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해서 당구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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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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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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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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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1)

DUMMY

손 회장의 집무실.

손 회장과 영묵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피워내고 있는 손 회장의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네가 웬일이니? 내 사무실을 다 찾아오고.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드릴 말씀도 있고 모처럼 밖에서 어머니랑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서요.”

“잠시 차 한잔하고 있어. 엄마 하든 일 마무리하고 바로 나가자. 얼마 안 걸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천천히 하세요. 형도 오기로 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영민이도 온다고 했니? 요즘 현장 근무하느라 바쁠 텐데......”

“마침 본사에 들어 올 일이 있었나 봐요. 그런데 한나 누나는 오늘 중요한 선약이 있데요.”

“그래, 오래전에 잡힌 약속이라 변경하기도 쉽지 않을 거야.”


손 회장이 업무 정리를 서두르고 있을 때 영묵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바로 영민이였다.

전화를 받은 후 두 사람은 밖을 나섰다.


두 모자가 '미가'란 간판이 달린 일식당에 들어서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영묵아? 오늘 내가 시간은 기가 막히게 잘 맞춰 왔네. 하하하!”

“어 형! 늦을 줄 알았는데.”

“어머니 들어가시죠. 묵아, 들어가서 얘기하자.”


안으로 들어간 세 사람은 모처럼 화기애애한 식사 자리에 기분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식사 시간 내내 즐겁고 기분 좋은 말들이 오갔다.

배부르게 포식한 후 찻잔을 든 손 회장이 영묵에게 물었다.


“아 참 영묵아? 너 아까 내게 할 얘기 있다고 하지 않았니?”

“네. 형과 누나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같이 오자고 했어요.”

“얘들도? 무슨 얘긴데?”


그때 영민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궁금해서 미치겠다. 어서 얘기해 봐.”


영묵은 손 회장과 영민을 번갈아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니 저 돈이 필요해요.”

“용운이 동생, 병원비 때문에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다.”


찻잔을 내려놓은 손 회장은 영묵에게 빙그레 웃음을 지어주곤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예전에 너 대학 갈 때 학교에서 받아 보관하고 있는 것이랑,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네 외할아버지가 네게 물려주셨어. 그래서......”


이때 영묵은 손 회장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말씀하시는데 죄송해요. 어머니 그게 아니라, 저 아주 큰 돈이 필요해요. 빌려 달라기엔 너무 터무니가 없는 것 같아서요.”

“대체 얼마나 필요한데?”


잠시 숨을 고른 영묵은 담담한 눈빛으로 손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만 불! 네 천만 불이 필요합니다.”

“뭐! 천만 불?”

“천만 불이면 환산하면 대체 얼마야?”


손 회장과 영민은 너무 놀라 쥐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들은 어이가 없는 듯 한동안 영묵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잠시 후. 순간의 적막이 지나간 다음 손 회장이 정색하고 물었다.


“10억도 아니고 1,000만 달러! 대체 어디에 필요해서?”

“미국 쪽에 꼭 투자를 해야만 하는 상황 이라서요.”

“미국에 투자한다고?”

“네, 물론 저와 우리 가족도 포함되지만, 특히 제 자신을 위해서 이번에 꼭 해야 하는 일이에요.”


이번엔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던 영민이 말했다.


“영묵아, 좀 자세히 얘기해봐. 갑자기 천만 불이라니! 너무 뜬금없는 소리 같이 들려서 그래.”

“영민 형, 형이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나도 잘 알고 있어.”

“후유! 도대체...?”


이때 다시 손 회장이 물었다.


“꼭 미국에 그 큰 돈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내가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 줄 수 있겠니?”

“그에 대한 이유라면 명백해요. 제가 봤기 때문이죠.”

“대체 무엇을 봤다는 거니?”

“미국 아니 전 세계 경제가 거친 쓰나미를 만나 아우성 치는 것을 요.”


손 회장과 영민은 영묵이 대관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로 얼굴만 마주 보고 있었다.

영묵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내년 이맘때 즈음,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쓰나미가 전 세계를 강타할 거예요. 어느 나라도 이를 피해 가지 못해요.

“......?”

“그때 거기 있었어요. 제가 작년 사고 당했을 때, 아버지가 절 데리고 가셨어요. 온 세상 여기저기를.”

“......?”

“......?”


영묵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말을 마친 영묵은 옆에 있던 가방에서 책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처음엔 저도 그냥 꿈인 줄만 알았어요. 어느 날 뉴스를 보다가 그때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죠. 실마리를 찾으려고 관련 서적들을 무수히 찾았어요.”

“그럼 이 책들이 그것과...?”

“아니야 형, 책에는 어떤 단서도 존재하지 않았어. 그냥 느낌이야. 내 머리와 온몸을 사로잡는, 그리고 무언가와 연결된 것 같은 강한 느낌!”


영묵과 대화하며 손 회장을 향하던 영민의 눈길이 멈추었다.

손 회장은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 보였다.

그러기를 잠시, 문득 눈을 뜬 손 회장은 영묵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네게 물어볼 것들이 참 많을 것 같구나.”

“네. 어머니가 궁금하신 것들 제가 다 얘기해드릴게요.”

“만약에 내가 네게 그 돈 해주지 못하면 다른 대안도 있는 거니?”

“아뇨 없어요. 그렇다면 깨끗이 포기할래요.”

“그래도 괜찮겠니?”

“어차피 이번 일은 우리 가족들 외엔 누구에게도 얘기 못해요. 하고 싶지도 않고요.”


영묵은 다시 찻잔을 잡고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찻잔의 내용물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새 냉정함을 찾은 손 회장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도 목이 마른 모양이구나. 이렇게 하자구나.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내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알고 있어요.”

“또한 그리 큰 돈을 당장 구하기도 쉽지 않고.”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너무 경솔했나 봐요.”

“아니다. 부모 자식 간에 말 못 할 일이 무에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네 말을 다 들어준다는 것은 아니야.”


예상치 못한 영묵의 말에 두 사람의 대화가 내심 불안했던 영민이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말했다.


“영묵아? 꿈속에서 아버지 만났던 얘기 자세히 좀 해줘.”

“나도 궁금한데, 어디 좀 들어보자.”

“그러니까 제가 그날......”


영묵은 전날 연습실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풀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온전히 믿어줄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천고의 기회를 놓치기 싫어 두 사람을 이해시키려고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영묵은 계획했던 일들의 일부를 간신히 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당구 시합 때 마지막 1점을 남겨 놓은 선수의 심정이 된 기분이었다.


일식당 주차장에서 헤어진 세 사람은 각자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승용차를 타고 가는 손 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갑자기 핸드폰을 꺼낸 그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어 나야, 아직 퇴근 안 했어?

-뭐!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저녁은?

-괜찮으면 잠깐 얼굴이나 좀 봤으면 해서.

-참 윤 상무도 시간 되면 같이 잠깐 봤으면 좋겠어.


통화를 끝내자마자 손 회장의 승용차는 마포로 방향을 바꿨다.


* * *


신성건설 대표이사실


신성건설 대표이사 최용식이란 명패를 뒤로하고 세 사람이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 사람은 친분이 두터운지, 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대화가 무르익자 손 회장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갔다.


“윤 상무님, 윤 상무님은 금융통이시니까 뭐 한가지 여쭤볼게요.”

“네. 말씀만 하십시오. 회장님!”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미국에서 제일 큰 투자은행이 파산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네? 하하하! 회장님. 미국 애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만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얘기하는 거예요.”


윤 상무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느리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세상에 경제 대참사가 벌어지겠죠.”

“아무래도 그렇겠죠?”

“네. 요즘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거의 모든 금융사들이 서로 엮여 있어서 그냥 줄도산으로 이어질 겁니다.”

“줄도산이라......”

“나라에 망조가 들 텐데 그것을 미국 정부가 가만히 두고 만 볼까요?”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걸 두고 볼 리는 만무하겠죠.”


이번에는 다소 장난기 섞인 어투로 물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셀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어 들이는 사람들도 있다죠?”

“네, 회장님. 혹 '빅 쇼트'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빅 쇼트요? 공매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수억 불을 벌어 들이는 사람들이 존재하죠. 아주, 아주 극소수이기는 하지만요.”

“흐음......”


이번에는 손 회장이 최 대표에게 눈길을 주며 물었다.


“최 대표. 만약 상황이 그렇게 흘러간다면 국내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에구,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흔히 미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나라 역시 거친 쓰나미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봐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촉발되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

“또한 우리나라 주식 시장도 급락세를 넘어 주식 폭망 사태까지도 예견되어 집니다.”


다시 최 대표를 말을 이어받은 윤 상무가 계속 설명해나갔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신용 경직으로 이어져 한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으음......”

“외국 자금들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이고, 결국 한국 경제의 투자와 성장에 먹구름이 잔뜩 끼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주식 폭망, 환율 폭등 등으로 귀결되겠네요.”


두 사람의 의견을 들은 손 회장의 표정이 사뭇 심각해졌다.


잠시 후, 윤 상무가 돌아가고 사장실에는 손 회장과 최 대표 둘만 남았다.

최 대표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회장님 갑자기 미국 경제 이야기는 왜? 혹 어디서 무슨 얘기 들으셨어요?”

“용식아? 우리 둘만 있으니까 그냥 편하게 얘기하자.”

“네. 그런데 누님, 아까 그 얘기는 뭐죠?”

“뜬금없이 영묵이가 그러더구나 내년 이맘때쯤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 경제가 폭망에 이를 거라고!”

“영묵이가요?”

“응. 그러면서 투자금 천만 불이 필요하다고 하더구나.”

“네? 아니 저번에 당구 한다고 했을 때는 뭐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미국에 천만 불을 투자 한다고요?”

“그래, 천만 원도 아닌 천만 불! 후후후!”


의미 모를 손 회장의 웃음에 최 대표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듯 말했다.


“평생 운동만 한 녀석이 그런 말을 했다고요? 이거야 뭔!”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까 누님이 말씀하신 것은? 설마 영묵이 말을 믿는 건 아니겠죠?”

“글쎄다.”

“누님!”

“왜?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니?”


손 회장의 말에 최 대표는 당황한 듯 양손을 내저었다.


“누님. 그게 아니라 윤 상무 얘기가 아니더라도 금융 선진국인 미국에서 금융 위기가 터진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기 십상이에요!”

“나도 처음엔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나무라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애의 눈을 보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

“거기엔 거짓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진지한 두 눈만이 불타오르고 있었지.”


손 회장의 계속되는 얘기에 최 대표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럼 누님 설마?”

“아직, 신중히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녀석이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주마.”

“저도 영묵이 한번 만나봐야겠어요. 안 본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손 회장과 최 대표는 처음에 접했던 황당함에 답답함이 추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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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1) +3 23.12.16 225 7 12쪽
20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6) +2 23.12.15 218 7 13쪽
19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5) +3 23.12.15 224 7 13쪽
18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4) +2 23.12.14 217 7 13쪽
17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3) +3 23.12.14 233 7 13쪽
16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2) +2 23.12.13 236 7 12쪽
»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1) +2 23.12.12 241 8 13쪽
14 꿈을 향한 날갯짓 (4) +2 23.12.12 251 7 13쪽
13 꿈을 향한 날갯짓 (3) +2 23.12.11 281 7 13쪽
12 꿈을 향한 날갯짓 (2) +3 23.12.11 292 7 13쪽
11 꿈을 향한 날갯짓 (1) +4 23.12.09 318 9 12쪽
10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5) +2 23.12.08 336 10 15쪽
9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4) +2 23.12.08 344 8 17쪽
8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3) +3 23.12.07 359 8 13쪽
7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2) +3 23.12.07 366 10 13쪽
6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1) +3 23.12.06 404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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