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도 막내손자는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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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1.03 16:19
최근연재일 :
2023.12.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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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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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프롤로그

DUMMY

대륙을 지배하는 다섯 가문 중의 하나.


무학의 종주.

아그네스.


제이드는 아그네스의 6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모두가 무신의 피를 이어받아 비범한 재능을 뽐낼 때, 그는 평범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도 무색무취.

직계 혈족이라 믿기 어려운 모습에 가문의 관심도 멀어져갔다.

결국 제이드는 가문을 떠났다.

아그네스의 성과 본래 이름을 버리고 변두리 백작령에 정착하여 소중한 운명을 만났다.

아내가 생겼다.

전쟁으로 부모를 여읜 평민 출신의 여성이었다.

가문이 무관심했기에 여인과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제이드의 소망은 하나였다.

이 여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것.

그런데......


“제이드님 안됩니다! 아직.....”


노파를 밀쳐내며 들어간 방에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펼쳐져 있었다.


“안...돼...안.....흑...흐으윽....”


고통과 눈물로 범벅진 아내의 손이 가리키는 곳.

눈도 뜨지 못한 아기가 누워 있었다.

제이드 부부가 간절히 바라왔던 첫 자식이었다.

하지만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다.

피와 땀으로 범벅된 산파가 제이드를 바라보곤 고개를 저었다.


“...........”


하늘이 샛노래졌다.

부인에게 가야한다는 생각과 오만가지 상념이 복잡하게 얽혀 머리를 헝클었다.

소박한 행복을 위해 달려왔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 끝에 문득, 한 가지가 맺혔다.


[그대는 가장 중요한 삶의 기로에 설 것이네. 결코, 되살리지 못할 죽은 자와 마주하게 되겠지.]


이 지역에서 가짜 예언가 혹은 마녀라고 불리며 손가락질 받던 노인이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질에 몸이 성하지 않던 노인을 아내가 보듬었다.

죽은 부모님이 떠오른다며 지극정성으로 노인을 보살폈지만 끝내 죽음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인은 웃었었다.


[피로 점철된 가문에서 태어나 무수한 덕을 쌓아 올린 그대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결말일걸세. 이 세상에 기적이 깃들어야 한다면 그건 자네 부부가 누려야 마땅하지.]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다며 제이드 부부에게 하나의 구슬을 건넸다.


[나에겐 필요 없는 것이나, 그대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 거야. 반드시 찾아올 것이야......]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구슬을 반드시 배꼽 위에 올리라는 유언을 끝으로 노인은 숨을 거뒀다.

제이드는 흑진주 같은 구슬을 작은 병에 담아 햇살이 잘 드는 곳에 놓아두었다.

아내가 한 번씩 병을 볼 때마다 살포시 미소짓던 모습이 눈가에 아른거렸다.


“제이드님?”


발길은 어느새 병 앞에 멈춰 있었다.

제이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병 속의 구슬을 꺼냈다.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구슬을 아기 배꼽 위에 올려두었다.

산파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무어라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애.....응애애애애!”

“.......?!”


방 안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산파는 반사적으로 아기를 끌어안았고 우렁찬 소리를 들으며 눈을 부릅 떴다.

많은 것을 담아내는 눈길이 부부에게 향한 순간, 아내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고 제이드는 무너져내렸다.


“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죽은 줄만 알았던 아기가 부부의 품으로 돌아온지 어느 덧 2달이 지났다.

제이드는 오늘도 똘망한 눈을 빛내는 아들을 내려다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때, 무슨 생각이었어요?”


제이드가 고개를 돌려 에이나를 바라보았다.


“루인이 숨을 멈췄을 때 말이에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었지. 그러다 문득 떠오른 거야. 구슬을 얘기해주던 어르신의 모습이.”

“정말 그게 전부에요?”

“응?”

“따로 들은 얘기 없어요?”

“없어.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과 함께 들었던 말이 전부야.”


그때는 루인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뿐이었다.


“왜? 뭐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어?”

“저는 혹시 흑마법이라는 것이 아닐까 해서....”

“흑마법?”

“죽은 자를 되살리는 기적은 흑마법사들의 전유물이라고 들었어요.”


제이드가 피식 웃었다.


“에이나. 흑마법사들도 그런 재주는 없어. 나도 몇 번 마주하긴 했는데, 그놈들은 사악한 짓을 벌일 뿐 누군가를 살리는 따스한 마음이 존재하지 않아.”

“그럼 다행이지만.....”

“걱정하지 마. 혹시나 싶어서 신관님께 여쭤봤는데, 루인은 아무 이상도 없대. 흑마법의 흔적은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아. 그 구슬은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영단 같은 종류가 아닐까 싶어.”


한 때, 아그네스 가문의 가전 무학을 익혔던 제이드다.

단호한 말에 에이나는 안심했는지 그제야 미소 지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루인과 산책이라도 나갈까?”

“좋아요! 당신 좋아하는 샌드위치 만들어서 언덕으로 갈까요?”

“그거 좋겠네. 바람도 선선해서 루인도 좋아할거야.”


부부가 웃으며 루인의 뺨에 입을 맞추고 방을 나갔다.

부엌에 들어가 간단한 점심 식사를 준비할 무렵, 루인이 눈을 떴다.

호박빛 눈동자에 푸르스름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 순간.


“꺄우아우.”


루인이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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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무신의 가르침 +8 23.11.28 10,293 197 17쪽
17 무신의 가르침 +16 23.11.27 10,755 216 15쪽
16 무신의 가르침 +23 23.11.24 11,388 242 17쪽
15 깨달음 +14 23.11.23 11,039 240 13쪽
14 깨달음 +11 23.11.22 11,022 246 14쪽
13 백인쟁투 +9 23.11.21 11,014 232 15쪽
12 백인쟁투 +5 23.11.20 11,125 20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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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신지로 +10 23.11.16 11,328 231 15쪽
9 무신지로 +6 23.11.15 11,658 21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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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밤하늘 +6 23.11.13 11,680 238 13쪽
6 자격 +11 23.11.10 11,841 247 18쪽
5 자격 +6 23.11.09 12,163 236 17쪽
4 아그네스 +9 23.11.08 12,716 250 18쪽
3 아그네스 +9 23.11.07 13,225 24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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