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에 당첨된 은둔형 외톨이가 돈을 막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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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다
작품등록일 :
2023.10.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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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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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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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버킷 리스트

DUMMY

엄마가 집에 쌀이 떨어졌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엄마가 돈이 없어서 괜히 한번 언급했던 것 같은데...

그럼 내 돈으로 지금 먹을 것 좀 미리 사두자.

최소한 필요한 것들만......'


나는 은행 앱을 켜서 잔액을 한 번 더 확인해 봤다.

잔액 : 2,334,988,420원


'지금 당장 지출 예정이 없는 것 치고 돈이 너무 많은데...'


과소비 안 하는 걸 떠나서 돈이 이렇게 많은데 안 쓰는 것도 문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이 돈 그대로 놔두고 간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돈을 전혀 안 쓸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 쓸데 없는거 사는 것도 아니고 쌀 같이 필요한 물건 정도는 미리 주문하자...'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앱은 배달앱 하나였고 쇼핑앱은 필요한 물건이 분명 있지만 돈이 없어서 자주 이용할 일은 없었다.


나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핸드폰으로 쇼핑앱인 디마켓 앱으로 들어갔다.


'기왕 한번 쌀을 사는 거 큰 거 사야지'


나는 20kg짜리 쌀을 검색 했다.


'내 손으로 쌀을 사는 건 처음이라 뭘 사야 될지 잘 모르겠는데...'


쌀에도 종류가 많았다.


'특등급이 있네... 뭔가 좋아 보이는데...'


20kg 쌀 중에서 지금 내 눈에 가장 좋아 보이는 것 중에서 하나로 골랐다.


돈이 없었으면 양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제품이나 같은 양이면 조금이라도 더 싼걸 사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왕 한번 사서 오래 두고 먹을 거 좋은 거로 사자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있으니까 선택의 폭이 넓어지네'


이어서 김, 참치, 즉석 조리식품, 여러 가지 반찬 등을 당장 필요한 생필품을 대량 주문했다.


이것들을 다 사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돈이 생기니까 고민하는 시간도 확 줄었다.


그리고 모든 주문에는 똑같은 메시지를 표기했다.


「문 앞에 두고 문자 주세요」


언제나처럼 대면으로 직접 택배를 받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았다.


결재 내역을 살펴보니 순식간에 30만원을 썼다.


'30만원... 큰돈인데... 순식간에 써버렸네... 조금 아껴야 되는데... 그래도 뭐 필수품이니까'


주문을 끝내고 나니 핸드폰의 배터리가 15% 남았다는 메시지가 떴다.


'어? 벌써? 이렇게 빨리 닳는다고? 하긴... 집에서 나올 때부터 계속 지도도 켜고 검색도 하고 했으니까'


가방 안에서 보조 배터리를 꺼냈다.


'아우 무거워라'


보조배터리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핸드폰 배터리도 빨리 닳은 느낌이 들었다.


'흐음......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다면 무거운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될텐데...... 기분상 핸드폰이 좀 버벅대고 느려진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 지금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을 벌써 5년 동안 사용했다.


'회사 다닐때 부터 쓰던 폰이었으니까... 그래... 오래 썼지.'


요즘 나오는 핸드폰은 배터리 용량도 크고 충전 속도가 빠르다고 인터넷에서 본적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핸드폰은 한번 사면 또 한 5년은 쓸건데...'


나는 핸드폰에 충전기를 꼽고 쇼핑앱을 다시 켰다.


최근에 새로 나온 핸드폰을 검색했다.


삼숭 밸랙시 S 울트라 슈퍼 최신기종 핸드폰.

가격은 1,700,000원이었다.


광고를 봤을 당시에는 살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냥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했던 폰이었다.


‘이걸 부산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즉흥적으로 살 줄이야.’


이 폰을 구매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었다.


삼숭 홈페이지에 가서 회원가입하고 할인과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자급제로 바로 사는 방법도 있었다.

또 중고 물품을 사는 방법도 있었다.


'회원가입하고 하면 또 개인정보 뜯길거 같고... 기왕 사는거 중고 말고 새거 사야지... 돈 없는것도 아니고... 한번 사면 오래 쓰니까...'


'그럼 바로 주문하자......'

별 혜택 받지 않고 그냥 바로 살 수 있는 것을 주문해 버렸다.


개인정보 보다 돈을 더 쓰는 것을 선택했다.


「문 앞에 두고 문자를 주세요」


비싸고 부서질 위험도 있는 핸드폰이지만 마찬가지로 문 앞에 두라는 메시지를 넣었다.


핸드폰은 고가라 분실 및 파손 위험이 있는것을 알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배달해 주는 기사님과 마주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핸드폰은 다른 물건보다 더 빨리 수령해야지. 문자가 오면 바로 튀어 나가서 챙겨 와야겠다.'


자급제 핸드폰을 주문 완료하고 핸드폰을 내려 놓았다.


'잠깐...'


정신 차리고 보니 방금 2백만원 가까이 지출을 한 것을 알게 됐다.


기차 안에서 순식간에 과소비해 버린 것이다.


서울 올라갈 때만 해도 탕진하지 말고 당분간 돈 많이 쓰지 말자고 다짐하고 올라왔는데 부산 내려가는 기차에서 2백만원을 순식간에 써버렸다.


'아니 부산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이렇게 써버리다니'


그 때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손님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우리 열차는 잠시 후 동대구역에 도착합니다.」


‘벌써 동대구?’


기차 안에서 대출 갚고, 직업 찾고, 미래 계획 세우고, 쇼핑도 하고 하니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시간이 금방 가네... 돈 쓰는건... 재밌군...’


동대구 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탔는데 그중에서 내 자리의 건너편에 어머니와 아들이 앉았다.


두 사람 모두 여행을 가는 것 같은 차림이었다.


아들의 인상이 참 선해 보였고 아들이 엄마를 챙겨주며 자리에 착석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동대구에서 탔으니까 경주 아니면 부산으로 여행 가는 거겠구나'


그 모습을 보자 나도 엄마가 떠올랐다.


’그래. 엄마 회복하면 나도 엄마 모시고 여행을 가보자. 국내도 좋고 해외도 좋고...‘


나는 백구원 노트를 꺼냈다.


‘음, 이참에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나는 노트의 빈 곳을 열어 적기 시작했다.


버킷 리스트

첫 번째) 유럽 여행


엄마가 회복하고 나면 같이 여행을 갈 것이다.


‘그래 나도 이제는 효자 노릇을 하나 정도는 해야지...’


돈 없고 은둔생활을 할 때는 엄마와의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싫지만 평생에 한 번 정도는 엄마를 위해서 해외로 나갈 의향이 있었다.


‘자세한 계획은 나중에 천천히 짜보는걸로...’


잠시 후 기차가 출발했다.


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에서 나왔다.


3천만원이 든 가방이 여전히 불안해서 가지고 나왔다.


화장실 안에 사람이 있어서 나올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 때 복도 칸에서 객실 칸을 봤는데 창 너머로 맨 뒷자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보였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최신식 패드에 대고 그림을 쓱쓱 그리고 있었다.


‘패드라...’


패드 사용하는 것이 아주 능숙해 보였고 손재주가 있어 보였다.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이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지켜보게 되었다.


그녀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패드가 갖고 싶어졌다.


그때 화장실에서 먼저 들어가 있던 사람이 나왔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일을 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패드 생각이 났다.


내가 패드로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커다란 패드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쓰고 그려 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화장실에서 나와 내 자리로 들어가는 길에 다시 한번 패드로 작업하는 모습을 살짝 쳐다봤다.


그녀의 간단한 그림은 어느새 완성되어 있었고 색깔까지 화려하게 입혀져 있었다.


‘와. 작품 하나가 금방 완성되는구나.’


좋은 시대가 되었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펜이나 물감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패드 하나로 여러 가지 다양하고 화려하며 디테일한 색깔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부러웠다.


저 소녀가 패드를 가진 것 자체가 부러웠지만 저 패드를 통해서 기차 안에서 자유롭게 본인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지금 이 현대 시대의 환경이 부러웠다.


‘나 어렸을 때는 이런게 없었는데...’


방구석에 처박혀 사는 찐따인 나도 모르는 여자아이 패드를 보내 ‘나 때’ 생각을 하고 있는걸 보니 나 자신도 어이가 없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 가장 최신에 나온 패드 가격을 찾아봤다.


백만원이었다.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지금 바로 주문하면 되지만 기차 안에서 이미 2백만원을 쓴 상태라서 좀 고민이 되었다.


과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 당분간 돈을 안 쓰기로 다짐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패드까지 사도 괜찮을지 망설여졌다.


로또 당첨금을 받은 당일에 부산 내려가는 기차에서만 빚 상환으로 돈을 1억 2천만원을 썼고 쇼핑과 핸드폰 구매로 2백만원을 썼는데 추가로 패드까지 백만원 추가 지출이 발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망한 로또 1등 당첨자들처럼 탕진 하지 말자고 결심을 하고 바로 본격적으로 과소비를 하고 있었다.


‘아니, 무슨 결심이 하루를 못가냐...’


쇼핑앱에서 패드의 기능과 성능 페이지를 계속 읽어봤다.


‘기능들도 다 좋고... 그래도 이런 패드 같은 경우에는 한번 사면 오래 쓸거니까......’


구매욕이 솟아올라 바로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3억 중에서 2백만원 쓰나 3백만원 쓰나 그건 큰 차이 없지 않나?...’


패드를 사는 것으로 생각이 기울어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백구원 노트를 손에 펼쳐봤다.


여기저기 흩어진 기억의 조각들, 짧은 글과 그림들이 노트에 이리저리 끄적여져 있었다.


이걸 다 정리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저 학생은 패드를 통해서 아이디어 조각들을 잘 관리하고 있겠지?’


노트에 적혀 있는 꾸불꾸불한 글씨체를 보니 나의 아이디어 기록 방법이 너무 구식으로 보였다.


패드 내에서 파일로 관리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정리하고 관리하기에 편리해 보였다.


'이런 기기들을 일찍 가져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더라면 나는 지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진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빨리 가져야 하나...'


머릿속에서는 이미 패드가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아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다 쓸데없는 과소비다.'


나는 단호하게 생각했다.


'내가 제대로 완성한 글도 하나가 없고, 제대로 잘 그려본 그림 작품 하나 없고, 끝까지 완성한 단편 영화 하나 만들지 못한 것은 나의 노력 부족이지 이런 패드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작품을 완성 하려는 나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지 이런 최신기기 등의 수단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패드가 중요한게 아니다. 돈으로서 심적 여유가 생겼으면 돈을 떠나서 이제 하고 싶은 것을 마음 편하게 해보려고 하자’


패드로 작업하든 종이 노트에 쓰든 그런 수단이 중요한게 아니라 계속해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실제로 완성해 내는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 여자애도 기차 안에서 그냥 눈 감고 쉴 수 있는데 노력하고 있는 거잖아. 저런 노력하는 자세, 태도, 그 모습을 배워야지. 저 여자애의 패드를 가지는 게 중요한게 아니지... 종이 노트만으로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완성할 수 있으니까.’


그 후 나는 핸드폰을 열었다.


「주문이 완료 되었습니다.」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내 손이 주문을 해버렸다.


'허허... 손이 제멋대로... 허허...'


특별한 할인 적용도 없이 그냥 주문을 해버렸다.


'패드도 가지고 노력도 하면 되지 뭐...'


부산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벌써 3백만원치 쇼핑을 했다.


‘그래. 기왕 패드를 샀으니 이걸로 오랜 꿈이었던 나의 인생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보자. 그렇게 하면 나의 이 백만원을 과감히 질러버린 것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소비가 되는 거니까’


그렇게 나의 소비에 대한 정당화를 했다.


현재 잔액 : 2,331,988,420원.


그리고 이어서 노트에 두 번째 버킷 리스트를 적어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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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산해울림 +3 23.10.25 387 10 12쪽
20 작가체질 +1 23.10.24 443 9 12쪽
19 자아실현 +1 23.10.23 484 13 12쪽
18 본격 작업 시작 +2 23.10.22 516 15 12쪽
17 흔들리지 않는 잔액의 편안함 +2 23.10.21 536 18 12쪽
16 효자 아들 +2 23.10.20 547 16 12쪽
15 백구원식 기부 +3 23.10.19 571 12 12쪽
» 버킷 리스트 +1 23.10.18 575 17 12쪽
13 나의 직업은... +3 23.10.17 618 16 13쪽
12 하고 싶은 것 +4 23.10.16 651 16 12쪽
11 부산행 +3 23.10.15 653 19 12쪽
10 실지급액 : 2,485,524,020원 +4 23.10.14 682 20 11쪽
9 로또 1등은 처음이라 +2 23.10.13 682 18 11쪽
8 과거 그리고 다짐 +3 23.10.12 688 22 11쪽
7 인생 쫌망 테크트리 +2 23.10.11 708 21 12쪽
6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4 23.10.11 729 22 11쪽
5 이번주 당첨자는 7명 +3 23.10.10 759 24 11쪽
4 줘도 못먹나 +1 23.10.10 757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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