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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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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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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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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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9화

DUMMY

헌터관리국 본부 근처에 도착하자 이곳에서도 전투는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전투의 주체가 군인이 아닌 헌터와 요원으로 이루어진 각성자끼리의 싸움이었다.


“뚫어! 반드시 접수해야 해!”

“막아! 절대 뚫리면 안 돼!”


다들 각성자인만큼 전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지러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미끄러지듯 빠르게 땅을 가르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온갖 스킬과 마법이 여기저기 날아들어 도로와 건물을 파괴하는 그 광경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기에 뭐라 빗댈 표현도 없었다.


“자, 잠깐! 여기서는 적이랑 아군 어떻게 구분해?!”

“이건 나도 모르겠는데?”


하은의 질문에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군인은 피아식별띠라도 차고 있었지 제멋대로 생긴 갑옷과 제각각의 무기를 든 각성자가 복잡하게 얽혀 싸우고 있는 지금은 진짜 피아가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단순히 요원과 헌터로만 구분을 지으려고 해도 어려운 게 헌터관리국에 붙은 길드가 있어 헌터라고 다 아군은 아니었다.


“나한테 구분할 방법이 있어!”

“뭔데?”

“헌터관리국 안으로 들어가려는 데 공격하면 적이야!”


그 와중에 형은 장난 같으면서도 꽤 그럴듯한 방법을 제시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


내키진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방법은 우리의 목적을 관통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우리의 목적은 요원과 헌터를 전멸시키는 게 아니라 정우진 국장 및 주요 간부를 제압하는 게 목적이니 괜히 밖에서 시간을 끌리는 것보다 아린이의 무력을 앞세워 헌터관리국 본부로 뚫고 들어가는 게 옳은 행동인 것 같았다.


“그럼, 부탁할게.”


나는 아린이에게 선두를 맡겼고 우린 헌터관리국 본부를 향해 나아갔다.

처음엔 아무도 우릴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형의 말대로 헌터관리국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명백해 보이자 순식간에 몇몇의 요원과 헌터들에게 둘러싸였다.


“뭐, 뭐야! 윤아린 헌터가 왜 여기에⋯?!” “실장님이 죽이러 간 거 아니었어?! 그럼 실장님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당신들만 믿고 이 좆같은 곳에 뛰어들었는데 일 똑바로 안 해?!”

“그걸 왜 나한테 지랄이야? 그리고 애초에 그쪽으론 우리 측 요원보다 헌터들이 더 많이 갔잖아!”


죽었을 줄로 알았던 아린이 멀쩡히 산 채로 눈앞에 나타나자 요원과 헌터들은 동요하며 자기들끼리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나저나 이 사람들 왜 이렇게 현실감각이 없지, 나야 싸우는 건 못 봤지만 고작 젓가락 하나 들고 다 쑤셔버린 거 보면 그렇게 대단한 전력을 보낸 것 같지도 않은데 진짜 성공할 거라고 믿은 건가.

상대를 과소평가한 건지 자신들을 과대평가한 건지, 원.


“싸울 거 아니면 셋 세기 전에 비키세요. 하나.”


그렇게 많은 인원으로도 아린이에게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젓가락을 들고도 그랬는데 지금의 아린이는 A급 아이템인 영웅왕의 성검을 들고 있었다.


- 드드드드!


땅과 공기가 진동하며 검에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제 검을 가볍게 휘두르기만 해도 검기가 발산되며 진행 방향의 모든 것을 분쇄할 것이다.


“으아아악!”


그러자 그 마력을 느낀 요원과 헌터들은 아린이가 둘을 세기도 전에 기겁해 뿔뿔이 흩어졌고 우린 편안하게 갈 길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물어볼 게 있는데.”

“응? 뭔데?”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서연이 아린에게 물었다.

처음 만났을 땐 어색하기도 하고 약간 적대적이기까지 했지만 이젠 그냥 친구 먹은 지 오래였다.


“너 정도면 그냥 죽이는 게 훨씬 빠를 텐데 왜 굳이 도망칠 기회를 주는 거야? 불쌍해서?”


서연은 요원과 헌터를 죽이지 않고 그냥 도망가게 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아니, 불쌍해서 그런 건 아니고 더 편하려고.”

“괜히 말하는 것보다 죽이는 게 더 편한 거 아니야?”


서연은 아린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아린은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도 이쪽으로 안 오잖아.”


솔직히 아린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나도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자 그때야 무슨 의도였는지 파악됐다.

아린이 살려준 이들은 사방으로 퍼져 동네방네 윤아린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내고 다녔고 그 덕분에 목숨 아까운 줄 아는 이들은 이쪽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실수로 마주치기라도 하면 애써 못 본 척 돌아설 정도였다.

괜히 앞길을 막는 이가 없으니 일일이 죽일 필요도 없어 확실히 훨씬 편했다.


“너 내 생각보다 똑똑하구나?”


처음부터 이런 효과를 노린 거였다니, 내심 놀란 나는 그렇게 말했다.

손자병법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게 최상의 전략이라고.

자신의 힘과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이용해 말 한마디로 싸움이 일어나지조차 않게 한 지금 이 상황이 딱 그 가르침을 활용한 사례인 것 같았다.


“그럼 지금까진 바본 줄 알았다는 거야?”


그런데 아린이가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아니, 원래 똑똑한 줄은 알았지만 그것보다 더 똑똑하다고⋯.”


당황한 나는 눈을 피하며 그렇게 변명했다.




***




우리는 무혈입성으로 헌터관리국 본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본부의 건물구조는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기에 각자 흩어져 국장실, 전략회의실, 종합상황실 등 빠르게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었는데.


“뭐야, 이거?”


그런 헌터관리국의 주요 시설을 쭉 훑어본 나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야, 뭐 찾았냐?”

“아니, 아무것도.”


아린이와 함께 이번 작전의 핵심인 국장실에 다녀온 형이 내게 물었다.

그리고 하은, 서연과 함께 종합상황실을 뒤지던 나는 허리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헌터관리국 본부는 이미 텅텅 비어있었다.


“완전히 당했네.”


형은 뭔가를 파악했는지 그렇게 말하며 미련 없이 휙 뒤돌아 종합상황실을 나섰다.


“당했다니, 무슨 소리야?”

“일종의 기만전술인 거지, 이렇게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건물을 저렇게 요란법석 떨면서 방어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지, 지하에 숨겨둔 게 있다거나?”


내 대답에 형은 한숨을 푹 쉬며 하은에게 물었다.


“하은아, 뭐 탐지되는 거 있니?”

“아니요, 없어요. 이 건물은 진짜 그냥 비어있는 것 같아요.”


그러자 마법사인 하은이 내 의견을 전적으로 부정해주었다.


“쉽게 말하면 낚시 건 거야. 진짜로 지킬 생각 없는 곳에 뭐라도 있는 것처럼 요란 떨면서 시선 끌고 적 병력을 분산시키는 거지. 보통 이런 전개면 이제 슬슬⋯.”

“유, 윤아린 헌터님! 윤아린 헌터님 계십니까!”

“음~ 그렇지, 이래야지.”


적의 방어선을 뚫은 정부군 측의 헌터들이 건물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런데 그들은 뭔가 일이 벌어졌는지 다급히 아린이를 찾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대통령실에서 얼굴을 본 기억이 있는 길드 마스터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도 내가 아린이와 함께 있던 걸 기억하는지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 급히 지원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린이의 등장과 함께 반란군은 즉시 헌터관리국 본부를 포기하고 후퇴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신 대통령실 벙커를 향해 대규모의 공습이 이루어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피신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벙커에 고립됐다고 했다.

형의 말대로 여긴 처음부터 미끼였고 주 병력은 그쪽으로 향한 듯했다.


“알겠습니다, 즉시 그쪽으로 향하겠습니다, 이곳 마무리는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이쪽은 맡겨주십쇼!”


본부 쪽은 다른 길드에게 마무리를 맡긴 우리는 아린이를 불러 곧장 벙커가 있는 대통령실로 향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상황이 순식간에 휙휙 변하니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렇게 건물 옥상을 뛰어넘으며 최대한 빠르게 목적지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여러 사람의 비명이 들려왔다.

비명이 들려온 곳은 근처의 아파트 단지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그들은 위험하니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마치 탈출하듯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하하하! 너희들 도와줄 사람 따위 없다니까!”


그러자 그 뒤를 이어 아파트 5층쯤에서 남자 하나가 창문을 깨고 뛰어내리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덮쳤다.

그리고,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잡아 죽이기 시작했다.

그가 손톱을 휘두를 때마다 서너 명의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야, 야! 저기! 저 새끼 저거 뭐 하는 거야?!”

“미, 미쳤나 봐!”


각성자가 일반인을 학살하는 광경에 형과 하은이 비명을 질렀다.

치안이 무너진 틈을 타 활개를 치는 또라이는 어디에나 있겠지만 그게 각성자인 게 큰 문제였다.


- 파앙!


나도 말은 안 했지만 이미 몸은 아파트 단지를 향해 돌리고 있었는데 순간 귓가에서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 멀리서 사람들을 덮치던 각성자의 몸이 반토막 났다.

옆을 돌아본 나는 아린이가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체 왜 이런 짓을⋯.”


잠시 진행 방향을 틀어 현장을 살펴본 우린 끔찍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각성자의 습격을 당한 민간인은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목숨을 빼앗겼다.


“⋯⋯⋯⋯.”


한편 아린이는 자신이 도륙낸 각성자의 시신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내가 예비군의 악몽이 떠올랐듯이 아린이도 번화가의 악몽이 떠오른 느낌이었다.


“저, 저기요, 저기요 헌터님!!!”


그때 한 여성이 다급히 달려와 아린이의 팔을 부여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무슨 일이시죠?”

“저, 저희 좀, 저희 좀 도와주세요! 웬 미친놈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요! 저희 남편이 위험해요!”


그 미친놈이라면 방금 죽였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내 귓가에 각종 소음이 흘러들어왔다.

시끄러운 포성과 바람 소리에 섞여들어 있는 소리를 들은 나는 전신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것은 비명이었다.


사람들을 학살하는 미친놈은 이 새끼 하나가 아니었다.

사방팔방, 아파트 건물 하나하나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의 비명과 도망치는 발소리가 들렸다.

또한 아파트 단지뿐만이 아니었다.

이 동네 전체에서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내가 들은 소리가 환청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듯 바로 옆 동 아파트에서도 사람들이 쏟아져나왔다.


“꺄아아악!”

“살려줘!”


그 옆에서도, 옆에서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도망쳐 나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어김없이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벌이는 각성자가 있었다.


- 파앗!


아린이는 눈 깜짝할 새에 눈앞에 보이는 각성자를 쓸어버렸다.

그들은 아마 자기가 죽는 줄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아린이는 미친 듯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며 순식간에 십수 명에 이르는 각성자를 베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린이가 빠르고 강하다고 해도 동네 전체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사람들을 죽이는 각성자를 모두 찾아내 죽이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아린아! 너는 가!”

“뭐, 뭐라고?”


그에 나는 생각했다.

소은 누나나 석혁 형님 같은 다른 S급 헌터들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두가 하나로 뭉쳐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대통령이라는 상징적인 구심점과 결정권자가 꼭 필요하다.

만약 벙커 쪽이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면 아린이는 이곳에서 발목을 잡혀선 안 된다.


“여긴 우리가 맡을게! 너는 벙커 쪽으로 가!”


하지만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찢어져 행동하기로 했다.

벙커 쪽의 반란군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린이 하나만 도착해도 전황은 충분히 뒤집힐 것이다.


“⋯알았어, 몸조심해.”


- 쿠웅!


아린이는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상황에 잠시 대답을 망설였지만 이내 내 뜻을 알아주고는 내게 맞춰주던 속도의 봉인을 풀고 전투기처럼 하늘로 솟구쳐 순식간에 작은 점이 되어 사라졌다.


“벙커 쪽으론 아린이가 갔으니까 괜찮을 거야! 우린 흩어져서 저 미친 새끼들 싹 족치고 다시 여기서 모이자!”

“아, 알았어!”

“그래.”


나는 모두에게 그렇게 말했고 우린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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