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해서 당구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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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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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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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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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날갯짓 (2)

DUMMY

영등포 와우당구장.

영묵이 재일의 구장에 도착하니 오전 9시였다.

문을 열고 당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구장 안에서는 정 사장이 청소기를 돌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서 와요. 일찍 왔네요. 아 참, 이른 것도 아니지.”

“사장님이 직접 청소도 하시나 봐요?”

“아뇨, 퇴근하기 전에 우리 매니저가 하는데 카펫 위에 이물질이 좀 떨어져 있어서, 자 저리로 갑시다.”


정 사장이 안내해준 소파에 앉으니 커피가 담긴 하얀 종이컵을 내밀었다.


“차 종류는 많은데, 아침이라 커피가 좋을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쿠우롱과 멋진 경기를 했다면서요?”

“그 사람과 제가 비교 대상이 되나요?”

“어차피 나중에 강 선수가 넘어야 할 산 아닌가요?”

“먼 훗날의 얘기죠.”

“동석이 얘기로는 그날 게임 할 때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고 하더군요.”

“과찬이십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미리 한번 간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네. 간은 톡톡히 봤습니다. 후후후!”

“아! 당구대는 좀 어때요? 이젠 미끌림이 어느 정도 잡혔을 텐데.”

“아직 좀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아요.”

“시합 나가면 그런 테이블 상태에서도 게임이 잦아요. 연습한다 생각하고 쳐요.”

“네.”

“어떤 선수들은 일부러 테이블 환경 적응 연습한다고 나사지 새로 간 테이블만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해요.”

“네.”


영묵은 큐 가방을 열고 정 사장이 빌려준 롱구니 큐를 꺼냈다.

깨끗이 손질된 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두자 정 사장의 얼굴에서 흡족한 미소가 감돌았다.


“사장님. 이거......”

“벌써 큐 장만했나 봐요?”

“네. 태민 형님께 부탁드렸었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아, 인천연맹 한 프로 말이군요. 그 사람이 구해줬다면 뭐.”


순간 영묵은 자세를 바로잡고 정 사장을 응시하며 말했다.


“저, 정 사장님. 외람되지만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예? 제게 무슨 하실 말이라도.”

“우연한 기회로 인해 태민 형님을 만나게 되었고,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형 동생으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

“정 사장님도 태민 형님과 잘 아시는 사이 같은데, 정 사장님께도 제가 형님으로 대하면 안 될까요?”


가만히 영묵을 바라보던 정 사장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야 그럼 영광이지요. 특히 강 선수 같은 동생이라면야.”

“그럼 앞으로 형님으로 대하겠습니다. 말씀 편히 해주시고요.”

“내가 형님 자격이 되나 모르겠네. 하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솔직히 나도 강 선수. 아 그래, 그냥 영묵이라 부를게. 자네가 마음에 들었어.”

“감사합니다.”

“농담이 아니라니까. 그건 그렇고 한 프로가 구해준 큐나 한번 보자.”


재일은 영묵이 건네준 큐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거 물 건너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네. 전주인이 두 달 전에 구매했었는데, 사정이 생겨 내놓았다고 들었어요.“

”역시 유사시 큐가 좋긴 좋구나. 큐 잘 골랐네.“

“태민 형님 덕분이죠.”


정 사장은 큐를 영묵에게 건네준 다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들고 물었다.


“담배?”

“아뇨, 못 배웠습니다.”

“점점 더 마음에 드는데, 나도 가급적 구장에서는 안 피우려고 해.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을 때는 가끔...”


이 당시에는 당구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었다.

그러나 2017년 12월 3일 당구장을 포함한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에 포함시키는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다.


옛 생각에서 잠겨 있을 무렵, 정 사장의 목소리가 영묵을 상념을 일깨웠다.


“근데 영묵아? 내가 너에게 궁금한 게 있는데.”

“예, 말씀하세요.”

“야구를 그만둔 건 알고 있어.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인정도 못 받는 당구선수냐?”

“아시안게임 나가서 메달 따려고요.”

“......?”

“예전에 저 당구 가르쳐준 사람이 있었어요. 태민 형님 후배였죠.”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 인천에서는 넘버 원이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없었다지.”

“네, 그 형님이 그러시더군요. 당구에 관한 모든 것들은 당구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요.”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아. 맞는 말이지. 상준이 형만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도 우리나라 당구가 많이 바뀌었을 거다. 후유, 아까운 양반.”


그 말을 듣는 순간 영묵도 갑자기 상준 형님이 떠올랐다.


이 상준.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당구선수.

한국 당구계의 프로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뒤늦게 발견된 위암으로 50세의 이른 나이에 타계했다.


영묵은 지난날 상준이 형님과 시합에서 겨루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뭇 그리움이 솟구쳤다.


당구장을 나선 영묵은 서점에 들러 10여 권 정도의 책을 산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주로 트랜드와 미래사회예측과 관련된 책들이었다.

그 이유는 오직 영묵만 알 수 있을 것이다.


영묵의 연습실.

오늘도 예전의 감각을 되찾고자 집중에 집중을 더하고 있었다.

수구에 큐를 가까이 붙인 상태에서 빨간 공인 적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묘한 기분이 들더니 빨간 공이 점점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적구의 1/4 두께를 조준하고 2팁을 준 상태에서 천천히 스트록을 했다.


수구가 살짝 곡선을 그리며 굴러가고 있다.

우측으로 살짝 커브를 그리더니 정확히 적구의 1/4 두께를 향해 굴러간다.


그런데 이번은 이상했다. 수구가 적구에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영묵의 귓가에 울림이 일었다.


-딱!


다음엔 수구가 정확히 적구의 1/4 두께를 때리더니 자연스럽게 분리 각을 만들며 1 쿠션을 향해 나아갔다.


영묵은 수구가 나아가는 길을 끝까지 주시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금의 이 감각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었다.

순간 시야가 환해지며 온몸에 떨림이 일었다.


‘드디어 찾았다. 결코 우연이 아니었어.’


하지만 이런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또 다른 고민이 그의 뇌리를 감싸 안았다.


‘후유,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한나 누나가 들어왔다.


“동생아! 밥 먹자.”

“응. 나 여기 정리 좀 해 놓고 올라갈게.”

“같이 해. 도와줄게.”

“아니야, 혼자 해도 돼.”

“야? 너 영어 선생 지원자 나타났어.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볼래? 집으로 온다는데.”

“좋아.”


한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연신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이를 본 손 회장이 물었다.


“얘 한나야? 너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니?”

“일은 무슨 일?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런데 밥 먹는 모습이 왜 그래?”

“아니 엄마. 영묵이 영어 선생 지원자가 나타났는데 하필이면 영미 그 계집애야!”

“영미가 어때서, 정말 영미가 해준대?”

“엄마! 영미 걔 순 내숭쟁이야!”

“내숭은? 싹싹하고 책임감 있고 네 친구 중에 걔가 제일 낳은 것 같은데”

“피, 엄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영묵도 끼어들었다.


“누나? 아까 이야기한 사람이 영미 누나였어? 그 누나 직장 다니잖아.”

“직장 옮기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애가 들어섰나 봐. 그래서 출산하고 옮기려고 했던 회사로 들어 간데.”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애를 가져?”

“내 말이 그 말이야! 호박씨는 뒤로 다 까고 다니는 것이!”

“신랑이 유학 중에 만난 사람이라며? 사람 훤칠하지, 직장 괜찮지, 그 정도면 호박씨 뒤로 까도 봐 줄만 하네.”

“엄마도 참!”

“왜? 너도 호박씨 좀 까보지.”

”엄마는 나를 어떻게 보고!“

”어서 밥이나 먹어 이것아!“


민 여사는 밥 먹다 말고 둘의 이야기에 웃음만 흘려내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

주문한 대대 한 대가 더 설치되고 있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김경신 사장이 직접 와주셨다.

김 사장은 작업자에게 지시한 다음 영묵에게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배선 같은 것도, 그냥 선만 연결해서 하면 되니까요.”

“천장 카메라는?”

“예, 저번 것과 같은 제품으로 가져왔습니다. 테이블 설치 끝나는 대로 달기만 하면 됩니다.”

“네.”

“일단 작업 끝나면 PC에 연결해서 스크린 확인까지 다 해보고 마무리할 예정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영묵은 방으로 올라왔다.

독서 삼매경에 흠뻑 빠져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민 여사였다.


“작업 다 끝났다고 하는데.”

“네. 내려갈게요.”

“저분들 점심도 준비할까?”

“제가 가서 물어보고 말씀드릴게요.”


연습장으로 내려가니 김 사장님이 여러 설명과 더불어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요즘 국산 대대도 괜찮아요. 라브리엘과는 쿠션이나 공 구름이 조금 다르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죠,”

“네. 제가 가는 구장에는 이 테이블만 있었어요.”

“언제라도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전화 주세요. 재일 형님이 신신당부 하시더라구요.”

“아 참, 괜찮으시면 점심 식사하시고 가세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다음 방문 일정과 시간이 겹치네요.”

“그래도 식사는 하시고...?”

“아닙니다. 다음에 영등포 쪽으로 오실 때 미리 연락을 주세요. 재일 형님과 자리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세 사람을 배웅하고 다시 연습실로 돌아온 영묵은 새로 설치한 테이블로 다가갔다.


초크 칠을 한 다음 큐를 쭉 뻗었다.

수구가 테이블에 쭉쭉 미끄러지며 나아갔다.

역시 새 테이블이라 유분기가 많아서 미끌림이 심했다.


민 여사와 둘이서 오붓한 점심을 즐긴 영묵은 정원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그러기를 한참. 주차장 입구 쪽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 영묵이 오랜만이야. 나 누군지는 알지?”

“영미 누나?”

“어쭈, 영묵이 기억력 좋은데.”

“정원에 물 주고 있었어? 엄마는?”


연거푸 들어오는 두 사람의 질문에 영묵은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도경이 만약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푼수 3총사가 왕림한 것 같았다.


거실로 들어 온 영미는 주방으로 달려갔다.


“이모! 이모 저 왔어요.”

“아니 이게 누구야?”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항상 그렇지.”

“저 영묵이랑 일이 있어서 왔어요.”

“영묵이랑? 근데 점심은?”

“한나랑 같이 먹고 왔어요.”


이때 한나가 영미에게 다가가 어깨를 쳤다.


“이것아. 이산가족 상봉은 좀 있다 하고 영묵이 일부터 봐야지.”

“알았어.”

“이모. 우린 영묵이 잠깐 만나고 바로 나가봐야 해요. 오늘 친구들이랑 모임 있어서요.”


영미는 영묵에게 다가오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당구 연습장 만들었다면서? 거기 구경부터 시켜줘.”


세 사람은 연습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영미가 소리쳤다.


“까악! 아 아니, 이게 다 뭐야?”

“누나 우선 저리로 가서 앉아요.”

“웨잇 어 미넛! 이야! 진짜 멋진데.”


세 사람은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역시 멋져!”

“넌 여기가 그렇게 마음에 드니?”

“여기가 아니고 영묵이 쟤.”

“뭐야? 이게 어디서 꼬리를 치고 난리야!”


갑자기 정신이 산만해진 영묵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근데 누나? 진짜 시간 되세요?”

“이제는 남는 게 시간뿐이란다. 그런데 당구선수 한다면서 영어 회화는 배워서 뭐 하려고?”

“......?”

“아, 아니다 당연히 배워야지. 언제부터 시작하려고?”

“열흘 후에 도경이 오면 바로 시작했으면 해요.”

“열흘 후면 9월 초? OK!”

“그러면 수강료는 얼마나?”

“한나가 말 안 했니?”

“......?”

“나 무지하게 비싼 사람이야! 이리 보여도 하버드 출신이야!”


이때 한나가 또 물어뜯듯 달려들었다.


“야! 비싸긴! 이게 정말 내 동생 앞에서 자꾸 그럴래!”

“OK. OK. 자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어떻게요?”

“영묵이가 여기에 포켓 당구대 하나 들여놓고 당구 레슨비와 퉁 치는 걸로.”

“야! 너 진짜 애 가진 사람 맞아?”


간신히 그렇게 합의(?)를 보고 마무리가 되었다.


그녀들이 떠나가고 우리 집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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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2) +4 23.12.18 204 7 13쪽
21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1) +3 23.12.16 22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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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5) +3 23.12.15 225 7 13쪽
18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4) +2 23.12.14 217 7 13쪽
17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3) +3 23.12.14 233 7 13쪽
16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2) +2 23.12.13 236 7 12쪽
15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1) +2 23.12.12 243 8 13쪽
14 꿈을 향한 날갯짓 (4) +2 23.12.12 253 7 13쪽
13 꿈을 향한 날갯짓 (3) +2 23.12.11 281 7 13쪽
» 꿈을 향한 날갯짓 (2) +3 23.12.11 293 7 13쪽
11 꿈을 향한 날갯짓 (1) +4 23.12.09 318 9 12쪽
10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5) +2 23.12.08 337 10 15쪽
9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4) +2 23.12.08 344 8 17쪽
8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3) +3 23.12.07 359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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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1) +3 23.12.06 404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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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세상을 향해 (1) +3 23.12.05 41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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