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해서 당구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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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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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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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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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5)

DUMMY

아침 운동을 마친 영묵이 샤워를 마치고 주방으로 향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영미 누나였다.


“누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웬일이에요?”

“야? 너 지금 집이지?”

“네? 네.”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지금요?”

“그럼 지금이지.”


영묵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문득, 영미와 한나를 비교해 보았다.

도긴개긴이었다.

잠시 후 초인종이 울렸다.

당연히 영미였다.

그리고 그녀를 맞이한 것은 그의 절친(?) 한나였다.


“야!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영묵이는?”

“얘가? 왜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 내 동생을 찾고 난리야!”


이때 손 회장이 거실로 나오면서 영미를 보더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영미 왔니?”

“아 예, 어 어머니.”

“아직 아침 식사 전이지?”

“아침 요? 네.”

“들어가자.”


얼떨결에 영미는 손 회장을 따라 주방으로 갔다.

식탁 위에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 영미는 연신 감탄사를 남발했다.

이를 본 한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너 이 시간에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왔니? 하여간 계집애가 정이 안 가요.”

“이모님. 이 오이절임 진짜 맛있어요. 오징어 국도요. 이야 물김치는 정말 환상이네요. 호호호!”

“갈 때 좀 싸줄까?”

“정말요?”

“얘가 양심도 없이 정말 좋아 죽네!”


한나의 구겨진 표정과는 반대로 손 회장과 민 여사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단지 영묵만 어리둥절한 표정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영미는 여기에 온 목적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영미가 지금 추구하는 것은 오직 식탐이 전부였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손 회장과 한나는 출근을 서둘렀다.

영묵과 영미는 연습장으로 내려와 찻잔을 앞에 두고 있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영미가 먼저 말했다.


“여긴 언제 봐도 참 멋있어.”

“그래요? 후후후!”

“너는 좋겠다. 널 굳건히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게 너무 부러워.”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 나, 영민 오빠랑 한나에게도 전화했었다. 네 친구랑 종각에서 만났던 그 날.”

“형이랑 누나에게요?”

“응. 너 좀 말리라고,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요?”

“두 사람. 똑같이 그러더구나. 너를 믿는다고, 제발 너 좀 도와주라고, 특히 그 자존심 강한 한나는 마치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더구나.”

“한나 누나가요?”

“영묵아? 내가졌다. 네가 하고자 하는 그거. 같이 한번 해보자.”


완전히 영묵의 편에 녹아든 영미는 이제야 영묵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묵의 말이 계속될 때마다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반응하며 예리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네 말대로 개인 보다는 법인이 훨씬 여러모로 유리할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해서 법인설립을 서둘렀으면 해요.”

“이제 사장님이네.”

“아뇨, 대표이사는 용운이가 맡을 겁니다.”

“누구? 네 친구 말이냐? 그 친구가 하겠데?”

“네. 그리고 투자전략은 두 사람에게 전적으로 일임할게요.” “전적으로? 하여간 너희 둘 다 강심장인 거 알아?”

“칭찬으로 들을게요.”

“참 이걸 기뻐해야 할지...”

“이제부터 누나랑 용운이의 팀웍이 무척 중요해요. 사실 전 지금까지 운동만 했지, 그쪽은 깡통이나 다름없잖아요.”

“그 깡통이 자그마치 천만 불을 투자하잖니! 영묵아, 영어 공부, 한 달만 미루자. 아니 아예 내가 다른 사람 찾아볼게. 원어민으로.”

“왜요?”

“아무래도 내가 미국에 다녀와야겠어. 원래는 우리 소쩍이 낳고 다녀오려고 했었는데 순서를 바꿔야겠다.”

“소쩍이요?”


영미는 자신의 배를 만지며 당당하게 말했다.


“호호호! 여기 이 안에 있는 애기 말이야! 물론 여기서도 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직접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괜찮겠어요?”

“괜찮아. 가서 헤지펀드 인사들도 만나봐야 하고 모기지 채권과 이를 다루는 투자은행들도 찾아봐야겠어.”

“누나 고마워요.”

“그 대신 성공하면 내 몫도 두둑이 챙겨줘야 해.”

“그야 두말하면 잔소리죠!”

“고맙다.”


대화 도중에 영묵은 대대가 놓여있는 옆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영미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영미 누나. 누나가 돌아오면 저기요. 저기 저 자리에 포켓 다이가 설치되어 있을 거예요.”


두 눈이 왕방울이 되어버린 영미. 이후 영묵은 영미의 애교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영미가 돌아가고 연습실에 홀로 남은 영묵은 당구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당구공이 무척 예뻐 보였다.


‘누나 결국 리먼브라더스와 투자은행들은 다 같이 몰락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거고요..!’


인천 프로 당구장

10개가 넘는 당구 테이블 중 단 한 개만 돌아가고 있었다.

게임이 시작된 지 꽤 되었는지 점수판 숫자의 합이 30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게임 분위기는 당구 월드컵 못지않은 열기를 풍기고 있었다.


-딱! 따악!


시합 중반. 모처럼 찬스를 잡은 태민은 뒤 돌리기에 의한 포지션을 시작으로 또 세워 치기, 옆 돌리기, 더블 레일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키며 8점을 득점했다.


그러나 9점째는 아깝게 키스가 나면서 득점에 실패하며 영묵에게 공격권을 넘겼다.

단지 영묵과의 점수 차이를 5점으로 좁히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스코어는 18 : 23


노란 공인 수구와 1적구를 뚫어지게 쳐다본 영묵은 자세를 잡고 부드러운 스트로크를 구사했다.


-툭!


1적구가 살짝 흔들리며, 회전력이 강하게 실린 수구가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1쿠션, 2쿠션, 3쿠션에 부딪힌 수구는 가까스로 2적구를 스친 다음 멈추어 섰다.


두 공이 거의 붙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영묵은 1득점에는 성공했으나 난구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먼저 목적구에 시선을 던진 영묵은 당구대 전체를 가늠해보며 큐를 바짝 세웠다.


-따아악!


큐에 일직선으로 내려 찍힌 수구가 비명을 토하며 휘어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뒤 돌리기로 득점에 성공했다.

태민은 ‘나이스 샷’과 ‘브라보’를 연속적으로 남발했다.


그 이후, 영묵은 마지막으로 비켜 치기를 성공시키며 이 게임의 종지부를 찍었다.


-최종 스코어는 18 : 30


“잘 쳤습니다. 형님.”

“이야, 이거 뭐 게임이 안 되네. 밥 먹고 당구만 쳤나 보지. 하하하!”

“형님이 많이 봐주셔서 제가 이겼나 봅니다,”

“봐줘? 내가 다른 건 다 봐줄 수 있는데, 당구만큼은 절대!”


두 사람은 소파로 와서 앉았다. 흐뭇한 얼굴의 태민이 머그잔을 내밀며 말했다.


“자 마셔봐. 와이프가 만든 비법 차인데 향이 진해.”

“감사합니다.”

“그런데 너, 그 사이에 당구 정말 많이 늘었다. 이제 4대 천왕과 맞붙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

“아직 멀었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 당구에 전념하지 못했어요. 이번 일 마무리 되면 다시 당구에 전력투구할 생각입니다.”

“전념하지 못한 당구가 그 정도라고? 나 원 참!”


오랜만에 두 사람은 당구 얘기로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가자 분위기 전환을 꾀한 건 영묵이었다.


“형님. 오전 알바 아직 못 구했어요?”

“용운이 그만두고 나서 그냥 내가 쭉 해왔다. 마땅한 사람도 없고 해서.”

“힘드시겠어요.”

“힘들긴, 그나저나 영묵아? 고맙다. 이번에 용운이에게 신경 많이 써주었다면서?”

“별로 해 준 것도 없었어요.”

“어제 용운이 여기 다녀갔었다. 네 얘기 다 들었어. 그런데 경찰에서는 주희 그렇게 만든 놈들 아직 윤곽도 못 잡고 있다고 하더구나.”


태민의 말을 듣는 순간 영묵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태민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영묵아, 네게 꼭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아무리 수소문해 봐도 연락처를 알 수가 없네.”

“어떤 분이신데요?”

“응. 철구 형님이라고 옛날 상준이 형님과 쌍벽을 이루시던 분이야.”

“철구 형님요?”

“왜 아는 사람이니?”

“아뇨. 그냥 어디서 이름은 들어본 것 같아서요”

“아마 예전에 상철에게서 들었을 거다. 두 사람이 제일 친했거든.”


당구천재. 남철구.

당시 이상준과 한국 당구계를 양분했던 사람.

그리고 상철과는 친형제 이상으로 지냈던 사람.

처음에는 평범한 당구 선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가장 짧은 순간에 전국 당구대회를 연거푸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당구인들은 그의 감각 당구를 이상준과 동일선상 내지는 오히려 반 단계 앞선 것이라고 평했다.


영묵은 철구 형님이 인천을 떠나던 그 날의 모습이 떠올랐다.


* * *


인천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

철구는 초조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건장한 청년이 느릿느릿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철구는 손을 흔들며 청년을 향해 소리쳤다.


“상철아! 여기.”

“아니 형님. 당구장은 어떻게 하고 여기서...?”

“상철아, 시간이 없어. 잠깐 저리로 가서 얘기하자.”


철구는 상철을 데리고 버스터미널과 백화점 사이에 있는 작은 벤치로 향했다.

그곳에는 키가 작고 매우 왜소한 체격을 가진 여인이 앉아 있었다.


창백하고 파리한 얼굴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상철이 보기에도 그녀의 병색이 완연해 보였다.

철구는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상철을 소개했다.


“경아야, 내가 얘기했지. 여긴 내 동생 상철이.”

“안녕하세요. 한상철입니다.”


경아는 아무 말 없이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철구는 뭐가 그리 급한지 벤치에 앉자마자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상철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나 지금 인천을 떠날 거야!”

“아니 형님 당구는 어떡하고?”

“그래 너 같으면 당구가 네 목숨보다 더 중요하겠지. 하지만 난 당구보다 내 여자의 목숨이 더 중요해!”

“......?”

“보다시피 우리 경아 시한부 인생이야. 얼마 남지 않았지. 그래서 처음엔 바닷가로 가서, 곁에 있어 주면서 조용히 보내주려고 했었다.

“......!”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어. 나 우리 경아 살릴 거야! 무슨 짓을 하더라도...!”

“철구 형님!”

“상철아 내가 왜 모르겠니? 하지만 지금 못 가면 나 영원히 여기서 못 벗어나!”


상철을 향한 철구의 호소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흥분했던 마음을 다소 추스른 그는, 이제 현실적인 부분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자 여기 당구장 계약서. 정리해서 용봉이 형님께 드리면 거의 맞을 거다. 경아 병원비 때문에 그 형님께 신세 많이 졌거든. 그리고 이거.”


철구는 꼬깃꼬깃 접은 A4용지 한 장과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시간이 없어서 대충 적었는데 아마 누락 된 것은 거의 없을 거야. 네가 정리 좀 해줘.”


그 후 철구는 손짓 발 짓을 동원해가며 상철에게 이것저것 설명하기 바빴다.

10여 분이 지났을 무렵, 그는 경아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철구가 돌아서며 말했다.


“상철아, 미안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너밖에 없었어.”

“철구 형님! 형님이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쫓기듯 떠나야 하는 겁니까?”

“그렇게 보였어? 사람 목숨이 걸 린 일이야. 촌각을 다투어야 하는 시점이야. 그나마 내가 양지에서 당구의 길을 걸었기에 이렇게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거야.”

“양지의 당구요?”

“상철아, 너도 떨거지들이나 모이는 음지의 당구 보다는 양지의 당구를 추구해야만 한다.”

“제가 이미 죽방이나 노름 당구에 젖어 들었다면요?”

“네가 그랬을 리는 없겠지.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 당구 세계를 평정한 다음 당당히 벗어나야겠지.”

“명심하겠습니다.”

“만약 경아가 죽거나 내가 당구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 때, 그때 우리는 여기서 다시 보게 될 거야. 자리 잡히는 대로 너에게는 꼭 연락하마.”


철구와 경아는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작은 가방 하나와 길쭉한 사각형의 목함 하나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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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당구 각성 (5) +2 23.12.21 179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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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당구 각성 (3) +2 23.12.19 19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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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당구 각성 (1) +2 23.12.18 203 7 13쪽
22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2) +4 23.12.18 204 7 13쪽
21 친구를 대신한 피의 응징 (1) +3 23.12.16 225 7 12쪽
20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6) +2 23.12.15 218 7 13쪽
»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5) +3 23.12.15 224 7 13쪽
18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4) +2 23.12.14 217 7 13쪽
17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3) +3 23.12.14 233 7 13쪽
16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2) +2 23.12.13 236 7 12쪽
15 당구황제를 위한 시드 머니 (1) +2 23.12.12 243 8 13쪽
14 꿈을 향한 날갯짓 (4) +2 23.12.12 252 7 13쪽
13 꿈을 향한 날갯짓 (3) +2 23.12.11 281 7 13쪽
12 꿈을 향한 날갯짓 (2) +3 23.12.11 292 7 13쪽
11 꿈을 향한 날갯짓 (1) +4 23.12.09 318 9 12쪽
10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5) +2 23.12.08 337 10 15쪽
9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4) +2 23.12.08 344 8 17쪽
8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3) +3 23.12.07 359 8 13쪽
7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2) +3 23.12.07 366 10 13쪽
6 다시 걷기 시작하는 당구의 길 (1) +3 23.12.06 404 10 13쪽
5 새로운 세상을 향해 (2) +2 23.12.05 396 9 12쪽
4 새로운 세상을 향해 (1) +3 23.12.05 417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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