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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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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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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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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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0화

DUMMY

“어, 일어났냐?”


잠에서 깬 내가 부스럭거리자 이미 옷과 갑옷, 무기 등을 완벽히 장비하고 있는 형이 말을 걸었다.


“뭐, 뭐야, 벌써 준비 다 했어?! 왜 안 깨웠어!”


그 모습을 본 나는 놀라 푸닥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인류의 운명이 걸린 전투를 향한 위대한 첫걸음의 지연 사유가 내 늦잠이라니, 너무 모양 빠진다.


“워워, 진정해. 아직 4시간 정도 남았어. 몇 번 깨웠는데 꼼짝도 안 하길래 그냥 좀 더 자게 뒀지.”

“그, 그런데 형은 왜 그러고 있는데?”

“그냥 잠은 안 오고, 준비는 끝났고, 할 일 없이 있어봤자 불안하기만 하니까 주접 좀 떨고 있었지.”


형은 창밖으로 탑을 바라보며 이미 더없이 잘 관리된 활과 화살을 만지작거리며 계속 닦아주고 있었다.


- 덜컥.


“오빠, 준비됐어요? 저희 언제 나가요?”

“어, 깼네.”


그때 준비를 마친 하은과 서연이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둘은 누가 줬는지 처음 보는 온갖 아이템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4시간 정도 남았다지만 이거 이미 나 빼고 준비 다 끝난 느낌인데⋯ 그래, 나도 일어나자.

조금은 아쉬움이 들었지만 순식간에 어수선해진 분위기에 잠은 달아났고 나는 그대로 기상해 뜨거운 물로 몸을 푹 지졌다.

이제 탑에 들어가면 또 언제쯤 제대로 씻을 수 있을지 모르니 일종의 세상과의 작별 인사 같은 느낌이었다.


“자, 저거 한 번 입어봐.”

“역시 내 거였구나.”


씻고 나오자 어제부터 형이 줄곧 방 한쪽 구석에 놓여있던 찰갑을 가리키며 말했다.

원래 입던 건 쓰레기통에 있는 통조림마냥 찌그러졌으니 한 벌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정말 다 알아서 준비를 해뒀구나.


“오, 이거 되게 편하네. 아무것도 안 입은 것 같아.”


장비를 모두 착용한 나는 갑옷의 착용감에 감탄해 그렇게 말했다.

안에 입는 기능성 슈트는 땀을 바로바로 흡수해 찝찝하지 않게 해주고 체온도 잘 유지해줬으며 갑옷은 무게를 재보고 싶을 만큼 가벼웠다.

전에 내가 입었던 것과는 등급이 다른 상급품이 확실했다.


[용갑]


- 인간을 사랑한 용이 자신의 비늘을 뜯어 지은 갑옷입니다.


그런데 아이템 설명이 요상했다.

대부분 성능과 관련된, 예를 들면 방어력이 몇이라든지 특수효과 같은 게 써 있는 게 보통인데 이건 그 대신 아이템이 만들어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써 있고 끝이었다. 이야, 그나저나 그럼 이 미늘 조각 하나하나가 용의 비늘이라는 거야?


“그거 아마 A급 아이템일걸? 심지어 던전에서 나온 거라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거래.”

“정부에서 지급해준 거야?”


보아하니 서연과 하은도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하고 있었다.

뭐, 하기야, 나라의 운명을 건 20인의 결사대에게 못해 줄 지원이 뭐가 있겠어.


“다른 건 맞는데 그거는 아니야.”

“응? 이건 아니라고?”

“다른 애들은 정부에서 지원해줬는데 네 것만 특별히 후원이 들어왔어.”

“후원? 대체 누가?”


후원이라니, 도통 감이 잡히는 부분이 없다.

더군다나 이런 귀하고 특별한 A급 아이템을 후원해 주려면 돈깨나 있는 양반이라는 소리인데?


“해인 거래소에서 보냈던데. 너 설마 해인 거래소에 아는 사람 있냐?”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크게 거래 한 번 했다고 그런 것 같은데.”


해인 거래소.

형의 입에선 완전히 잊고 살던 의외의 이름이 나왔다.

아니,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충성고객을 만드는 건가.

그렇다면 부응해 줘야지, 앞으로 우리 길드의 모든 아이템 거래는 해인에서만 한다.

역시 괜히 1위 거래소가 아닌가 장사 좀 할 줄 아는구만.


“그나저나, 그런데 형은 왜 그대로야? 형도 이 참에 나랏돈으로 아이템 한 번 싹 바꾸지 그랬어?”


나는 형의 변함없는 착장과 무기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물론 S급 길드에서 장기간 근무한 형이니 전부 상당한 아이템들이겠지만 그래도 나라가 지원해주면 저것보다 더 좋은 아이템 하나쯤은 분명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야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갑자기 연장 바꾸면 큰일 나. 활이 다르고 화살이 다르고 몸에 걸친 게 다르면 분명 명중률에도 영향을 끼치니까. 단 한 발로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순간에 자기 화살이 어디로 갈지 확신이 없으면 안 되잖아.”

“형은 또 그런 게 있구나.”

“누구든 자기 쓰던 거 쓰는 게 제일 편하겠지만 궁수는 특히 민감해. 손을 떠난 화살은 돌이킬 수 없고 잘못 해서 아군이라도 맞추면 그건 진짜 재앙이니까.”


나는 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려 내 메이스를 찾았다.

이제 이것만 챙기면 준비는 끝이다.


- 드드드드드!


“어?”


그런데 내가 메이스를 잡아 드는 순간 메이스가 진동하며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아린이가 처음으로 메이스를 잡았을 때의, 그 멋있는 형태였다.


[그라고스의 메이스]


- 공격력 + 50,000

- 아이템의 성능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심지어 성능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이 문구.

진짜다.

드디어 그라고스의 메이스를 100%의 성능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특전 포인트를 분배하지 않아 능력치나 체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수호자 특성을 얻은 영향인 것 같았다.


“좋아, 준비 다 했다. 나가보자.”


메이스를 허리띠에 꽂은 나는, 우리는 방을 나섰다.


“어?”

“오래간만이군.”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통해 로비로 내려왔는데 마침 바로 옆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더니 미즈키와 유스케, 켄토, 아이리까지 완벽히 무장을 갖춘 일본 헌터와 마주쳤다.


“근데 너 그 갑옷 뭐야? 어디서 났어?”

“원래 있던 건 다 망가져서 일본에 있던 여분의 갑옷을 받았다.”


미즈키는 척 보기에도 참 일본스러운 사무라이풍 갑옷을 입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도 저런 갑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그땐 빨간색이었는데 지금은 흑요석처럼 까맣고 광이 나는 갑옷이었다.


“옷이 중요하긴 하구나. 새카만 갑옷 입고 있으니까 이미지가 확 달라진다, 뭐랄까, 더 강해 보여.”

“너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옷 좀 똑바로 입고 다녀라, 이제야 좀 헌터같은 깔이 나는군.”


미즈키는 용갑을 입은 내 모습을 보며 말했다.


“전에는 헌터같은 깔 안 났어?”

“몽둥이 들고 설치는 머저리 같았다.”

“하이고.”


- 철그럭, 철그럭, 철그럭.


모든 준비를 마친 우리는 성큼성큼 자신감있는 큰 보폭으로 호텔을 나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갑옷을 걸친 사람이 8명이나 모이니 그냥 걷기만 해도 갑옷 부딪히는 소리가 장난 아니었는데 지금만큼은 그 시끄러운 소리가 내 심신에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




아직 탑의 입구가 열리기까진 시간이 좀 남았지만 일찍 나오길 잘했지, 밖에선 한참 대형 행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이곳을 찾은 기자들은 탑의 모습과 S급 헌터들의 인터뷰를 전국에 생중계하고 있었다.

세상에 목숨 내놓고 일하는 게 꼭 헌터만 있는 건 아니구나.


“저기 S급 헌터 동료다!”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미리 역할을 정해두기라도 한 듯 다른 곳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우리를 둘러싸고 준비해둔 질문을 난발하기 시작했다.


“⋯아, 아.”


기자의 파도가 한 번 휩쓸고 간 자리엔 기가 쪽 빨린 미즈키만 남아있었다.


“너 이런 거 되게 못하는 구나?” “못 하는 건 아니다, 불편할 뿐.”

“그게 못하는 거잖아.”

“후우⋯ 차라리 빨리 탑에 들어가고 싶군⋯.”


기자들은 미즈키를 특히 깊게 파고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아무 연도 없는 맹호대가 갑자기 탑의 공략에 참가한다고 나섰으니 왜 참가를 희망하는지, 한국의 A급 헌터를 두고 굳이 이들을 참가시켜야 할 이유가 있는지 등등등, 기사화할 만한 포인트가 제일 많은 인물이긴 했다.


“여러분의 손에, 어깨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굉장한 역경임은 분명하지만 저는 여러분께서 잘 해내시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행사는 무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격려사였다.

대통령은 탑의 공략에 참가하는 20인의 헌터와 직접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고 그 장면 역시 전국으로 송출됐다.

아마 부모님도, 집에 티비를 사뒀다면 이 장면을 보고 있겠지.

엄마, 나 티비 나왔어.


“그럼 지금부터 탑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예정된 행사를 마친 우린 슬슬 하늘 높이 떠 있는 탑으로 향하기 위해 여러 대의 헬기에 나눠 탑승했고 곧 이륙했다.

아래를 내려보니 요원과 기자, 군인, 공무원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가 탄 헬기를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거나 경례를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인사했고 이내 그들이 점처럼 작게 보일 때까지 헬기는 높이 떠올랐다.


- 곧 중력이 반전됩니다. 안전벨트가 잘 채워졌는지 확인하시고 손잡이를 꽉 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정도 하늘로 오르자 조종사가 헤드셋을 통해 그렇게 말했다.

중력이 반전된다니,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헬기가 점점 덜덜덜 떨리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


- 부웅!


“우왁!”


갑자기 몸이 붕 뜨며 헬기가 추락하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 삐! 삐! 삐! 삐! 삐!


헬기는 중심을 잃고 빙글빙글 돌며 하늘로 빠르게 솟구쳤고 속도와 균형이 급격히 변하니 헬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크윽!”


하지만 유능한 조종사의 컨트롤로 헬기는 이내 중심을 잡고 안정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게?”

아니, 정확히는 하강하기 시작했다.

헬기는 이제 우리가 떠나온 땅을 하늘에, 탑을 바닥에 두고 있었다.

설마 아까 추락하는 그 느낌은 중력이 바뀌며 헬기가 뒤집히는 느낌이었던 건가.


“이래서 반중력이라고 한 건가⋯ 입구 찾아서 기어 올라가야 하나 싶었는데 차라리 잘됐네.”


나는 탑의 1층에 가까워져가는 창밖 풍경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탑은 가까이서 보니 땅에서 보던 것보다 더욱 거대하고 또 더욱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우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며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럼⋯ 시작인가?”


요원들의 사전 조사 덕에 한 번에 입구를 찾아 앞에 선 나는 우리를 한 번, 그리고 탑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 거대한 탑 앞에서 고작 20명의 결사대는 너무나 작고 미약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그나저나 위를 올려보면 하늘이 아니라 땅이 보인다니, 참 신기한 광경이다.


“혹시 스킬의 준비든 마음의 준비든 아직 준비가 더 필요하신 분 있나요? 없으면 바로 들어갑니다?”

“전 준비 됐어요!”

“한 번 가보세!”

“저, 저도 괜찮아요!”

““⋯⋯⋯⋯.””


소은 누나의 물음에 S급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섰고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자, 그럼⋯ 이거 누가 열어볼래요?”

“?”


이제 바로 앞에 놓인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만 가면 되는 때, 소은 누나가 갑자기 모두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냥 열면 되는 거 아닌가?” “아저씨도 참.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이거 달에 첫발 내딛는 수준의 영광스러운 일이라구요?”

“그, 그 정도인가?”


그럼 S급들이 다 같이 여는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내가 혼자 뒤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 준호가 열게 하는 거 어때요?”

“어? 나?”


갑자기 아린이가 그렇게 말했다.


“아~ 그거 좋네, 여기서 이 탑이랑 가장 많은 연관이 있는 건 준호잖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 난 찬성이야!”

“저도 형님이 열면 좋을 것 같아요!”

““⋯⋯⋯⋯.””


S급 헌터들은 모두 그렇게 말하며 길을 비켜주었다.


“빨리 가서 열어, 언제까지 세워두게.”

“괜한 곳에서 시간 낭비하지 마라.”


내가 눈치를 보며 망설이고 있자 형과 미즈키가 내 등을 툭 떠밀었고 나는 족히 수십 미터는 될 것 같은 문 앞에 서 가볍게 손을 가져다 댔고 그것만으로도 이 문이 얼마나 두껍고 묵직한 지 느껴졌다.

⋯이게 내가 민다고 열릴까?

그건 해봐야 아는 거겠지.


- 끼기긱, 끼이이긱!


나는 양손을 대고 몸무게까지 실어 힘껏 문을 밀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발대마왕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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