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해서 당구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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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행
작품등록일 :
2023.12.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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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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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당구 각성 (1)

DUMMY

매일 혼자 아침 운동해야 했던 영묵은 도경이 합류하자 신이 절로 났다.

지금까지 산을 오르면서 느꼈던 상쾌한 기분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첫날부터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건만 도경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다.


“아 좋다. 우리가 이렇게 같이 훈련해 본 것이 대체 얼마 만이냐!”

“그러게, 나도 너무 좋은데, 자 이번엔 저기까지 먼저 도착하기다.”

“야! 반칙이야.”


두 사람은 기분 좋게 하루, 아니 당구 인생에 발을 들여놓았다.

상쾌한 아침 운동을 마친 두 사람은 각자 도구들을 챙겨 연습장으로 내려갔다.


평소에는 허허벌판같이 공허한 느낌이 들었던 곳이, 이젠 제법 그럴듯하게 꽉 차 보이는 느낌이었다.

도경도 기분이 좋은지 연실 싱글벙글 이었다.

초치는 데 선수인 도경이 영묵을 바라보며 말했다.


“묵아? 어제 우리 인천 갔을 때 말이야.”

“어디? 인천?”

“응. 인천.”

“너 어제 인천 갔었어? 종일 짐 정리하느라 바쁜 줄 알았는데.”

“뭐라고?”

“그리고 난 어제 주문한 포켓 다이가 와서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는데......”


갑자기 멍청해진 도경은 잠시 자신의 큰 짱구를 굴리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참! 맞아 그랬지. 내가 요즘 당구에 들떠서 자꾸 깜빡깜빡하네. 하하하!”

“피곤하면 올라가서 좀 쉬어.”

“아, 아니야.”


도경의 당황스러운 모습에 영묵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며 그를 재촉했다.


“자, 오늘은 우리가 시작하는 날이니까, 우선 서로 당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겠지?”

“먼저 한 게임 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화이트보드를 끌고 와 소파 옆에 장착한 영묵이 도경을 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생각하는 당구에 대해서 말해 봐. 보드에 써가면서 말해도 좋고 아니면 다른 방법도 괜찮아.”

“시작부터 꽤 거창하게 나오는데...!”

“개똥철학 같은 거 말고, 주로 현실적인 부분, 그러니까 득점에 관해서라든가 아니면 자세, 스트록 등. 뭐 많잖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처음 당구를 접하게 된......”


도경은 지금까지 자신의 당구 관련 이야기 즉, '도경의 당구 인생'이란 주제로 강의하기 시작했다.

영묵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처음 듣는 내용들이 더 많았다.


강의 내용이 계속 이어질수록 자기도취에 빠진 듯한 도경은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영묵의 입이 열렸다.


“잠깐만. 그러니까 고등학교 졸업할 때 4구 300을 치고, 공익 마칠 때 500을 쳤다?”

“그렇다니까, 500도 그냥 500이 아니라 짠 500이었다니까!”

“알았어. 3구를 본격적으로 친 것은 3년 전이고 특히 죽방 치면서 당구 수지가 올라간 것 같다고?”

“응. 우리 삼촌 가게가 농수산물센터에 있잖아. 거기 사람들 죽방 무지하게 좋아해. 판도 크고, 치면 다 내 돈인 데도......”

“프로선수나 고수들한테 레슨 같은 건 받아본 적 없고?”

“내가 프론데 무슨 레슨이야! 간혹, 고수라면서 공 한두 개 정도는 알려는 줬었는데, 그런 놈들도 막상 나랑 붙으면 아작 났었지.”

“제대로 된 선수를 못 만나봤으니 그런 소리를 하지. 쯧쯧!”

“그게 아니라니까!”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도경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서서히 종점에 다다른 것을 감지한 영묵은 그의 강의를 멈추게 하고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너 당구선수 보다 아예 당구 해설가로 나설 생각은 없냐?”

“당구 해설가?”

“아니 됐어. 그러니까 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네가 바로 자칭 농수산물센타 작대기요, 마귀다?”

“뭐 그런 셈이지. 하하하!”

“에라이, 아예 '죽방 전설'이라고 하지.”

“오! 그것 마음에 드는데 '죽방 전설' 이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났다.

천천히 일어선 영묵은 큐 장에 있는 자신의 큐를 꺼내 들고 테이블 앞에 섰다.


“어이 '죽방 전설' 증명해 봐.”

“안 될걸. 이거 안 보이냐? 나의 명검 롱구니. 예전에 하우스 큐로도 누구든 나한테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명검까지 장착한 내게 덤벼 보려고?”

“넌 입으로 당구 치냐! 30점 단판이야!”


두 사람은 각자 뱅킹 각을 잡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툭!

-툭!


상단 단 쿠션에 부딪힌 흰 공과 노란 공이 하단 단 쿠션을 향해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흰 공은 거의 쿠션에 붙다시피 했고, 노란 공은 공 두 개 차이로 쿠션에서 떨어져 있었다.

영묵의 승. 따라서 초구는 영묵에게 돌아갔다.


초구 배치가 끝난 상태에서 영묵은 테이블로 다가간 다음 천천히 엎드렸다.

그리고 부드러운 큐질을 몇 번 하더니 그대로 큐를 곧장 앞으로 내밀었다.


-따악!


흰 공인 수구가 일직선으로 나아가더니 빨간 공을 때렸다.

수구는 장-단-장 쿠션에 부딪히고 내려와 2적구 노랑 공을 가볍게 때려 코너 근처로 몰아넣었다.

다음 공, 뒤 돌리기 포지션을 완벽하게 만들며 1득점 성공.


순간 두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지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도경.

두 사람의 표정이 상반되는 순간이었다.


이 한 번의 큐질이 도경에게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했다. 계속되는 찬스에 영묵은 연속적으로 쓰리 쿠션을 성공시켜나갔다.


-딱! 따악!

-따아악!


뒤 돌리기, 또 뒤 돌리기, 옆 돌리기, 앞 돌리기......


2점...3점...4점...5점.


도경은 난생 처음 점수판 넘기기 바빴다.

5점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킨 영묵은 6구째, 적구들에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두 공은 상단 단축 2포인트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노란 공은 단축 2포인트를 기준으로 좌측과 아래로 각각 공 반 개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또한 빨간 공은 그와는 반대로 우측과 아래로 공 반 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상황.


적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간 영묵은 공의 위치를 세밀히 확인했다.


그런 다음 좌, 하단 1포인트 반지점 쿠션에 붙어있는 수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난구였다. 칠 수 있는 공이 빈 쿠션 아니면 역회전 밀어치기가 전부였다.


자세를 잡고 엎드린 영묵은 수구의 좌측, 상단에 당점을 주고 큐를 살짝 찍으며 짧게 수구를 때렸다.


-딱!


수구가 나아가는 방향은 빨간 공의 우측 바로 옆이었다.


-퉁!


빈 쿠션을 때린 수구는 곧장 튀어나와 하단 단 쿠션을 맞고 다시 적구들이 모여 있는 상단 단 쿠션으로 향했다.


그런데 수구가 진행하는 방향이 묘했다.

분명 수구의 정면이 아니라 공이 밀릴 수밖에 없는 우측으로 보냈다.

그런데 수구는 살짝 안으로 꺽여 들어와 다시 좌측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그 공은 노란 공 우측을 때리고, 쿠션에 부딪힌 다음 올라오면서 빨간 공을 밀어냈다.

굿샷과 브라보를 포함한 1득점. 순간 도경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와 이게 뭐야!

-진짜 그렇게 보고 친 거였어!

-큐 미스 난 거 아냐!


이에 다소 여유 있는 미소로 화답한 영묵은 거침없는 득점에 동반했다.


-딱! 따악!

-딱! 따아악!


6점...7점...8점...9점...10점.


10점까지 성공시킨 영묵은 11점째를 아쉽게 키스로 실패하며 총 10점으로 첫 이닝을 종료했다.


드디어 영묵의 점수판만 갖고 놀던 도경의 첫 이닝이 시작되었다.

다소 의기소침해진 듯 평소에 말 많은 도경이 아니었다.

테이블로 다가간 도경은 공의 위치를 확인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공 두 개가 모두 각각 상단 오른쪽과 왼쪽 장축 2포인트에 가까이 위치했다.

수구는 정 가운데서 상단으로 1포인트 반 정도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다.

결코 쉬운 공 배치는 아니었다.


도경은 다시 걸음을 옮겨 장축에서 바라보니 빨간 공이 반 포인트 더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삼단 더블, 즉 횡단 3쿠션을 염두에 둔 도경은 스토록 구사가 용이하게 흰 공을 1적구로 선택했다.

두께와 당점을 조절하고 자신 있게 예비 큐질을 하며, 득점에 열망을 담아가던 도경은 수구를 향해 힘차게 큐를 내밀었다.


-따아아악!

-쿵! 탕! 타당!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수구가 흰 공을 때리는 순간, 다소 투박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란 공이 테이블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1이닝, 스코어는 10 : 0


순간 도경은 황당함을 넘어 이내 멍청한 표정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영묵의 행동은 의외였다.

공을 주워오더니 마른 수건으로 닦은 다음 초구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무안해하는 도경을 향해 한마디 첨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괜찮아! 어깨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아!”


다시 자세를 잡은 영묵은 2이닝 3점, 3이닝 2점.....


결국 영묵은 9이닝에 8점을 치며 게임을 마무리했다. 도경이 얻은 점수는 3이닝 1점과 5이닝 1점, 그리고 7이닝 2점이 전부였다.


-최종 스코어 30 : 4


마지막 득점을 성공시킨 후 영묵은 도경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은 그때까지 게임이 끝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오늘 확실히 정신이 없었다.


“이 이럴 수가!”

“괜찮아?”


얼굴이 새빨개진 도경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듯 테이블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도경은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

영묵이 건네준 생수 한 병을 받자마자 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들이켰다.


“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당구 물정 모르고 살았는지,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었네.”

“괜찮아. 너무 실망할 필요 없어. 앞으로 잘하려고 이렇게 연습하는 거잖아.”

“그런데 넌 언제부터 그렇게 잘 친 거냐?”

“글쎄다.”

“난 네가 내게 게임도 안될 줄 알았어. 그런데 막상 쳐보니까 이건 뭐...!”


도경의 한탄은 이후 한참 동안 이어졌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가자 평소의 도경으로 돌아온 그는 영묵을 쳐다보며 물었다.


“네가 생각하는 당구는 어떤 당구야?”

“무슨?”

“아까 네가 그랬잖아. 게임 하기 전에 내게.”

“음, 내가 생각하는 당구 말하는 거지?”

“응.”


영묵은 생수병을 입으로 가져가 물 한 모금을 마신 다음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누구든 당구를 접하는 사람들은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듣곤 하지. 실제로 당구를 치는 데 있어 자세는 중요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야.”

“나도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바꾸려고 하니까, 잘 안되더라고 또한 자세를 굳이 안 바꿔도 맞을 공은 다 맞던데.”

“그건 네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래. 너 고등학교 때 타격폼 바꾸고 줄곧 타격상 받았잖아.”


도경은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얼굴이 밝아졌다.


“아 그거. 그때 기분 짱이었지. 하하하!”

“내가 알기론 넌 주로 게스 히팅 타자 아니었어? 그러다 보니 잘 얻어걸리면 넘어가고 아니면 삼진.”

“그럴 때가 있었지.”

“하지만 넌 그다음 해엔 완전히 달라졌어. 타격이 좀 더 정교해졌다고 할까.”

“맞아. 그땐 집중하면서 공을 끝까지 보니 타격도 잘 되고 자신감도 올라갔지. 그래서...!”

“당구도 마찬가지야 네 몸에 맞지 않는 자세는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이나 다름없어.”


도경은 영묵의 말에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영묵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물론 두께나 당점, 스트록도 중요해. 하지만 잘못된 자세에서는 이를 가름할 수 없어.”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

“아까 네가 스트록 하는 것을 보았는데, 넌 주로 힘에 의존해서 스트록을 하는 것 같아.”

“응. 내가 힘이 좀 좋거든. 때리면 거의 6~7 쿠션은 그냥 나오거든.”

“스트로크를 힘에만 의존하면 정교함이나 포지션 플레이를 장담할 수 없어. 스트로크는 그립의 위치, 큐의 깊이, 스피드 등에 따라 달라져......”


영묵은 마치 초등학생에게 바른 생활을 지도 하듯, 도경에게 당구 관련 지식을 전달했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도경의 표정은 점점 변해갔다.


두 주먹을 움켜쥐고 영묵의 말을 경청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지한 배움의 자세가 묻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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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당구 각성 (5) +2 23.12.21 178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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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당구 각성 (3) +2 23.12.19 192 8 12쪽
24 당구 각성 (2) +2 23.12.19 197 9 12쪽
» 당구 각성 (1) +2 23.12.18 202 7 13쪽
22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2) +4 23.12.18 204 7 13쪽
21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1) +3 23.12.16 225 7 12쪽
20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6) +2 23.12.15 218 7 13쪽
19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5) +3 23.12.15 224 7 13쪽
18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4) +2 23.12.14 217 7 13쪽
17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3) +3 23.12.14 233 7 13쪽
16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2) +2 23.12.13 236 7 12쪽
15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1) +2 23.12.12 241 8 13쪽
14 꿈을 향한 날갯짓 (4) +2 23.12.12 251 7 13쪽
13 꿈을 향한 날갯짓 (3) +2 23.12.11 281 7 13쪽
12 꿈을 향한 날갯짓 (2) +3 23.12.11 292 7 13쪽
11 꿈을 향한 날갯짓 (1) +4 23.12.09 318 9 12쪽
10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5) +2 23.12.08 336 10 15쪽
9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4) +2 23.12.08 344 8 17쪽
8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3) +3 23.12.07 359 8 13쪽
7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2) +3 23.12.07 366 10 13쪽
6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1) +3 23.12.06 404 10 13쪽
5 새로운 세상을 향해 (2) +2 23.12.05 394 9 12쪽
4 새로운 세상을 향해 (1) +3 23.12.05 41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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