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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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01
작품등록일 :
2023.11.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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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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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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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22화





“...바리야”


뿔난 바리 앞에 면목없다는듯 서있는 관청아재.


“...네에”


바리도 아재 잘못이 아닌 걸 익히 알아, 더는 뿔을 낼 수도 없다.


“하필 또 오늘 아버지도 없다냐...”


그러게요. 이 나이 차도록 아직까지 아버지를 찾는 저도 웃깁니다. 바리는 한숨만 삼킨다.


“...오늘만 있으면 되는 겁니까?”


“아니.”


“....?”


“너 납치될거야.”


“....??? 예에???”


“중앙관 오면 으레 그런단다. 그래서 나처럼 마음 맞는 몇 사람들이 그 전에 어린아이나 여인들을 어디 몰래 빼돌려둔다.”


“그럼 못 빼돌려진 사람들은요?”


“납치 당하는거지.”


외지인들까지 우리가 어쩌겠냐. 관청아재는 팽 의원 봐서 바리까지는 빼주는 거라며 으스댄다.


아부지가 의원이 아니었으면, 난 아무것도 아닌거네... 바리는 조금 우울해졌다.


관청 아재는 바리 심상도 미처 모른 채 일단 관아에서 나오라며 손을 흔든다.


“그래도 되는겁니까...?”


“알잖냐... 악귀때문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닌거...”


악귀... 이제야 세상 분위기가 실감나는 바리였다.



*



깊은 산중,


“아저씨 여긴...”

“못 보던 곳이지?”


...이런 곳이 이 근방에 있었던가? 이정도 마을이면 저가 몰랐을리 없다.


“화전민 마을이다.”


“화전민이요?”


“그래··· 세금을 내다가 못 견딘 사람들이 한 둘씩 모이다보니 이렇게 커졌다..”


“그래도 이 정도 크기면..”


“잘 봤다. 진작에 없어졌어야지. 사람이 너무 많으면 눈에 띌테니 말이다.”


없애야 한다면서 지금 사람들을 늘리는 것 같은데..? 바리는 설명을 요하는 눈으로 관청아재를 바라본다.


“여긴 왈패들한테 상납을 좀 하고 숨어있는 곳이야. 도망자들 잡는것도 다 왈패들이 하잖나.”


어자피 관리들이나 왈패나 손해볼 거 없으니, 서로 쉬쉬 하는거지. 관청 아재는 멋적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세상살이 험하구나··· 바리는 몰랐던 소식들을 듣자니 어지럽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오냐, 나는 가마. 여인들 틈에 끼어잘 숨어 있으렴. 관청 아재는 당부를 남긴 채 서둘러 돌아간다.


“...에잉”


타-앗,


바리는 괜히 마음이 쓰여 발치에 걸린 돌을 차버린다.



*



잠시 후,


“....이걸 하라구요?”


“그래.”


털레털레 마을을 돌아다닐 무렵. 무슨 일이 난건지 청년들이 모여있었다.


궁금증이 도진 바리는 그 무리에 들어선 참이다.


그런데 왠걸?


“호랑이 잡게, 구덩이를 파라구요??”


“이 동네 청년이면 무조건 하는 일이야.”


“.....”


기실 저는 청년이 아니랍니다. 바리는 목끝까지 올라오는 말을 삼킨다. 아부지가 할 수 있는데 까진 여인인 거 숨기랬어.


“...무슨 호랑이가 구덩이에 빠집니까? 호랑이 나무도 타지 않나요? 여기 빠져도 그냥 뛰어 나올거 같은데요?”


“잔말 말고, 파라.”


일을 시키는건 누가봐도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 본인을 녹두라 소개했다.


이거 의미 없는 일 같은데. 바리는 구시렁거리며 청년무리를 따라간다.


“자네도 같은 생각이지?”


“...?”


갑자기 훅 가까이 들이대는 한 청년. 바리의 놀란 표정을 보자 살짝 멀어진다.


“아, 난 여기 청년회장이네. 이 동네에 온지는 좀 되었어.”


“그러시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근데, 자네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뭐가요?”


“이 구덩이 말이야.”


“뭐.. 호랑이 잡기엔 좀 그렇긴 하죠.”


“그래, 그 호랑이... 내 여기 온 이후로 호랑이는 커녕, 호랑이에 다친 사람도 본 적이 없어.”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데도 이렇게 구덩이를 파게 한다니까.”


화전민 마을 내에서도 의견이 좀 나뉘는 모양이다. 바리는 괜히 코가 꿰일까, 웃음으로 무마한다.


하지만 청년회장은 그 웃음을 무엇으로 해석한건지, 불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 시간에 밭이나 매면 얼마나 좋아. 하냥 땅만 파고있으니 원...”


목소리가 너무 크신 것 같은데. 근처에서 땅을 파던 다른 청년이 듣다못해 한마디를 한다.


“그냥 파게. 처음 온 사람한테 이상한 말 하지말고.”


“내가 뭘 어쨌다고?”


“아까부터 대장님 욕하고 있잖아!”


“내가 틀린 말 했어?”


둘이서 시작한 말다툼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바리는 눈알을 굴리며 굳어있다.


“뭐냐.”


소란을 듣고 돌아온 녹두. 청년들은 서로 씩씩거리며 쏘아보기만 한다.


“뭐냐고.”


바리는 저들에게서 대답을 듣기 힘들겠다 싶은지, 바리에게 상황을 묻는다.


“....구덩이.. 파는..ㄱ..”


“안 들린다.”


“구덩이...”


“뭐?”


“아오 씨, 이놈의 구덩이는 왜 파야합니까!!”


우물거리는 바리를 보다 못한 청년회장이 삽을 던지고 소리지른다.


“범을 잡아야 하니까.”


“호랑이는 무슨. 내가 여기 있는동안 호랑이 꼬리도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립니까?”


“.....”


“저는 더이상 못해먹겠습니다. 구덩이건, 구렁이건 알아서 파십쇼!”


“.....”


화를 내고 가버리는 청년회장. 이윽고 그와 의견이 같은 몇몇이 그를 따라간다.


“...저놈들 빼고 나머지는 자기꺼 파라.”


“네!!”


군말없이 다시 땅을 파는 청년들. 바리는 눈치를 보다 삽을 들고 같이 땅을 파기 시작한다.


“.....?”


이 땅은 막 파면 안 되는거 같은데? 온갖곳에 산나물이 널려있다. 바리는 삽을 내려놓고 산나물을 뜯기 시작한다.


“....너 뭐하냐?”


방금 전에 큰 소리내며 싸우던 청년이 바리에게 말을 건다.


“산나물 뜯습니다.”


“산나물?”


“모르십니까?”


“...알기야 알지.”


“...?”


사실 바리는 의술이나 약술분야에서 천재였다. 그 덕에 잡풀과 산나물, 산약초 등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럼 어서 캐 가십시오. 지금 안먹어도 말려두면 겨울에 요긴하게 쓰일겁니다.”


“...산나물이 어떤건데?”


“...골라드릴까요?”


“....”



*



한편, 녹두는 구덩이를 파라고 시킨 뒤 마을어른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구덩이는 이제 저 혼자 파도 되겠다.


“...?”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다 생각하며 돌아올 무렵, 파라는 구덩이는 안 파고 청년들이 한 구석에 몰려있다. 오늘따라 왜들 이러는지. 녹두는 인상을 쓰며 무리로 다가간다.


“...? 형님 오셨습니까?”


인기척을 느낀 바리는 반갑게 녹두를 맞이한다.


“허어?”


언제봤다고 형님이야. 바리의 친한척에 녹두는 살짝 당황스럽다.


“대장! 이놈 아주 물건입니다!”


“그러게요, 산나물을 아주 기가막히게 분류합디다!”


“구덩이 파다가 칡도 캤습니다!”


“...산나물?!”


화전민 마을에는 음식이 귀하다. 산나물이라도 캐먹으면 좋으련만... 보통은 약초꾼이 아니면 독초와 구분도 못했다.


“.....ㅎ..”


나물캐느라 구덩이 안파서 화나셨나? 녹두의 표정이 굳어있자 바리는 씨익 웃어보인다.


“...잘했다.”


“..정말요? 구덩이 하나도 안 팠는데요?”


“....그래.”


녹두는 바리가 캔 산나물을 가만 보더니, 허리를 피며 일어난다.


“이제 구덩이 안 파도 된다.”


“아까 저 놈들이 한 말 때문이시면..”


“아니, 이 정도면 얼추 된 것 같아 그런다. 그동안 고생많았다.”


“...그렇습니까?”


그럼 뭐... 청년들은 우물거리며 저마다 삽을 들고 돌아선다.


“...너 왜 안 가냐?”


“잘 곳이 없어서요!”


“...? 이 마을 누구랑 왔어?”


바리는 대답없이 해맑게 웃으며 녹두를 바라본다. 아부지가 어디갈 때 여인인걸 최대한 숨기랬다.


“....몰라?”


아... 얘 누가 데려온거야. 녹두는 제 이마를 친다.


“어째 봐도 형님이 여기 대장 아닙니까~ 대장 집이면 집도 젤 클테니, 방 하나만 빌려주세요!”


제가 맨 입으로 숙식을 해결하진 않겠습니다! 바리는 없는 알통을 들어보인다.


“...일단, 가자.”


“감사합니다아!!”


바리는 꾸벅 인사를 올리고 녹두를 따라간다. 역시 좋은 분이었어.


자신은 이런 쪽에서 이상하리만치 감이 좋았다. 꼭 저 사람 옆에 붙어있으라 뒤에서 누가 떠미는 느낌?


뒤에 계신 분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바리는 녹두를 따라가다말고 뒤에도 꾸벅 인사를 올린다.


“....? 뭐하는거냐?”


“세상에 인사를 하고 있지요.”


“....허, 참.”


녹두는 제가 이상한 놈을 집에 들이는거 아닌가 다시 생각해본다.


“헤헷~”


그저 해맑게 웃는 바리. 그래, 착한 애는 맞겠지. 인사한다잖아?



***




“바리..음?”


비어있는 옥사. 신우는 바리를 찾으러 갔다가, 동네사람들 말을 듣고 급히 달려 온 참이다.


...여기가 아닌가?


바리가 아무리 남장을 하고 다니기로서니, 관청에서 신원 확인도 안하고 남자 옥사에 둘리는 없을 터.


여인들 옥사는 뒷돈을 좀 줘야 들어올 수 있다기에 그렇게 들어왔다.


“...? 포졸 나으리, 여기 옥사가 비었습니다.”


신우는 의아한 얼굴로 저가 뒷돈을 준 포졸을 돌아본다.


“..아이고, 벌써 끝났나보네.”


“...?”


“여인들 옥사는 주기적으로 비우는데, 그게 오늘인가보오.”


“어째서 여인들 옥사만 비운단말입니까?”


“높으신 분들 뜻이지 뭐.”


“...?”


“나도 잘은 모른단 말일세.”


“....그게 무슨..”


“그래도 짐작가는 곳이 두 군데 있네.”


“어딥니까?”


“운이 좋으면 산으로 갔을거고, 아니면 강으로 갔겠지.”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공녀(貢女:공물로 바치는 여자) 말이네.”


포졸은 주변을 둘러보곤 목소리를 낮춘다.


“왜 인진 모르겠는데, 최근 중앙에서 여인들을 비밀리에 모으는 중이라 하네.”


“...여인을,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내가 보부상에게 들었는데. 전쟁에 쓸 여인이라 하더만.”


“전쟁..이요?”


“얼마 전에 홍국이랑 국경에서 분쟁이 있었을 때, 우리가 아주 크게 망신을 당하지 않았나? 그에 조정 대신들이 벼르고 있다더군.”


“그게 여인들과 무슨 상관입니까?”


“그 나라 황제가 매일 기녀를 끼고 산다지 않나. 해서 미인계로 쓸 여인찾는 거지.”


“.....”


경국지색, 말이야! 포졸은 그게 대단한 전략이라도 되는냥 침까지 튀겨가며 설명한다.


너무 뜬금없는데..? 신우는 역시 보부상 말은 듣는게 아니란 생각에 그 말을 흘려버린다.


“그보다... 산이나 강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 그치 그게 급하겠구만. 산이라면 화전민 마을일거고, 강이라면 조운선일걸세.”


“...그렇군요.”


“조운선은 내일 모레 떠날걸세. 그 전에 그 안으로 들어가는게 더 힘들거고 말이지.”


“....”


“왈패들 조심하게나. 그들이 조운선을 관리한다네.”


감사합니다. 신우는 어두운 얼굴로 옥사를 뛰어나간다.






.


작가의말

오후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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