


월요일 아침이지만 역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삼각김밥 하나 콜라 하나를 사서 예약한 서울행 KTX를 무사히 탔다.


기차 티켓 비용은 59,800원, 이제 나의 계좌 잔액은 4만원이 되었다.


8시 10분이 되자마자 기차는 바로 출발했고 도착 예정 시간은 10시 48분으로 2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나왔다.


'로또 1등 당첨금 수령을 위한 서울행이라니... 내 인생에 이런일이 생기다니'


설레고 떨렸다.


‘제발... 갔다 오는 동안 무사히... 아무 일 없길...’


나는 내 자리를 찾아 서둘러 착석했다.


'후......'


괜히 눈알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5,060분의 1.


긴 과정이 있었지만 어쨌든 그 확률을 뚫고 나는 1등에 당첨이 되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것 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소매를 걷어 왼팔의 팔목에 숫자 타투가 생긴 부위를 한번 쳐다 보았다.


아직은 주소와 숫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축구 선수가 골넣고 세러모니 하듯이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이 계시에 입술을 맞추며 감사함을 표했다.


생각해보면 지난주에는 토요일 아침에 팔의 계시 숫자가 사라 졌었다.


'혹시 이게 사라지고 또 그 다음주 로또번호 알려주는건 아니겠지? 흐흐...'


그래서 이 숫자도 곧 사라지는지, 사라진다면 어느 타이밍에 사라지는지, 또 다른 번호를 알려주는지 수시로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또 1등 당첨금을 제대로 수령한다면 이 타투가 평생 남아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참 맑게 보였다.


날씨가 좋으니 바깥의 풍경들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응? 지금 내가 날씨랑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는건가?’


이런 생각을 한게 언제 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 풍경에 대한 나의 감정을 잊고 살았었다.


하지만 로또 1등 당첨금을 찾으러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날씨까지 맑으니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든 것 같았다.


그동안 방안에 쳐박혀 있을 땐 바깥 세상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어두운 것이 편해서 커텐도 치고 불도 약하게 최소한만 켜고 지냈다.


그래서 더 매일을 우울하게 보냈고 더욱 퍼지고 늘어져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예쁜 풍경과 기차 달리는 소리, 나지막히 울리는 안내 방송 알림음 마저 은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미친건가... 안내방송도 다르게 들리다니... 그래도...... 이 돈이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굉장히 불안하기도 했다.


당첨금 수령까지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열차 탈선 사고가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갑자기 기차 안에서 인질극이 일어나거나 총기 사건이 일어나거나 하진 않겠지?


당연히 그런일은 발생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긴장을 놓치고 있을 수는 없었다.


1등에 당첨된 로또 복권은 지금 왼쪽 주머니의 지갑안에 있다.


나는 평소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지갑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주머니에 중요한 로또복권 한 장만 덜렁 넣고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사용하던 낡은 지갑을 챙겨 그 안에 복권을 넣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아무도 내 근처에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0분에 한 번씩 지갑을 조심스럽게 열어 잘 있는지 확인을 했다.


‘오히려 계속 이렇게 수시로 열어보다가 복권 잃어버리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이제 서울 도착하기 전까지는 열지 않고 그대로 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옆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누가 옆에 앉았다가는 굉장히 신경이 쓰일 것 같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일어났는데 지갑이 통째로 없어져 버리는거 아닌지 걱정이 될 것 같았다.


KTX는 서울로 향해 신나게 달려갔다.


창문 밖에 풍경은 실시간으로 변해갔다.


서울가는 기차를 타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이게 얼마만의 서울이지? 5년? 6년 전에 회사 다닐 때 한번 출장으로 갔었던 것 같은데'


지난 과거들이 떠올랐다.


나도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방에 틀어 박힌 것은 아니었다.


나같이 방구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사람들도 각자 방구석에 틀어 박힌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원래 나의 성향 자체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 성향이 극대화 된 것이 돈과 관련된 사건에서부터 시작됐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 4년차 일 때 믿었던 친구인 성기범이 돈을 3개월만 빌려달라고 했다.


그래서 4년 동안 모은 돈 4천만원을 선뜻 빌려 줬다.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성기범은 초등학교 때부터 내가 알고 지낸 친구였고 가장 친한 친구였다.


기간적으로 오래 알고 지낸 사이 였기 때문에 성기범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고 지냈었다.


그리고 학생시절 내가 기범이 집에서 잔적도 있고 기범이 부모님도 뵌적이 있다.


내가 사람 사귀는 것이 양으로는 적게 사귀지만 질적으로는 깊게 사귀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했다.


학생때도 크고 작게 돈을 빌려주기도 했었다.

물론 4천만원 만큼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도움도 주고 받았고 크고 작은 신세를 진적도 있었다.


그런 나의 유일한 친구인 성기범이 돈 4천만원을 빌려준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기범이가 갈만한 곳을 가봤지만 찾을 수도 없었고 주변에서 본 사람도 없었다.

부산을 떠난 건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지만 인연이 끊기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사람도 잃고 돈도 잃었다.


‘내 돈 4천만원...’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 4년 하는 동안 아끼고 아껴 모은 돈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 말고도 여러명이 돈을 빌려 줬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돈을 빌려준건 나인 것 같았다.


한동안은 기범이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사람을 찾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난 후 잃어버린 돈을 빨리 회복하기 위해 6천만원을 대출해 주식에 투자했다.


당시 주식을 처음한 나는 안전한 종목으로 투자해 4백만원 정도를 벌었다.


그렇게 주식해서 번 돈은 기분이 좋아서 금방 다 써버렸다.


그리고 그때 나는 생각했다.


‘이거다. 주식으로 만회하자’


욕심이 났다.


더 큰 돈을 빠르게 벌기 위해서 엄마한테 3천만원을 빌렸다.


주식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고 독립을 하고 싶고 전세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또 추가로 6천만원을 신용대출 받아 투자했다.


대출 투자금은 총 1억 5천만원이었다.


이거면 성기범에게 빌려준 4천만원을 회복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급했다.


빠른 만회를 위해서 등락이 심한 종목을 찾았고 제대로 된 종목 분석도 없이 매수하기 시작했다.


[문코아]


급등이 자주 있는 종목이었다.


그런데 산지 얼마 되지 않아 급락을 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물타기를 했다.


문코아는 며칠동안 또 급락했다.


당황한 나는 또 물타기를 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코아 한 종목에만 1억 가까이 태웠다.


‘단가 낮춰 놨으니까 한번만 오르면 바로 탈출해야지’


나는 이러다 또 금방 급등을 할거라고 생각했다.


급등과 급락의 반복하는 그런 종목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문코아는 잔뜩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가 정지 되었다.


‘거래정지? 될 수도 있지 뭐. 풀리는 날 갑자기 떡상하는거 아냐?’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문코아가 상장폐지가 된다는 뉴스를 봤다.


‘응? 상장폐지라고?’


믿기지 않았다.


뒤늦게 종목 분석과 토론방 뉴스를 검색해댔다.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미 주가 조작 등 사기친 전과가 있었고 재무 관리도 기본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부실한 기업이었다.


기업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매수를 했고 한 종목에 전재산을 모두 다 투자해버렸다.


‘혹시 정리매매 때 갑자기 몇 백배 폭등이라도?’


이 와중에 또 말도 안되는 희망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리매매가 시작되자마자 급격하게 떨어지기에 놀라서 전액을 팔 수밖에 없었다.


내 손에 돌아온 돈은 7백만원 정도.


더 떨어지는게 무서워 어쩔 수 없이 매도한 것이다.


그제서야 겨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투자금 1억 5천만원이 7백만원이 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내 손으로 샀고 내 손으로 팔았다.


나에게 벌어진 모든일은 다 현실이었다.


‘이게 진짜인가? 이게 현실이라고?’


아들 독립을 위해 어렵게 모은 3천만원을 선뜻 빌려준 엄마에게 그 돈을 주식 투자해서 날려 먹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언제 이사가냐는 엄마의 질문에 적당히 얼버무릴 뿐이었다.


직장에서도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돈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상실감.

성기범에게 든 배신감.

엄마에게 불효자가 된 죄책감.

직장에서도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처음에는 그냥 좀 쉬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다.


하지만 입맛도 없어서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에 집중 하기가 어려웠다.


멍때리는 시간이 늘어났고 어두워 졌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됐지만 사회생활은 만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대인기피증, 공황장애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여러가지 상황이 이어졌다.


직장생활이 싫지만 돈이 없으니까, 이자 내야되니까 억지로 다닌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결국 나는 더 이상 직장 생활을 할 수 없었고 신용대출 1억 2천만원을 안고 사직했다.


엄마한테 빌린 돈 3천만원도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주식으로 날린 돈 1억 5천만원.


누군가에게는 큰 돈이 아닐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큰 돈이었다.


사직한 이후부터 바로 내 방으로 틀어 박혔다.


멀쩡하던 아들이 갑자기 이상해지자 엄마는 사정을 물어봤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눈치를 채셨고 투자 실패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질문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상황에 대해서 짧게 설명했다.


엄마는 본인에게 빌린 돈 3천만원을 갚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주시며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다시 일어서면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엄마가 병원 식당 일을 하면서 어렵게 모은 돈 3천만원도 날려 먹었고 내 대출도 내 손으로 날려 먹은 그런 놈에게 엄마는 응원을 해주었다.


주식투자로 허황된 꿈을 꾸는 비용이 너무 컸다.


그리고 사람에게 배신당한 상처도 컸다.


삶의 의욕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주식을 다 정리하고 남은 7백만원은 대출 이자 통장에 다 넣어두었다.


그렇게 이자는 계속해서 빠져 나갔다.


원금은 전혀 줄지 않고 이자만 빠져 나가는 상황이었다.


대출을 한지 1년이 지났을때는 재직중이 아니라 연장할 수 없으니 상환해라는 연락이 왔다.


상환을 하지 않으니 신용도는 떨어졌고 금리는 올라서 월 납부 이자가 더 많아졌다.


수입이 없으니 이자 통장에 잔고가 0이 되면 연체 시킬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감당이 안되서 혹시나 방법이 있을까 싶어서 엄마에게 이자 관련 도움을 청했다.


엄마도 그 큰 돈을 한번에 상환할 수 있는 돈은 없었다.


하지만 이자만이라도 내주겠다고 해주셨고 그렇게 엄마 월급 중에서 내 이자가 고정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주식을 시작했을 때 처음 목표는 많은 것을 바란게 아니었다.


성기범에게 당한 4천만원을 찾는 것.


그게 나의 작은 목표였다.


'내가 뭐 대단한거 바라는게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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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자아실현 +1 23.10.23 484 13 12쪽
18 본격 작업 시작 +2 23.10.22 516 15 12쪽
17 흔들리지 않는 잔액의 편안함 +2 23.10.21 536 18 12쪽
16 효자 아들 +2 23.10.20 547 16 12쪽
15 백구원식 기부 +3 23.10.19 571 12 12쪽
14 버킷 리스트 +1 23.10.18 574 17 12쪽
13 나의 직업은... +3 23.10.17 618 16 13쪽
12 하고 싶은 것 +4 23.10.16 651 16 12쪽
11 부산행 +3 23.10.15 653 19 12쪽
10 실지급액 : 2,485,524,020원 +4 23.10.14 682 20 11쪽
9 로또 1등은 처음이라 +2 23.10.13 682 18 11쪽
8 과거 그리고 다짐 +3 23.10.12 688 22 11쪽
» 인생 쫌망 테크트리 +2 23.10.11 708 21 12쪽
6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4 23.10.11 729 22 11쪽
5 이번주 당첨자는 7명 +3 23.10.10 759 24 11쪽
4 줘도 못먹나 +1 23.10.10 75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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